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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 나서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같은 조 최대의 난적인 이란과의 원정 경기 고비를 무난히 넘겼다. 대표팀은 10월 12일 이란 원정 경기에서 1 : 1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을 이란과 나눠가졌다. 승점 8점이 된 대표팀은 승점 10점의 이란에 본선 직행이 가능한 조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조 3위인 레바논이 승점 5점에 머물면서 앞으로 일정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 

여러 가지로 우려되는 점이 많았던 이런 원정이었다. 이란은 일본과 함께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축구 강국이고 상대 전적에서 열세에 있었다. 이란은 FIFA 랭킹도 우리보다 크게 앞서 있다. 우월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파워 있는 유럽식 축구는 대표팀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특히, 경기가 열린 이란의 테헤란은 원정팀의 무덤이라 할 정도로 악명 높은 곳이었다. 우리 대표팀도 역대 대결에서 테헤란 원정 승리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여기에 홈경기를 치르고 긴 거리를 비행해 원정 경기를 해야 하는 점은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이란 원정에서 겪었던 홈 텃세와 최대 10만 명의 관중이 들어올 수 있는 경기장에서의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부담되는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대표팀이 이전 3번의 홈경기에서 만족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대표팀은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와의 대결에서 2승 1무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지만, 내심 홈 3연전 전승으로 승점 9점을 기대했던 전략이 다수 어긋났다. 항상 어려움이 컸던 중동 원정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경기 내용에서도 대표팀은 수비 위주 팀에 대한 공격 전술이 여의치 않았고 골 결정력 부재를 드러냈다.

 

FIFA 홈페이지

 


긴 거리를 이동해 대표팀에 합류해야 하는 손흥민, 황의조 등 대표팀 주력 선수들의 부상 징후와 체력 문제도 대표팀에 부정적 이슈였다. 대표팀은 홈에서 예상외의 고전을 거듭했다. 개운치 않은 경기의 연속이었다. 벤투 감독의 경기 운영과 선수 기용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어났다. 3차전 시리아와의 홈경기에서도 손흥민의 결승골로 승리하지 못했다면 비난이 수위는 한층 높아질 수 있었다. 대표팀은 2 : 1로 고전 끝에 시리아전을 승리하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경기후 1주일의 가격을 두고 열린 이란전 고비가 남아 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여러 불리한 조건과 환경을 극복해야 했다. 대표팀은 전세기를 이용해 선수들일 이동하는 등 나름 세심한 배려를 하며 컨디션 유지에 만전을 기했다. 이런 정성이 통했는지 대표팀은 이란 원정 경기가 무관중으로 결정되면서 일방적인 응원 지옥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란의 홈 이점이 상당 부분 상쇄되는 효과가 있었다. 관중이 없는 적막한 경기장의 풍경은 이미 홈 3경기를 모두 무관중으로 치른 대표팀보다 이란에게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는 초반 대표팀이 경기 주도권을 잡으며 예상외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란은 홈팀의 이점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공세와 압박으로 경기에 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비라인은 뒤로 내리고 조심스러운 경기를 했다. 이미 승점 9점을 확보한 이란으로서는 무리한 공격 지향의 경기보다는 안정적인 경기를 우선했다. 이에 대표팀은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세적인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대표팀은 황의조를 원톱으로 좌측 윙 포드에 손흥민, 우측 윙 포드에 황희찬을 공격형 미드필더에 이재성으로 공격 라인을 구성했다. 직전 시리아전에서 보였던 손흥민 공격형 미드필더 전술 대신 손흥민은 본래 자리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이 변화 외에 대표팀은 기존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섰다. 포백 위 2명의 미드필더는 정우영, 황인범이 그대로 선발 출전했고 김민재, 김영권 센터백에 홍철, 이용의 좌. 우 풀백이 4백 라인을 형성했다. 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선발 라인업이었다.

