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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적으로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9부작 드라마로 우리나라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다소 유쾌함이 묻어있는 제목과 달리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고 빈부격차 등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나날이 커지는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는 이들은 사회에서 실패를 맛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빈곤을 탈출하지 못하거나 하는 말 그대로 실패자들이고 을중의 을 위치가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거액의 우승 상금을 위해 게임에 뛰어들었지만, 탈락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극한의 현실에 직면한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남은 죽어야 내가 사는 극한의 긴장 속에서 참가자들은 불안한 매일매일을 보내야 한다. 수백억원의 상금은 그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이다. 이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지만, 그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물리적인 강압도 있었지만, 게임 밖 세상이 이보다 나을 리 없는 현실이 그들을 게임과 함께 하게 했다. 

이런 무거운 주제와 내용의 드라마지만, 참가자들의 생사를 엇갈리게 하는 게임은 과거 우리 일상에서 했던 것들이다. 딱지치기,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술래잡기,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오징어
놀이 등으로 참가자들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상의 놀이들이 잔인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설정은 참신하면서 허무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오징어 게임은 방영된 직후, 독특한 내용과 구성, 우리 현실에 대한 냉철한 반영 등이 공감을 얻으며 전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에 드라마 출연한 출연자들의 인기가 치솟는가 하면 드라마에서 소개된 각종 소품과 의상, 각종 놀이까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인종과 국적을 초월하는 일종의 신드롬이 되고 있다. 이에 오징어 게임을 테마로 한 각종 방송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테마음악은 여러 매체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인도 카바디 프로리그 경기 장면



이런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스포츠 종목 하나가 연상됐다. 인도와 남부 아시아, 이란 등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 카바디가 그 종목이다. 카바디는 인도에서 기원한 스포츠다. 인도의 고대 서사시에 등장하는 한 왕자가 적진에서 7명의 적에게 포위되어 전사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종목은 인도에서 경기 규칙을 정하고 성행했고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부터는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명실상부한 정식 스포츠라 할 수 있다. 

카바디의 경기 규칙은 오징어 게임 속 오징어 놀이와 유사점이 있고 술래잡기와 피구에 몸과 몸이 격렬히 부딪히는 격투기적인 성격도 있다. 카바디는 국제경기 규칙을 기준으로 팀당 12명의 엔트리에 7명이 경기장에 나선다. 전후반 각각 20분의 경기를 하고 경기 시간 내에 한 점이라도 앞서는 팀이 승리한다. 

경기는 각각 공격자가 상대 수비 진영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공격자는 공격을 하면서 카바디를 계속 외쳐야 한다. 이를 칸트라고 하는데 카바디를 제대로 외치지 않으면 공격 진영이 실점한다. 상대 수비 진영으로 들어간 공격자가 공격 제한 시간 내에 수비 측 선수를 터치하고 돌아오면 득점하게 되는데 터치한 수비수 만큼 득점을 한다. 상대 공격수에 터치당한 수비수는 경기장에서 퇴장당한다. 대신 수비 진영에서 상대 공격수가 돌아가는 걸 막아낸다면 수비 측에서 득점을 한다. 

이런 일련의 공수 과정에서 공격수는 빠르고 민첩한 동작이 필수적이고 수비수들은 각자 스크럼을 짜거나 협력하여 상대 공격을 저지한다. 몸싸움이 허용되기 때문에 경기 중 엄청난 몸싸움이 수시로 일어난다. 마치 럭비 경기에서 수비수가 공격수를 태클하는 장면을 계속 볼 수 있다. 카바디 선수들은 스피드와 함께 몸싸움을 이겨낼 수 있는 강철같은 몸과 근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는 오징어 놀이에서도 비슷하다. 오징어 놀이는 오징어 모양의 경기장을 맨땅에 그리고 공격과 수비를 나눠 진행한다. 공격수는 수비 편의 방어를 뚫고 만세통이라는 불리는 공격 시작점으로 돌아와야 승리할 수 있는 공격수들은 경기장의 내외에서 모두 한쪽 발로만 설 수 있다.

