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회 이후 또 한 번의 결승 진출의 꿈에 도전하는 FIFA U20 남자 월드컵 대표팀이 그 꿈에 한발 더 다가섰다. 대표팀은 한국 시각으로 6월 2일 오전 6시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16강전에서 전반 초반부터 잡은 리드를 끝까지 유지하며 3 : 2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대표팀은 2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고 나이지리아와 4강 진출을 놓고 대결하게 했다.
대표팀은 공격수들의 뛰어난 골 결정력에 효과적인 수비가 조화를 이루는 경기를 했다. 토너먼트의 특성상 승리를 위해 다소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는 수비 위주의 잠그는 축구로 후반전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잠그는 축구는 성공했고 대표팀은 에콰도르의 거센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경기는 한국이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기습을 노리고 에콰도르는 앞선 점유율과 개인기를 위주로 한국의 수비벽을 허물려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이 경기에서 대표팀은 단단한 방패 뒤에 날카로운 창을 숨기고 있었고 빠른 역습으로 에콰도르의 골문을 위협했다.
대표팀은 전반 빠른 득점으로 경기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전반 11분 스트라이커 이영준이 좌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부드러운 볼 트래핑에 이은 슈팅과 연결하며 상대 골 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 대표팀의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우월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수많은 헤딩 경합과 수비진과의 몸싸움, 많은 활동량으로 수비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이영준은 골 이미 예선에서 골을 성공시키며 골 결정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 골 결정력이 16강전에서 골과 연결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표팀은 만회골을 위해 라인을 더 끌어올리고 공세를 강화한 에콰도르의 뒤 공간을 침투한 공격수 배준호가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제치며 또다시 골을 성공시켰다. 이영준에 이어 배준호까지 공격수들의 역량이 돋보이는 2골이었다.
2골 차 리드는 대표팀에게 한층 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했다. 대표팀은 수비벽을 더 공고히 하며 에콰도르 공세를 막고 기습을 노리를 전술을 지속했다. 에콰도르는 대표팀의 두꺼운 수비벽에 막혀 그들의 장점이 중앙 돌파가 쉽지 않았고 중거리 슛 타이밍도 잘 나오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그들의 좌측면, 대표팀의 우측면 돌파를 주로 노렸지만, 공격수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은 효율적이지 않았다.
여기서 변수가 발생했다. 전반 36분 대표팀의 페널티 박스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고 에콰도르 선수가 넘어졌다. 주심은 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다소간의 접촉이 있었지만, 선수가 넘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에콰도르 선수의 반칙을 유발하는 동작으로 보이기도 했다. 결국, VAR 판독이 이어졌고 페널티킥 판정은 그대로 유지됐다. 에콰도르가 그 기회를 골로 연결하면서 경기 스코어는 2 : 1, 한 점 차 리드로 급박하게 변했다.
기세가 오른 에콰도르는 한층 더 공세를 강화했고 골 점유율이나 슈팅 수 등에서도 대표팀이 밀리는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수비수들의 침착한 플레이로 상대 공세를 적절히 막아내며 1점 차 리드를 유지한 채 대표팀은 전반전을 마치 수 있었다. 대표팀은 전반전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활동량으로 에콰도르의 공세를 막아냈고 협력 수비로 상대 개인기를 무력화하긴 했지만, 후반전에도 그 활동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남긴 채 전반을 마쳤다.
이런 고민은 후반전 초반 추가 골로 그 깊이가 한층 덜어졌다. 후반 48분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최석현의 절묘한 헤더가 상대 골문 구석을 파고드는 골과 연결됐다. 대표팀은 선물과 같은 골로 3 : 1, 다시 두 골 차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이 리드를 지키기 위해 대표팀은 수비수 수를 크게 늘리는 잠그는 축구로 경기 운영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공격 시 미드필더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을 최소화하고 수비 시 수비진은 5백으로 전환해 수비벽을 더 두껍게 했다. 전반전 4-2-3-1 전술로 경기를 시작한 대표팀은 후반 중반 이후 5-4-1 형태로 전술을 변화하며 수비에 한층 더 비중을 두는 경기를 했다.
