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프로야구] 뺄셈의 FA 시장 롯데, 프로세스? 무대책?

100억 계약이 쉽게 등장할 정도로 뜨거웠던 FA 시장이 서서히 그 끝을 향하고 있다. 이제 시장에 남은 FA 선수는 KT 내야수 황재균과 키움의 거포 박병호, 롯데 유틸리티 플레이어 정훈, KT의 베테랑 백업 포수 허도환이다. 이들 중 황재균을 제외하며 보상 선수가 없는 C 등급 선수들이다. 대형 선수들이 모두 자신의 자리를  찾은 만큼 이들 역시 올해가 가기 전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FA 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가 곳곳에서 있었다. FA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NC의 중심 타자 나성범의 KIA 행이 현실화되면서 이에 따른 나비 효과의 결과였다. FA 시장에서 풍부한 자금력을 자랑했던 NC는 애초 나성범에 주력하는 모습이었지만, 그가 KIA의 파격 제안에 이적을 결심하면서 외부 FA 선수들에 빠르게 눈을 돌렸다. NC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FA 시장을 뒤흔들었다. KIA가 먼저 대형 계약의 물꼬를 텄다면 NC는 빠르게 대형 오퍼를 넣으면서 시장가를 상승하게 했다.

NC는 FA 시장에서 나성범을 KIA에 내주고 외국인 타자 알테어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따라 외야 두 자리에 공백이 발생했지만, 이를 외부 FA 시장에서 메웠다. 우선 두산의 외야수 박건우를 6년 100억원에 영입했고 보상 선스로 주전 1루수 강진성이 두산에 선택을 받자 곧바로 공격력 보강을 위해 롯데 손아섭을 4년간 64억원에 영입했다. 모두 각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그 팀에서 상징성이 큰 선수였지만, NC의 물량 공세는 그들의 프랜차이즈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일순간에 무너뜨렸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는 격언을 NC는 결과로 증명했다. 

결국, NC는 KIA로 떠난 나성범의 계약 조건인 6년간 150억원의 금액을 시장에 나와있는 수준급 외야수를 영입하는 데 사용했다. NC는 이를 통해 타서의 파워는 다소 떨어졌지만, 정교함과 기동력, 다양한 공격 옵션을 더하면서 유연함을 더했다. 이와 함께 베테랑 선수들을 다수 방출하면서 적체된 선수 구성을 새롭게 했다. NC는 외국인 선수 구성도 완성하면서  팀 컬러 변화와 함께 내년 시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했다.

 

이런 NC의 움직임을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팀이 있다. 지역 라이벌 롯데가 그렇다. 롯데는 이번 FA 시장에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이 과열되면서 일찌감치 외부 FA 선수 영입 경쟁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내부 FA 손아섭과 정훈 지키기에 주력했다. 롯데는 최근 수년간 지속 중인 합리적이고 계획된 프로세스의 근거한 과학적인 구단 운영 기조를 이번에도 유지했다. 

롯데는 내부 FA 선수들에게도 그 기조를 유지했다. 롯데는 애초 머니 게임을 할 마음이 없었다. 롯데는 손아섭에게 최상의 제안을 했지만, 그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손아섭은 FA 시장이 열린 이후부터 외부 구단과 연결되고 있었다. 이미 롯데와 4년간 98억원의 대형 계약을 체결 한 바 있는 손아섭은 FA 4년 차 연봉을 5억원으로 축소하며 두 번째 FA에 대비했다. 손아섭은 애초부터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영입 경쟁이 발생한다면 그를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롯데는 이미 예상했을 수도 있다.

롯데는 손아섭이 상대적으로 가치 평가가 낮다는 점에 희망을 걸었지만, 삼성에서 LG로 떠난 외야수 박해민의 4년간 60억원의 계약이 손아섭과 롯데의 협사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롯데는 4년간 34억원에 계약한 전준우와 4년간 최대 56억원에 계약한 안치홍 사이에서 협상금을 책정했을 가능성이 컸다. 손아섭은 타격 생산력에 자신보다 떨어지는 박해민의 계약 금액 이상을 머릿속에 그렸을 것으로 보인다.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손아섭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NC가 그와 연결됐다.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는 롯데 팬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지역 라이벌 NC와 두 번째 FA 계약을 했다. 

