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최재훈의 FA 1호 계약 이후 잠잠했던 FA 시장이 서서히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언론의 보도와 커뮤니티를 통해 각종 설들과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방향은 애초 예상과는 달리 흘러가고 있다. 깜짝 이적도 있었고 신개념 계약도 있었다. 한번 계약의 물꼬가 터진 이상 새로운 계약이 연이어 나올 분위기다.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는 NC의 간판타자 나성범의 이적 가능성이 눈에 띈다. 나성범은 NC의 창단 멤버로 팀 역사와 함께 한 프랜차이즈 선수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에 힘과 정확성, 뛰어난 외야 수비 능력도 겸비한 선수다.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보였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야구팬들이 잘 아는 슈퍼 에이전트 보라스와 계약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중 큰 부상으로 1시즌을 재활로 보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나성범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조건이나 여건이 맞지 않았다. 대신 나성범은 부상 회복 후 기량을 되찾았다. 홈런과 타점 생산력은 오히려 더 늘었다. 나성범은 30홈런 100타점 이상이 가능한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했다. 나성범은 양의지, 알테어 등과 함께 NC 공포의 중심 타선을 이뤘고 NC의 중심 타선은 리그 최고의 타격 생산력을 자랑했다.
NC가 2020 시즌 통합 우승을 하는 등 강팀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나성범의 지분은 상당했다. 그가 FA 자격을 얻은 나성범을 NC가 꼭 잔류시켜야 하는 이유는 그의 상징성고 함께 실력 등 너무 많았다. 나성범 역시 그가 스타 선수로 성장하는 터전이 된 NC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에 나성범은 FA 시장에서 타 구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선수로 보였다. NC가 FA 시장에서 상당한 자금력을 과시했다는 점도 나성범의 이적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였다. 나성범의 계약은 NC와 얼마나 몇 년 기간으로 할지가 관심사였다. 최소 100억원 이상은 무난했고 장기 계약 가능성도 컸다.
나성범의 계약이 이상 기류가 드리워졌다. 최근 KIA가 나성범과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 KIA는 긴 검토 끝에 최근 신임 단장과 감독을 선임하고 팀 변화를 초석을 놓았다. 그동은 팀을 감싸고 있던 학연, 지연에 근거한 파벌을 타파하고 팀 전반의 무기력증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 기업 역시 프로야구단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KIA는 팀 변화와 함께 하위권으로 쳐진 팀 성적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동시에 하고 있다. 전력 강화를 위한 외부 선수 영입은 필수적이었다.
마침 KIA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끝내고 복귀한 양현종과 FA 계약을 진행중이었다. 양현종은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고 10승 이상을 무조건 보장된 이닝 이터다. KIA는 마운드 보강을 위해 양현종의 잔류가 절실하고 양현종 역시 KIA에 대해 큰 애정을 보였다. 23억원의 연봉으로 인해 그를 영입하는 구단의 보상금액이 46억원에 이른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양현종과 KIA 계약을 당연하게 보는 이유였다.
KIA는 양현종과의 계약협상과 동시에 또 다른 빅네임 선수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고 강하게 다가갔다. KIA는 나성범에 대형 계약을 제안했고 NC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NC 역시 상당한 계약을 제시했지만, KIA에 밀리는 모습이다. 언론을 통해 나성범의 계약 규모가 드러났고 KIA행이 거의 굳어지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6년 이상의 장기계약에 130억원 또는 150억원의 금액이 나오고 있다.
KIA는 나성범을 통해 약체 타선의 이미지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계약이 성사된다면 나성범은 최형우에 이어 새로운 팀 간판 타자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마침 광주가 고향인 나성범은 고향으로의 금의환향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KIA가 나성범과 양현종의 계약을 현실화 한다면 투. 타의 기둥을 다시 세우고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의 성적을 꿈꿀 수 있다.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계약이 있었다. NC는 두산의 외야수 박건우와 6년간 100억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손시헌, 이종욱, 양의지 등 두산 출신 FA 선수를 다수 영입했고 핵심 전력으로 활용했던 NC는 또다시 두산 출신 FA 선수를 영입했다. NC의 박건우 영입은 나성범의 이적에 대비하는 측면이 강하다. 박건우는 파워면에서 나성범에 뒤지지만, 정교함과 좌. 우중간을 뚫어낼 수 있는 타격 능력에 주루 센스, 뛰어난 수비 능력까지 다재다능함이 있는 선수다. 리그에서 귀한 우타가 외야수에 1990년생으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나성범을 제외하면 FA 시장에 나와있는 외야수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애초 박건우는 한화와 강하게 연결될 것으로 예상됐다. 외야 보강이 절실한 한화에 박건우는 매력적인 선수였다. 한화는 내년 시즌 리빌딩의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었고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한 선수가 필요했다. 특히, 외야진에 그럴만한 선수가 없었다. 한화는 내부 FA 최재훈과 5년간 54억원의 장기계약을 하면서 투자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기존 외국인 투수 2명과 재계약하고 수준급 외국인 타자 터크먼을 계약 상한액인 100만 달러에 영입하며 스토브리그에서 빠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가 1순위로 여겼던 영입 후보였던 박건우는 NC와 계약했다. 여전히 김현수, 손아섭, 김재환 등 외야수 자원이 시장에 남아있지만, 대부분 3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다. 한화는 이미 베테랑 선수들을 상당 수 방출하며 리빌딩과 젊은 팀으로의 변화를 중요한 팀 정책으로 하고 있는 한화와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선수들은 아니다. 박건우의 NC행은 한화에는 아쉬운 일이다.