대표팀은 이란의 상대적으로 취약한 좌. 우 수비 라인을 공략하기 위해 프리미어리그 듀오 손흥민, 황희찬을 측면 공격수로 활용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자기 자리에 머물지 않고 서로 위치를 바꾸거나 중앙으로 침투해 공격하며 이란 수비진을 흔들었다. 월드컵에서 이미 경쟁력을 입증한 이란의 수비지만, 이런 대표팀의 공격 라인에 고전하는 모습이었고 틈이 생겼다. 대표팀은 앞서 경기 흐름을 유지했고 수차례 득점 기회도 잡았다. 우려했던 체력 문제도 보이지 않았고 활발한 움직임으로 이란에 맞섰다. 이란으로서는 다소 예상치 못한 흐름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란은 전반기 끝날 무렵 보다 공격적을 경기를 하기 시작했고 위협적인 돌파와 슈팅을 보였다. 후반전에서는 이란이 다른 경기 운영을 할 것으로 예상하기에 충분한 흐름이었다. 그렇게 전반전은 0 : 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전 대표팀은 전반전 선발 라인업을 유지하며 우세한 흐름을 이어갔다. 그 흐름 속에서 대표팀은 후반전이 시작되고 얼마 후 득점에 성공했다.

 



미드필더 지역에서 이재성이 이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손흥민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했고 그 공을 받은 손흥민은 빠른 돌파로 2명의 이란 수비수를 제치고 골키퍼와 1 : 1 상황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침착한 마무리로 이란의 골 망을 갈랐다. 대한민국이 1 : 0으로 리드를 잡은 순간이었다. 그동안 이란과의 경기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선취골이었다. 손흥민과 이재성의 멋진 호흡과 손흥민의 개인기가 조화를 이룬 골이었다. 

주장 손흥민의 선취 골은 팀 사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란도 만만치 않았다. 선취골을 내준 이란은 동점 골을 위해 수비라인을 끌어올리고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전반전 조심스럽게 경기를 하던 이란이 아니었다. 이란은 그들의 자랑하는 투톱 아즈문과 타레미를 앞세워 대표팀의 골문을 위협했다. 대표팀은 수차례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그때마다 대표팀은 전반전부터 든든히 수비라인을 지키고 있었던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수비 라인일 버티며 실점을 막았다. 강력한 이란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행운도 있었다. 승운이 따른다는 느낌이 드는 경기 흐름이었다. 

하지만 그 흐름을 지키기 위한 힘이 부족했다. 후반 20분이 넘어서는 시점부터 대표팀 선수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긴 이동거리에 따른 원정 경기에서 오는 피로감과 높은 고지대에 위치한 이란 홈경기장의 환경도 영향을 주는 듯 보였다. 이란이 미드필드 진영에서부터 대표팀을 강하게 압박하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고 파상 공세를 이어갔다. 대표팀은 어렵게 어렵게 실점을 막았지만, 후반전 30분이 넘어가는 시점에 아쉬운 실점을 하고 말았다. 

미드필더 진영에서 공을 빼앗은 이란은 빠른 전진 패스로 골키퍼와 맞서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골키퍼 김승규는 공이 나가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공은 골라인을 벗어나지 않았고 크로스로 연결됐다. 마침 뒤에서 뛰어들던 이란 선수의 머리에 맞은 공은 우리 골문의 구석으로 향했다. 1 : 1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체력 저하로 미드필더 싸움에서 밀린 게 중요한 실점 이유였고 순간적인 골키퍼의 판단 실수, 상대 공격수를 놓친 수비진의 실수가 복합된 결과였다.

