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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가 끝나고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스프링 캠프가 열리는 시점에 프로야구를 흔든 큰 파문이 일었다. SSG 랜더스의 베테랑 추신수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히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그 인터뷰를 통해 KBO 리그와 한국 야구에 대한 그의 생각과 비판을 가감 없이 밝혔다.

그 과정에서 추신수는 고교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로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하고 있는 키움 에이스 안우진에 대해 국민적 정서와 큰 차이가 있는 발언을 했다. 이 부분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추신수는 안우진이 2023 WBC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그 부당함을 강하게 주장했다. 추신수는 안우진이 학교 폭력과 관련해 이미 사과를 했고 이에 대한 징계를 받았다는 점을 들어 그의 국가대표 탈락이 지나친 처사라 했다. 그러면서 리그 최고 투수 반열에 오른 젊은 선수가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후배가 부당한 상황에 있음에도 야구계 선배들이 그를 위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추신수는 선수의 권익이 손상되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신수의 발언에 대한 역풍이 강하게 일어났다. 그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스포츠면을 채웠고 지금도 관련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야구 팬들의 반등도 차갑기만 하다. 이와 관련해 과거 추신수의 아픈 기억과 그의 아들들의 대한민국 국적 포기, 추신수의 국가대표 차출에 대한 그동안의 미온적인 태도 등이 다시 한번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 마디로 추신수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가 추신수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추신수는 야구사에 남을 이력을 쌓은 선수다. 그는 우리 야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1982년생 멤버로 추신수를 포함해 이대호, 정근우, 김태균 등의 선수들은 2000년 U-18 세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을 함께 하며 한국 야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82년생 선수들은 이후 한국 야구의 주축으로 프로야구에서 국제 대회에서 큰 활약을 했다. 

 

 

 



추신수는 그 대회 이후 연고지 팀 롯데의 지명을 거부하고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추신수는 투수로 활약했지만, 타자로 마이너리그 최 하단부터 시작해 메이저리그에 오르기까지 긴 세월을 견뎌냈다. 추신수는 시애틀에서 외야수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좀처럼 메이저리그 콜업 기회를 잡지 못했다. 추신수는 2005년 마침내 메이저리그 콜업 기회를 잡았지만, 당시 시애틀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이자 일본의 대표하는 야구 선수 이치로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치로는 추신수의 주 포지션인 우익수였다. 메이저리그에 콜업된지 얼마 안 된 선수가 이치로의 벽을 넘기는 어려웠다. 이는 추신수가 시애틀에도 자리를 잡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결국, 추신수는 자신의 메이저리그 이력을 시작한 시애틀에서 트레이드로 클리블랜드로 팀을 옮겼다. 이치로의 벽을 넘지 못한 결과였지만, 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에서 잠재력을 마음껏 뽐내며 팀 주력 타자로 메이저리거로서 빛나는 시즌을 만들어갔다. 

그는 클리블랜드에서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좌타자 외야수로 자리를 잡았고 그의 가치도 크게 치솟았다. 이후 추신수는 신시네티를 거쳐 텍사스와 7년간 당시 우리 돈으로 1300억원이 넘는 FA 계약을 체결하며 메이저리그 최상위 레벨의 선수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추신수는 장타력과 높은 출루율을 겸비한, 현대 야구에서 중요시하는 OPS형 타자로 매우 뛰어난 생산력을 지난 선수였다. 추신수는 야구 트렌드의 변화에 맞는 선수였다. 

이렇게 추신수는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이겨내고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선수로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의 마이너리그 시절 이야기는 많은 야구팬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추신수는 아시아계 선수가 야수로서 성공하기 어렵고 장기간 활약하지 어렵다는 편견을 깬 선수였다.

추신수는 세 번의 20 홈런 20 도루 동반 작성의 20- 20 클럽 가입을 했고 사이클링히트도 기록했다. 올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텍사스에서 성적은 물론이고 클럽 하우스 리더로서도 큰 역할을 했다. 비록, 텍사스에서 잦은 부상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매 시즌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선수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또한, 추신수는 매 시즌 선행을 베풀며 긍정 이미지를 쌓기도 했다. 그의 선행은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지만, 한국을 잊지 않았고 한국인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추신수는 메이저리거였지만,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호평을 받는 선수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흑역사가 있었다. 그는 2011 시즌 도중 미국 현지에서 음주운전으로 단속되며 충격을 안겨줬다. 추신수의 음주운전 단속 장면은 실시간으로 녹화됐고 그 모습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는 그에 대한 긍정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었다. 마침 2011 시즌은 추신수가 2010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로 선발돼 금메달 멤버로 활약하며 병역 혜택을 받은 이후 발생한 일로 팬들의 실망감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추신수에게 2010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절실했다. 추신수는 병역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메이저리그 전성기에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국내로 돌아와야 할 수도 있었다. 마침 아시안게임은 시즌이 끝난 후 열렸고 추신수는 국가대표 선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 야구는 최고 선수들의 모두 출전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과 대만이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대회다.

즉,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한국의 우승은 거의 확정된 것이라 해도 과언아 아니었다. 메이저리거인 추신수가 참가할 만한 레벨의 대회가 아니었다. 그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KBO 리그 출신 선수 중 한 명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추신수로서는 상당한 특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때 받은 병역 혜택은 그의 FA 대박 계약의 기반이 됐다. 

문제는 이후 추신수를 국가대표 명단에서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 점이 그에 대한 비판의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국가대표 참가는 상당한 제약이 있다. 시즌 중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소속 선수의 국가대표 참가를 사실상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WBC는 상황이 다르다. 시즌 전 열리는 대회이고 출전 선수 제한이 없다.

