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 예선에서 2020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하나 둘 결정되고 있다. 중반을 넘어선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도 서서히 본선 진출국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과 이란이 양강 체제를 구축한 A조는 두 나라가 모두 무패 전적을 이어가며 이변의 가능성을 사라지게 하고 있고 B조는 사우디가 한 발 앞서가며 1위를 호주와 일본이 본선 직행이 걸린 조 2위 대결을 펼치는 구도다.
A조 한국은 5차전과 6차전 연승으로 사실상 본선 직행을 굳히는 모습이다. 조 1위는 이란이지만, 한국은 2위로 이란을 추격하고 있고 3위 나라와는 승점이 10점 차로 앞섰다. 앞으로 4경기에서 2승 정도면 더 한다면 자력으로 본선행을 확정할 수 있다. 3위권 팀들의 승점에 따라 더 빠르게 본선행을 확정할 수도 있다. 특히, 그 2연승 중 원정 경기였던 이라크전 승리는 원정 경기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며 안방 호랑이라는 조롱까지 당했던 대표팀의 오래된 징크스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는 주전 스트라이커 황의조와 주전 수비수 김영권이 부상으로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그들을 대신한 선수들의 활약하면서 그 공백을 느낄 수 없었다. 대표팀에서 항상 지적되던 특정 선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에 대한 문제도 일정 극복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일정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대표팀이다.
대표팀은 경기 내용도 더 발전하고 있다. 홈에서 열린 1, 2차전 졸전으로 대표팀은 큰 비난에 받았다. 홈에서 2연승을 기대했던 대표팀은 1승 1무의 성적을 거뒀다. 1차전 이라크전은 정예 멤버를 모두 기용하고도 0 : 0 무승부였고 이어진 레바논전도 1 : 0의 신승이었다. 한 수 아래 전력의 팀과 그것도 홈에서 하는 경기에서 대표팀은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를 하고도 득점력 빈곤의 문제를 드러내며 답답한 경기를 했다.
수비 위주의 팀에 대한 대응법이 여전히 부족했고 선수들의 유기적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공격 패턴은 단순했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고 주전 선수들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는 선수 기용도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에 대한 혹사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 손흥민은 레바논과의 2차전에서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스트라이커 황의조 역시 부상으로 고전했다. 선수 기용 폭을 넓히고 선수들의 체력 안배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후반 빌드업 과정을 거치는 그의 전술에 대한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만약 3차전과 4차전에서도 경기력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벤투 감독 체제가 흔들릴 수 있었다.
3차전 시리아와의 홈경기가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그 경기에서 대표팀은 적극 공세로 나섰지만, 이전 경기와 마찬가지로 골 결정력에 문제를 보이며 답답한 경기를 했다. 1 : 0으로 앞서가는 경기를 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함이 있었다. 상대의 적극 공세에 수비마저 흔들렸다. 결국, 후반전 막바지 대표팀은 동점 골을 허용했다. 이대로 무승부 경기에 된다면 조 1위 이란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치열한 2위 경쟁구도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위기에서 대표팀은 손흥민의 결승골로 극적인 승리를 했다. 경기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했던 경기에서 대표팀은 승점 3점을 얻었다. 무엇보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이 오랜 골 침묵을 깨고 필드골을 기록하며 승리했다는 점이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그 분위기는 이란 원정 경기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원정팀의 지옥이라 불리는 이란 원정 경기는 여러 가지로 부담이 되는 경기였다. 조 1위 이란의 전력이 막강했고 역대 전적에서도 대표팀은 이란에 크게 밀리고 있었다. 최근 대표팀 경기 결과도 좋지 않았다. 사실상 대표팀에는 천적과도 같은 존재가 이란이었다. 여기에 원정 경기의 어려움도 더해졌다. 먼 거리를 이동해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 등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유럽파 선수들의 체력 문제도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대표팀은 이란 원정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전반에는 오히려 이란을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벤투 감독의 점유율 축구가 확실히 구현됐고 이에 더해 빠른 공격 전환과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 다양한 공격 전술이 더해졌다. 기존 느리고 답답한 공격과는 차원이 달랐다. 달라진 대표팀의 경기력에 이란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 흐름에서 대표팀은 손흥민의 골로 앞서나갔다. 그렇게 잡은 1 : 0 리드는 후반 계속 이어졌다. 드디어 그 어렵다는 이란 원정의 승리가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순간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에도 기동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으며 이란의 공세에 밀리는 모습도 있었다. 대표팀은 그 공세를 막아냈고 값진 무승부를 이뤄냈다. 그렇게 얻은 승점 1점은 이란에 대한 오랜 악연을 끊어낸 결과물이었다. 마침 3위권 팀들이 혼전을 벌이면서 안정적인 2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대표팀의 그다음 행보가 한 결 부담이 덜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5차전과 6차전에서 대표팀은 최고의 결과를 만들었다. 홈에서 열린 UAE와의 경기에서 1 : 0, 원정 경기였던 이라크전에서 대표팀은 3 : 0으로 승리했다. 승점 6점을 추가한 대표팀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바싹 다가섰다.
