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이후 프로야구에서 가장 빛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팀은 단연 두산베어스다. 두산은 2021 시즌까지 3번의 정규리그 우승이 있었다. 진정한 우리 리그에서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받는 대결의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는 무려 7년 연속 진출했다. 그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4번의 우승을 이뤄냈다.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빛나는 성과였다. 이에 두산은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자리했다.
두산의 성과가 더 가치 있는 건 거의 해마다 반복되는 전력 유출을 극복한 결과라는 점이다. 두산은 매 시즌 FA 시즌에서 핵심 선수들은 대부분 떠나보냈다. 이제 프로야구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두산 모기업의 재정 악화와의 여파가 결정적이었다. 두산이 프로야구 원년부터 2군 시스템과 훈련장을 만드는 등 내부 육성에 대한 비중이 컸던 구단이었지만, 팀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자금 문제로 지키지 못하는 건 분명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에 두산 팬들 역시 구단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동안 FA 시장에서 두산을 떠난 선수들을 모으면 올스타 멤버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점에서 팬들의 불만은 이해할만하다.
이런 전력 유출에도 두산은 매 시즌 빈자리를 메우고 강한 전력을 유지했다. 두산은 오래된 선수 육성 시스템에서는 새로운 주전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이를 두고 두산의 야구를 화수분 야구라 하기도 했다. 여기에 효과적인 트레이드와 FA 보상 선수 영입, 팀 상황에 맞는 외국인 선수 영입 등으로 상위권 전력을 유지했다.
매 시즌 상위권 순위 경쟁을 하고 포스트시즌 치른 노하우는 선수들과 팀 전체에 이기는 야구를 몸에 터득하게 했다. 이에 두산은 매 시즌 가을만 되면 팀이 전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며 가을 DNA의 힘을 보여주곤 했다. 두산은 선수 수 육성과 운영뿐만 아니라 코치진 육성에도 큰 성과를 냈다. 다수의 두산 출신 코치들이 타 팀의 감독으로 선임된 게 중요한 예다. 상당수 구단들이 두산을 벤치 마킹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매 시즌 선수 유출이 반복되는 상황은 팀의 역사를 만드는 데 있어 부정적인 일인 건 분명하다. 팀을 대표할 수 있는 선수들이 돈의 문제로 팀을 떠나면 팀의 역사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두산이 강팀이긴 하지만 2010년 대 이후 두산의 전성기 속 선수들인 대부분 두산에 남아있지 않다.
이에 두산은 FA 시장에서 내부 FA 선수 지키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는 FA 자격을 얻은 허경민과 정수빈에게 7년과 6년의 파격적인 장기 계약을 제시하며 영원한 두산 선수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비록, 중심 타자 오재일과 최주환을 삼성과 SSG로 각각 떠나보내긴 했지만, 선방했다는 평이 많았다. 대신 두산은 이들의 보상 선수로 삼성에서 박계범, SSG에서 강승호를 영입했다.
두산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박계범과 강승호는 노쇠화가 뚜렷한 김재호와 오재원을 대신해 유격수와 2루수를 책임지며 내야 센터 라인의 세대교체를 주도했다. 박계범과 강승호는 원 소속팀에서 확실한 주전이 아니었고 강승호는 음주운전 문제로 징계를 받아 경기 공백까지 있었지만, 두산에서 기량을 회복했다. 보상 선수들의 성공과 함께 LG와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1루수 양석환이 한 마디로 대박을 치면서 두산은 전력의 공백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양석환은 두산에 부족한 우타 거포로 활약하며 취약 포지션이었던 1루수 자리를 완벽하게 채웠다. 두산은 양석환을 영입하면서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좌완 투수 함덕주를 떠나보내긴 했지만, 함덕주는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리며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LG로서는 아쉬운 결과였고 이제는 과학이 된 탈 LG 효과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외국인 선수도 성공적이었다. 두산은 지난 시즌 전 원투 펀치 역할을 하던 외국인 투수 알칸타라와 플렉센을 모두 떠나보냈다. 두산은 이들의 잔류를 원했지만, 알칸타라는 일본 한신으로 플렉센은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행을 선택했다. 머니 게임에서 두산이 이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두 외국인 투수는 두산에서 자신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큰 기량 발전을 이뤄냈고 더 큰 무대로 떠났다. 이 또한 큰 전력 손실이었다.