대등한 전력의 팀 간 대결에서 흐름을 주고받는 건 있는 일이고 동점골이 필요한 상대팀의 공세가 강화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했다. 다만, 그 고비를 넘긴다면 승리에 바싹 다가설 수 있었지만, 대표팀은 고비를 넘지 못했다. 상대가 수비라인을 끌어올리고 적극 공세로 나서는 상황은 역습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떨어진 기동력이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게 했다. 순간 떨어진 집중력이 결국, 동점골 허용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이란은 경기 주도권을 놓지 않고 흐름을 주도했다. 이란의 날카로운 슈팅과 공격이 이어졌다. 동점을 넘어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이란의 슈팅이 우리 골포스트를 맞는 아찔한 순간도 나왔다.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흐름은 선수 교체 이후 달라졌다. 대표팀은 기동력이 떨어진 좌측 풀백 홍철을 김진수로 교체했고 스트라이커 황의조와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을 빼고 이동경, 나상호를 기용했다. 대표팀은 이전 시리아전 후반전과 같이 손흥민을 원톱으로 내세우는 전략으로 맞섰다. 이런 변화는 효과적이었다. 대표팀은 다시 경기 균형을 맞추며 공격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위협적인 슈팅으로 이란의 흐름을 끊었다. 후반전 막바지에는 대표팀이 오히려 경기 흐름을 주도하기도 했다. 후반전이 종료된 시점에는 골과 다름없는 장면도 나왔다. 손흥민에 상대 수비가 쏠린 사이 나상호에게 결정적 득점 기회가 찾아왔고 나상호는 골문 구석으로 침착하게 슛을 했지만, 이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그것으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1 : 1 무승부, 선제골을 지키지 못했다는 건 아쉬운 일이었지만, 전망이 밝지 않았던 이란 원정에서 승점 1점을 얻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였다. 골 결정력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좋았고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4백 라인도 강팀 이란의 공세를 비교적 잘 막아냈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이 2경기 연속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존재감을 보였다는 점도 앞으로 예선전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다.

손흥민은 그동안 상대의 집중 견제와 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대표팀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팀 전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손흥민의 골 가뭄은 대표팀의 큰 고민이었다. 하지만 시리아전과 이란전 손흥민의 연속골로 손흥민을 활용한 공격의 답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의 빠른 배후 침투를 뒷받침할 패스도 있었고 그의 공격력을 극대화할 스트라이커 기용도 성공적이었다. 

 


여기에 유럽 무대에서도 이름을 알리지 시작한 수비수 김민재가 대표팀 수비의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안정된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는 점고 긍정적이었다. 수비 라인의 리더 김영권이 몇 차례 불안감을 노출했지만, 김민재는 이를 메워줌과 동시에 빠른 움직임으로 수비 공백을 메우기도 했다. 벤투 감독이 지향하는 수비라인에 부터의 빌드업을 실현시켜줄 패스 능력도 김민재는 보여줬다.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과 공격 성향이 강한 미드필더 황인범의 조합도 이제 대표팀에 자리를 잡았고 홍철, 이용의 풀백도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선수 기용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대표팀이다. 대표팀은 예선 4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가 없었다. 전력이 안정화됐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선수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문제도 상존하다. 이는 주전의 부상과 부진에 대응하기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주전 라인업의 다수를 유럽파 선수들이 예선전 경기마다 체력적인 부담이 크고 그에 비례해 부상 위험이 커지다는 점은 대표팀에 큰 리스크다.

실제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은 부상으로 한 경기를 결장하기도 했다. 스트라이커 황의조도 누적된 피로 탓인지 경기력이 떨어졌다. 소속팀에서 펄펄 날던 황희찬도 대표팀에서 움직임이 차이가 있다. 주전 선수들의 관리 차원에서 다양한 선수 기용도 고려할만하지만, 벤투 감독은 변화에 인색하다. 결과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월드컵 최종예선의 특성을 고려한다 해도 주전 선수들의 쌓여가는 체력 부담은 계속될 예선 일정에서 불안 요소로 자리할 있다. 결과적으로 이전 평가전 등을 통해 새로운 얼굴 발굴에 인색했던 벤투 감독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떠나 대표팀은 이란 원정에서 승점을 얻으면서 앞으로 일정이 보다 수월해졌다. 중동 원정에 대한 노하우고 생겼고 선수들의 자신감도 높아질 수 있다. 여러운 고비를 넘기면서 선수들의 결속력이나 조직력을 높이는 계기도 마련됐다. 쉽지 않았지만, 이란 원정의 무승부는 여러 가지로 대표팀에 긍정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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