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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종료 직후 사장과 단장, 감독까지 구단 수뇌부를 모두 교체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던 KIA 타이거즈가 긴 기다림 끝에 세 자리를 모두 채웠다. 사장 자리는 모기업의 고위 임원이 자리하면서 빠른 의사결정과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단장은 변화, 감독은 안정을 도모하는 인사로 채웠다. 

역시 구단 운영의 최일선에 있는 단장과 감독 자리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KIA는 단장에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과 프로야구 해설 위원을 역임한 장정석 단장을 영입했고 감독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에 선수부터 코치까지 KIA 소속으로 머물렀던 원클럽맨 김종국 감독을 선임했다. 매우 대조적인 인사들의 조합이다.

장정석 단장은 KBO 리그에서 흔치 않은 감독 출신 단장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과거 넥센 히어로즈의 감독에서 SK 와이번스의 단장으로 선임된 염경엽 단장의 사례와 유사하다. 장정석 단장은 1996시즌 지금은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2002, 2003 시즌에는 KIA에서 잠시 선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2004 시즌 선수 은퇴 후 현대 유니콘스를 이은 히어로즈 구단에서 프런트로 다년간 경험을 쌓았다. 당시에는 은퇴 후 프로나 아마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장정석 단장은 다른 길을 걸었다. 그는 스카우트에서 시작해 히어로즈 구단에서 운영팀장을 역임하며 프런트로의 역량을 키웠다. 

이후 그는 2017 시즌 팀을 떠난 염경엽 감독의 후임으로 감독으로 전격 선임되며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는 감독의 선임은 큰 파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전임 염경엽 감독이 프런트와의 갈등으로 사임한 만큼 프런트의 의중을 이해하고 잘 따르는 감독 선임을 통해 프런트 야구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감독으로서 그 권한이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속된 말로 바지감독이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하지만 장정석 감독은 2018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이어 2019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내며 그에 대한 의구심을 털어냈다. 다년간의 프런트 경험을 통해 취득한 데이터 야구를 현장에 잘 접목했고 프런트와의 관계도 무난하게 이어갔다. 그의 성과는 이후 삼성의 허삼영 감독과 같이 또 다른 프런트 출신 감독의 탄생과도 연결됐다. 

이렇게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2019 시즌 후 장정석 감독은 재계약이 유력하다는 예상을 뒤집고 키움 히어로즈와 더는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히어로즈는 장정석 감독과의 재계약 대신 손혁 감독의 선임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시리즈 진출 감독과의 재계약 불발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장정석 감독은 2019 시즌 주력 선수들의 부상과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 등의 위기에도 불펜진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이를 잘 버텨냈고 포스트시즌에서 선전을 거듭하며 지도력을 발휘했다. 프런트와 감독을 거치면서 누구보다 히어로즈 구단을 잘 아는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히어로즈 구단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후 이와 관련하여 각종 비리 혐의로 형사처분을 받고 수감된 이장석 전 대표와 현재의 구단 수뇌부와의 갈등설이 터져 나왔다. KBO 리그에서 퇴출된 이장석 전 대표였지만, 그는 구단의 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에 그의 옥중경영 논란이 프로야구 전체를 흔들었다. 장정석 감독은 이장석 전 대표가 구단의 의사결정을 하던 당시 감독에 선임됐다. 이장석 전 대표와의 유착설이 돌기도 했다.

여기에 장정석 전 감독이 히어로즈 구단의 사외이사로 등재됐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장정석 감독의 재계약 불발이 얽히고설킨 히어로즈 구단의 경영진의 역학 관계 속 내부 정치의 결과라는 의혹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KBO의 조사가 있기도 했다. 장정석 감독은 그런 사실에 대해 언급하고 담백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물러나며 히어로즈 구단과의 인연을 정리했다. 이후 그는 스포츠 방송의 야구 해설가도 활동하며 떠 다른 이력을 쌓았고 그의 아들인 장재영은 미래가 가장 기대되는 강속구 투수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히어로즈에 입단하며 화재가 되기도 했다. 

