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프로야구 각 부분별 최고 선수를 선정하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투수를 포함해 총 10개 포지션에서 수상자가 결정됐다. 팀 별 수상자의 고른 분포가 특징인 가운데 롯데와 KIA는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하면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롯데는 올 시즌 최다 안타 1위 전준우와 3할 타율의 2루수 안치홍에 기대를 했지만, 투표자들의 팬심을 얻지 못했다. KIA는 2루수 부분에서 김선빈에 기대를 했지만, 역시 선택받지 못했다.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또 다른 특징은 20대 젊은 선수들이 대거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투수 부분은 올 시즌 최동원의 시즌 탈삼진 기록을 깨며 강한 인상을 남긴 두산의 에이스 미란다가 차지했고 포수 부분은 올 시즌 후 세 번째 FA 자격을 얻은 삼성의 베테랑 포수 강민호, 지명타자 부분은 NC의 중심 선수인 양의지가 차지하며 관록의 힘을 보여주긴 했다.
리그 최고 포수인 양의지는 올 시즌 부상 등의 이유로 지명타자 출전이 많았던 탓에 이례적으로 지명타자 부분 수상자로 결정됐다. 양의지와 함께 리그 포수 부분에서 돋보이는 커리어를 쌓았던 강민호는 양의지가 지명타자 부분 수상자가 되면서 포수 부분 수상자가 됐다. 물론, 강민호는 공수에서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돋보이는 활약을 한 건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관록의 힘이 내야와 외야 부분에서 그 힘을 크게 발휘하지 못했다. 내야 부분은 올 시즌 홈런왕 최정이 3루수 부분에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긴 했지만, 나머지 포지션은 젊은 선수들로 채워졌다. 1루수 부분은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중 한 명으로 성장한 강백호가 수상했고 2루수 부분은 한화의 신성 정은원이 유격수 부분은 20대 주장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받았던 키움의 김혜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1루수 강백호의 수상은 예상된 일이었고 득표수도 압도적이었다. 두산의 트레이드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추가된 양석환과 삼성의 정규리그 2위 달성에 큰 역할을 했던 오재일 경쟁했지만, 강백호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강백호는 올 시즌 한층 정교해진 타격으로 전반기 내내 4할 타율을 유지했다. 강백호는 타율뿐만 아니라 타격 거의 전 부분에서 상위권에 올랐고 타고난 타격 재능에 관록이 더해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큰 기대를 모았던 도쿄 올림픽에서 다수 부진한 타격에 태도 문제가 지적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1루수로는 많은 19개의 실책도 옥에 티 중 하나였다. 강백호는 후반기 이런 부분에서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도 전반기보다 발전했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한층 차분해지고 진지했다. 이런 모습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강백호는 팀 타선을 이끄는 활약을 했고 수비에서도 호수비를 연발하며 수비 요정의 면모도 보였다.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중심 타자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강백호의 수상은 당연한 일이었다.
2루수 부분은 이번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다. 올 시즌 기량이 급성장한 한화 2루수 정은원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에서 정은원보다 앞선 기량을 선보인 롯데 안치홍과 KIA 김선빈의 추격이 만만치 않았다.
정은원은 팀 성적이 최하위라는 보이지 않는 핸디캡도 있었다. 하지만 정은원은 가장 많은 득표를 하며 프로 데뷔 후 첫 2루수 부분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다. 정은원은 올 시즌 타격에서 놀라온 발전을 보였다. 특히,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한 출루 능력이 돋보였다. 정은원은 4할이 넘는 출루율에 105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현대 야구에서 중요시되는 출루율에서도 정은원은 리그 상위권의 성적을 남겼다. 수비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고 시즌 후반기 체력적인 문제로 페이스가 떨어진 점도 있었지만, 빼어난 출루 능력은 투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은원의 수상으로 한화는 골든글러브 무관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유격수 부분은 키움 김혜성의 독무대였다. 김혜성은 LG의 주전 유격수 오지환과 재계약이 불발됐지만, 롯데에서 2시즌 동안 리그 최고의 수비 능력을 선보인 롯데 마차도와의 경쟁에서 여유 있게 앞섰다. 김혜성은 내야수로서 많은 35개의 실책으로 수비에 약점을 보였고 큰 감점 요인이었지만, 도쿄 올림픽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고 시즌 중 KBO 리그 역대 최연소 주장으로 선정되며 여러 가지 요인으로 흔들리던 팀을 이끌었던 점이 주목을 받았다. 또한, 도루가 저평가 되는 흐름에도 46개의 도루로 이 부분은 1위를 차지한 것도 표심을 얻는데 결정적 요인이 됐다.
김혜성을 포함해 정은원, 강백호는 모두 20대 선수이면서 팀의 중심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수상은 리그 내야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일이었다.
외야 부분은 그 수상자들이 모두 20대 선수들도 채워졌다. 외야 부분에서 가장 많은 득표로 수상자가 된 키움 이정후의 수상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이정후는 후반기 무서운 타격감으로 강백호를 제치고 타율 부분 1위를 차지하며 수상을 위한 발판을 스스로 만들었다.
