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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리그 FA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보상 선수 규정이다. 등급제가 생기기는 했지만, A 등급 선수는 보호 선수 20명 외 1명, B 등급 선수는 보호 선수 25명 외 1명의 보상 선수가 발생한다. FA 선수를 내준 구단은 규정된 보상금 외에 보상 선수를 받을 수 있다. 선수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FA 제도의 활성화를 막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FA 계약에서 큰 흥밋거리가 되기도 한다.

몇몇 구단들은 보상 선수 선택이 성공하면서 FA 선수 유출의 충격을 완화하고 전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두산은 대표적인 구단이었다. 그동안 자금력에 열세를 보이며 해마다 주력 선수 상당수를 FA 시장에서 지키지 못했던 두산이었다.

하지만 보상 선수 지명 성공사례가 많은 구단이 두산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에도 두산은 중심 타자 오재일과 최주환을 삼성과 SSG에 내줬지만, 보상 선수로 삼성의 박계범, SSG의 강승호를 영입해 성공했다. 두 선수는 노쇠화가 뚜렷했던 두산의 유격수, 2루수 센터 라인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했다. 이들은 기존의 김재호, 오재원을 밀어내고 주전 선수로 도약했다. 이제 전성기로 접어든 두 선수는 유망주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한 편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선수 이동이 있었던 이번 FA 시장에서도 보상 선수 이슈가 발생했다. NC에 주전 외야수 박건우를 떠나보낸 두산과 주전 외야수 박해민을 LG로 떠나보낸 삼성이 선택할 시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박건우와 박해민은 두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했고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선수들이었다. 두산과 삼성은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총액 100억원 계약이 쉽게 나오는 시장의 광풍을 이겨낼 수 없었다.

 

 


NC는 6년간  총액 100억원에 박건우를 영입했고 LG는 4년간 총액 60억원에 박해민을 영입했다. 이 계약은 FA 시장을 더 뜨겁게 했다. 계약의 기준이 매우 높게 형성되면서 구단들은 그의 예산을 한층 더 끌어올려야 했다. KIA 행이 확정적인 나성범은 총액 130억원 이상이 유력하고 협상에 진통이 있지만, KIA 잔류가 유력한 좌완 투수 양현종도 총액 100억원 돌파가 유력하다. 그 밖에 아직 시장에 남았는 대형 선수들인 황재균, 손아섭 등도 높은 수준의 계약이 가능해 보인다. 

이런 돈풍 속에 FA 선수를 떠나보낸 삼성과 두산이 보상 선수 지명을 통해 강력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NC와 LG는 상대 팀 선수 구성을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했지만, 삼성과 두산이 허를 찌르는 지명을 했다. 두산은 NC의 주전 1루수 강진성을 지명했고 삼성은 LG의 차세대 포수 자원인 김재성을 지명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강진성의 두산행은 그가 보호선수 명단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강진성은 NC에 입단 후 오랜 세월 유망주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2020 시즌 주전 1루수로 자리를 잡으면서 타격에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20 시즌 강진성은 3할이 넘는 타율에 12홈런 70타점을 기록했다. 강진성은 리그 최강의 화력을 자랑한 나성범, 양의지, 알테어의 중심 타선 배후의 6번 타순에서 타선의 무게감을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의 커리어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강진성은 선수로서 성공 스토리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21 시즌 강진성은 타격 각종 지표에서 큰 내리막을 보였다. 타율은 2할대 중반으로 홈런수는 7개로 타점은 38타점으로 급감했다. 전형적인 2년 차 징크스였다. 타격 부진은 수비도 흔들리게 했다. 강진성은 2021 시즌 124경기에서 13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1루수로서는 많은 실책이었다. 그가 주춤하는 사이 NC 내야진은 새로운 얼굴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는 보호선수 명단에서 그가 빠지는 원인을 제공했다. NC는 20대 후반을 넘어 30대로 접어드는 그의 기량 발전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젊은 유망주 보호를 우선했다. 여기에 두산에는 주전 1루수로 양석환이 자리하고 있었다. 강진성을 제외한다 해도 두산이 그를 지명하기 어렵다는 전략적인 선택도 있었다. 두산이 박건우가 떠난 외야진 보강을 우선할 것이라는 예상이 크기도 했다. 


두산은 그런 NC의 전략을 무색하게 강진성을 지명했다. 강진성이 1루수로 최근 2시즌을 보냈지만, 강진성은 원래 외야수였다. 두산은 외야수 강진성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올 시즌 부진했지만, 2020 시즌 능력을 보여준 선수고 분위기를 바꾸면 반등의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 강진성은 두산에 부족한 홈런 파워를 보강해 줄 수 있고 외야와 1루를 오가며 두루 활용할 수도 있다. 올 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든 주전 1루수 양석환의 2년 차 징크스를 대비하는 측면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FA 김재환을 4년간 115억원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잔류시킨 두산은 강진성을 영입하면서 박건우의 전력 이탈에 따른 타선의 화력 약화를 일정 상쇄할 수 있게 됐다. 강진성은 주전 도약이 유력한 두산의 제4 외야수 김인태와 경쟁 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고 주전 1루수 양석환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좌타자인 김인태와 우타자인 강진성의 외야 플래툰도 기대가 되고 체력 안배를 위한 로테이션 기용도 가능하다. 강진성의 기량 회복이 전제된 일이지만, 그동안 두산에서 커리어 반등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산의 긍정 시나리오 가능성이 크다.

