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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새 역사는 결국 써지지 않았다. 10월 13일 수원 야구장에서 치러진 와일드카드전에서 홈팀 KT는 KIA에 6 : 2로 승리하며 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경기는 초반 득점을 주고받은 이후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고 8회 말 KT 배정대의 결정적인 3타점 2루타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 내심 포스트시즌 최초로 5위 팀의 반란을 기대했던 KIA는 단, 한 경기로 그들의 포스트시즌 끝내야 했다. 

경기전 전망은 KT에 결코 유리하지 않았다. KT는 4위 팀에 주어지는 강력한 혜택인 1승을 선점하고 시리즈에 나섰지만,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 3위 경쟁의 후유증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승리했다면 KT는 3위로 키움과 KIA의 와일드카드전 승자를 기다렸겠지만,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그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그것도 승리 일보 직전 마무리 김재윤이 무너지면서 끝내기 패배를 당한 KT였다. KT는 키움과 승률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 전적에서 1승이 모자라 4위로 밀렸다. 

KT는 3위를 위해 시즌 최종전까지 온 힘을 다했다. 불펜진은 혹사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허탈한 결과와 함께 KT는 단 하루의 휴식만 가질 수 있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에는 크게 부족한 시간이었다. 반대로 KIA는 5위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일찌감치 와일드카드전을 준비했다. 마운드 운영도 와일드 카드전에 맞게 새롭게 재편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힘을 비축할 수 있는 KIA였다. 

이에 4위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리즈 전망도 엇갈림이 있었다. 과연 KT가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큰 변수가 됐다. KIA는 에이스 양현종을 2차전 선발 투수로 확정하고 1차전에서 가용 투수 자원을 모두 쏟아붓는 필승 전력으로 시리즈에 나섰다. 

 

 

 



경기는 팽팽했다. KT는 3회 말 하위 타선이 만든 득점 기회에서 1번 타자 조용호의 2타점 2루타, 3번 타자 알포드의 안타가 KIA 우익수 나성범의 실책과 연결되며 1점을 더 추가했다. 하지만 KIA는 4회 초와 5회 초 각각 1득득점하며 KT를 압박했다. 

KIA는 선발 투수 놀린에 이어 또 다른 선발 투수인 파노니를 이어 던지게 했다. 두 명의 외국인 선발 투수를 한 경기에 모두 마운드에 올리는 총력전을 그대로 실행했다. 선발 투수 놀린은 3실점으로 아쉬움이 있었지만, 놀린은 무실점 호투로 대응한 경기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KIA는 이어 필승 불펜 전상현을 조기에 마운드에 올려 추가 실점을 막았고 역전의 가능성을 계속 남겼다. 

KT는 선발 투수 소형준이 5.1이닝 2실점으로 버티면서 피로한 불펜진의 초반 투입을 막았고 올 시즌 KT 불펜의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로 떠오른 김민수가 중반 이후 위기를 넘기며 1점 차 리드를 지켰다. 양 팀 투수들의 호투 속에 경기는 1점 차의 팽팽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경기는 8회 초 마운드 운영의 성공과 실패로 승패가 엇갈렸다. 8회 초 KT는 선발 투수인 좌완 벤자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두 번째 투수로 호투를 하던 김민수의 투구 수가 늘어났고 소크라테스, 최형우로 이어지는 KIA 좌타선을 고려한 마운드 운영이었다.

벤자민은 10월 10일 정규리그 NC전에서 6이닝 투구를 한 상황이었다. 2일 휴식 후 등판은 부담이 될 수 있었다. 벤자민에게는 올 시즌 첫 불펜 등판이기도 했다. 과감하거나 모험이 될 수 있는 마운드 운영이었지만, 벤자민은 소크라테스, 최형우, 김선빈까지 3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며 경기 분위기를 KT가 잡아갈 수 있도록 했다. 시즌 막바지 탈삼진 능력을 발휘하며 호투를 거듭했던 그의 상승세를 믿고 기용한 마운드 운영의 성공이었다. 

이에 맞서 KIA는 8회 말 수비에서 좌완 선발 투수 이의리를 마운드에 올렸다. 마운드 총력적은 예고한 만큼 충분히 가능한 마운드 운영이었다. 문제는 그의 투구 내용이었다. 이의리는 2사를 잡으며 이닝을 정리하는 듯 보였지만, 볼넷 3개를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시즌 후반기 볼넷 비율이 높아지는 문제를 보였던 이의리는 오히려 위기에서 높은 집중력을 보이는 투구를 했다.

