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신수의 작심 발언으로 2023 WBC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추신수는 우리 야구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밝혔다. 그 파장은 매우 컸다. 특히, 안우진의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한 발언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왔다. 그의 발언 이후 언론과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추신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하게 일어났다.
오랜 세월 메이저리그에서 생활한 추신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말이었지만, 우리 정서와 현실에는 부합하지 않은 발언이었다. 그 파장이 커지자 추신수 발언의 직업 당사자인 안우진까지 다시 한번 사과를 말을 해야 했다. 추신수는 인터뷰 과정에서 가볍게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우리 야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하면 말의 무게를 충분히 고려해야 했다. 이로 인해 추신수는 그동안 꾸준히 해왔던 각종 선행 등으로 쌓은 긍정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그 발언의 연장 선상에서 추신수는 WBC 대표팀 선발과 관련해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의 선발아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함께 토로했다. 추신수는 20대 젊은 선수들이 국제 경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더 키우고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KBO 리그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는 듯한 모습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물론, 이해가 되는 발언이지만, 야구 대표팀의 선수 풀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고 국제 경쟁력을 가진 선수가 부족한 현실에서 베테랑을 무조건 배제하기도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리그 선수 자원으로 몇 개의 국가대표팀을 만들고도 남을 여력이 있는 미국과 일본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또한, 국제 경기에 대한 우리 국민적 관심이 큰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의 경험의 장으로 국제 경기를 활용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추신수가 아직도 김광현과 양현종이 국가대표팀에 선발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지만, 2013년과 2017년 WBC에서 1라운드에서 거듭 탈락한 대표팀으로서는 국제 경기 경험과 경쟁력이 있는 베테랑의 선발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대표팀은 투. 타 엔트리에도 다수의 젊은 선수들을 포함해 세대교체의 가능성도 열었다.
이번 WBC는 김광현과 양현종, 김현수, 최정, 박병호 등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올해 열리는 아시안게임 야구에 대표팀은 자체적으로 연령 제한을 두고 리그 중단도 없이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언제 적 누구라는 말이 올해부터는 사라질 예정이다.
추신수는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고려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WBC에 참가하는 베테랑 선수들은 한결같이 국가대표의 소중함을 말하며 이번 WBC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물론, 여론을 고려한 발언일 수 있지만, 추신수의 발언이 역설적으로 프로야구 선수들의 대표팀 선발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이렇게 요란하게 대중들에게 대회를 알린 2023 WBC는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스프링 캠프가 열리는 시점부터 사실상 준비가 시작됐다. 코로나19 거리 두기 등 각종 방역 조치가 전 세계적으로 완화되고 일상이 회복되는 상황에서 각 구단은 모처럼 모든 구단이 해외로 나가 스프링 캠프를 차리게 됐다. WBC 대표팀 역시 미국에서 소집돼 훈련할 예정이다.
WBC 대표 선수들은 대회 참가를 위한 준비를 하면서 시즌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에 맞게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려야 하지만, 이는 이번 대회 참가하는 미국과 일본 역시 같은 조건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WBC에 다수의 스타 선수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대만 역시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거 참가할 예정에 있다. 대표팀에는 어려운 여정이 될 수밖에 없다. 대신,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국제 경쟁력을 입증하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나서는 이정후는 이번 WBC가 소중한 오디션 무대가 될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은 올 시즌 중간 열리는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발에서 보다 나은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이번 WBC가 중요하다. 저마다 동기부여 요소가 있고 KBO 역시 인기 하락의 흐름 속에 있는 프로야구의 입지를 더 다지는 계기로 이번 WBC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에 KBO는 선수 선발과 훈련 등에서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행정을 하고 있고 구단들 역시 협조적인 분위기다. 이번 WBC는 뭔가 성적을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에 WBC 국가대표팀의 선발 라인업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우선, 마운드는 리그 최고 선발투수인 김광현과 양현종을 축으로 한 좌완 투수진이 돋보인다. 이들 외에 올 시즌 전 장기 계약을 체결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NC 에이스 구창모가 있고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선발 투수로 인상적인 투구를 한 이의리, 지난 시즌 후반기 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재능을 폭발시킨 김윤석이 있다. 이중 김광현과 양현종은 중요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예선 1라운드 호주와 일본전의 선발 투수는 이들이 될 수 있다. 아직은 김광현과 양현종만큼의 경험과 국제 경기 경기 운영 능력을 보유한 투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수의 경기당 투구 수 제한이 있는 대회 특성상 상대에 혼선을 주기 위해 구창모, 이의리, 김윤식을 깜짝 선발 투수로 내세울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좌완 투수가 주로 나섰던 일본전에서 대표팀은 젊은 투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1차전 호주전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완 투수진도 리그 정상급 투수들이 즐비하다. 지난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했던 고영표, 원태인, 박세웅은 선발 투수 자원으로 분류된다. 고영표는 외국 선수들에게 매우 생소한 언더핸드 투수로 활용가치가 크다. 이미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고영표는 좌타자들이 많은 일본전에서 선발 등판해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1라운드 통과의 중요한 고비가 될 예선 1차전 호주전에서 고영표는 호주전에서 불펜 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원태인과 박세웅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중국과 태국전에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다. 함께 선발된 영건 소형준과 정철원 역시 선발 보다 불펜에서 멀티 이닝을 소화해 줄 자원이다.
