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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022년 2월 4일부터 20일까지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열린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2018년 우리나라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 이어 3연속으로 동북아시아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림픽은 그동안 대륙별 순환 개최가 나름의 원칙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올림픽 개최에 따른 막대한 비용 등의 문제가 커지고 재정적인 부담이 커지면서 올림픽을 개최할 능력이 되는 나라가 크게 제한되는 실정이다. 이에 IOC는 두나라의 동반 개최 등 올림픽 개최국 선정에 있어 유연함을 두고 있다. 하지만 빚 잔치가 되고 마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냉정함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해당 국가의 국민들도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당연히 개최 신청국도 줄어들었다.  이에 대륙별 순환 개최의 원칙이 지켜지기 어려운 현실에서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동북아시아 3개국이 연달아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한. 중. 일의 높아진 위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동계올림픽의 개최하는 베이징은 2008년 하계올림픽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근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한 도시에서 하계와 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기록도 가지게 됐다. 
 
근대 동계올림픽은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1회 대회가 그 시작으로 하고 있다.  하계올림픽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대회가 그 시작이었지만, 하계올림픽보다 선수 저변이나 동계스포츠를 하는 나라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탓에 독자적인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1회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 동계스포츠의 종목들은 하계올림픽의 부수 종목으로 올림픽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에 그 위상이 하계 스포츠 종목에 비해 떨어졌던 동계 스포츠 종목들은 동계올림픽이 열리면서 가치를 인정받고 발전할 수 있었다. 현재 동계올림픽은 확고히 자리를 잡았고 하계올림픽과 2년의 시차를 두고 열리고 있다.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동계올림픽은 유럽, 북미 등 선진국들의 전유물이었다. 종목별 메달의 대부분도 이들 국가들의 차지였다. 동계올림픽 종목들은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동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나라는 한정적이다. 특히, 유럽과 북미 국가들은 기후적인 한계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고 선수 저변이나 시설 등에서 우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상당수  동계스포츠는 장비나 경기장 시설 등 인프라 면에서 하계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과 자본이 필요하다.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여전히 저개발 국가들에게 동계 스포츠는 먼 나라 이야기다. 반대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나라들이 동계스포츠에 보다 많은 투자가 가능했고 저변을 훨씬 넓힐 수 있었다. 이는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동계올림픽은 유럽과 북미 선진국들이 그 흐름을 주도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국가들은 소외되는 모습이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동계올림픽 도전사가 오랜 세월 좌절의 시간들로 채워지는 이유였다. 우리 동계스포츠는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국제경기에 나설 수 있는 시설이나 인프라, 선수 저변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우리 선수들은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웠다. 올림픽 첫 출전부터 메달을 획득한 하계올림픽과 달리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철저히 변방국이었다. 말 그대로 출전에 의미를 두는 수준이었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동계올림픽에서 출전한 첫 대회는 1948년 1월 30일부터 2월 5일까지 개최된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이었다. 당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으로 올림픽 참가가 어려울 수 있었지만, 1947년 6월 20일 대한민국 정부보다 먼저 설립되어 IOC에 가입한 대한올림픽위원회가 있어 참가가 가능했다.
 
당시 우리 대표팀은 단장과 감독 각 1명, 3명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구성된 미니 선수단이었다. 장거리를 이동해 대회가 참석한 우리 선수단은 높은 세계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라의 국기와 이름을 내세우고 참가한 첫 대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후 우리나라는 6.25 한국전쟁의 여파로 참가하지 못한 1952년 노르웨이 오슬로 대회를 제외하고 동계올림픽에 꾸준히 참가했다. 하지만, 부족한 선수층과 저변, 각종 인프라,  동계스포츠에 대한 열악한 지원 등 악조건 속에 메달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동계올림픽 분위기가 변한건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부터였다. 이 대회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였던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에 포함되면서 동계올림픽 사상 첫 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쇼트트랙에서 많은 메달을 획득했고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종합 10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이후 우리나라는 동계올림픽에서 대회마다 메달을 수확하며 세계 동계 스포츠에서도 그 위상을 높였다. 초기 쇼트트랙에 집중된 메달도 점차 스피드 스케이팅과 피겨 스케이팅, 컬링, 눈 위에서 하는 설상 종목,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같은 썰매 종목 등으로 확대됐다.
 
이런 동계올림픽의 역사에 남을 사건과 기록도 있었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당시 우리 쇼트트랙의 간판선수였던 김동성은 남자 쇼트트랙 1,500미터에서 여유 있게 1위로 들어왔음에도 홈경기장의 미국 선수인 안톤 오노의 충돌을 가장한 할리우드 액션과 심판들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억울할 실격 처분을 받았다. 이는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왔다. 그해 열렸던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은 미국과의 예선전에서 0 : 1로 밀리던 경기에서 후반전 안정환이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한 이후, 일명 안톤 오노 골 세리머니를 펼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안톤 오노는 이후에도 국민적인 공적으로 자리했다. 
 