경기 내용도 호평을 받았다. 전술의 다양성이 눈에 보였고 빌드업 축구도 자리를 잡았다. 손흥민에 절대 의존하던 공격 패턴에서 벗어나 여러 선수들이 함께 공격 작업에 나서고 좌우 윙백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며 공격의 다양성이 더 커졌다. 상대팀들은 손흥민만 막아서는 한국의 공세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강팀 이란과의 원정 경기 선전이 대표팀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져다주었고 그들의 플레이어 확신을 준 듯 보였다. A 매치 경기를 거듭하면서 부족했던 조직력도 견고해졌다. 오히려 예선 초반 위기를 극복하면서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대표팀에 절실했던 새로운 얼굴들이 전력에 가세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황의조, 김영권의 자리를 젊은 스트라이커 조규성과 새로운 수비수 권경원이 잘 매웠다. 조규성은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라인을 흔들었고 그 틈을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 등 2선 공격수들이 파고들어 기회를 만들었다. UAE전과 이라크전 골을 대부분 2선 공격수들의 침투가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조규성은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황의조와 달리 동적인 스트라이커로 새로운 공격 옵션을 가능성을 스스로 입증했다. 권경원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김민재와 잘 조화를 이루며 안정감을 보였다. 이에 더해 기존의 홍철을 대신해 왼쪽 윙백으로 나선 김진수는 뛰어난 오버래핑으로 손흥민과 함께 좌측 공격 라인을 위협적으로 만들었다.
이들 외에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은 여전한 클래스를 보여줬고 황희찬은 손흥민과 좌우 공격 라인을 책임졌고 엄청난 활동량으로 팀에 활력소가 됐다. 이재성은 뛰어난 플레이 메이킹 능력으로 적재적소에 공을 배급하고 스스로 득점에도 성공하며 큰 활약을 했다. 대표팀은 확실한 미드필더 라인으로 자리한 황인범과 정우영은 포백을 보호하는 한편, 뛰어난 공격 전개 능력과 수비 능력을 선보였다. 뭔가 잘 조직된 톱니바퀴 같은 경기를 한 대표팀이었다. 이에 더해 대표팀은 승리와 함께 선수 기용의 폭을 넓히는 효과도 얻었다.
이제 대표팀은 내년 1월과 2월 레바논과 시리아로 이어지는 원정에 이어 이란과의 홈경기, 마지막으로 UAE와의 원정 경기를 남기고 있다. 항상 부담스러운 중동 원정이 많지만, 이미 대표팀은 2차례 중동 원정 경기를 무난히 이겨내며 경험을 쌓았다.
이라크 원정 경기 3 : 0 승리는 앞으로 중동 원정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레바논과 시리아의 현지 사정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들 경기는 제3국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전이 열렸던 카타르가 유력하다. 원정의 부담이 있지만, 카타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이고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있어 경기장이나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중동 원정으로 이어지는 레바논, 시리아전은 유럽파 선수들의 이동 부담을 덜어주는 이점도 있다. 이제는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더 큰 중동 원정이다. 대표님으로서는 내년 1월과 2월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남은 경기에서 보다 여유를 가지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다. 그렇게 된다면 새로운 선수 활용 등 실험도 가능하다. 이란과의 홈경기에서 그동안의 묶은 악연을 끊어낼 가능성도 커진다.
원하는 대로 본선 진출의 그림이 그려지는 대표팀이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경기력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벤투 감독의 축구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표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선수들도 경기를 하면서 굳은 표정이 아닌 경기를 보다 즐기는 모습이 확연하다. 잘 되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에 탄탄대로가 놓인 느낌이다.
글 : jihuni74
'스포츠 > 스포츠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계 스포츠] 동계올림픽 역사 속 한국의 동계 올림픽 도전사 (12) | 2021.12.18 |
---|---|
[여자 프로배구] 프로답지 못한 구단, 위기관리 능력 부재가 아쉬운 IBK 사태 (2) | 2021.12.04 |
인도 최고 인기 스포츠, 우리에겐 이색 스포츠, 오징어 게임 속 놀이와 닮은 카바디 (2) | 2021.10.24 |
[2022 카타르 월드컵] 힘겨운 무승부, 하지만 본선행 가능성 높인 이란 원정 (12) | 2021.10.13 |
[2022 카타르 월드컵] 극적인 시리아전 승리에도 지워지지 않는 걱정의 그림자 (6) | 2021.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