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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프로야구는 삼성의 1위 탈환과 매일 바뀌는 4, 5위 경쟁의 소식으로 가득했다. 삼성은 KT와의 맞대결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으로 가는 길을 열었고 KT는 한때 2위와 5경기 이상 앞서며 가졌던 선두의 여유가 사라지고 매 경기가 절실한 추격자가 됐다. 5할 승률 언저리에서 경합하고 있는 4, 5위 경쟁은 두산과 SSG과 조금 앞서가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치열함의 한편에서 뜨거운 대결을 펼친 두 팀이 있었다. 주말 3연전에서 대결한 롯데와 한화가 그들이다. 8위 롯데와 10위 한화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다소 맥빠진 대결일 수도 있었다. 최근 수년간 하위권의 동반자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던 두 팀이기도 했다. 이에 양 팀 팬들은 자조 섞인 표현으로 롯데와 한화의 대결을 조류 더비라 부르기도 했다. 롯데의 또 다른 마스코트 갈매기, 한화의 마스코트 독수리를 빗댄 표현이었다. 

하위권 팀들의 대결이었지만, 경기를 임하는 자세는 달랐다. 롯데는 8위에 머물고 있지만,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롯데는 잔여 경기를 다 승리해야 하고 그나마도 앞선 순위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롯데는 포스트시즌 탈락이라 해도 될 정도다.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롯데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려 하고 있었다. 최하위 한화와의 3연전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문제는 상대팀 한화가 올 시즌 롯데에 만만치 않은 팀이라는 점이었다. 한화는 마지막 3연전을 앞둔 시점에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한화는 올 시즌 리빌딩을 선언했고 젊은 선수들을 대거 1군 엔트리에 포함하며 가능성을 시험했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 베테랑 선수들이 방출되거나 은퇴의 길을 걸었다. 한화는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에 중점을 두는 과감한 결정을 했고 실행에 옮겼다. 당연히 부진한 성적은 각오한 일이었다. 올 시즌만큼은 경기력에서 기대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화였고 승수 추가가 버거웠다. 순위 경쟁을 하는 팀들이라면 한화전에서 보다 많은 승수를 추가해야 했다.

 

한화 3연전에서 모처럼만의 존재감 과시한 이대호

 


하지만 롯데는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한화에 희망을 주는 경기를 했다. 롯데는 유독 한화전에서는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마운드의 투수들은 쉽게 공략을 당했고 타자들은 한화 투수들에 고전했다. 그 결과 상대 전적에서 밀렸고 경기 내용도 접전이 많았다. 롯데는 한화는 물론이고 9위 KIA전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이런 하위권 팀들과의 대결 결과는 시즌 막바지 순위 경쟁에도 영향을 줬다. 

롯데는 한화와의 올 시즌 마지막 3연전에서 이런 관계를 반전시켜야 했다. 무엇보다 롯데는 승리가 절실했다. 이런 롯데의 절실함에도 양 팀의 3연전은 매 경기 접전이었다. 올 시즌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다. 한화는 순위와 무관한 팀이었었지만, 3연전 내내 집중력을 보였다. 그 결과 모든 경기는 1점 차의 팽팽한 승부의 연속이었다. 경기 내용도 투수전과 타격전이 혼재됐다. 

10월 22일 금요일 경기는 8회까지 득점이 없는 0 : 0의 투수전이었다. 롯데는 최근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투수 이인복에 외국인 투수 프랑코를 조기에 마운드에 올리는 승부수로 실점을 막았다. 이인복은 4이닝 무실점의 호트를 했지만, 투구 수 80개가 되는 시점에 마운드를 물러났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프랑코는 3의닝 무실점 투구로 무실점 흐름을 이어갔다. 이렇게 롯데 마운드 운영은 성공적이었지만, 타선이 문제였다. 

롯데는 한화 선발 투수 킹험에 완벽하게 막혔다. 킹험은 7이닝 무실점을 호투로 마운드를 지켰다. 롯데 2명의 선발 투수를 홀로 당해냈다. 롯데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롯데는 9회 초 마무리 김원중을 마운드에 올려 실점을 막고 마지막 9회 말 공격에 나섰다. 한화는 8회 말 김종수에 이어 9회 말 주현상으로 마운드를 이어갔다.

9회 말 롯데는 예상치 못한 홈런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선두 타자로 나선 손아섭이 한화 주현상으로 부터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때려냈다. 그 경기 전까지 시즌 홈런이 2개에 불과하던 손아섭의 홈런이 결정적인 순간 터져 나왔다. 손아섭은 장타를 노리는 스윙을 했고 그 공은 절묘하게 공의 밑 부분을 맞고 발사각을 높였다. 그 홈런으로 롯데는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다음 날 롯데는 전날의 승리 기운을 이어가지 못했다. 선발 투수 이승헌이 초반 난조로 2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롯데는 초반 불펜 가동으로 실점을 막으려 했지만,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마다 난조를 보였다. 롯데는 거의 대부분의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15실점 경기를 하며 마운드 붕괴를 막지 못했다. 무려 14개에 이르는 사사구로 자멸하는 경기를 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롯데의 패배가 아니었다. 