두산이 일격을 당한 NC는 공격력 보강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해졌다. 박건우 영입 이후 FA 시장에서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던 NC였다. NC는 또 한 명의 FA 선수 영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NC는 KIA 행이 유력한 나성범과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외국인 타자 알테어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NC는 외국인  타자로 좌타자 닉 마티니를 영입해 한자리를 메웠다. 나성범의 자리는 박건우로 대신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1루수 공백이 발생했다. 다수의 유망주가 있지만, 아직 풀타임 시즌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 그들이 성장과 함께 할 선수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아직 시장에 남아있는 손아섭과 정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인 이들은 원 소속팀 롯데와의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롯데는 이들을 대신할 선수가 내부에서 없지만, FA 돈풍에 휩쓸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모습이다. 여기에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이지만, 그룹 차원의 감사가 야구단을 상대로 진행 중으로 큰 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도 맞물려 있다. 그렇다고 외부 팀들과의 연결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롯데와 선수 모두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NC가 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지역 라이벌이기도 한 롯데의 FA 선수 영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손아섭은 외야의 공격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지만, 다수의 외야 자원이 있는 팀 상황을 고려하면 중복 영입이 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외국인 타자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고 외국인 타자가 1루수 경험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아섭은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정훈은 1987년생으로 많은 아니가 부담이지만, 1루수 공백을 당장 메울 수 있다. 최근 2년간 성적도 준수했고 외야 수비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2년 정도만 기량을 유지한다면 유망주들에게 충분한 성장 시간을 벌어줄 수 있고 공격력 약화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 

이런 NC가 다시 움직이다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FA 시장이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 NC는 내년 시즌 다시 한번 우승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에 필요한 전력 보강에 필요한 자금도 있다.  이에 대응해 롯데가 움직인다면 손아섭과 정훈의 계약 규모가 더 커질 수 있고 롯데가 기존 기조를 유지한다면 트레이드 시장이 다시 활발해질 수도 있다. 

LG 역시 미래 포수 자원을 잃는 손실이 발생했다. 애초 삼성은 박해민의 보상 선수로 LG의 풍부한 유망주 자원 중 한 명을 택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꾸준히 선수 육성에 힘을 쓴 LG에는 다수의 유망주들이 있다. 올 시즌에도 그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존 주력 선수들에 유망주들을 모두 20명 보호선수 명단에 넣기는 불가능한 LG였다. 대신 LG는 삼성이 관심을 가질만한 선수들을 최대한 보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그 틈에서 포수 김재성을 발견했다. 김재성은 2015 시즌 LG의 신인 1차 지명을 받은 기대되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1군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에 그는 퓨처스 경찰청에서 일찍 병역 의무를 다하며 경기 경험을 쌓았다. 이후에도 주로 2군에 머물렀다. LG는 유강남이라는 확실한 주전 포수가 있었고 백업 포수 자리는 이성우 등 베테랑들 차지였다. 김재성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2021 시즌 김재성은 조금씩 1군에 경기에 출전하며 이름을 알렸다. 올 시즌 그는 58경기에 나섰고 베테랑 이성우가 은퇴하면서 내년 시즌에는 확실한 백업  포수 1순위였다. 김재성은 2군에서 체계적인 육성 과정을 거치면서 기본기를 다졌고 타격은 좌타자라는 장점도 있다, 경기 경험을 쌓는다면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었다. LG는 투수를 중심으로 내야와 외야 유망주 보호를 우선했다. 삼성은 FA 자격을 얻었지만, 강민호라는 포수가 있고 트레이드로 주전급 포수 김태군을 영입해 포수진에 여유가 있었다. LG는 삼성이 포수에는 관심이 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삼성은 그런 LG의 예상을 빗나가는 선택을 했다. 

삼성은 김재성을 영입하면서 포수진의 뎁스를 한층 더 강화했다. 김재성은 당장 1군에서 백업 역할을 할 수 있고 기존 유망주 포수들과 선의의 경쟁구도를 형성해 포수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강민호가 팀을 떠난다고 해도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포수자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김재성은 아직 1군에서 보여준 게 많지 않다. 그와 엇비슷한 유망주 포수들도 있다. 박해민을 대신할 카드로는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삼성은 부인하고 있지만, 강민호의 이적 가능성이 큰 게 아닌가 하는 예상도 가능하다. 

삼성의 선택으로 LG는 백업 포수진 확충이 필요해졌다. FA 시장에 포수 자원으로 강민호와 허도환이 있다. 강민호는 주전 유강남이 있어 영입하기 부담이 되고 허도환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트레이를 통한 포수진 보강도 고려할 수 있다. LG로서는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겼다. 

이렇게 두산과 삼성의 선택은 FA 선수 영입에 성공한 NC와 LG를 또다시 움직이게 하는 나비효과를 불어오게 하고 있다. NC와 LG는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한 의지가 크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을 움직이게 한다면 FA 시장은 물로이고 스토브리그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보상 선수 지명의 후폭풍이 어떤 연쇄 반응을 일으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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