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후 FA 시장과 2차 드래프트 등을 거친 프로야구는 마무리 훈련도 끝났고 단장이 주도하는 스토브리그 기간을 보내고 있다. 이미 FA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대형 선수들이 계약을 체결했고 SSG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김강민의 한화행이라는 2차 드래프트도 큰 화제가 됐다. 그 사이 소소한 트레이드 소식도 있었다. 스토브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 스토브리그의 중요성은 다음 시즌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이 기간 결정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 영입은 그 구단의 전력을 크게 달라지게 할 수 있다. 각 구단별로 3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고 투수와 타자 한 쪽으로 선수 영입을 할 수 없는 규정 탓에 각 구단은 매우 신중하면서 복잡한 셈법을 하며 외국인 선수를 결정해야 한다.
아직은 외국인 선수의 시즌 중 교체에 제한 사항들이 많고 최근 외국인 선수 수급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선수 영입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 외국인 선수 영입과 계약에 일종의 샐러리 캡이 있는 상황도 선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2023 시즌 NC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한 마디로 대박을 터뜨렸다. NC가 고심 끝에 영입한 외국인 투수 페디 존재 때문이다. 페디는 올 시즌을 넘어 역대 외국인 투수 중 최고의 활약을 했다. 페디는 20승으로 다승 1위, 2.00으로 방어율 1위, 209 탈삼진으로 이 부분에도 1위에 올랐다. 타자가 타율과 타점, 홈런 1위를 차지하는 트리플 크라운이라 하는데 페디는 투수 부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2023 시즌 리그를 지배한 외국인 투수 페디
특히, 20승과 200탈삼진의 기록은 역대 우리 프로야구에서 레전드 중의 레전드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만 달성한 기록으로 그 가치가 남다른다. 페디는 올 시즌을 넘어 우리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대 기록을 달성한 투수가 됐다. 만약, 시즌 후반기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거르는 일이 없었다면 페디는 더 이상의 기록 달성도 가능했다.
그만큼 페디의 정규 시즌은 대단했고 경악 그 자체였다. 이런 페디의 존재는 올 시즌 하위권 전망이 우세했던 NC의 순위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렸고 포스트시즌 선전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도록 했다. 이는 2023 시즌을 앞두고 10개 구단 중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더 나은 투수 영입을 위해 기다림을 지속했던 NC의 선택이 옳았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일이었다.
페디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 풀 타임을 소화한 경력이 있는 투수였고 KBO 리그에 올 레벨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NC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제외된 시점에 그와 접촉했고 KBO 리그행을 성사시켰다. 이를 두고 부상 등 다른 요인이 있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제외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을 수 있었지만, 페디는 몬스터 시즌을 만들어내며 그의 남다른 클래스를 보여줬다.
페디는 시즌을 준비하면서 기존에 활용하던 구종에 더해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주목받고 있는 구종인 스위퍼를 더했다. 슬라이더처럼 보이지만 휘어나가는 각이 훨씬 더 큰 스위퍼는 속구 스피드가 뛰어난 투수들이 활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 타 모두 최고 선수 반열에 오른 일본 선수 오타니도 이 공을 던진다.
페디의 스위퍼는 정규 시즌 기간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제구가 되는 150킬로 이상의 속구, 안정된 투구 내용까지 페디는 완벽한 선발 투수였다 2023 시즌 페디는 뛰어난 성적 외에 180.1 이닝을 소화했고 무려 21번의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나오면 승리가 보장되는 에이스의 존재는 그로 인한 직접적인 승리 외에 팀에 가져다주는 부수적 효과가 크다. 메이저리그 출신 에이스의 존재는 NC 마운드의 주축을 이루는 젊은 투수들의 기량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페디는 뛰어난 성적 외에 KBO 리그를 항상 존중하는 자세를 보였고 성실했다. 팀에 잘 녹아드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한화의 선발 투수 문동주와도 개인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했다. 페디는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외국인 선수였다.
이런 페디가 정규 시즌 MVP로 선정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페디는 시즌 후 고국으로 바로 돌아가는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귀국 후 다시 한국에 입국해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시상식에서 소속팀 NC와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수차례 밝혔다. 그 장면에서 감정이 복받치는 모습도 있었다.
그만큼 KBO 리그에서 2023 시즌은 그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플레이오프에 등판하지 않으면서 포스트시즌 그에 대한 태업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정규시즌 기간 그의 태도와 수상 소감 등을 보면 분명 거리가 있다. 페디는 시즌 막지막 등판에서 타구에 팔을 맞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이는 부상 이전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이 불가피한 일이었다. 단기간에 이를 회복하고 마운드에 오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페디는 준 플레이오프에서 선발 등판해 호투하기도 했다.
페디와 함께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NC로서는 극강의 에이스 페디와의 이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페디의 MVP 수상 소감은 NC와의 이별을 앞둔 소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즌 중 페디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구단은 큰 관심을 받았다. 그가 등판하는 경기에 해외 구단 관계자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KBO 리그를 평정하고 기량이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인 페디는 KBO 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 선수로 도약한 외국인 선수들의 길을 다시 밟을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후반기 부상 이슈가 있었지만,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영향이 컸고 시즌 내내 페디는 강한 내구성을 보였다. 여기에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로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시점이다. KBO 리그 출신으로 애리조나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캘리의 활약도 페디에게는 메이저리그 복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한 바 있는 페디 역시 메이저리그 복귀에 대한 열망이 클 것으로 보인다.
너무 잘했더 탓에 불가피한 NC와의 이별
이에 NC는 피디에게 다년 계약을 제시하는 등 재계약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리그 규정 상 제시할 수 있는 금액에 제한이 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와 일본 구단과의 머니 게임을 이겨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페디의 괴물 같은 활약은 2023 시즌만의 추억이 될 가능성이 크다. NC는 스토브리그 기간 페디의 빈 자리를 대신할 외국인 투수 영입을 위해 깊은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페디의 사례는 외국인 선수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 NC는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시점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며 더 나은 선수를 찾았고 페디라는 보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페디의 존재는 2023 시즌 NC의 운명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C 외에 올 시즌 상위권 팀들의 외국인 선수 활약은 하위권 팀들보다 비교 우위에 있었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LG는 프랜차이즈 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에이스 투수 켈리와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은 오스틴의 역할이 매우 컸다. 올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극복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KT는 시즌 중 복귀한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의 역할이 반전의 큰 계기가 됐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리그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다.
이 점에서 2023 시즌 NC의 페디 영입은 역대급이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했다. 다만, 너무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한 탓에 페디 효과를 더 누릴 수 없다는 점은 NC에 큰 아쉬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2023 시즌 페디는 최근 KBO 리그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리그를 완벽하게 지배하는 투수로서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분명하다.
사진 : NC 다이노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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