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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패가 포스트시즌 탈락으로 연결되는 벼랑 끝 대결에서 두산이 웃었다. 두산은 11월 2일 키움과의 와일드카드전 2차전에서 초반부터 타선이 대폭발하며 16 : 8로 승리했다. 두산과 키움은 시리즈 전전 1승 1패를 이뤘지만, 정규리그 4위 팀이 1승을 안고 와일드카드전에 나서는 규정에 따라 두산이 시리즈를 승리했다. 두산은 정규리그 2위, 잠실 라이벌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대결하게 됐다. 

타선의 화력 대결에서 두산이 키움을 압도한 경기였다. 정규리그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했던 양 팀은 선발진과 불펜진 할 것 없이 마운드가 지쳐있었다. 선발 마운드의 누수도 발생한 채 시리즈에 나선 양팀이었다. 1차전 경기는 키움 안우진, 두산 곽빈이 호투하며 중반까지 팽팽한 투수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그들이 마운드를 물러나고 불펜진이 가동된 이후 경기는 타격전으로 전개됐다. 최고 불펜 카드를 내세워도 상대 타선을 제어할 수 없는 경기였다. 그 경기에서 키움은 경기 막판 더 앞선 타선의 집중력과 수비 집중력, 중심 타자 이정후의 활약으로 7 : 4 승리를 했다.

1차전 접전을 승리한 키움은 와일드카드전이 신설된 이후 누구도 하지 못한 정규리그 5위 팀의 승리를 기대했다. 분위기는 충분히 그런 기대를 할만했다. 미란다, 로켓 두 외국인 선발 투수가 부상으로 빠진 두산은 2차전에 나설 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이미 1차전에서 불펜진이 불안감을 노출한 만큼 선발 투수가 초반 분위기를 잘 이끌어야 하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투수 최원준은 시즌 막판 많은 투구로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었다. 선발 등판을 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두산은 프로 4년차의 젊은 투수 김민규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대안 부재 속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김민규는 올 시즌 정규리그 2승 3패 방어율 6.07로 부진했다. 차세대 마운드를 이끌 유망주로 올 시즌 활약이 기대됐지만, 성장이 정체된 모습이었다. 다만, 시즌 후반기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반기보다 나은 투구 내용을 보였다는 점이 긍정 요소였다. 여기에 김민규에게는 기분 좋은 기억이 있었다. 김민규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깜짝 호투를 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그의 호투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런 포스트시즌에서의 호투 경험은 보이지 않지만, 김민규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와일드카드전 빛나는 활약 이정후

 


하지만 선발 투수의 무게감에서 큰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키움은 2차전 선발 투수로 정찬헌 카드를 내밀었다. 정찬헌은 충분한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이었고 올 시즌 두산전에 강점이 있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성적도 9승 5패 방어율 4.01로 두산 선발 김민규에 비해 큰 우위에 있었다. 올 시즌 트레이드전 LG의 프랜차이즈 선수로 오랜 세월 라이벌 관계에 있던 두산과의 대결은 남다른 투지를 불러올 수 있었다.

다소 기울어진 선발 투수 대결 속에 시작된 경기는 경기 초반부터 예상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두산의 타자들은 1회부터 정찬헌을 상대로 선취 득점했다. 경기 시작부터 두산이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다. 두산 타자들은 마치 정찬헌이 무슨 공이 들어올지 알고 타격을 하는 듯했다. 그의 유인구에는 좀처럼 방망이가 나가지 않았다. 결국, 정찬헌은 1회 2실점 이후 2회 다시 위기에 몰렸다. 키움 벤치는 빠른 교체를 선택했다. 정찬헌은 2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물러났다.

