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성과를 낸 김태형 감독과의 계약 종료와 함께 선수단 전반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가 그 변화를 이끌 감독으로 이승엽 KBO 리그 홍보대사를 선임했다. 이승엽 감독은 시즌 후 진행되는 마무리 훈련부터 팀을 지휘할 예정이다. 또한, 이승엽 감독과 함께 할 코치진 선임도 서둘러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두산 감독설은 김태형의 감독의 재계약 실패와 함께 각종 언론과 야구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유포됐다. 두산 구단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지 않으며 그가 새 감독 후보군에 있음을 시사했다. 이승엽 감독 역시 강한 부정을 하지는 않았고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중이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설이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두산은 10월 14일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3년간 18억원의 프로야구 감독 최고 수준의 파격적 계약이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쉽게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승엽 감독이 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이긴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 선수라는 상징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었다. 현재 삼성의 홈구장 한편에는 그의 선수 시절 초상과 그의 등번호 36번은 영구 결번이기도 하다. 이승엽 감독은 대구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고 같은 연고인 삼성에 입단해 최고 타자 자리에 올랐다. 일본 리그 활약을 마치고 돌아온 팀도 삼성이었고 삼성 선수로 KBO 1호 은퇴 투어를 하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의 선수 시절 별명 역시 국민타자 또는 라이언 킹이었다. 그 별명은 은퇴 이후에도 그를 기억하는 단어였다.
이에 이승엽 감독이 지도자로 나선다면 그 첫 팀은 삼성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마침 올 시즌 삼성은 허삼영 감독을 경질하고 박진만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렀다. 시즌 후 삼성은 새로운 감독 선임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과 이승엽 감독이 연결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두산 감독설이 급부상했다. 두산과 이승엽 감독과는 큰 접점이 없었던 탓에 의뢰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는 두산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감독은 은퇴 후 해설위원과 KBO 홍보대사로 일하여 프로야구와의 관계를 놓지 않았다. 선수 시절의 지명도와 함께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 미디어 노출을 이어가며 대중적인 인지도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최근 방영되는 최강야구에서 이승엽 감독은 레전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몬스터 팀의 감독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던 그가 언젠가는 프로야구 지도자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그 팀이 두산이 될 것인지 코치가 아닌 감독이 될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두산은 8년간 팀과 함께 했던 김태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며 새로운 감독 선임 작업을 했고 이승엽 감독을 후보군에 올렸다. 두산은 이미 시즌 후 대대적인 팀 개편을 시사했고 선수단과 코치진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김태형 감독의 8시즌 동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큰 성과를 냈고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지속적인 선수 누적된 전력 약화 속에 올 시즌 한계점을 보였고 그들에게 너무나 낯선 정규리그 9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 위식이 생길 수 있었고 팀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줄 감독이 필요했다. 내부 코치진의 승격이나 젊은 지도자의 발탁도 고려할 수 있었지만, 두산의 선택은 파격이었다.
두산은 젊은 선수 육성이 필요하고 베테랑 선수들과의 이별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8년 동안 팀을 감싸고 있는 팀 문화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다. 이런 팀 분위기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감독이 필요했다. 이승엽 감독은 화려한 선수 경력에 높은 인지도와 지도자로서 참신함,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감독 카드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 시절 이렇다 할 구설수가 없이 모범적인 생활을 했고 엄청난 연습량으로 유명했다. 천부적인 야구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 최고 타자 자리에 올랐다. 이는 일본 리그에서의 활약으로 이어졌고 국내 복귀 이후에도 정상급 타자로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원천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 시절 한. 일 통산 600홈런을 넘어섰고 KBO 통산 467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2003 시즌에는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한 시즌 최다인 56개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국가대표로도 이승엽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수차례 때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승엽 감독은 일본과의 4강전,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홈런으로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끌었다. 이런 이력은 그를 국민타자로 불리게 했고 구단을 초월해 야구팬들의 사랑과 선수들의 존경을 받는 선수로 그를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런 이승엽 감독의 무게감은 그가 초보 감독이라 하지만, 그 어느 감독 못지않다. 선수들에게 존경받는 감독의 존재감은 분명 남다를 수밖에 없다. 두산이 이승엽 감독에게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한 것도 여러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화려하게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이승엽 감독이지만, 그 앞에 놓은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우선, 구단 문화가 크게 다른 두산과의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 이승엽 감독에게는 여전히 삼성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아직은 두산의 이승엽 감독이라는 말이 어색하다. 이승엽 감독은 마무리 훈련에서 선수단과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와 함께 내년 시즌을 이끌 코치진 구성에서도 심사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며 과거 삼성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김한수 전 삼성 감독의 코치진 합류가 유력해 보이고 과거 두산의 타격 코치로 활약했던 일본인 고토 코치의 합류도 확정적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전성기를 보냈고 일본 최고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로 활약하기도 했던 이승엽 감독은 일본 네트워크에 근거한 코치진 인선은 예상되는 일이다.
