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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첫 경기에서 아쉬운 경기 끝에 이라크와 0 : 0 무승부를 기록했던 축구 대표팀인 두 번째 상대 레바논을 상대로 1 : 0 승리를 거두며 소중한 승점 3점을 획득했다. 대표팀은 후반 교체 출전한 권창훈의 결승골로 최종 예선 첫 승에 성공했다. 자칫 2연속 홈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할 위기의 대표팀을 구한 득점이었다. 

지난주 부실한 공격력으로 우려와 비난을 함께 받았던 대표팀은 승리가 절실한 경기였다. 두 번의 홈경기라는 이점에도 승점 3점을 추가하기 못한다면 앞으로 중동 원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대표팀에 큰 악재가 생겼다.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 손흥민이 부상으로 경기 출전이 불가능했다 이미 대표팀 합류전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햄스트링 쪽 이상의 문제가 있었던 손흥민이었다.

이후 손흥민은 긴 거리를 비행해 대표팀에 합류하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하루 정도를 쉬고 이라크와의 최종 예선 첫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원래 공간을 파고드는 순간적인 움직임과 긴 거리를 달리는 스프린터 경기를 자주 하는 손흥민으로서는 부담이 큰 일정이었다. 결국, 탈이 났다. 종아리 쪽 문제로 손흥민은 교체 선수 명단에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공격의 핵심 선수가 사라진 대표팀으로서는 플랜 B가 필요했다. 그동안 높은 점유율과 체계적인 빌드업을 중시하는 자신만의 축구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결과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던 벤투 감독으로서는 원치 않게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받는 경기였다. 

벤투 감독은 과감한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무승부가 사실상 패배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역량이 뛰어난 선수들로 공격진과 미드필더 라인을 구성했다. 이라크전에 나서지 않았던 장신 공격수 조규성이 선발 원톱으로 나섰고 황희찬과 이동경이 그와 함께 쓰리톱을 구성했다. 이재성, 나상호, 황인범으로 구성된 3명의 미드필더진 역시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었다. 기존의 수비진 앞에 미드필더 2명을 세우는 4-2-3-1 포메이션에 큰 변화를 줬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골을 넣으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손흥민이 빠진 상황에서 약해진 공격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이기도 해다. 여기에 이라크전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스트라이커 황의조를 교체 카드로 남겨 후반을 대비했다. 

 

카타르월드컵 홈페이지

 


실제 대표팀은 경기 시작과 함께 매우 공격적으로 레바논을 몰아붙였다. 공격 시 공격수를 크게 늘렸다. 사실상의 4-2-4 전형과 가까웠다. 이들 외에 좌우 풀백인 홍철과 이용도 적극적으로 상대 측면을 노리며 공격에 가담했다. 중앙 수비수 김민재 역시 상대 진영 깊숙이 공격에 가담하기도 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공격 지향의 플레이였다. 

이에 맞선 레바논은 예상대로 수비 라인을 끌어내리며 역습을 노렸다. 1차전 이라크와 비슷한 전형이었다. 그러면서 경기 템포를 최대한 느리게 가져가면서 대표팀의 공격 흐름을 순간순간 끊었다. 큰 부상이 아님에도 오랜 시간 경기장에 눕는 등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대표팀은 이라크전보다 빠른 공격 전개와 압박을 통해 주도권을 잡았다. 1차전 이라크를 편안하게 해줬다. 잔잔한 페스 플레이가 아닌 보다 역동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뒤로 내려앉은 상대 수비진을 흔들기 위해 좌우 방향 전환을 빠르게 하거나 개인 돌파로 기회를 노리기도 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슛을 시도하며 골을 노렸다. 레바논은 전반 내내 실점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맞섰지만, 대표팀은 수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다. 결정적인 슛도 있었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 사이 시간은 흘렀고 전반전은 0 : 0 득점이 없었다. 지난주 이라크전과 같은 양상이었다. 이라크는 전반전을 무사히 넘긴 이후 후반전 더 강하게 수비를 강화하며 실점을 막았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대표팀은 전반전보다 경기력이 떨어졌고 끝내 공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대표팀은 후반전 아껴두었던 스트라이커 황의조를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레바논은 더 노골적인 시간 끌기 전략으로 대표팀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대표팀은 교체 카드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전반전 활동량이 많았던 선수들을 골 결정적 있는 테크니션으로 교체했다. 이동경은 송민규로 나상호를 권창훈과 교체했다. 송민규의 권창훈 역시 좌우 풀백과 함께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결국, 이 교체 카드는 성공적이었다.

