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프로야구 5개 구단의 팀 개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롯데 자이언츠가 내년 시즌을 함께 할 투수 코치로 두산의 불펜 코치 배영수 코치를 영입했다. 배영수 코치는 2023 시즌 롯데 1군 마운드의 메인 투수 코치로 활약할 예정이다. 1981년 생 40대 초반의 배영수 코치 영입은 롯데에는 파격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외국인 투수 코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시즌 중 그 코치가 개인적 사정으로 팀을 떠나면서 임경완 1군 불펜 코치가 임시로 1군 투수 코치 역할을 했었다. 임경완 코치는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 출신이고 롯데에서 오랜 시간 코치로서 경험도 쌓았지만, 롯데는 그의 투구 코치 승격이 아닌 외부 영입을 선택했다. 롯데는 성공적이지 않았던 마운드 리빌딩을 위해 그 성공의 전제 조건인 젊은 투수들의 빠른 성장을 위해 레전드 투수 출신 배영수 코치가 더 적격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배영수 코치는 선수 시절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삼성 라이온즈를 대표하는 투수였다. 2000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배영수 코치는 2014 시즌까지 삼성에서 활약하며 삼성이 강팀이 되고 왕조시대를 여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배영수 코치는 선수 시절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수술을 미루고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등 팀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랐다.
또한, 배영수 코치는 의지의 선수이기도 했다. 그는 팔꿈치 인대 수술 후 그의 강점이었던 강속구를 잃고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지만, 기교파 투수로 성공적으로 변신하며 정상급 선발 투수의 커리어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와 삼성과의 관계는 아름답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2014 시즌 후 FA 협상에서 배영수 코치는 삼성 잔류를 원했지만, 구단의 반응은 차가웠다. 전성기를 지나 내림세로 접어든 그에게 구단은 냉정한 평가를 했고 FA 협상은 진척되지 않았다. 결국, 푸른 피의 에이스는 삼성을 떠나 한화와 FA 계약을 했다.
한화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열었지만, 배영수 코치의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의 관록과 경험이 한화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한화의 약한 전력과 확연한 구위 저하 등이 겹치며 한화에서 3시즌 동안 성적은 지속적인 내림세를 보였다. 2018 시즌 후 배영수 코치는 은퇴의 갈림길에 섰다. 어쩌면 그 시기에 한화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배영수 코치는 현역 선수 생활 연장을 원했고 두산에서 그의 현역 선수로서의 마지막 커리어를 더했다. 2019 시즌 그는 불펜 투수로 두산의 정규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고 한국시리즈에서는 승부를 결정하는 4차전 마지막 투수로 나서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역 마지막 순간은 우승 투수로 마무리 한 배영수 코치는 이후 두산에서 코치로 3시즌을 보냈다. 스타 선수 출신의 지도자 성공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많지만, 배영수 코치는 불펜 코치로 역량을 발휘했고 두산의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 시즌 후 두산의 코치진 개편 과정에서 배영수 코치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었다.
배영수 코치의 선택은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 팀을 롯데였다. 배영수 코치는 롯데 투수 코치 취임과 함께 롯데 마운드의 잠재력에 대한 긍정 평가를 하면서도 마운드 강화를 위한 강한 훈련을 예고하기도 했다. 배영수 코치는 삼성에서의 오랜 세월 에이스 투수의 경험과 코치진 육성에도 강점이 있는 두산에서의 경험을 더해 자신의 야구 철학을 투영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마운드는 올 시즌 초반 선발 불펜진이 조화를 이루며 팀 상승세에 중요한 긍정 요소가 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각종 지표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2022 시즌 롯데는 팀 방어율이 최하위 한화에 이어 전체 9위에 머물렀다.
