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부터 설로만 돌던 메이저리그 스타 푸이그의 KBO 리그행이 현실이 됐다. 키움 히어로즈는 2019 시즌까지 LA 다저스와 신시네티 레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거치며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던 야시엘 푸이그와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이 계약으로 푸이그는 2022 시즌 KBO 리그 선수로 활약하게 됐다.
푸이그는 메이저리그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그 이름을 알만한 선수다. 그는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의 동료이기도 했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시절 푸이그와 유리베 두 선수가 가장 큰 친분이 있었고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도 장남을 함께 하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류현진과의 인연이 지금의 키움행이라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쿠바 출신은 그는 청소년 대표로 활약하던 시절 두산의 내야수 허경민과 함께 셀카를 찍는 사진으로도 화제가 됐었는데 그때의 인연이 KBO 리그로 연결됐다.
푸이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유망주였고 스타 선수로의 길을 걸었다.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한 장타력에 3할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정교함도 있었다. 20개 안팎의 도루가 가능한 빠른 발에 넓은 수비폭과 강한 어깨까지 더해진 외야 수비 능력까지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다재다능함을 갖춘 5툴 플레이였다. 그는 메이저리그 데뷔부터 돌풍을 몰고 온 신성이었고 그 활약을 지속했다. FA 자격을 얻는 시점에 큰 규모의 계약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푸이그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해야 할 시점에 각종 구설수에 오르며 내리막을 걸었다. 그는 LA 다저스의 유망주에서 핵심 선수로 자리했지만, 다혈질의 성격은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만들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타 선수들의 충돌하는 가 하면 경기 중에도 돌발행동을 하기도 했다. 실력은 출중했지만, 푸이그의 이런 모습들은 어느 순간 그에게 악동의 이미지를 가지게 했다. 데뷔 때부터 흥이 넘치는 선수였고 야생마 기질이 있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그 기질을 주체하기 못했다. 푸이그는 인성에 문제가 있는 선수라는 부정적 인식이 점점 커졌다.
LA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그는 2019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그 이후에도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그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 스스로도 성숙하지 못한 경기 매너로 자신의 가치를 낮추는 일을 하곤 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는 2019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그의 계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됐다.
마침 2020 시즌은 코로나 영향으로 각 리그 일정이 축소되는 등의 이유로 메이저리그 FA 시장도 냉각됐다. 푸이그도 영향을 받았다. 그는 2020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팀을 찾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려 기회를 엿볼 수도 있었지만, 코로나 상황은 마이너리그 운영도 중단토록 했다. 그는 시즌 도중 메이저리그 애틀란타와 계약하며 복귀의 시동을 걸었지만, 코로나 감염 등의 이유로 그마저도 무산되며 무적 신세로 남았다. 2021 시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점점 잊혀가는 선수가 됐다. 결국, 푸이그는 멕시칸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커리어를 이어가야 했다.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1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았던 스타 선수였던 그의 끝 모를 추락이었다.
이 시점에 푸이그의 KBO 리그행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그는 자신의 기량을 증명할 기회가 필요했다. 일본과 한국리그는 좋은 쇼케이스 무대가 될 수 있었다. 몇몇 국내 구단들의 그에게 관심을 표명하고 접촉을 하기도 했다. 키움도 그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푸이그의 KBO 리그행은 2021시즌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상대적으로 금전적 조건이 나은 일본 리그행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일본의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예외 없는 폐쇄적 방역 조치 등의 이유로 현실화되지 않았다. 일본 리그 역기 그의 인성 문제를 부담스러워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KBO 리그에 멀어졌던 푸이그였지만, 키움은 그의 영입 작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며 키움은 단장이 직접 미국 현지에서 그와 협상을 했고 계약을 성사시켰다. 키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그를 움직였다. 푸이그는 KBO 리그 외국인 선수 1년 차 연봉 상한선인 1백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의 메이저리그 리그 커리어를 고려하면 크게 부족한 금액이다. 하지만 푸이그는 온전히 풀 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리그가 필요했다. 키움은 그에게 2022시즌 활약 후 메이저리그 재도전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마침 KBO 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외국인 선수들의 사례가 늘었다. 투수에는 두산의 에이스였던 린드블럼이 있고 롯데에서 오랜 시간 활약했던 좌완 투수 레일리도 있다.