이정후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우려되는 상황을 이겨내고 후반기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했고 키움이 주력 투수들의 잇따른 전력 이탈에서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오랜 세월 키움의 간판타자였던 박병호의 에이징 커브가 확연해진 가운데 이정후는 새로운 팀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이정후는 키움에서는 물론이고 도쿄 올림픽에서도 대표팀 타선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일본과의 대결에서 일본 리그 정상급 투수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보이며 현지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데뷔 시즌부터 뛰어난 타격 능력과 수비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정후는 해를 거듭할수록 빠른 발전 속도를 보였고 공. 수 모든 면에서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여기에 선수로서의 매너와 인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고 스타성까지 겸비하면서 소속팀 키움은 물론이고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도 손색이 없다. 과거 그는 리그를 주름잡았던 슈퍼스타 이종범의 아들로 존재감을 보였지만, 이제는 이정후라는 이름으로 우뚝 섰다. 그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이변을 허락하지 않는 당연한 일이었다.
외야 부분 2위 홍창기의 수상은 의미가 있다. 홍창기는 데뷔 때부터 돋보인 선수는 아니다. 홍창기는 수년간 1군과 2군을 오가며 기량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거쳤고 경찰청 야구단에서 일찍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홍창기는 마침내 2020 시즌 홍창기는 두꺼운 LG 외야진의 경쟁을 뚫고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홍창기는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출루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2020 시즌 홍창기는 0.279의 타율에도 0.411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그의 출루 능력을 수치로 증명했다.
2021 시즌 홍창기는 한층 더 발전했다. 다소 부족했던 타격 능력이 업그레이드됐다. 타격 능력의 향상은 그의 장점인 출루율을 더 끌어올렸다. 올 시즌 홍창기는 0.328의 타율과 함께 무려 0.456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리그 최고로 많은 109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주자로서는 23개의 도루로 LG 기동력 야구의 한 축을 담당했고 0.340의 득점권 타율로 해결사 능력도 선보였다. 올 시즌 내내 팀 타선의 부진으로 고심하던 LG에 홍창기는 144경기 전 경기를 소화한 내구성과 꾸준함을 갖춘 몇 안 되는 타자였다. 그가 수상자로 선정되는 건 이변이라 할 수 없었다
외야의 마지막 한자리는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그 경쟁의 승자는 삼성의 외야수 구자욱이었다. 구자욱은 롯데 외야수 전준우를 10표차로 제치고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준우 외에 NC의 간판타자 나성범, 두산의 외야수 박건우 등도 경쟁 군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구자욱에 밀렸다. 애초 외야 부분은 전준우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이 많았다. 전준우는 후반기 뛰어난 타격감으로 최다 안타 부분 1위에 올랐고 0.416의 득점권 타율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팀 주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에 맞선 구자욱은 리그 득점 1위라를 타이틀이 있었다. 구자욱은 득점 부분은 물론이고 3할이 넘는 타율에 22개의 홈런 88타점 등 타격 전 부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도루 부분에서도 27개의 도루로 기동력도 발휘했다. 구자욱은 올 시즌 주로 2번 타자로 나서며 테이블 세터로서 필요할 땐 해결 능력을 발휘하는 강한 2번 타자의 전형을 보이며 삼성의 정규리그 2위 도약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다재다능함에 팀 성적이 더해지면서 구자욱은 극적으로 외야 부분 수상자가 됐다.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성적이 근소한 경쟁에서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구자욱의 수상과 함께 리그 외야수 3자리는 모두 20대 선수들로 채워졌다. 오랜 세월 리그 외야 부분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던 김현수, 손아섭, 나성범, 김재환 등이 그 자리를 내놓게 됐다. 이로써 포수를 제외한 내야와 외야의 각 포지션에서 세대교체의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젊은 선수들의 다수 등장한 골든글러브는 외국인 타자들의 약세와 더불어 의미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골든글러브에서 여전히 외국인 투수들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리그 투수 수준 향상이라는 큰 과제를 안겨주었다. 재능 있고 능력 있는 젊은 투수들의 기량발전이 시급하다. 여기에 해마다 MVP와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등장하는 의미 없는 투표 역시 문제가 됐다. 득표를 한 게 해당 선수에게도 민망한 일이 될 수 있는 상황이 곳곳에서 노출됐다. 재미 삼아 행사된 그 표들이 제대로 행사됐다면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된 부분의 결과를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이는 골든글러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이제는 자칭 전문가들이라 하는 투표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투표 실명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상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저질 투표는 이제 사라져야 할 폐습이다. 보다 전문성 있는 투표자들을 추가로 선정해 공정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후보자 선정에 있어 무조건 적인 팀별 배분 원칙을 지키기 보다 성적인 객관적 기준에 따라 후보자를 압축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야구팬들의 수준은 한층 높아졌고 차려준 밥상만을 무조건 받아먹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야구 관계자들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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