두산은 이들을 대신해 대만 리그 출신의 좌완 투수 미란다와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우완 투수 로켓을 영입했다. 이 중 미란다는 우리 리그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대만리그 출신이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미란다는 시범경기에서 제구 불안을 노출했고 시즌 시작도 늦었다.
하지만 미란다는 시간이 흐를수록 의문부호를 확신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오히려 후반기에는 괴력을 투구를 선보이며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로 자리했다. 미란다는 그동안 깨지지 않고 있었던 레전드 투수 최동원의 정규리그 탈삼진 기록을 깨뜨리며 두산의 후반기 선전을 이끌었다. 미란다는 시즌 후 정규리그 MVP와 투수 부분 골든글러브, 최고 투수에 수여되는 최동원상을 모두 수상하며 가장 빛나는 별로 거듭났다.
해마다 외국인 투수 영입에 성공적이었던 두산의 선견지명이 성공한 사례가 하나 더 늘었다. 미란다보다 활약상이 덜했지만, 로켓 역시 미란다가 자리를 잡지 못하는 전반기 에이스 역할을 하며 선발 마운드가 붕괴될 위기의 두산의 버팀목으로 활약했다. 이들 두 외국인 투수가 원투 펀치로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면 두산의 2021 시즌은 한층 어려울 수 있었다. 이에 더해 긴 시간 두산과 함께 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도 꾸준한 활약으로 중심 타자로서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했다.
이렇게 두산은 매 시즌 위기라는 말을 듣고도 보란 듯이 이를 극복하고 강팀의 자리를 지켜냈다. 지난 시즌에도 두산은 시즌 초반과 중반까지 전력 약화와 부상 선수 속출, 마운드 불안 등이 겹치며 하위권으로 밀리기도 했지만, 후반기 마운드를 정비하고 타선이 되살아나면서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두산은 이에 머물지 않고 포스트시즌에서 더 힘을 냈고 키움, LG, 삼성을 차례대로 이겨내며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두산은 2015 시즌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우승까지 했던 기억을 재현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친 두산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KT의 단단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4패로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두산은 2020 시즌 제9구단 NC에 이어 2021 시즌 제 10구단 KT에 한국시리즈 우스의 조연으로 남았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두산은 객관적 평가를 뒤엎은 결과를 2년 연속 만들어냈다.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결과였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패배가 결정된 4차전 직후 선수단이 모두 나와 KT의 우승을 축하하는 패자의 품격을 보였다.
이런 찬사를 뒤로하고 두산은 2022 시즌 강팀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 두산이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력의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한다. 이번에도 두산은 FA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스타 박건우를 떠나보냈고 그의 자리를 채워야 한다. 두산은 그의 잔류를 위해 노력했지만, 6년간 10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은 제시한 NC와의 영입 경쟁을 이겨내기 역부족이었다.