에콰도르로서는 시간이 너무나 빨리 흐름을 느끼는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전반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공격 패턴으로 한층 더 두꺼워진 한국의 수비벽을 뚫기 어려웠다. 돌파는 쉽지 않았고 무의미한 중거리 슛이 이어졌다. 에콰도르는 전. 후반 내내 많은 슈팅을 시도했지만, 유효 슈팅 수는 한국과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에콰도르는 한국의 역습을 막거나 급한 마음에 더 많은 반칙을 범하며 세트피스 찬스를 내주기도 했다.
점점 시간이 흘렀고 에콰도르 선수들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표팀은 최 전방에 이영준을 남기도 전원 수비 전략으로 상대 공세를 차단했다. 후반전 중반 이후에는 대표팀 진영에서 공이 대부분 이동하는 상황이 이어졌지만, 에콰도르의 공격은 날카롭지 않았고 2골 차 리드의 대표팀 선수들은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만회골을 위한 에콰도르 선수들의 집념은 후반 84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만회골로 이어졌다. 다시 한 점 차의 불안한 리드에서 대표팀은 수비수들들 연달에 교체 투입하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주력했다. 재미없는 경기라 할 수도 있었지만, 대표팀은 승리 확률을 더 높이는 경기 운영으로 리드를 끝내 지켜냈다. 경기는 긴 추가시간이 지나고 한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양 팀 선수들의 희비는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크게 엇갈렸다.
한국과 에콰도르는 지난 2019년 대회에서 4강전에서 맞대결한 경험이 있다. 그 경기에서 이강인이 이끄는 대표팀은 접전 끝에 에콰도르에 1 : 0 신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에콰도르로서는 그때의 아쉬움을 지워낼 수 있는 기회였지만, 또다시 한 점차 패배로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반대로 한국은 에콰도르를 두 대회 연속 넘고 토너먼트 더 높은 곳에 오르게 됐다.
U20 대표팀은 이번 대회 철저한 실리 축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조 예선 1차전에서 우승후보 프랑스에 승리한 건 안정된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의 조화였다. 예선 2차전에서 온두라스전은 수적 우위에도 고전했지만, 2골 차를 극복하고 동점을 이루며 무승부에 성공했다. 이 승리로 한국은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예선 3차전 감비아전은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에서 과감한 선수 로테이션으로 나섰다. 승리보다는 빡빡한 토너먼트 일정을 고려한 체력 안배와 지지 않으려는 경기로 무승부의 결과를 만들었다. 조 2위를 내주긴 했지만, 대표팀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토너먼트 대진에 속하게 됐다.
이 전략은 16강전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조 예선 마지막 경기 로테이션을 통해 체력을 비축한 대표팀은 보다 많은 활동량을 가져갈 수 있었다. 큰 호평을 받았던 조 예선 1차전 프랑스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리드한 상황에서는 그동안 한국 축구에서 보기 힘들었던 수비 위주의 전형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U20 대표팀은 재미와 화려함을 버리고 이기는 축구로 이 대회를 임하고 있다. 이런 김은중 감독의 전략은 현재까지는 아주 성공적이다.
다만, 페널티킥을 세 차례 내줄 정도로 위험 지역에서의 보다 신중하고 효과적인 수비 방법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휴식 일이 적은 토너먼트 일정에서 선수들의 체력관리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대표팀은 16강전을 마치고 2일 휴식 후 8강전을 치러야 한다. 이를 의식한 듯 대표팀은 후반전 교체 카드를 적극 활용하며 체력 안배를 위한 선수 운영을 했다. 조 예선 마지막 경기 선수 로테이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국제 대회에서 조 예선 통과가 당면 목표였고 온 힘을 다 쏟아부었다. 토너먼트에 대한 대비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U20 대표팀은 토너먼트까지 고려한 선수 운영을 했다. 16강전에서도 초반 득점이 있었지만, 다음 경기를 대비한 선수 운영을 했다.
이런 경기 운영은 낯설기도 하지만 반갑기도 한 모습이다 또한, 무의미한 점유율을 버리고 골 결정력을 높이는 전술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전술 변화에 대한 선수들의 이해도나 적응력도 뛰어나다. K 리그에서 어린 선수들의 엔트리 포함 및 경기 출전을 의무화하면서 다수의 U20 선수들이 경기 경험을 축적한 프로 선수들이라는 점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분명 이번 U20 대표팀은 이전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모습과 차이가 있다. 현재까지는 그 차이가 성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U20 대표팀의 여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들의 앞으로 대결이 기대된다.
사진 : FIFA,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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