하지만 볼넷 3개를 내주며 이닝 당 투구 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 한 번의 패배가 시리즈 탈락을 의미하는 KIA로서는 이의리를 믿고 기다릴 수 없었다. KIA는 필승 불펜 장현식을 마운드에 올렸다. 2사 만루 배정대와의 승부는 IA에는 큰 승부처였다. KT는 승부를 결정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추격자와 지키려는 자와의 대결은 KT의 승리였다. 배정대는 3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환호했고 이대로 승부가 결정 났다. 

9회 초 KIA는 박찬호의 안타 출루가 있었지만, 무득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이대로 KIA의 포스트시즌도 마무리됐다. KIA는 총력전으로 나선다 했지만, 마무리 정해용을 마운드에 올리지도 못했고 대타 카드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이의리 불펜 카드 실패는 패배로 연결되고 말았다. 양현종 선발 카드를 2차전으로 돌린 것도 아쉬움이 있었다. 

KT는 발목 부상 후유증이 남아있는 박병호는 과감히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시키는 등 가용 전력을 모두 활용했다. 박병호는 부상으로 주루에 문제가 있고 시즌 막바지 복귀 후에도 승부처에서 대타로 나섰다. KT는 그의 홈런을 경기에서 한 번 기대하기 보다 4번 기대할 수 있는 라인업을 구성했다. 박병호가 4번 타자로 있고 없고의 차이는 분명 있었다. 그가 4번 타자로 나선 KT 타선은 무게감이 있었고 KIA를 마운드에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 마운드 운영도 효과적이었다. 선발 투수 벤자민 불펜 카드고 적중하며 KIA의 기세를 꺾을 수 있었다. 리드를 지키기 위해 가장 강한 불펜 카드 김민수를 조기에 사용해 리드를 지키는 과감함도 보였다. 지난 시즌 챔피언 KT는 분명 단기전 전략이나 경기 운영면에서 KIA보다 앞서있었다. KT 이강철 감독의 관록이 초보 감독 KIA 김종국 감독의 패기를 압도했다. 

 

 

 



KIA가 여러 조건에서 유리함이 있었지만, KT는 정규리그 10.5경기의 승차 차이는 확연한 전력 차를 나타내는 수치였음을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보여줬다. KT는 한 경기로 와일드 카드전을 끝내면서 준플레이오프까지 2일의 휴식일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누적된 피로를 풀기에는 부족하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재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 국내 에이스 고영표를 시작으로 벤자민, 소형준, 엄상백, 데스파이네 등 선발 투수들이 정상 로테이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시즌 막바지 아쉬운 4위의 기억을 잊을 수 있는 승리이기도 했다. 

KIA는 시즌 전 막대한 투자를 했고 수년간 이어진 하위권 팀 굴레를 벗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 큰 부진에 빠지며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고 유리한 조건에도 와일드카드전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아직은 강팀이 되기 위해 부족함이 있음을 느끼게 하는 KIA였다. 

KT는 디팬딩 챔피언의 힘을 보였고 KIA는 그 힘을 이겨내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이렇게 와일드카드전은 4위 팀이 모두 승리하는 리그의 역사를 이어가며 마무리됐다. 

이제 포스트시즌은 키움과 KT의 준플레이오프 대결로 2라운드를 시작한다. 두 팀은 시즌 마지막까지 3위 경쟁을 했고 동률을 기록할 만큼 치열한 순위 경쟁을 했다. 두 팀은 모두 단단한 마운드를 중심으로 하고 있고 스몰볼 야구를 하는 공통점이 있다. 팽팽한 대결이 예상되는 구도다. KT의 피로감이 크지만, KT는 단기전과 정규 시즌은 다름을 와일드카드전에서 입증했다. 키움이 우세를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 키움의 4번 타자에서 KT의 4번 타자로 변신한 박병호와 박병호에 이어 키움의 중심 타자로 우뚝 선 이정후의 선후배 대결도 큰 볼거리다. 올 시즌 박병호는 홈런왕에 올랐고 이정후는 타율, 타점, 최다 안타, 출루율과 장타율까지 타격 5개 부분 타이틀을 차지했다. 두 선수의 대결은 승부 이상의 흥미요소가 될 수 있다. 

과연 준플레이오프는 어떤 승부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사진 : KT 위즈 / KIA 타이거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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