롯데는 마운드 보호를 위해 외야를 넓히고 펜스를 높이는 구단 개조를 했음에도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피홈런이 크게 줄어 10개 구단 중 피홈런이 가장 적었고 탈삼진을 가장 많이 기록했음에도 평균 방어율을 낮추지 못했다. 롯데는 그동안 신인 투수 영입에 있어 신체조건과 구위가 뛰어난 선수들을 위주로 선택을 했고 빠른 공을 던지는 다수의 유망주 투수들을 보유했다.
하지만 그 장점을 마운드 강화로 연결하지 못했다. 위기에서 마운드가 쉽게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고 대량 실점 경기도 비례해서 늘었다. 선발 마운드에서 이인복과 나균안이라는 새 얼굴이 등장했지만, 이인복은 30살이 넘은 늦깎이 성공 사례고 나균안은 포수에서 투수로 전환한 선수다.
이들은 장기적인 마운드 육성 성공의 사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외 선발 투수로 기대했던 좌완 김진욱은 제구력 문제로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또 다른 유망주 서준원도 투구폼 변화 등 시행착오의 과정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그 외 선발 투수로 기대했던 유망주들이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불펜진은 미래 마무리 투수로 기대하고 있는 최준용이 시즌 초반 부상 중인 마무리 김원중을 대신해 마무리 투수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구위 저하와 함께 한계점을 노출했다. 롯데가 즉시 전력감 선수를 내주며 트레이드 영입한 이강준과 최건 두 유망주 투수들도 1군에 자리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 외 다수의 유망주들이 1군과 2군을 오가야 했다. 결국, 롯데 불펜진은 마무리 김원중과 셋업맨 구승민 등 기존 투수들이 중심이 돼야 했다.
롯데는 내년 시즌 그동안 지속해온 리툴링의 성과를 내기 위해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그 목표를 위해서는 이대호가 은퇴한 후 생긴 타선의 공백도 메워야 하지만, 팀 방어율 9위의 마운드 강화가 필수적이다. 마운드의 강화를 위한 다수의 자원도 확보한 만큼 효과적인 코칭이 중요한 롯데다.
더군다나 롯데는 국내 선발 에이스로 활약하던 박세웅이 내년 상무 입대를 예정하고 있다. 당장 선발 투수진에 큰 구멍이 생긴다. 외부 영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자원 중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하고 박세웅만큼의 역량을 보여야 선발진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다수 유망주 투수들의 전력화가 더 시급한 롯데다.
배영수 코치는 육성을 넘어 마운드 강화라는 큰 숙제를 안고 롯데로 영입됐다. 두산에서의 불펜 코치와는 차원이 다른 역할이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막중하다. 배영수 코치는 그 부담을 안고 도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젊지만, 화려한 이력의 레전드, 강팀 두산에서 쌓은 노하우에 롯데가 그동안 추구해온 데이터, 시스템 야구의 조화를 롯데는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영수 코치는 과거 롯데와 큰 악연이 있다. 2001년 9월 18일 롯데와 삼성의 마산 경기에서 당시 삼성 투수였던 배영수 코치와 리그 최고 타자였던 롯데 외국인 선수 펠릭스 호세 사이에 빈볼 시비가 일어났고 호세가 마운드에 올라 배영수 코치의 얼굴을 강펀치로 강타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호세는 자신에 이어 후속 타자까지 연거푸 몸 맞는 공을 내보내고 미안한 기색이 없는 배영수 코치가 의도적으로 몸 맞는 공을 던졌다고 판단했고 마운드로 돌진했다. 야구팬들 사이에 일명 호세의 참교육 사건으로 불리는 그 사건은 당시 프로야구에 큰 충격이었다.
결코 아름다운 기억은 아니었지만, 그 사건 이후 배영수 코치는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발전했다. 이에 호세의 참교육이라는 단어는 야구팬들에게 더 회자되기도 했다. 이제는 그 시절이 된 사건을 뒤로하고 배영수 코치는 롯데 마운드를 바로 세우는 조력자로 롯데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와 배영수 코치 모두 과감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롯데의 선택이 배영수 코치의 결단이 내년 시즌 롯데 마운드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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