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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에서는 대조적인 두 단어가 있다. 윈나우 (win-now) 는 더 많은 승리를 위해 유망주는 육성하지 않고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며 FA나 트레이드 등을 통해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영입하는 방식을 말한다. 포스트시즌 진출이나 더 나아가 우승을 기대하는 팀들의 행보를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탱킹 (tanking)은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팀이 다음 해 드래프트 때 좋은 선수를 얻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저조한 팀 성적을 유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축구와 같이 성적에 따른 승강제가 없고 신인 드래프트제가 있는 리그에서 활용하는 극단적인 팀 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10개 구단의 단일 리그 체제인 KBO 리그에서는 이런 탱킹은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모기업의 지원이 절대적인 리그 현실에서 감히 감행하기 어렵다. 이에 KBO 리그에서는 리빌딩이라는 단어가 보편적이다. 팀 구성원이나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걸 뜻한다. 보편적으로서는 내부 유망주들로 기존 선수들을 대신하고 팀을 젊게 하고 연봉 부담을 더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최근 전력이 떨어지는 하위권 구단 중 몇몇이 리빌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LG 트윈스는 대표적인 윈나우 구단이다. 한편으로는 내부 선수 육성도 성공적으로 하면서 리빌딩의 흐름도 유지하고 있다. 그 어렵다는 성적과 선수 육성에 모두 성과를 내고 있는 LG다. 하위권 구단들의 관점에서는 부러운 일이지만 수년간 LG는 그들의 기대에 맞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항상 부족함이 있는 시즌을 보냈다.

LG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마지막 정규리그 우승도 1994년으로 아주 먼 이야기다.  그해 LG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은 없다. 물론, 1982년 팀 창단 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고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우승과 인연이 없는 롯데라는 팀도 있지만, LG 역시 우승에 대한 갈증이 너무나 간절하다.

 

 



LG는 그동안 모기업에서 프로야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했다. 서울이라는 큰 시장을 연고로 하고 있다. 그에 따른 팬층도 두껍고 팬들의 성원도 뜨겁다. 1990년 초반 신바람 야구로 불리는 전성기도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LG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시즌의 연속이었다.

같은 잠실 구장을 홈으로 하는 두산이 성공적인 내부 육성과 외국인 선수 영입, 효과적인 트레이드 등으로 강팀으로 발돋움하고 2010년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팀이 됐지만, LG는 그런 두산과 비교됐다. LG는 한동안 상대 전적에서 두산에 크게 밀리는 시즌을 이어가며 서울 라이벌이라는 대결 구도를 무색하게 했다. 어느새 LG는 상위권과 멀어졌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감독들이 팀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일이 반복됐다. 구단 운영과 관련한 문제점들도 노출됐다. 선수들의 근성과 자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었다. 두산과 함께 같은 서울을 연고로 하는 히어로즈마저 포스트시즌 단골 진출팀이 되는 상황에서 LG는 서울 연고지 팀 중 가장 뒤처지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3년간 LG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과감한 FA 영입으로 전력을 강화했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현수의 영입은 팀의 강력한 구심점을 만들어주었다. 그의 타격 능력과 리더십은 LG에 큰 힘이 됐다. 여기에 오랜 세월 공을 들인 내부 선수 육성도 성과를 냈다. 마운드와 야수진에 젊은 선수들이 다수 등장했고 주전급으로 도약했다. LG는 어느 팀 부럽지 않은 선수층을 만들었다. 외국인 선수 활약도 비교적 준수했다. 팀을 단단하게 만든 LG는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상위권 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2군의 퓨처스 팀도 단단한 전력을 과시하며 미래 또한 밝혔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을 고려하면 큰 발전이지만, LG 구단과 프런트는 여전히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이제는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매 시즌 고비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0 시즌에는 시즌 마지막 경기 패배로 정규리그 2위에서 4위로 추락하는 결과가 있었고 2021 시즌에도 우승에 근접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LG는 2021 시즌 무려 14번의 무승부 경기가 있었다. 리그 일정이 연기되며 후반기 연장전을 폐지한 영향이었지만, LG는 유독 그 영향을 크게 받았다. 많은 무승부는 결과적으로 LG의 발목을 잡았다. 상황을 반전시킨 경기도 있었지만, 상당수 경기는 앞서가던 경기를 지키지 못한 결과였다.

이런 아쉬움은 막바지 선두 경쟁에서 큰 변수가 됐다. LG는 정규리그 공동 1위에 오른 KT, 삼성에 불과 1.5경기 차 3위를 기록했다. LG는 포스트시즌에서 우세 전망에도 두산에 밀려 준플레이오프에서 그들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LG의 최종 순위는 4위가 됐다. LG는 넘은 두산은 정규리그 2위 삼성마저 넘어서며 한국시리즈 진출의 성과를 냈다. 비록 KT에 일방적으로 밀리며 우승에 이르지 못했지만,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낸 두산이었다. LG는 정규리그에서 두산과 대등한 상대 전적을 기록하고 승률도 월등히 앞섰지만, 더 기억되지 못하는 팀이 됐다. 

