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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U-20 남자 월드컵에서의 한국 축구 새 역사는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이 대회 4강에 진출했던 대표팀은 6월 9일 오전 6시 열린 이탈리아와의 4강전에서 접전의 경기를 했지만, 1 : 1로 맞서던 후반 막바지 프리킥 결승골을 허용하며 1 : 2로 패했다. 이로써 이탈리아 전 승리로 2회 연속 결승 진출의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 

대표팀은 4강에 진출한 나라 중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던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이번 대회 내내 유지하는 실리 축구의 기조를 유지하며 대등하게 맞섰다. 대표팀은 거의 모든 경기에서 상대에 점유율을 내주지만, 단단한 수비를 공세를 막고 날카로운 역습과 완성도 높은 세트피스로 득점하며 승리를 가져오는 축구로 4강에 올랐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이전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을 축구였다. 

이탈리아전에서 경기 양상은 이탈리아가 높은 공 점유율을 유지하고 공세적으로 대표팀을 압박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이탈리아는 이전 상대 팀들과 달리 신체 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고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하는 등 대표팀에게는 부담되는 경기를 했다.

여기에 이탈리아는 대표팀의 좌우 측면을 물론이고 중앙에서도 다양한 패턴의 공격과 날카로운 패스 플레이와 돌파로 대표팀 수비를 더 어렵게 했다. 이탈리아 축구 특유의 거칠고 반칙을 적절히 활용하는 나이 어린 선수답지 않은 노련한 플레이도 대표팀에 부담이었다. 이탈리아는 대표팀을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대표팀의 공을 잡으면 거친 몸싸움과 파울로 그 흐름을 끊었다. 대표팀은 경기 템포를 조절하며 이탈리아의 공세를 막아냈지만, 이전에 상대했던 팀들에 비해서는 버거운 상대였다. 

 

 

 



이탈리아의 적극 공세는 선취 득점으로 이어졌다. 전반 14분 공격 1선에서부터 대표팀을 압박하던 이탈리아는 수비에서 끊은 공을 빠르게 공격수에 연결했고 이번 대회 최다 득점자인 카사데이가 골로 연결하며 1 : 0으로 앞서나갔다. 대표팀으로서는 수비 진영에서 상대 압박을 빠르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위험한 순간을 맞이했고 상대 스트라이커의 움직임을 차단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서두르지 않고 경기를 풀어갔다. 그러면서 점점 공격의 비중을 높여나갔다. 이런 대표팀에 전반 23분 기회가 찾아왔다. 이탈리아 페널티 박스에서 혼전 상황이 발생했고 이탈리아 수비수가 수비 과정에서 대표팀 공격수의 발을 밟는 모습이 나왔다. 주심은 그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경기를 진행했지만, 카메라는 그렇지 않았다. 결국, VAR 판독을 거쳐 대표팀에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이번 대회 내내 페널티킥을 허용하기만 했던 대표팀에게는 필요할 순간 큰 기회를 잡았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판정에서 대한 아쉬움이 항상 있었다. 4강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대표팀은 대표팀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공격 작업을 주도하는 이승원이 키커로 나섰고 그가 골을 성공시키며 1 : 1 동점에 성공했다. 리드를 당하는 상황이 더 길어졌다면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말려들 수 있었지만, 동점골이 이른 시간에 나오면서 대표팀은 다시 경기 리듬을 회복할 수 있었다. 

동점 후 대표팀은 공격 플레이가 되살아났고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이탈리아는 전반전에 승부를 건듯, 강하게 대표팀을 압박하는 플레이를 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이렇게 전반전은 1 : 1로 마무리됐다. 

후반전에도 이탈리아가 높은 공 점유율을 바탕으로 더 공세적인 경기를 했지만, 이탈리아의 공격은 전반전과 같은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상대 공격 패턴을 읽어낸 대표팀의 수비도 이에 잘 대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탈리아의 기동력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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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강점이었던 4명의 미드필더는 마름모 형태로 배치하며 중원을 장악하는 플레이가 사라지고 수비진에서 공격진으로 롱킥을 하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 이어졌다. 대표팀의 플레이는 반대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 8강전 나이지리아전같이 경기 후반에 갈수록 대표팀이 점점 주도권을 잡아가는 경기 흐름이 이어졌다. 