추신수는 2013, 2017 WBC에 참가할 수 있었지만, 부상과 구단의 반대 등의 이유로 그의 국가대표 선발은 성사되지 않았다. 2017 WBC는 부상 재활의 이유가 있었지만, 2013 WBC는 출전이 가능했다. 문제는 2013 시즌 후 추신수가 FA 자격을 얻는다는 점이었다. 추신수에게는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즌이었고 추신수는 국가대표 참가를 결국 거부했다. 이에 추신수가 언제든 국가대표 출전 기회가 생기면 참가하겠다고 한 말이 소환되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과거사로 인해 추신수가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한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생겼다. 추신수는 국가대표에서 여전히 베테랑 선수들이 다수 포함된 현실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능 있고 능력 있는 젊은 선수들을 발탁하지 않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안우진의 국가대표 선발 불가가 함께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거의 일로 인해 각종 현안에 대한 발언 자체를 비난받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추신수의 발언은 우리 프로야구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추신수는 이제 KBO 리그에서 2시즌을 소화했다. 그는 야구 선수 커리어에서 최고 전성기를 메이저리그에서 보냈다. 미국 야구 문화에 익숙하다. 미국은 언제든 선수가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다. 선수 노조가 활성화되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선수들의 권익보호가 적극적으로 나선다. KBO 리그 선수협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들은 매우 사적 영역의 사람들이다. 일종의 엔터테이너의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은 공인의 개념이 강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행동과 말에는 그 무게감이 크다. 우리나라 정서상 많은 부와 명예를 얻은 프로야구 선수는 높은 도덕성을 함께 요구받는다. 이에 국가대표 선수의 중요성도 한층 더 크다. 우리나라는 어느 종목이든 국가대표 경기에 상대적으로 더 관심이 크고 열광적이다. 국가대표팀의 성적은 그 종목의 흥행에도 큰 영향을 준다. 국가대표 선수의 큰 상징성은 선수 자격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한다. 

안우진의 경우, 실력은 충분히 증명이 됐고 대표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지만, 과거 학교폭력 문제에 이어 방역수칙 위반으로 인한 징계까지 받은 전력이 있다. 여기에 아직 학교폭력 문제는 완전히 피해자들의 용서를 받았다고 할 수 없다. 피해자들이 나서 안우진을 변호하기도 했지만, 여론을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메이저리그는 잘못이 있었다 해도 징계가 처벌을 받으면 다시 복귀하는 게 보통이지만, 한국은 미국이 아니다. 국가대표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과거 이력이 결코 가볍지 않다. 

추신수는 안우진이 선수로서의 권익을 침해받았다고 하지만, 안우진은 리그에서 큰 문제 없이 활약하고 있고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2022 시즌 후 투수 부분 골든글러브를 받기도 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는 큰 문제 없이 활동하고 있다. 안우진 외에 과거 프로야구를 뒤흔들었던 병역 비리 관련 선수들도 처벌 후 복귀해 선수생활을 했고 그중 다수가 코치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큰 이슈가 된 음주운전과 관련해서도 규정에 따라 징계를 받으면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물론, 2중 처벌 등의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큰 중범죄 등이 아니면 선수생명이 끊어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선수의 일탈에 대한 무거운 징계를 하는 추세다. 프로야구 선수가 가지는 부와 명예만큼 책임의 무게도 커지는 추세다. 

추신수가 언급한 국가대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이해가 되지만, 2023 WBC 국가대표 선수들 중 젊은 선수들의 비중도 결코 낮지 않다. 이들과 함께 할 베테랑의 존재는 필요하다. 미국과 일본 역시 다수의 스타 선수들이 이번 대회가 참가할 예정이다.

 

 

 



최근 야구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부진으로 이번 WBC는 성적에 대한 압박이 크다. 야구 팬들의 기대를 더는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이번 대회 참가하는 베테랑 선수들 역시 온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번 WBC 이후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될 예정이기도 하다. 추신수의 발언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병역혜택을 받고도 다수의 국제대회에 해온 KBO 리그 스타들의 헌신과 노고를 폄하하는 발언이 될 수 있다. 

추신수는 2021 시즌 KBO 리그 SSG 랜더스에 입단한 이후 여러 순기능을 담당했다. 그의 소신 발언은 경기장 시설 개선으로 이어졌고 그의 팬 서비스 정신과 각종 선행은 리그에서 큰 귀감이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샐러리캡을 고려해 그의 연봉을 대폭 내려 계약하기도 했다. 이 점에서 추신수의 발언은 악의라기보다는 우리 리그 상황과 리그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그의 발언 중 상당수는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의 발언으로 인해 그의 각종 선한 영향력 전체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그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는 건 그가 우리 야구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일지 모른다. 선수가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신선한 충격이기도 하다. 추신수의 발언이 논란속에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측면도 있다. 다만, 자신의 발언이 가지는 무게를 더 고려할 필요가 있었고 좀 더 정제된 표현을 할 필요가 있었다. 한 걸은 더 나아가 소신 발언을 하고자 했다면 2022 시즌 후 석연치 않게 단장을 교체하고 비선 실세 의혹이 일어났고 구단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했다. 

2023 시즌 추신수는 상당한 안티 팬들의 비난을 지속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가 그동안 쌓아온 긍정 이미지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올 시즌 후 은퇴할 가능성이 큰 그로서는 뜻하지 않은 난관 속에 시즌을 보내야 할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일까지 다시 재조명되는 상황도 그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또한 프로라면 감당해야 할 일이다. 추신수의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추신수가 할 일은 선수로서 성적으로 그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일이다. 추신수가 소신 발언을 할 수 있는 선수임을 올 시즌 증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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