여기에 코치진의 대대적 개편 과정에서 과거 삼성 시절 인연이 있었던 인사들의 기용 가능성도 크다. 다만, 이런 변화가 두산 특유의 색깔을 완전히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김태형 감독의 유산을 지우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베테랑 선수들의 대대적 방출과 젊은 젊은 선수들 기용에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는 구단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선수들과의 소통과 원활한 세대교체를 이끌어야 하는 이승엽 감독이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이승엽 감독의 경험 부족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승엽 감독은 야구와 관계를 유지하긴 했지만, 지도자로서 실전 경험은 없다. 코치로 커리어를 쌓고 감독을 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이승엽 감독은 그 과정을 생략했다. 물론, 코치 경험 없이 감독 역할을 했던 이들이 우리 프로야구에도 나오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들은 구단 프런트로 오랜 기간 일을 하면서 구단의 사정을 잘 알고 현장과 함께 한 이들이다. 이승엽 감독과는 분명 상황이 다르다.
경험 부족 문제는 이승엽 감독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방송되는 야구 예능 최강야구에서 감독 역할을 하면서 나름의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했고 그 최강 야구가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경기를 한다고 하지만, 엄연히 예능 프로그램이고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실제 리그와 비교할 수 없다. 프로야구 최고 레전드 투수 중 한 명이었던 선동열 전 감독조차 삼성에서 김응용 감독 밑에서 코치로 수년간 지도자 경험을 쌓고 감독으로 승격했다. 공교롭게도 선동열 감독은 현역 선수 은퇴 이후 두산 감독설이 강하게 나오기도 했었다. 그의 선택은 코치였다.
물론, 최근 야구가 프런트의 역할을 강화되고 다양한 데이터와 과학적 분석이 중요시되고 있다. 하지만 프런트 중심의 야구를 하기 위해 두산이 이승엽 감독을 고액의 연봉을 영입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프런트가 두산 야구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면 이승엽 감독은 구단 이미지 제고, 마케팅적 측면을 고려한 영입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 야구라면 구단을 잘 알고 현대 야구 흐름을 잘 아는 젊은 지도자가 더 어울린다.
이승엽 감독은 자신의 야구를 펼칠 수 있어 두산 감독직을 수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프런트와의 관계 설정과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대신 이승엽 감독은 자신의 야구 철학을 분명히 하고 자신의 야구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이승엽 감독에게 내년 시즌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미션이 있다. 두산은 팀 리빌딩을 하면서도 일정 성적도 만들어 내야 하는 팀이다. 두산은 전력이 약화됐다고 하지만, 투. 타에서 수준급 선수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만 잘 영입한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대할 수 있는 팀이다.
리빌딩에 올인 하기에 두산이 서울이라는 거대 시장을 홈으로 하는 팀이고 어느 구단 못지않게 열성적인 응원을 하는 팬들의 관심과 응원이 뜨겁다. 올 시즌 두산팬들은 하위권으로 쳐진 팀 성적에 대해 대체로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7년간의 성과가 있었고 지속적인 선수 유출의 문제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도 그런 이해심을 두산팬들이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두산이 스타 감독을 영입했다는 건 성적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이고 그에 걸맞은 최소한의 결과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산과 이승엽 감독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성과를 냈던 구단에 대한 팬들의 높은 기대치와 팀 재건을 잘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감독에서 최고 대우를 하면서 리빌딩만 하려 하는 건 구단의 방향성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이제 이승엽 감독은 큰 도전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전 방송인으로 해설가 시절과 비교할 수 없는 관심과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결과에 대한 평가도 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프로야구 감독은 누구의 말처럼 배우는 자리가 아니고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의 화려한 이력에 걸맞은 대우를 했다. 이는 그에 맞는 결과를 보여 달라는 요구도 담겨있다. 앞으로 이승엽 감독은 성공이라는 큰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
그가 짊어질 무게에도 불구하고 이승엽 감독의 등장은 프로야구 흥행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가 이끄는 두산과 삼성의 대결은 프로야구의 큰 흥행카드로 주목받을 수 있다. 두산 감독으로서 삼성의 홈구장을 방문했을 때 삼성 팬들의 반응도 큰 관심거리다. 그가 감독으로 경기장에 나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뉴스거리가 되고 대중들의 관심을 불어올 수 있다.
다만, 그 관심이 야구 흥행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이승엽 감독이 성공한 감독이 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승엽 감독의 자신에 대한 큰 기대를 결과로 증명할 수 있을지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스포츠의 속성을 증명하게 될지 두산 감독 이승엽은 앞으로 프로야구를 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두산 베어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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