물론, 아픈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는 남.녀 쇼트트랙에서 안현수, 진선유 선수가 각각 3관왕에 오르는 성과가 있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지금도 우리 마음속에 피겨 여왕으로 남아있는 김연아가 여자 피겨 스케이팅 종목에서 당시로는 세계 신기록 점수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연아는 각종 국제 대회 입상과 우승과 함께 올림픽 금메달로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는 동계 스포츠에서도 소외됐던 종목인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켰고 인기 종목으로 부상하게 됐다. 김연아는 이후 최고 스포츠 스타로 자리했다. 김연아는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 끝에 아쉬운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우리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회 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남기고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었다. 은퇴 후에도 김연아 선수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국민적 사랑을 받는 스타로 남아있다.

동계 올림픽에서의 계속된 성과는 동계올림픽 개최라는 결과로 이어졌고 스포츠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층 더 높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동계올림픽 개최의 문을 두드린 우리나라는 세 번의 도전 끝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었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나라에 이름을 올리게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더해 우리나라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나라가 됐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적인 문제와 대회 준비과정에서 일어난 미숙한 행정과 국정 농단 사태와 연결된 비리 문제, 남북의 긴장관계가 심화되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차질 없이 대회를 개최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려와 달리 성공적인 진행을 하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 대회에서는 남. 북한 선수단의 개회식 공동 입장이 이루어졌고 북한 선수단의 참가도 이루어졌다. 여자 아이스하키에서는 남. 북 단일팀이 구성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공정 문제가 큰 이슈가 되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전까지 크게 경색된 남북 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되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 회담으로 연결되며 평화 올림픽으로서도 의미가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성적 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 우리나라는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의 성과를 냈습니다. 성적은 역대 최고가 아니었지만,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집중된 메달이 여러 종목으로 분산됐다. 올림픽 개최를 기점으로 계속된 동계스포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의 성과였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컬링 종목이 새롭게 그 매력을 국민들에게 알렸고 여자 컬링대표팀은 그 종목에서 우리 동계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의 성과를 냈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썰매 종목에서도 남자 스켈레톤의 금메달, 남자 4인승 봅슬레이에서 은메달의 성과가 있었다. 설상 종목인 스노보드에도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메달인 은메달의 성과가 있었다. 이 밖에 2009년 개봉되어 8백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소재가 된 스키점프 대표팀이 홈경기장에서 멋진 점프를 하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 밖에 여러 동계스포츠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였고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동계올림픽의 역사와 함께 발전한 우리나라 동계스포츠는 최근 계속된 성과와 함께 김연아와 이상화, 모태범, 윤성빈 등 다수의 스타 선수들을 배출하며 당당히 스포츠의 한 축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동계스포츠의 영광의 순간들 속에 숨어있던 각종 어두운 일면들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전통적인 메달 종목인 쇼트트랙은 고질적인 학연, 지연에 근거한 파벌 문제가 여전하고 그에 파생된 파행적 협회 운영, 승부조작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파벌 간 알력 다툼으로 국가대표 선발 등에서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동계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동계올림픽 영웅 안현수의 러시아 귀하는 쇼트트랙의 여러 문제를 함축하는 일이었다. 얼마 전에는 남성 코치 여성 선수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지도자들의 일탈과 협회 등의 갑질 문제도 동계스포츠 관련 뉴스를 채웠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큰 성원을 얻었던 여자컬링대표팀 선수들이 그 피해 중 하나였다. 이 외에도 각 종목에서 선수들 간 왕따 문제나, 폭행 등 우리 스포츠의 각종 병폐들이 동계 스포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런 각종 난맥상들은 평창동계올림픽 등을 통해 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 그 저변을 확대할 수 있었던 동계 스포츠에는 큰 위기라 할 수 있다.  동계스포츠는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할 수 없다. 여전히 동계스포츠는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속적인 관심과 긍정적인 여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태들은 동계스포츠의 소중한 기회를 날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대다수 동계 스포츠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몇몇 종목들을 제외하면 올림픽 메달 종목이라고 해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지원이 줄고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예전의 어려움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해외 전지훈련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런 상황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대외적 변수가 추가됐습니다. 다시 전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에 더해 미.중 관계 악화가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 사절단 대표단 파견을 거부하는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했다. 상당 수 미국의 동맹국들도 미국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이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미.중 세계 양강의 세 대결장으로 만들 수 있다. 세계 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순수성이 훼손될 위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이 틈에서 원치 않은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분명 안타까운 일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동계올림픽 도전의 역사는 진행형이고 계속 이어져야 하는 건 분명하다.

동계스포츠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잠깐의 인기가 저변 확대로 연결된다 할 수 없다. 종목의 편중화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제는 동계올림픽 메달의 특정 종목 편중 현상을 줄이고 소외되는 종목 없이 모두가 관심을 받고 응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 국민들은 부끄러운 메달보다는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는 등 성숙한 스포츠 문화를 보여줬다. 작은 이익에 집착해 갈등과 반목을 하는 동계스포츠계의 모습은 언제든 대중의 강한 외면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어렵게 쌓아온 동계올림픽 도전사를 그들만의 잔치로 만들수도 있다. 동계스포츠 관계자들은 부끄럽지 않은 도전자가 돼야함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진 : 올림픽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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