손아섭은 마지막까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자신의 위치와 롯데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고민했다고 밝혔지만, 예의상의 표현으로 보인다. 자신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 주는 팀으로의 이동은 프로에서 당연한 일이다. 롯데는 영입 경쟁에서 손아섭이 원하는 금액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뿐이었다. 이와 함께 롯데는 몇몇 언론에서 거론되면 FA 포수 강민호의 영입 가능성도 함께 사라졌다. 3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4년간 36억의 계약으로 삼성에 잔류했다. 강민호는 이 계약으로 40살 넘어서도 현역 선수 자리를 보장받았다. 강민호는 삼성에서 선수 커리어를 마감하게 됐다. 

결국, 롯데는 100억원이 넘는 초대형 계약이 이어지는 와중에 오버페이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 프랜차이즈 스타에게도 그 기조를 유지했다. 그 결과는 심각한 전력 상실로 연결됐다. 아직 내부 FA 정훈이 남아있지만, 정훈 역시 몇몇 구단과 연결되어 있다. 만약, 영입 경쟁이 발생한다면 그를 잡기 어렵다. 이는 뺄셈에 뺄셈을 더하는 스톨기 리그가 될 수밖에 없다. 

롯데는 라인업의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롯데는 우선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전히 바꿨다. 외국인 투수 2명을 새롭게 했다. 외국인 타자 역시 변화를 가져왔다. 롯데는 메이저리그에서 장타력을 인정받았던 피터스로 타자 슬롯을 채웠다. 투수는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서는 에이스 스트레일리와의 계약 불발 확정과 함께 좌완 찰리 반스와 우완 스파크먼으로 두 자리를 채웠다. 반스는 좌완에 선발투수로 꾸준한 커리어가 있고 반스는 강속구가 강점이다. 

이를 통해 롯데는 2시즌 동안 유격수로 내야의 핵심 역할을 하던 외국인  선수 마차도를 떠나보내는 결정을 했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 구성에서 모두 희망과 불안요소를 함께 하게 됐다. 마차도 영입으로 안정감을 찾아가던 내야진도 상당한 불확실성에 놓였다. 롯데는 삼성에서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된 유격수 이학주의 트레이드 영입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 트레이드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는 마차도의 유격수 자리에 김민수, 배성근 등 올 시즌 1군에서 경험을 쌓은 20대 유망주들이 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신인 드래프트 상위 순번의 내야 자원들에게도 1군 기회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신인 선수들의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게 현실이다. 롯데는 주전 3루수 한동희, 2루수 안치홍을 주전으로 김민수, 배성근의 유격수 조합으로 1군 내야진을 구성해야 한다. 한동희와 안치홍은 공격력은 수준급이지만, 수비는 불안감이 있다. 그 불안감을 일정 부분 덜어주던 마차도는 이제 없다. 

1루수는 정훈의 FA 협상이 난항이 보이고 있어 또 다른 변화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입단했던 대형 신인 나승엽의 발탁과 함께 퓨처스 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좌타자 김주현의 기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나승엽은 아직 1군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고 상무 입단을 타진했지만, 그마저도 합격하지 못하면서 내년 시즌 거취가 불투명하다. 김주현은 올 시즌 1군 콜업 기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이 또한 롯데에게는 답답한 일이다. 