이들 외에 우완 투수진에는 경기 후반을 책임질 불펜 투수들이 강점이다. 마무리 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큰 지난 시즌 세이브왕 고우석과 홀드왕 정우영까지 LG의 필승 불펜조가 대표팀의 경기 후반을 책임을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경험의 이용찬은 짧은 이닝을 정리해 주는 역할이 기대된다.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도 경기 중반 1~2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구위가 있다.
대표팀의 마운드는 다양한 유형과 신. 구의 조화를 이룬 조합이 특징이다. 대회 특성을 고려한 조합으로 기존의 리그 마운드 운영과 달리 한 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하기 보다 이닝을 적절히 나눠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대표팀은 15명으로 투수 엔트리를 풍부하게 했다.
야수진은 부동의 주전 포수 양의지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키움의 돌풍을 보이지 않게 뒷받침한 이지영 두 베테랑이 포수진을 구성한다. 2명으로 다소 체력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경기 비중에 따라 역할을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내야진은 한국계 메이저리거 에드먼의 합류로 선수 가용폭이 커졌다. 유격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주전 유격수로 자리한 김하성에 에드먼이 2루수로 센터 라인을 책임지고 최정이 3루수, 메이저리거 최지만이 주전 1루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최정, 김하성, 에드먼, 최지만의 내야 라인업은 공격력도 뛰어나지만, 역대 대표팀 중 최고의 수비 능력을 갖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공수에서 큰 활약을 한 오지환도 주전으로 나설 역량이 있다. 오지환이 유격수로 나선다면 김하성이 3루수로 출전해 수비를 더 강화하는 라인업도 가능하다. 리그 골든 글러브 2루수 김혜성은 전천후 내야수로 활용도가 크고 무엇보다. 빠른 발로 경기 후반 대주자 대수로로 가치가 크다. 여기에 박병호와 강백호는 수비보다는 대타 요원으로 지명타자로 그 활약이 기대된다. 메이저리그 소속팀과의 연봉 협상이 늦어지면서 출전 여부에 빨간불이 켜진 최지만을 대신해 1루수로 활약도 가능하다.
외야진은 리그의 새로운 중심 타자 이정후와 국가대표 단골 선수 김현수가 중심을 잡고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큰 활약을 해준 박해민이 주전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해민은 중견수로 넓은 수비 범위를 바탕으로 외야 수비를 안정시킬 수 있다. 함께 선발된 나성범과 박건우는 상대 팀에 따라 로테이션이 가능하고 지명타자나 대타 활용도 가능하다.
이렇게 2023 WBC 대표팀 선수 조합은 엔트리 모든 선수를 고루 활용할 수 있는 구성이다. 곳곳에 젊은 선수들이 자리하면서 세대교체까지 고려한 조합이기도 하다. KT에서 엔트리 모든 선수를 고루 활용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이강철 감독의 의지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이번 대표팀 멤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성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그동안 대표팀의 계속된 국제경기 부진을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마음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이 점에서 선발 라인업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이제 2023 WBC는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남은 건 부상을 방지하면서 차질 없이 대회를 준비하고 팀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과연 이번 WBC에서 대표팀은 최근 수년간 대회 때마다 불거진 경기력 논란을 불식시키고 우리 야구의 실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과거 활약했던 선수들을 더는 생각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WBC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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