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는 여러 가지로 다른 9개 구단과 그 색이 다르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모기업이 있는 다른 구단과 달리 키움은 모기업이 없다. 말 그대로 야구를 전문으로 하는 야구 기업이다.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지만, 그 지원으로 재정적 유연성이 있는 타 구단과 달리 키움은 자급자족의 체제다. 키움이라는 이름도 모기업이 아닌 메인 스폰서의 이름이다. 히어로즈 구단의 메인 스폰서가 키움인 셈이다. 메인 스폰서 계약에 따라 히어로즈 앞세 있는 이름을 달라질 수 있다. 키움 전에는 넥센이었고 메인 스폰서가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이는 보다 독자적인 구단 운영을 가능케 하지만, 반대로 재정적인 압박을 수시로 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과거 히어로즈가 창단한 이후 스폰서 문제가 난관에 부딪히자 히어로즈는 주력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하면서 구단 운영비를 상당 부분 충당했다. 과거 히어로즈의 전신은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의 강팀 이미지는 다수의 선수들이 트레이드 되면서 사라졌다. 이와 관련해 안팎의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생존을 위한 일이었지만, 프로야구 생태계를 교란하는 일이었고 팬들을 무시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프로야구 전체가 위기 상황이었고 생존의 문제였다.
고비를 넘긴 히어로즈는 이후 강팀의 길을 걸었다. 성공적인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했고 내부 선수 육성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효과적이었다. 재정적인 어려움도 야구의 인기가 되살아나면서 나아졌다. 프로야구 구단도 수익을 낼 수 있음을 히어로즈는 보여줬다. 이에 창단 초기 우려와 걱정은 찬사로 바뀌어갔다. 팬층도 서서히 늘어났고 프랜차이즈 스타들도 등장했다.
과거 현대 유니콘스의 맥을 이어가는 선수들부터 새로 영입한 선수들 내부 육성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그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지키지 못했다. 그들 대부분은 FA 자격을 얻은 후 팀을 떠났고 해외 리그로 진출했다. 해외리그 진출은 구단의 전략적인 선택이었고 그에 수반해 포스팅 비용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떠나가는 현실은 팬들에게 긍정적을 비치지 않았다.
서울 연고지인 히어로즈는 기존 두산과 LG의 그늘에서 서울 지역 팬층이 크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스타 선수들이 늘어나고 성적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구단 이미지를 제고하고 인기를 높일 수 있었지만, 마케팅의 큰 기반이 되는 선수들의 유출은 이에 반대되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KBO 리그 역사에 남을 선수들 상당수가 팀을 떠났다. 물론, 재정 자립을 이루어야 하는 히어로즈의 사정상 모든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없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FA 시장에서 셀링 구단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그동안 FA 시장에서 내부 FA 선수들의 잔류에 크게 소극적이었다. 단순히 돈의 문제 이전에 마치 다른 구단에서 자기 팀 선수들을 데려가 주었으면 하는 자세였다. 팬들의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구단 지분과 운영권 등을 둘러싼 내부 문제와 파행적인 구단 운영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구단에 대한 신뢰는 크게 떨어졌다. 해마다 반복되는 주력 선수들의 유출은 신뢰 하락을 더 부추기는 일이었다. 역시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두산도 잔류시켜야 할 선수에게 큰 베팅을 하는 상황에서 히어로즈 구단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이번 FA 시장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히어로즈는 구단의 역사와 함께 했던 가장 상징적인 선수인 박병호를 잡지 못했다. 박병호는 트레이드로 영입된 선수로 프랜차이즈 선수라 하기 어렵지만, 키움과의 관계는 매우 각별했다. 1군과 2군을 오가던 힘만 좋은 유망주였던 그는 팀의 큰 기대와 지지 속에 4번 타자로 중용됐고 거포로서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이후 박병호는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거듭났다. 이를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도 이룰 수 있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거쳤고 히어로즈는 막대한 포스팅 수익을 얻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끝낸 후 히어로즈로 다시 복귀했다. 제도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박병호 하면 히어로즈라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히어로즈는 그에게 15억원의 연봉으로 예우했다. 히어로즈로 돌아온 박병호는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며 4번 타자로 팀 타선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박병호는 히어로즈에서 얼마 안 되는 보고 배울 수 있는 베테랑이었다. 주력 선수들이 해마다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박병호만큼은 영원히 히어로즈를 지킬 것 같았다.
하지만 FA 박병호에 대한 구단의 자체는 이전과 달랐다. 히어로즈는 박병호와의 협상에 미온적이었다. FA 시장에는 대형 계약이 속출하는 등 광풍이 불어오는 상황에도 박병호와 히어로즈의 협상 소식을 들리지 않았다. 히어로즈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미 팀을 떠난 선수들처럼 외부 팀들의 오퍼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듯했다. 그 사이 KT가 박병호와 접촉했고 3년간 30억원에 그를 영입했다.
KT는 22억 5천만원에 이르는 FA 보상금도 부담했다. KT는 에이징 커브가 확연한 그의 부정적 상황보다 여전히 20개 이상의 홈런이 가능한 파워, 그의 커리어, 팀에서 가질 수 있는 여러 긍정 효과에 주목했다. 이는 히어로즈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었다. 히어로즈는 점점 노쇠화 현상을 보이는 박병호의 몸 상태 수치적으로 나오는 미래 가치에 주목했다. 히어로즈는 매우 냉정했고 막대한 FA 보상금 수익을 얻었다. 분명 남는 장사였지만, 박병호의 가치가 그만큼도 안 됐는가 하는 실망감이 팬들로부터 생겨났다. 이전 주력 선수들이 이적과 달리 박병호의 이적에 대해서는 비난 목소리가 컸다. 선수단 내부에서도 동요하는 모습이 보였다.