KIA는 그의 이런 이력 속에서 장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KIA는 장정석 단장과 비슷하게 감독과 단장을 두루 경험한 염경엽 전 SK 와이번스 감독도 고려할 수 있었지만, 염경엽 전 감독은 건강 문제로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 현장 복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장정석 단장은 더 젊고 프런트와 지도로서 성과를 냈다. 야구 해설위원으로 야구를 보는 시야를 더 넓힐 기회도 있었다. 그는 프런트 시절 가장 아래 단계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운영팀장을 했고 현대 야구 시스템에 능통하다. 이를 바탕으로 감독으로서도 현 흐름에 맞는 야구를 했다. 이는 프런트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KIA의 목표에 부합하는 이력이 될 수 있다.

또한, 2년간 KIA에서 선수 생활을 했지만, 장정석 단장은 KIA에 큰 연고가 없다. 고질적인 내부 파벌과 알력 다툼에서 자유롭다. 보다 객관적으로 구단을 분석하고 새 판을 짤 수 있는 인물이다. 변화를 원하는 구단의 또 다른 목표에도 맞는 인물이다. 장정석 단장은 모기업이 주도해 영입된 인물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권한도 주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장정석 단장에게 구단 운영의 무게 추가 기울 수 있는 이유다. 앞으로 KIA 구단은 프런트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프런트 야구로의 변화와 함께  KIA는 내부 발탁 인사를 통해 김종국 감독을 선임해 변화 속에서 동요할 수 있는 구단 내부를 안정시키는 장치를 마련했다. 김종국 감독은 1996 시즌 KIA 타이거즈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해태 타이거즈의 마지막 전성기와 KIA 타이거즈로의 변화와 함께 했다. 그는 선수 시절 타격에서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리그 최고 수비 능력을 자랑하는 2루수였다. 그의 수비 능력으로 수차례 국가대표팀에 발탁될 정도였다. 

김종국은 KIA에서만 14시즌을 뛰었고 은퇴 이후에도 KIA에서만 코치 생활을 했다. 누구보다 구단의 상황을 잘 아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선수로서 코치로서 구설수가 없이 모범적인 생활을 했고 뛰어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이에 김종국 감독은 전임 윌리엄스 감독의 경질 이후 차기 감독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김종국 감독은 올 시즌 후반기 코치진 개편 후 수석코치로 시즌을 보냈고 시즌 후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기도 했다.

 

야구 이미지 - 픽사베이

 


하지만 KIA는 감독 선임을 놓고 긴 장고를 거듭했다. 김종국 감독 선임을 결정하고 신임 단장 선임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 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단장 선임 후 꽤 시간이 흘러 김종국 감독을 발표한 것을 보면 상당한 고민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변화에 더 중점을 둔다면 프런트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외부 인사 영입이 우선 고려될 수 있었다. 김종국 감독이 초보 감독이라는 점에서 경험 부족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게 신임 단장과의 부조화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KIA는 변화를 가장 큰 목표로 하지만 조직의 동요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변화가 내부 갈등으로 이어진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김종국 감독이 다년간 국가대표팀 코치 경험을 하면서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있는 기회가 있었도 실패의 결과로 이어졌지만, 메이저리그 출신 윌리엄스 감독과 2년간을 함께 하면서 새로운 야구 트렌드를 익힐 기회도 있었다. KIA는 김종국 감독이 프런트가 중심이 되는 야구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1973년생 40대 감독으로 팀을 보다 젊게 하는 효과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건 단장과 감독의 조화다. 장정석 단장과 김종국 감독은 같은 1973년생으로 동갑이다. 선수 생활도 비슷한 시기에 했고 KIA 타이거즈에서도 함께 한 경험이 있다. 잘 통할 수 있는 조건이다. 다만, 이견이 발생했을 경우 소통과 조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주도권 다툼이 발생할 경우 또 다른 파벌이 생겨날 수도 있다. 역할과 권한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한 이유다.

올 시즌 롯데가 개혁을 주도하는 단장과 이에 대립하는 감독의 갈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KIA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조화와 균형도 중요하지만, 의사결정의 명확한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이행해야 혼선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우려에도 KIA는 단장과 감독의 장점이 잘 조화를 이루길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변화 속에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하지만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 KIA는 그 어려운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사진 : KIA 타이거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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