LG는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FA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대신했다. 수년간 FA 시장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었던 LG는 이번에는 달랐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내부 FA 김현수에게 최대 6년간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안겼다. 그의 나이와 지난 시즌 내림세를 보인 성적을 고려하면 오버페이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LG는 김현수가 팀의 구심점으로 팀 내 미치는 긍정의 영향력과 기량 회복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LG는 김현수 잔류 성공에 이어 삼성의 FA 외야수 박해민을 전격 영입했다. LG는 외야진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FA 시장에서 외야수에 눈길을 돌렸다. 박해민은 쓰임새가 큰 선수인 건 분명하다. 넓은 잠실 홈구장의 외야를 책임질 수 있는 박해민의 수비 능력을 타격에 의한 득점 이상의 가치가 있다. 30개 이상의 도루가 가능한 기동력도 공격의 다양성을 더할 수 있다. 박해민은 출루 능력과 타격의 정확성도 경험이 쌓이면서 향상됐다. 리그 최고의 출루 머신이라 할 수 있는 홍창기와 함께 박해민은 최고의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할 수 있다. 여기에 김현수가 더해지면 최강의 상위 타선이다. 수비 능력도 최상급이다. 

LG는 외야수의 포지션 중복 문제를 우익수 채은성의 1루수 전환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채은성이 포지션 변경에 잘 적응한다면 공격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1루수 자리를 단단히 할 수 있다. 주전 경쟁을 했던 외야수 이형종과 이천웅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인 신예 문성주, 이재원, 안익훈 등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구도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력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LG는 백업 포수 자리를 메우기 위해 FA 포수 허도환을 영입했다. 제1 백업 포수 후보였던 김재성이 박해민 영입에 따른 보상 선수로 삼성의 지명을 받으면서 생긴 공백을 빠르게 메웠다. 이로써 LG는 올 시즌 FA 자격을 얻는 포수 유강남에 베테랑 허도환으로 안정적인 포수진을 구축하게 됐다. 

LG의 외국인 선수 구성도 알차게 이루어졌다. 에이스 켈리와는 4번째 시즌을 함께 하기로 했다. 켈리는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고 안정감 있는 선발 투수다. 그와 짝을 이룰 투수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우완 투수 플럿코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좌완 수아레스와 재계약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플럿코는 선발 투수 경험이 풍부하고 제구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부상과 피로로 로테이션은 종종 비웠던 수아레스에 없는 내구성이 기대된다. 

외국인 타자는 우타 좌타의 내야수 리로 루이스를 영입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고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다. 장타력보다는 좌. 우중간을 뚫어내는 능력이 기대된다. LG는 여전히 홈런타자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기량이 검증된 루이스를 선택했다.

매 시즌 외국인 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알았던 LG로서는 확실한 성공 카드를 선택한 셈이다. 루이스는 김민성과 서건창의 기량 저하로 고민이 생긴 3루와 2루 자리를 대신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가능하다. 채은성의 1루수 전환이 어렵다면 루이스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 이렇게 확실한 내야 자원이 확보되면서 내야 선수 구성에 유연성이 더해졌다. 다수의 내야 유망주들에게도 메이저리거 출신 내야수 영입은 긍정의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야구 이미지 - 픽사베이

 


이런 선수 구성으로 LG는 마운드와 균형을 이루지 못했던 타선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박해민의 가세는 스피드를 더할 수 있고 외국인 타자 루이스는 중심 타선의 생산력을 높일 수 있다. 김현수에 대한 견제를 다소 덜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강남, 오지환을 하위 타선에 고정하면서 상. 하위 타선의 균형을 이룰 수도 있다. 김민성과 서건창 등 베테랑들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선발 라인업 대부분을 좌타자로 채울 수 있다는 점은 상대에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좌투수에 대한 대응만 잘 이루어진다면 매우 까다로운 타선이 될 수 있다. 

지난 시즌  팀 방어율 1위였던 LG의 마운드는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이다. 캘리와 플럿코의 외국인 원투 펀치에 이민호, 임찬규의 국내 선발 투수진이 수준급이다. 좌완 선발 투수 부재가 아쉽지만, 5선발 후보군에 다수의 좌완 선발 투수들이 있다. 부상에서 재활 중인 함덕주, 차우찬 두 베테랑 좌완도 선발 투수 자원이다. 이들의 순조롭게 재활한다면 LG의 선발 마운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질 수 있다. 

불펜진은 리그 최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마무리 고우석은 관록을 더했고 좌. 우 언더핸드까지 다양한 유형의 불펜 투수들이 엔트리 진입 경쟁을 하고 있다. 누구를 1군 엔트리에 넣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차고 넘치는 좌완 불펜 투수진은 LG의 큰 장점이고 부상 재활 중인 우완 송은범은 부족한 우완 불펜진에 경험을 더해주는 카드다. 

2021 시즌 LG는 강력한 마운드에 팀의 약점이었던 타선에 확실한 보강을 했다. 초보 감독의 한계점을 노출했던 류지현 감독도 지난 시즌 소중한 경험을 했다. 코치진 구성도 새롭게 했고 차명석 단장 체제도 아직은 안정적이다. 최소한 코치진과 프런트의 갈등 소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건 가지고 있는 전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 시즌 LG는 후반기 선수들이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이 오히려 악재가 됐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영향을 줬다. 기존 LG의 약점인 승부처에서 약한 모습이 반복됐다.

하지만 지난 시즌 LG는 시즌 후반기 내림세를 지속하다 시즌 막바지 끈질긴 면모를 보였다.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그 과정에서 주전들의 부상 공백을 잘 메운 젊은 선수들은 소중한 경험을 쌓았고 올 시즌 더 발전된 경기력이 기대된다. FA 영입을 통해 전력 보강과 함께 기존 전력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LG다. 어느덧 상위권 단골  팀이 된 LG가 이제는 그 계단을 더 높여 올라갈 수 있을지 두산이라는 큰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그들의 윈나우가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사진 : LG 트윈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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