포수진은 강민호의 영입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올 시즌 후반기 자리 잡은 안중열, 지시완이 1군 포수진을 구성하고 정보근과 강태율이 백업진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상당한 기량 발전을 한 이들이지만, 꾸준함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지난 2시즌 동안 롯데 포수진 기량 향상에 큰 역할을 했던 한국계 미국인 최현 코치의 메이저리그행으로 급하게 배터리 코치가 변경된 것도 큰 변수다. 새로운 배터리 코치가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코치이긴 하지만, 팀 적응이 시간이 필요하다.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외야진도 상항이 좋지 않다. 손아섭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외야에 큰 구멍이 발생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피터스가 수비에 강점이 있지만, 공격력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삼진 비율이 큰 불안요소다. 롯데는 그가 외야의 구심점이자 홈런포를 장착한 4번 타자로서 기대를 하고 있지만, 약점이 장점을 뒤덮은 경우 공갈포로 전락할 우려가 상존하다. 올 시즌 최다 안타왕을 차지한 주장 전준우는 30대 후반의 나이로 접어든다. 에이징 커브 우려가 있고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풀타임 외야 출전을 무리가 있다. 1루수 전환 가능성도 있다. 

그밖에 올 시즌 1군에서 경험치를 쌓은 김재유, 추재현, 신용수에 빠른 발이 강점인 장두성, 신인 2차 1라운드 지명자인 조세진의 활약도 기대할만하지만, 모두 풀타임 경험이 부족하다. 백업 역할에 익숙했던 이들이 손아섭의 자리를 대신하기는 무리가 있다. 결국, 여러 선수들이 외야 엔티를 들락거릴 가능성이 크다. 전력의 안정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일이다. 

그나마 롯데는 마운드가 경쟁력이 있다 할 수 있지만, 선발 5인 로테이션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고 국내 리그가 처음인 외국인 투수 2명의 기량이 미지수다. 불펜진은 강점이 있지만, 올 시즌 등판이 많았던 필승 불펜조가 그 활약을 이어갈지는 지켜봐야 하는 일이다. 

이렇게 롯데는 전력 보강 요소가 하나도 없이 오히려 기존의 전력마저 약화되는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활발하게 전개하던 트레이드 소식도 없다. 스토브리그에 임하는 롯데에 전혀 화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각종 소문들도 난무하는 상황이다. 

물론, 롯데는 지난 2년간 누적된 문제점을 개선하고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었다. 내년 시즌은 그 성과를 내기 위한 전력 보강을 할 것으로 보였지만, 조용한 모습이다. 이것이 항간의 소문대로 모기업과 관련한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것인지, 롯데 프로세스의 연장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단 롯데는 내년 시즌 후 계약이 만료되는 서튼 감독의 계약 기간을 1년 연장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 줬다. 기존 성민규 단장, 서튼 감독 체제가 최소한 2023까지는 이어질 수 있다.

 

야구 이미지 - 픽사베이

 

이는 내년 시즌에 대한 성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리빌딩에 더 중점을 두는 구단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롯데는 여전히 베테랑 선수들에 비중이 크고 젊은 선수들의 역할이 부족했다. 세대교체도 원활하지 않았다. 올 시즌 롯데는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일정 확인했고 엔트리 활용폭을 크게 확대하는 토털 야구에 대한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번 FA 시장에서 롯데는 무리한 투자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이는 젊은 팀으로의 팀 색깔 변화를 가속화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물론, 현 전력이라면 내년 롯데의 성적은 한화와 함께 최하위권에 자리할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 

롯데가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리빌딩 기조를 유지한다면 이번 FA 시장에서의 움직임은 이해될 수 있다. 대신 1년 더 큰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한편으로는 홈구장의 외야를 넓히고 마운드를 중심으로 한 팀으로의 개편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하고 2시즌 동안 경험을 쌓은 유망주들이 잠재력 발휘가 전제되어야 한다. 냉정하게 롯데의 포스트시즌 도전은 극히 낮은 확률에 대한 도전인 건 분명하다.

이는 우승 옵션을 포함하며 롯데의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이대호의 은퇴 시즌 역시 우승과 크게 멀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롯데의 진짜 승부수는 이대호가 은퇴한 이후 2023 시즌이 될 수 있다. 롯데는 기존 롯데 색을 지우고 새로운 팀으로 거듭난 시점에 선수 영입을 위한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물론, 긍정의 전망이긴 하다. 

과연 롯데가 이대로 스토브리그를 조용히 보내게 될지 또 어떤 창의적인 발상으로 판을 흔들지 이는 롯데의 프로세스가 제대로 가동할지 말지는 판단하는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