박건우의 NC행과 함께 또 다른 FA 선수의 팀 이동이 있었다. 올 시즌 삼성의 주장으로 큰 존재감을 보였던 박해민이 4년간 60억원에 LG와 계약했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박해민의 LG행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박해민은 내년 시즌 홈구장 외야를 크게 넓히고 기동력 야구를 강화하려는 같은 영남지역의 롯데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선수였다. 삼성 역시 올 시즌 팀 주장으로 강한 리더십을 보였고 공. 수에게 존재감이 컸던 박해민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프로는 역시 돈이라는 진리가 이번에도 적용됐다. LG는 김현수라는 대형 선수의 잔류에 주력하는 한편에 박해민과 접촉했다. 두번째 FA 자격을 얻는 김현수는 LG 잔류가 유력했지만, 쉽게 LG와 합의하지 못했다. 김현수는 기량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올 시즌 활약도가 이전 시즌만 못했고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가 부담이었다. LG로서는 김현수에게 첫 번째 FA 계약 때와 같은 대형 계약을 제시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김현수는 눈높이는 낮출 리 없었다.
LG는 김현수의 이적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구장 상황에 맞는 외야 보강을 했다. 박해민은 리그 최고의 수비능력에 매 시즌 30 도루 이상이 가능한 선수다. 타격에는 슬럼프가 있지만, 수비와 주루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 속설에 부합하는 선수가 박해민이다. 박해민은 타격에서 돋보이는 타자는 아니지만, 최근 2년간 콘택트 능력이 향상됐고 약점이던 출루율도 크게 끌어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출루만 하면 상대 내야진을 긴장하게 했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도 대표팀의 테이블 세터로 맹활약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넓은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에 박해민은 부합하는 선수다. LG는 박해민의 영입으로 4할 이상의 출루율을 자랑하는 홍창기에 박해민까지 리그 최강의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하게 됐다. 박해민이 중견수 홍창기가 우익수로 나서는 외야 수비도 리그 최상급이다. 이로 인해 외야수였던 중심 타자 채은성을 1루수로 이동해 그의 수비 부담을 덜고 타격능력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팀 타선을 강화할 외국인 타자의 영입에 있어서도 선택이 폭이 넓어졌다. 올 시즌 부진했던 외야 진에도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박해민을 잃은 삼성은 당장 중견수 보강이 시급해졌다. 삼성은 박해민의 기량과 팀내 영향력을 분명 고려했겠지만, 4년간 50억원에 영입한 중심 타자 오재일 이상의 제안을 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오버페이라 할 수 있는 LG의 파격적인 제안을 넘어서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 빠르고 정교한 타격을 하는 유망주들이 다수 있지만, 박해민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울지는 미지수다.
포수 강민호와의 FA 계약도 원할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력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에 나설 가능성이 큰 삼성이다. 실제 삼성은 주전급 포수인 김태군은 NC에서 영입했다. 대신 삼성은 마무리 투수 출신 불펜 심창민을 떠나보냈다. 강민호의 잔류가 최선이지만, 차선책도 마련한 삼성이다. 여기에 외야진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 가능성도 크다. 삼성은 주전급 유격수 이학주를 이미 트레이드 대상으로 내놓았다. 마차도가 떠난 유격수 보강이 필요한 롯데와의 딜 가능성이 크지만, 협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박해민의 FA 이적은 상황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
이렇게 FA 시장에서의 연쇄 이동은 시장의 움직임을 빠르게 하고 있다. 기존 선수를 떠나보낸 팀은 보상선수외에 전력 보강을 서둘러야 하고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들에 대한 접촉을 강화할 수 있다. 시장가의 기준이 세워진 만큼 협상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선수 이동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는 김현수, 손아섭, 김재환 등 수준급 외야수들이 남아있고 최고 가성비 FA 선수로 평가받는 유틸리티 프레이어 정훈, 항상 귀한 대접을 받는 포수 자원인 강민호, 장성우도 있다. 유일한 내야수인 황재균과 투수 백정현도 협상을 기다리고 있다. 막대한 보상금이 부담이지만, 거포 박병호도 아직 내년 시즌을 함께 할 구단을 정하지 못했다.
여기에 비 FA 선수에 대한 장기게약이 허용되는 변수가 등장했다. SSG는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투수 박정훈과 문승원을 5년 계약을 체결하며 팀에 묶어 뒀다. 부상 재활 중인 이들에 대한 장기계약은 큰 부담이었지만, SSG는 이들의 회복 가능성을 확신했다. 이를 통해 내년 시즌 FA 시장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할 여력도 마련했다. FA 시장의 큰 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조용한 모습을 보였던 SSG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격을 한 모습이다.
이제 각 구단들의 머리싸움과 눈치싸움의 결과물이 게속해서 나올 시점이다. 그에 파생되는 트레이도 가능성도 관심거리다. 매 시즌 FA 시장에서 구단들은 거품을 걷어내고 합리적인 계약을 다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던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번에도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재정 압박이 커진 구단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가 관심거리였지만, 역시나였다. 필요한 선수, 경쟁이 붙은 선수의 금액 수준은 상상을 넘어섰다. 100억원 계약도 이제 쉽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계약은 무엇일지 조용했던 FA 시장에 시끌벅적한 진짜 장이 선 느낌이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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