키움은 또 다른 선발 투수인 한현희를 바로 마운드에 올려 두산 타선의 공세를 잠재우려 했다. 키움으로서는 최상의 카드였다. 한현희는 선발과 불펜 모두 경험이 풍부한 전천후 투수고 큰 경기 경험도 많다. 비록, 올 시즌 심야 술판과 방역수칙 위반의 당사자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는 선수 생활에서 큰 오점을 남겼지만, 키움은 그의 징계가 끝난 이후 그를 엔트리에 포함했다. 큰 여론의 비난을 감수할 만큼 키움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의지가 컸고 절박했다. 키움은 그의 풍부한 경험이 포스트시즌에도 발휘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한현희는 기대와 전혀 다른 투구를 했다. 그 역시 시즌 막바지 많은 등판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다. 한현희는 누적된 피로를 안고 포스트시즌에 나서야 했고 초반부터 두산으로 기울어진 경기장 분위기도 극복해야 했다. 여기에 사이드암인 한현희는 두산의 까다로운 좌타자 정수빈, 페르난데스를 바로 상대해야 했다. 키움으로서는 투수 교체를 단행하려 했다면 좌투수 카드로 두산의 좌타자를 먼저 상대하는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지만, 한현희의 관록에 기대는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은 실패했다. 한현희는 정수빈, 페르난데스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 했다. 두산은 1회와 2회 연속 2득점으로 4 : 0 리드를 잡았다. 단판 승부에서 초반 4 : 0 리그를 그 무게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키움은 추격의 점수가 필요했다. 타자들이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날 뛰어난 타격감을 보였던 키움 타자들이었지만, 상황에 대한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에 두산 선발 김민규의 공도 좋았다. 김민규는 빠르지 않지만, 안정된 제구가 변화구 조합으로 키움 타자들의 급한 마음을 파고들었다. 키움 타자들은 적극적인 타격을 했지만, 범타만 양산됐다. 키움은 3회까지 득점하지 못했다. 두산의 초반 4득점의 의미는 점점 커졌다. 

승부의 큰 흐름이 결정된 건 두산의 4회 말 공격이었다. 두산은 4회 말 대거 5득점하며 9 : 1 리드를 잡았다. 두산은 승부의 물줄기를 그들 방향으로 완벽히 돌려놓았다. 키움은 3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한현희를 4회 말에도 마운드에 올렸지만, 한현희의 구위는 떨어졌고 날이 선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를 막아내기 역부족이었다. 키움은 다수의 불펜 자원이 있었지만, 4회 말 한현희를 그대로 밀어붙였고 결과는 대량 실점이었다. 마운드의 불안은 수비에 영향을 미쳤고 유격수 김혜성의 실책이 실점과 연결됐다. 벤치의 선수에 대한 믿음의 결과는 참혹했다. 

키움은 4회 말 송성문의 1타점 2루타, 5회 말 이정후의 3타점 2루타로 5 : 9까지 추격했지만, 더 이상의 추격을 하기에는 버거웠다. 키움은 또 다른 선발 투수 최원태를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려 마운드 안정을 도모했지만, 그 역시 구위나 제구 모두가 두산 타선을 막을 수 없는 상태였다. 최원태마저 4실점으로 무너지면서 키움은 추격의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남은 이닝은 두산의 승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두산은 6회 말 6득점으로 승부를  사실상 결정지었고 7회 말 추가 1득점하며 키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잃게 했다. 키움은 8회 초 3득점, 9회 초 1득점으로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했지만, 대세를 바꿀 수는 없었다. 키움은 두산의 팀 20안타에 맞서 팀 13안로 맞섰고 8득점하며 타선이 제 역할을 했지만, 마운드의 붕괴를 대신할 수 없었다. 키움은 2차전에서 마운드에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두산의 타자들은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가을 야구에만 나서면 몇 배의 힘을 더 내는 두산의 저력을 키움은 극복하지 못했다. 키움은 초반부터 밀리는 경기를 했고 수비 실책으로 위기를 자초하며 두산에 득점 기회를 내주는 등 경기 운영이 매끄럽지 않았다. 

두산은 1차전 패배 이후 분위기에서 밀릴 수 있었지만, 위기에서 더 힘을 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포스트시즌 전문가 다운 모습이었다. 선발 투수 김민규는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호투를 재현했고 타선은 상. 하위 타선 할 것이 없이 뜨거웠다. 이런 타선의 분위기라면 두산과 대결하는 LG 역시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두산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카드 최원준을 와일드카드전에 사용하지 않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3전 2선승제로 치러진다는 점도 두산에게는 긍정 요소가 될 수 있다. 