대신 두산은 또 다른 FA 선수인 중심 타자 김재환에게 4년간 115억원이라는 거액을 베팅하며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재환은 30홈런 100타점이 가능한 좌타 거포로 두산의 전력 구상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박건우가 팀을 떠난 상황에서 김재환마저 전력에서 이탈한다면 그 타격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에이징 커브가 우려되는 리스크를 안고 대체 불가 선수인 김재환에 큰 투자를 했다. 두산은 김재환을 잔류시키면서 타선 약화의 우려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여기에 두산은 박건우의 보상 선수로 NC의 주전급 선수인 강진성을 영입해 공백을 최소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강진성은 2020 시즌 3할이 넘는 타율에 12홈런 70타점으로 긴 유망주 시간을 끝내고 주전 1루수로 도약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강진성은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성적이 급하락했다. 이는 그를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지게 하는 원인이 됐다. 두산은 1루수의 양석환과의 포지션 중복 가능성에도 강진성을 영입했다. 두산은 강진성이 이미 성과를 낸 선수로 반등의 여지가 충분하고 본래 외야수였던 강진성이 박건우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두산은 박건우의 자리에 좌타 대타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김인태와 강진성을 경쟁시키며 플래툰 시스템을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강진성은 양석환의 체력 안배를 위한 선수로도 제격이다. 여기에 두산 외야에는 김재환과 정수빈 외에 빠른 스피드와 콘택트 능력이 있는 조수행과 신예 안권수 등이 있다. 박건우의 자리를 완벽하게 메우긴 어렵지만, 강진성 카드가 더해지며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내야진은 지난 시즌 주전으로 도약한 박계범, 강승호 키스콘 콤비에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베테랑 키스톤 콤비 김재호, 오재원의 경쟁구도 속 유망주들이 이들을 뒷받침 하는 구도가 예상된다. 확실한 주전인 3루수 허경민과 1루수 양석환은 아직 전성기에 있고 우승 포수의 경험이 다수 있는 박세혁과 장승현, 최용제의 포수진도 안정적이다. 박건우의 공백이 아프긴 하지만, 국내 야수진 구성은 아직 상위권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성이다. 다만, 이전과 달리 백업층이 약해졌고 이는 장기 레이스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산은 외국인 선수 구성에서는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 리그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던 미란다와 190만 달러라는 큰 금액으로 재계약하며 한숨을 돌렸다. 두산은 거의 해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외국인 투수들이 해외 리그 진출을 지켜보는 입장이었지만, 미란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잔류에 성공했다. 미란다는 아직 30대 초반으로 전성기에 있고 지난 시즌 야구에 완전히 눈을 뜬 모습이었다. 시즌 후반기 어깨 피로 증세로 고전했지만, 충분한 휴식 기간이 있어 회복도 가능하다.
두산은 미란다와 원투 펀치를 구성할 외국인 투수로 강속구 투수 로버트 스탁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 부상전까지 큰 활약을 했던 로켓의 부상 회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맞춤형 투수로 그 자리를 대신했다. 스탁은 150킬로 후반의 강속구가 돋보이는 플라이볼 투수다. 넓은 잠실 홈구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크다. 두산은 이미 플라이볼 투수인 린드블럼, 알칸타라, 플렉센의 성공사례가 있다. 이전 경험을 토대로 한 외국인 투수 영입이었다.
그의 부상 이력과 부족한 선발 투수 경험이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스탁은 두산에서 성공했던 외국인 투수들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두산은 그의 장점과 가능성을 우선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계약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두산에서 4번째 시즌을 함께 가능성이 큰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까지 두산의 외국인 선수 구성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두산은 이런 변화와 함께 기존 전력을 유지하며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마운드는 외국인 투수 2명에 10승 투수 최원준, 지난 시즌 후반기 가능성을 보인 곽빈과 김민규 등의 선발 자원이 5인 로테이션을 구성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선발에서 부진했지만, 불펜에서 큰 활약을 한 이영하가 본래 자리인 선발 투수로 돌아온다면 선발 마운드의 무게감이 한층 더해질 수 있다. 이영하는 거의 매 시즌 선발 투수로의 부활을 타진했지만, 실패의 경험을 쌓았다. 이영하의 선발 투수 복귀는 두산 마운드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두산 불펜진은 마무리 김강률을 시작으로 파이어볼러 홍건희가 불펜 원투 펀치를 구성하고 있다. 다만, 이들을 부담을 덜어줄 여타 투수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이승진이 제 모습을 되찾는다면 불펜 운영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김명신, 윤명준의 기존 불펜 투수에 지난 시즌 가능성을 확인한 젊은 투수들이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 지난 시즌 부활투를 선보인 베테랑 좌완 이현승이 그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작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부활을 위한 마지막 시즌을 맞이하는 또 다른 베테랑 좌완 장원준과 내림세가 지속되면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한 유희관의 심기일전 여부도 전력의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두산은 해마다 부족함을 채우고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 어렵다는 리빌딩과 성적을 함께 잡았던 두산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화수분 야구가 한계점을 노출하기 시작했고 기존 선수들의 노쇠화를 바로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트레이드와 FA 보상 선수 영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전력 약화를 막았지만, 운 적인 요소가 일부 작용했다. 언제까지 계속되는 전력 유출을 메우며 전력을 유지할 수 없다. 2022 시즌 두산은 더 큰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과연 두산이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보란 듯이 우려를 이겨내고 8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두산 베어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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