박병호의 이적은 히어로즈 구단의 한 세대가 끝나감을 의미하고 있다. 과거 넥센 히어로즈와 키움 히어로즈를 거치며 쌓아온 강팀의 역사가 사라졌다. 히어로즈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팀의 주력은 라이징 스타 이정후와 파격적인 20대 주장 김혜성을 포함해 젊은 선수들의 몫이다. 이제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베테랑은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용규 정도만 남았다. 세대교체 과정이라 할 수도 있지만,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다.
2022 시즌 키움 히어로즈는 하위권 팀으로 분류된다. 박병호와의 이별뿐만 아니라 그동안 계속된 주력 선수들의 이탈을 메우기에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는 마무리 조상우마저 병역 의미 이행을 위해 입대하면서 마운드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전력 곳곳에 허점이 보인다.
히어로즈는 나름의 방법으로 전력을 보강하긴 했다. 히어로즈는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는 푸이그를 외국인 타자로 영입했다. 아직 전성기를 지나지 않은 나이고 경력 면에서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다. 하지만 메이저 리그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한 결정적 문제인 사생활 관련 부정적 이슈와 인성 부분은 큰 불안요소다.
실전 경험 부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경험에서 KBO 리그에서의 성공은 경력과 무관함을 수차례 볼 수 있었다. 키움은 여전히 메이저리그 복귀 의지가 있는 그가 충분히 동기 부여 요소가 있고 충실히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든다면 기량을 되찾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화제성이 큰 선수인 만큼 마케팅적인 면도 고려했다. 만약, 기대대로 활약을 한다면 최근 수년간 급격히 힘이 떨어진 팀 타선에 큰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푸이그의 영입에도 히어로즈의 타선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중심 타선의 약화는 피할 수 없다. 박병호가 예전 기량은 아니었다 해도 그가 없는 4번 타순이 허전하다. 푸이그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지난 시즌 포수 박동원을 4번 타자로도 기용했던 히어로즈였다. 박동원이 22개의 홈런과 83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긴 했지만, 히어로즈가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그 활약이 하위 타선에서 이루어지는 게 더 유리하다.
히어로즈는 푸이그가 박병호를 대신하고 박동원을 6번 타순 아래로 기용하는 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정후와 푸이그 외에 중심 타선이 더 강해져야 가능하다. 지난 시즌 중심 타선에 섰던 김웅빈, 송성문의 존재감이 더 커져야 한다. 하지만 두 선수는 풀 타임 내내 활약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급격히 떨어진 장타 생산력을 끌어올릴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다. 푸이그 카드가 실패한다면 타선의 약화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상위 타선은 이용규, 김혜성 테이블 세터진이 경쟁력이 있다. 김혜성은 지난 시즌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고 타격에서 큰 발전을 보였다. 수비 불안감이 문제지만, 나아질 여지가 충분한 재능이 있다. 이용규는 지난 시즌 방출의 아픔을 딛고 히어로즈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박병호가 떠나면서 팀 내 최고참급 선수가 됐다. 하지만 이용규는 30대 후반의 선수다. 기량 저하 가능성이 상존하다. 이제는 이용규의 부담을 덜어줄 박주홍, 예진원, 변상권 등 유망주들의 기량 발전이 절실하다. 키움은 스프링 캠프 기간 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내야진 역시 새로운 선수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운드는 키움의 믿는 구석이다. 마무리 조상우의 입대 공백이 크지만, 지난 시즌 마무리 투수로서의 역량을 보여준 김태훈이 있다. 다수의 부상 복귀 선수들도 있다. 구상대로라면 키움의 불펜진은 다양한 유형의 선수로 경쟁력이 충분하다. 선발 마운드는 국내 선발 투수들의 역량이 리그 최고 수준이다. 지난 시즌 중반 심야 술판 파동으로 중징계를 받았다.
한현희가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고 리그에서 찾기 힘든 강속구 선발 투수 안우진도 기대할만하다. 트레이드 영입 선수인 정찬헌과 최원태도 두자릿 수 승수를 거둘 능력이 있다. 여기에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인 요키시가 재계약에 성공하며 에이스 역할을 예정이다. 또 다른 외국이 투수 타일러 에플러의 기량이 아직 미지수지만, 국내 선발 투수들만으로도 5인 로테이션을 충분히 채울 수 있고 그중 한 명을 불펜으로 활용할 여유도 있다. 히어로즈로서는 선발 마운드의 강점을 잘 살리는 리그 운영이 필요하다.
희망적인 요소들도 있지만, 2022 시즌 히어로즈는 큰 위기 속에 놓여있다. 구단과 관련한 각종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고 구단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도 여전하다. 박병호의 KT행은 그나마 남아있던 히어로즈 팬들의 마음마저 멀어지게 하고 있다. 팬들의 외면이 커진다면 구단 재정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선수들마저 동요한다면 전력 약화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히어로즈는 누구든 잘 하면 떠나가야 하는 구단의 이미지가 크다.
이런 문제들은 그나마 어렵게 유지되던 포스트시즌 단골 진출팀의 위치마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은 히어로즈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현재로서는 한화, 롯데와 함께 3약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하위권 추락이 현실이 된다면 구단의 위기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과연 히어로즈는 객관적 평가를 넘어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앞서는 게 현실이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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