이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교체 카드를 적극 활용하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이탈리아는 기동력이 떨어진 미드필더 선수들을 새롭게 보강했고 전반전과 같은 적극적인 압박과 공세적인 플레이를 회복했다. 이에 반해 대표팀의 이전 경기와 다르게 교체 카드를 신중하게 활용했다. 후반전 경기 흐름이 나쁘지 않았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으로 보였다. 연장전이라는 변수도 고려한 경기 운영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기 판단은 결과적으로 경기 결과를 좌우했다. 정규 시간에 승부를 보려 했던 이탈리아는 경기 후반에 공세를 더 강화했고 위협적으로 대표팀의 골문을 위협했다. 그 과정에서 이탈리아는 후반 종료 5분여를 남기고 좋은 지점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상대의 돌파에 다소 무리한 태클로 맞선 결과였다. 대표팀 수비가 많은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은 성급한 판단이었다. 

결국, 이 파울과 그렇게 만들어진 프리킥은 양 팀의 희비를 극명하게 엇갈리게 했다. 이탈리의 프리킥을 전담하는 파푼디는 절묘한 왼발 감아 차기로 대표팀 선수들의 수비벽을 넘어 골문 구석을 파고는 골을 성공시켰다.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아픈 실점이었다. 

이후 대표팀은 공격수 수를 늘리는 선수 교체를 하고 마지막 공세를 펼쳤지만, 이탈리아는 반대로 수비수를 늘리고 단단한 수비로 대표팀의 공세를 차단했다. 대표팀은 신장이 큰 스트라이커 이영준을 겨냥한 롱킥을 자주 시도했지만, 이탈리아 수비는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빗장수비라는 말로 표현되는 이탈리아의 단단한 수비벽을 대표팀을 좀처럼 뚫지 못했다. 무심한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대표팀은 1 : 2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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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전과 8강전에서 경기 후 승리 세리머니를 하며 환호했던 대표팀은 반대로 결승 진출에 열광하는 이탈리아 선수들의 환호를 묵묵히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경기 후 관중들에 대한 인사를 잊는 않은 의연함을 보였다. 특히, 4강전을 맞이해 경기장을 붉게 물들인 현지 교민 응원단의 성원을 대표팀은 그대로 지나치지 않았다. 

결과는 아쉬운 경기라 할 수 있지만, 분명한 실력차를 느낄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U-20 대회에 나오는 선수들 답지 않게 임기응변에 능하고 노련함까지 보였다. 매너적으로는 문제가 있었지만, 필요할 때 반칙으로 상대 흐름을 끊고 적절한 신경전을 펼치는 등 심리전까지 전개하며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왔다. 또한, 완성도 높은 전술에 뛰어난 개인 기량까지 갖춘 팀이었다. 

대표팀은 상대보다 휴식 일이 하루 적으면서 체력 부담이 큰 상황과 공격수들의 잇따른 부상 이탈로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던 점, 이로 인해 이영준 홀로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에도 대표팀은 엔트리 모든 선수를 활용하며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투입하고 조직적인 플레이로 골을 만들어 내며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대표팀을 응원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지만, 유난히 대표팀에게 인색했던 심판들의 판정까지 넘어선 결과이기도 했다. 다만, 4강전에서 전략적 판단이 있었겠지만, 선수 기용폭이 좁았다는 점과 이전 경기에서 나왔던 골 결정력이 나오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존재한다. 

 

 

 



하지만 대표팀은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눈에 띄는 스타 선수가 없다는 악조건에 상대적으로 덜한 관심, 대회 장소의 갑작스러운 변경에 따른 긴 이동, 경기 중 주력 선수의 부상 악재 등을 딛고 4강 진출의 성과를 만들었다. 전력이 약하는 평가를 뒤집은 결과였다. 또한, U-20 축구에서 이뤘던 지난 대회 준우승의 성과를 다시 한번 이어갔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기존의 한국 축구와 다른 전술과 전략으로 성과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리 축구의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4강으로 우리 축구는 U-20 축구에서는 확실한 강국으로 올라섰다. 과거 1983년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 대표팀이 멕시코 대회에서 4강에 올랐을 때는 우리는 4강 신화라고 했었다. 축구 변방국가가 이룬 큰 이변이었기 때문이었다. 2019 U-20 대회에서는 그 신화를 넘어 결승 진출, 준우승의 성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2023 대회에서도 대표팀은 4강에 진출하며 대표팀의 성과가 더는 신화가 아님을 입증했다.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대표팀의 이번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표팀은 한국 시각 6월 12일 이스라엘과의 3. 4위전이 예정되어 있다. 다소 동기부여가 덜하다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를 더 빛나게 하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대표팀의 상대 이스라엘은 이번 대회 돌풍의 팀으로 8강전에서 우승후보 브라질에 승리하기도 했다. 그들 역시 이번 대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결승 진출 실패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표팀이 그들의 여정을 승리로 마무리하길 기대해 본다. 


사진 : FIFA,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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