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 두산 소속으로 포스트시즌 큰 활약을 했던 플렉센이 있다. 타자로는 NC의 중심 타자로서 리그를 호령했던 테임즈와 삼성의 4번 타자 출신 러프가 있다. 푸이그는 이런 예를 분명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KBO 리그에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비중이 매우 크고 중심 선수로 중용하는 분위기가 있다. 일본 리그는 대우는 더 좋을 수 있지만, 외국인 선수에 보유에 제한이 없는 관계로 다수의 외국인 선수들의 경쟁관계에 놓이고 부진하면 예외 없이 2군행을 통보받아야 한다. KBO 리그에서 큰 활약을 했던 외국인 선수들도 이런 다른 분위기에 고전하는 모습이 많았다. 푸이그는 팀의 에이스로 안정적인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는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기량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 문제는 푸이그가 얼마만큼의 활약을 할 수 있을지 여부다. 키움은 분명 여러 리스크를 고려하고 푸이그를 영입했다. 영입 자체만으로도 화제성이 가득하고 마케팅적 측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팀 성적에 보탬이 안된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키움은 2020 시즌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의 내야수 러셀을 시즌 중 교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지만, 실패했던 기억이 있다. 키움은 그의 포지션을 위해 당시 팀 주전 유격수 김하성의 포지션 이동까지 했지만, 러셀은 유격수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2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이후에도 공수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키움과의 인연을 반 시즌으로 끝내야 했다. 푸이그는 그 이름값에서 러셀을 능가하지만, 그 명성이 성적과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푸이그는 멕시칸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고 하지만, 2시즌 가까이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체력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키움은 아직 그의 나이가 30대 초반으로 스프링캠프를 온전히 치른다면 기량을 되찾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그 적응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동안 KBO 리그에서는 명성과 달리 리그 적응에 실패하고 쓸쓸히 돌아간 외국인 선수들이 다수 존재한다. 푸이그에게 KBO 리그는 미지의 세계다. 야구 문화와 스트라이크 존, 생활 환경 등 모든 것이 새롭다.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의 그가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집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더군다나 그는 메이저리그 시절 인성 문제를 줄 곳 지적받았다. KBO 리그에서 그 문제가 다 터져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던 선수의 자존심이 더해진다면 팀 캐미를 깨는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키움은 분명 이런 문제를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은 그의 절실함에 기대를 하고 있다. 푸이그는 메이저리그 선수로서의 커리어 연장 의지가 강하다. 자신의 기량과 인성에 대한 확신을 줘야 메이저리그 복귀가 가능하다. 아직 젊은 나이로 그는 부활의 가능성이 남아있다. KBO 리그에서 제 기량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푸이그로서는 이제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태평양을 건너기로 결정했다. 돈은 문제가 안됐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은 이런 마음의 푸이그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푸이그가 거포로서의 역량을 회복한다면 키움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키움의 외야진은 팀 간판선수로 자리 잡은 이정후의 자리가 확고하고 베테랑 이용규가 올 시즌 큰 활약을 했지만, 나머지 한자리가 허전하다. 푸이그는 그 자리를 확실히 채울 수 있는 선수가. 푸이그는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수비에도 강점이 있다. 그가 우익수로 자리한다면 중견수 이정후, 좌익수 이용규의 강력한 외야진을 만들 수 있다.
푸이그는 크게 떨어진 키움의 장타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올 시즌 키움은 장타 생산력에서 큰 문제를 보였다. 오랜 세월 간판타자로 활약했던 박병호는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면서 타격 능력에서 큰 내림세를 보였다. 20홈런 이상을 때려낼 파워는 여전하지만, 리그를 지배하던 홈런왕의 모습은 아니다. 박병호의 노쇠화와 함께 키움에는 장타자가 부족하다. 타격의 팀이었던 키움이었지만, 이제는 과거의 기억이 됐다.
푸이그가 4번 타자로 장타력을 발휘한다면 이정후, 김혜성 등 빠르고 재간 있는 타자들이 장점이 더 발휘될 수 있다. FA 자격을 얻었지만, 키움 잔류가 유력한 박병호도 부담을 덜고 타격이 되살아날 여지가 생긴다. 타선의 폭발력이 되살아난다면 키움의 2022시즌 전망은 한층 더 밝아질 수 있다. 마침 키움은 내년 시즌 마무리 투수 조상우가 군에 입대하면서 마운드에 누수가 생긴다. 타선이 올 시즌보다 나아진 공격력을 보여야 한다. 즉, 내년 시즌에도 포스트시즌 진출 그 이상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키움으로서는 푸이그 영입이 큰 승부수라 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상상 속의 일이었던 푸이그의 KBO 리그행이다. 키움의 끈질긴 노력이 이뤄낸 성과다. 일단 화제성 면에서는 성공적인 영입이다. 여기에 푸이그가 명성에 걸맞은 기량을 발휘한다면 팀 성적까지 잡을 수 있다. 이런 키움의 긍정 가득한 기대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 푸이그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될지 시한폭탄과 같은 푸이그가 어떤 식으로 폭발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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