만약, 경기장 중간 부분에 그려진 오징어의 머리 부분과 몸통 부분이 구분되는 잘룩한 부분을 연상하는 다리를 가로질러 건넌다면 두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일명 암행어사라 불리는 혜택이다. 오징어 놀이는 공격과 수비 과정에서 수시로 몸싸움이 일어나고 상대를 넘어뜨리면 탈락시킬 수 있어 다소 과격한 대결이 수시로 발생한다. 승패를 결정짓는 마지막 접전에서는 럭비와 같은 모습도 연출한다.

이 오징어 놀이는 지금의 장년층들에게는 동네에서 자주 즐겼던 놀이였다. 놀이터나 공터, 길에서 선을 그어 경기장을 만들 수 있고 다수의 참가들이 한 번에 즐길 수 있었다. 또한,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었다. 빠른 시간 내 승패가 나기 때문에 지루함도 없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놀이터가 우레탄 등이 깔리면서 모레나 흙 놀이터가 사라지고 동네 길도 아스팔트 등으로 포장되면서 오징어 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다소 거친 놀이 방식 탓에 부상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도 놀이를 즐기기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렇게 점점 잊히면서 추억의 놀이 중 하나였던 오징어 놀이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존재감을 높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드라마에서 소개된 각종 놀이와 함께 오징어 놀이가 흥미롭게 전 세계인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오징어 놀이는 재조명 받고 있지만, 그와 유사점이 있는 스포츠 경기인 카바디는 여전히 우리에게는 생소한 비 인기 종목이다. 여타 비 인기 종목들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는 주목받기도 했지만, 카바디는 그렇지 못했다. 카바디는 극히 낮은 인지도의 스포츠지만 그동안 아시안 게임에서 꾸준히 메달을 획득했다. 가장 최근의 2018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부에서 카바디의 종주국 인도를 누리고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여자 선수들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카바디는 미지의 스포츠일 뿐이다. 

최근 카바디는 인도 카바디 리그에서 최고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장군 선수의 스포츠 예능 출연으로 조금씩 재조명되고 있다. 이장군 선수는 인도 리그에서 연봉 300만 원으로 시작해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 선수로 자리했다. 인도에서 이장군은 K 팝의 대표주자인 BTS를 연상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는 비인기 스포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우리 카바디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그가 예능에 출연한 건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카바디를 좀 더 알리고자 하는 마음도 함께 있었다. 

 

인도 카바디 프로리그 경기장면



그는 방송에서 압도적인 피지컬과 운동능력으로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다른 스포츠를 했더라고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재능을 그는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장군은 방송에서 카바디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단적으로 아시안게임 출전 시 단복이 없어 사비로 이를 마련해야 하는 등 부족한 지원과 언론의 무관심 등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카바디 협회가 있지만, 선수들의 처우 개선이나 홍보 등에서 큰 역할을 못하고 있고  협회 비리로 없는 살림이 더 열악해지기도 했다. 현재 카바디 협회의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가보면 각종 자료 등이 턱없이 부족하고 업데이트도 수년전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카바디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안고 있다. 하지만 카바디 선수들은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국제 경기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이 포기하지 않았기에 우리 카바디는 아시안게임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종목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 이는 분명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른 성과에 대한 평가는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알려져야 한다. 카바디는 그들을 알릴 기회마저 막힌 불공정한 환경 속에 놓여 있었다. 마치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이들과 같은 위치였다. 얼마 안 되는 글이라도 그들의 성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대중들이 그들에게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

실제 아시안게임에서 카바디만큼 단체 경기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종목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인도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카바디는 경제적으로 수억 명의 인도 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큰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문화가 스포츠만큼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소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색 스포츠로만 남기에는 내재적 가치가 큰 카바디다. 여전히 열악하긴 하지만, 앞으로 카바디가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오징어 게임 참가들과 같은 위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인도 프로 카바디 리그 홈페이지 https://www.prokabaddi.com/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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