마운드의 난조를 타선이 대신했다. 롯데는 초반 2 : 11의 열세는 극복했다. 경기 후반 무서운 집중력으로 15 : 15 동점까지 성공했다. 한화는 정우람과 강재민까지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들을 경기 후반 마운드에 올렸지만, 롯데 타선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롯데 간판타자 이대호는 8회 말 극적인 동점 2점 홈런을 때려내며 경기장의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후 롯데는 역전을 기대할 수 있는 득점 기회도 있었지만,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패배가 확실했던 경기를 동점까지 만드는 저력을 발휘하며 승리에 대한 그들의 간절함을 결과로 보여줬다. 

일요일 경기에서 롯데는 에이스 스트레일리를 마운드에 올려 2승 1무 시리즈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롯데의 의도는 쉽게 실현되지 않았다. 스트레일리는 최근의 호투를 이어갔지만, 타선이 한화 선발 투수 장민재를 공략하지 못했다. 장민재는 올 시즌 단 1승도 없고 선발과 불펜, 1군과 2군을 오가는 투수였다. 선발 투수 대결에서 롯데의 압도적 우위가 예상됐지만, 경기는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오히려 롯데가 밀리는 흐름이었다. 롯데 선발 투수 스트레일리는 1회 초 한화 정은원에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고 이후 매 이닝 실점 위기에 빠졌다. 탈삼진과 수비의 도움으로 추가 실점을 막아냈지만, 상대 타자를 확실히 압도하지 못했다.


롯데 타선도 고전했다. 롯데는 빠른 공은 아니지만, 투구의 템포와 강약을 적절히 조절하는 장민재의 투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 사 경기는 한화의 1 : 0 리드는 점점 무게감을 더했다. 롯데는 5회 말 한동희의 솔로 홈런으로 가까스로 경기 균형을 맞추긴 했지만, 6회 초 수비에서 추가 실점하며 경기 흐름을 다시 내줬다. 한화 선두타자 노수광의 출루에 이은 연이은 2루, 3루 도루를 막지 못한 결과였다.

다시 1 : 2 밀리는 시점에 롯데는 에이스 스트레일리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불펜진을 가동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미 2사를 잡은 상황이었고 스트레일리의 투구 수도 100개에 이르지 않았다. 보통이라며 에이스에게 이닝을 마무리할 기회를 줄 수도 있었지만, 롯데는 추가 실점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을 길을 택했다. 이는 성공적이었다. 롯데 불펜진은 이후 추가 실점 없이 버텨냈다. 

 

무실점 3연투, 롯데 수호신 김원중



다시 힘을 얻은 롯데는 7회 말 한동희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에 성공했고 8회 말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마차도가 이대호의 적시 안타로 득점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3 : 2 리드에서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을 마운드에 올려 승리를 지켰다. 3경기 연속 투구에 나선 김원중은 다소 피로한 기색이 있었지만, 관록의 투구로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롯데의 시리즈 2승 1무 목표가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한화와의 3연전을 위해 한화전에서 약점이 있는 에이스 박세웅의 등판 일정을 조정했고 최상의 선발 마운드 조합으로 경기에 나섰다. 이승헌의 극심한 부진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폭풍 같은 타격으로 고비를 넘겼다. 10월 들어 주춤하던 베테랑 이대호는 2경기 연속 경기 후반 결정적인 홈런과 적시 안타를 때려내며 그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여기에 선수들 모두가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와 투쟁심을 보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분명 어려운 상황이고 숭위 경쟁의 가능성의 희박함에도 롯데 코치진과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2 : 11로 밀리는 경기를 15 : 15로 만들 정도로 롯데 선수들의 절실함은 경기 내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맞선 한화도 만만치 않게 맞섰지만, 롯데의 절실함이 더 강했다.

양 팀 모두 최선을 다한 시즌 마지막 3연전이었다. 매 경기 접전은 두 팀의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되는 접전 경기가 이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 롯데는 한화와의 시즌 마지막 3연전 2승 1무로 희망을 끈을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게 됐다. 물론, 롯데의 상황은 비관적인 전망이 훨씬 우세하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예년 같으면 포기 분위기가 컸을 롯데지만, 롯데는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 쏟아붓고 있다. 이번 한화와의 시즌 마지막 3연전은 그 점에서 롯데에게 의미 있는 경기들이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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