키움에게는 여러 가지 아쉬운 와일드 카드전이었다. 1차전의 접전을 승리하며 시리즈 분위기를 가져왔지만, 그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정규리그 막바지 치열한 순위 경쟁과 와일드카드 1차전 접전을 거치면서 누적된 피로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마운드가 그 영향을 크게 받았다. 키움은 두산보다 1명 더 많은 투수를 이번 와일드카드 엔트리에 포함했다. 마운드의 양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함이었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키움은 마운드 운영은 제한적이었다. 키움은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들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믿음은 성공하지 못했다. 1차전에서 키움은 프로 데뷔 최고의 호투를 하던 안우진을 너무 믿은 나머지 그의 구위가 떨어진 상황에서도 그를 마운드에 머물게 하면서 실점의 원인을 제공했다. 구위가 떨어진 마무리 조상우를 신뢰하며 그에게 많은 투구 수를 사실상 강요했다. 전날 40개 이상의 투구 수를 기록한 조상우는 2차전 마운드에 설 수 없었다. 올 시즌 후반기 조상우를 마무리가 아닌 전천후 불펜 투수로 짧게 활용하며 효과를 봤던 키움은 그를 다시 마무리 투수로 활용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않았다. 2차전에서는 선발 투수 정찬헌을 빠르게 교체하는 과감한 결정을 했지만, 이후 한현희의 교체 타이밍을 놓치면서 대량 실점과 연결됐다. 치밀하지 못한 마운드 운영 전략이 결과적으로 키움의 발목을 잡았다. 

이렇게 키움의 포스트시즌은 2경기만으로 마무리됐다. 키움은 패하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경기를 하는 투혼을 보였다. 중심 타자 이정후는 승부를 결정하는 극적인 적시 2루타에 이어 4안타 3타점으로 분전하며 역시 이정후라는 찬사를 불러왔다. 베테랑 이용규와 20대 초반의 젊은 주장 김혜성의 테이블 세터진도 와일드카드 2경기에서 이정후에 함께 키움의 주 득점원으로 활약하며 빛나는 활약을 했다. 이 밖에 내야의 송성문, 전병우도 공. 수에서 충분히 제 역할 이상을 해줬다. 하지만 1승을 상대에 먼저 내주고 2연승을 해야 하는 5위 팀의 핸디캡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키움은 올 시즌 주전 유격수 겸 중심 타자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따른 공백 속에 시즌을 시작했다. 여기에 중심 타자 박병호가 에이징 커브에 들어가면서 타선의 장타 생산력이 크게 떨어졌다. 키움은 마운드가 전력을 주도하고 타선에서는 이용규와 김혜성, 이정후 빠르고 재간 있는 타격을 하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야 했다. 다만, 지난해 아쉬웠던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더해진다면 상위권을 기대할만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에이스 요키시를 제외하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키움은 외국인 투수 교체 카드를 조기에 사용해야 했고 대만 리그에서 활약하던 지난 시즌 에이스 브리검을 급히 영입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자가 격리 등 준비 기간이 길었고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없는 시즌 초반을 보내야 했다. 여기에 타선의 장타력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외국인  타자 프레이타스가 부진하면서 보탬이 되지 못했다. 키움은 결국, 프레이타스도 교체해야 했다. 키움은 팀 전력에 플러스 요소가 돼야 할 외국인 선수들이 마이너스 요인이 작용했다. 

여기에 선수들의 일탈로 전력 손실이 발생했고 부상 변수가 중요 순간 키움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후반기 키움은 마운드를 재 정비했고 부상 복귀가 불투명하던 이정후가 돌아오면서 타선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파격적인 20대 주장 김혜성의 선임으로 팀 분위기를 보다 활기차게 했다. 이런 변화 속에 키움은 침체에서 벗어나 후반기 순위 경쟁을 지속했고 시즌 마지막 3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다. 

와일드카드전 2차전으로 그들의 올 시즌 여정은 두산에 막혀 더는 그 여정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번번이 그들을 가로막았던 두산의 벽을 키움은 이번에도 넘지 못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거의 꺼져가던 포스트시즌의 희망을 되살린 키움은 분명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잠재적 위험 요소로 남아있는 구단 운영을 둘러싼 경영진과 수뇌부의 난맥상은 이런 선수들의 투혼을 빛바래게 하고 있다.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거치면서 보인 벤치의 아쉬운 경기 운영과 용병술도 짚고 가야 할 문제다. 키움은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아쉬운 결과를 거듭하고 있다. 선수들의 기량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선수들의 역량을 모두 발휘할 수 있도록 구단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는지 고민이 필요한 키움이다. 시즌 후반 그리고 와일드카드전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맹활약했던 이정후의 아쉬움 가득한 표정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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