후반 59분 레바논의 측면을 파고들던 황희찬의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권창훈 논스톱 슈팅과 연결했고 그 공을 상대 골키퍼를 맞고 골 망을 갈랐다. 그토록 기다렸던 대표팀의 최종 예선 첫 골이었다. 마침 빗줄기가 굵어지는 시점이었다. 가뭄의 단비라는 말이 딱 맞는 골이었다. 더 시간이 흘렀다면 지칠 수 있는 상황에 소중한 득점이 나왔다. 

이후 경기 흐름은 달라졌다. 무승부 전략을 고수했던 레바논은 공격 숫자를 늘리며 적극 공세로 돌아섰고 대표팀이 이를 맞받아치는 경기가 됐다. 이전까지 약간의 충돌에도 넘어져 푹신한 잔디를 즐기던 그들의 침대축구도 사라졌다. 레바논 선수들은 빠르게 경기를 진행했다. 이는 대표팀에게 보다 많은 득점 기회로 이어졌다. 좌우 공격수는 황희찬과 송민규로부터 수차례 득점 기회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결정력이 아쉬웠다. 1 : 0 리드를 불안감이 있었지만, 추가골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적극 공격에 나선 레바논에 실점 위기를 맞이하기도 하면서 긴장된 분위기의 경기가 후반 이어졌다. 후반전이 끝날 무렵 레바논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골키퍼의 선방과 수비진의 방어로 실점을 막았다. 결국, 경기는 1 : 0 대표팀의 승리였다. 

대표팀에게는 의미 있는 승리였다. 팀 에이스 손흥민의 부상 공백을 이겨냈고 상대 밀집 수비를 뚫어낼 해법을 어느 정도 찾았다. 다양한 선수 조합으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발견했다. 과정보다 결과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최종 예선에서 승리를 했다는 건 긍정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수 아래 전력의 팀에게 1 : 0 승리는 성에 차지 않는 결과이기도 하다. 많은 기회에서 골결정력 부재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또한, 몇 번 안되는 상대 공격에 실점 위기를 맞이한 수비진도 점검이 필요해 보였다. 벤투 감독 역시 승리가 절실한 시점에 일정 변화를 주며 위기를 벗어나긴 했지만, 전술의 틀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유연한 경기 운영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만약, 승리를 하지 못했다면 벤투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을 한층 더 커질 수 있었다.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여전히 벤투 감독이 신뢰를 회복했다 하기 어렵다. 

 

축구이미지 - 픽사베이

 


선수 관리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있다. 대표팀 공격의 주축인 손흥민, 황의조의 컨디션이 유지를 하지 못했다.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를 이라크전 풀타임 출전을 고집하면서 컨디션을 더 떨어지게 만들었다.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가 여전했다. 손흥민의 부상은 앞으로 두고두고 대표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황의조 역시 올림픽 경기를 소화하면서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아무리 선수의 클래스가 높아도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면 팀 전체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 선수에게 회복 시간을 주고 다음 경기에서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등의 전략전 선택이 필요하다. 이라크, 레바논 전에서는 그런 선수 관리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레바논에서 과감히 손흥민을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고 황의조를 후반에 투입하는 등 변화를 보였다는 건 다행이지만, 마지못해 한 결정이라는 인상이 짙다.

이렇게 문제가 있었지만 1승 1무의 홈 2경기 결과로 대표팀은 최악은 피했다. 그 사이 조 최강자 이란은 2연승으로 조 1위로 치고 올라가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오히려 이란의 독주는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란이 여타 중동팀에 강세를 유지한다면 경쟁팀들의 상승세를 억제할 수 있다. 그 사이 대표팀이 승점을 쌓는다면 예선 통과를 확정할 수 있는 조 2위 차지가 수월해질 수도 있다. 물론, 대표팀이 이겨야 할 경기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있다.

대표팀은 10월 레바논 이상의 침대 축구를 하는 까다로운 상대 시리아와의 홈경기에 이어 이란 원정을 앞두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시리아전 승리로 승점을 쌓고 이란 원정은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가져와야 하지만, 그에 앞서 공격 전술을 보다 날카롭게 다듬고 한 차원 높은 공격력의 팀 이란의 공세를 막아낼 수비 조직력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상대 밀집 수비를 깨기 위해 테크니션 이강인 등의 대표님 발탁도 고려할만하다. 이를 위해서는 벤트 감독이 자신의 고집과 신념을 조금 접고 보다 열린 자세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홈 2연전의 거듭된 고전이 벤투 감독의 변화를 불러올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힘겨운 최종 예선 2경기였다. 이런 어려움이 최종 예선 통과를 위한 보약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더 험난해질 여정의 시작이 될지 분명해진 건 최종 예선에서 상대하는 어느 나라도 만만하지 않다는 점이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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