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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에게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우승 커리어를 쌓는 일이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다르지 않다. 이에 선수 생활의 끝자락에 우승 커리어를 위해 스스로 연봉을 대폭 삭감하고 우승 가능성이 큰 팀으로 이적하는 스타 선수들도 있다.

매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이루어지는 트레이드 있어 인지도 높은 선수들에게 중요하게 고려되는 상황도 우승 가능성이다. 그만큼 어느 프로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우승의 기억은 금전적 손해가 있더라고 한번쯤의 경험하고 싶은 일이다. 

우리 프로야구에서 스타 선수가 아니면서 무려 3번의 우승을 경험한 선수가 있다. LG의 백업 포수 허도환이 그 선수다. 허도환은 2018 시즌 SK 와이번스, 2021 시즌 KT 위즈, 2023 시즌 LG에서 한국 시리즈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프로야구 최고 타자 중 한 명인 이대호가 끝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채 은퇴를 했고 그 외 스타 선수들 상당수가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은퇴하는 현실에서 허도환은 남다른 선수 이력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선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7 시즌 대졸 선수로 육성 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던 허도환은 한 시즌만에 팀에서 방출되는 비운을 겪었다. 당시 두산에는 홍성흔이라는 프랜차이즈 포수가 있었고 다수의 백업 포수 자원도 있었다. 허도환은 그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고 무엇보다 계속되는 부상이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게 했다. 

 

 

 




프로데뷔 1년만의 방출 그리고 공백기 


결국, 부상 재활과 병역의무 이행을 하기 위해 허도환은 긴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2011 시즌을 앞두고 허도환은 지금은 키움 히어로즈가 된 넥센 히어로즈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고 육성 선수로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2군에 머물던 허도환은 1군 포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부진 속에 마침내 1군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허도환은 안정된 수비와 투수 리드를 바탕으로 점점 팀 내 입지를 넓혀갔고 주전 포수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허도환은 넥센의 주전 포수로 당당한 1군 선수로 활약했다. 넥센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는 기간 중에는 팬 투표로 선정되는 올스타 선수로 선정되는 영광도 있었다. 허도환으로서 입단 1년 만의 방출과 부상, 현역 입대와 재 입단 등 여러 시련을 극복하며 성공의 시대를 열어갔다. 

하지만 이후 허도환은 지금은 LG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는 박동원의 급 부상과 함께 주전 포수 자리에서 밀려났고 기량의 내림세를 보이면서 점점 1군에서의 출전 빈도도 줄어들었다. 넥센에서 그의 위치가 크게 흔들리던 시점에 허도환은 한화로 트레이드 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한화로의 트레이드는 그가 여러 팀을 옮겨 다니는 저니맨 생활의 시작이었다.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두껍지 못한 한화에서 허도환은 주전 포수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그의 역할은 백업 포수로 제한적이다. 타격은 2할을 조금 넘는 수준에 무난한 수비 능력을 보이는 허도환은 한화에서도 주전 포수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때부터 허도환은 백업 포수로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했다. 한정된 출전 기회에서 허도환은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분명히 보여야 했다. 

그의 선수 이력은 다시 서울에서 대전을 거쳐 인천으로 이어졌다. 2018 시즌을 앞둔 시점, 2차 드래프트로 통해 허도환은 SK 와이번스의 지명을 받았고 팀을 옮겼다. SK 와이번스에서도 허도환은 백업 포수였다. 그나마도 경기 출전수는 더 줄어들었다. 이제 30살을 훌쩍 넘겨 베테랑 선수가 된 그에게는 선수 생활 지속 여부를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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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의 주전 포수에서 저니맨으로 


하지만 이때부터 허도환은 우승 팀 선수라는 이력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2018 시즌 SK 와이번스는 정규리그 2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정규 시즌 1위 두산에 승리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허도환은 우승을 결정지은 경기에서 교체 포수로 나서 마지막 우승 확정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의 야구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그의 우승 이력은 이제 그치지 않고 계속됐다. 2020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KT로 팀을 옮긴 허도환은 2021 시즌 KT의 한국 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다. KT에서 허도환은 무난한 수비 능력에 드문드문 찾아오는 타석 기회에서 기대 이상의 타격 능력을 보이며 하위 타선의 변수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KT에서 두 시즌 활약은 그에 대한 가치를 높이게 했다.

2022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은 허도환은 2년 최대 4억 원에 LG와 FA 계약을 했다. 100억 원의 대형 계약이 줄을 잇는 시점에 그의 계약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허도환에게는 프로 데뷔 후 15년 만에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매 시즌이 끝나면 방출을 걱정해야 했던 시절을 넘어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허도환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LG는 백업 포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고 두 차례 우승을 경험했고 무난한 수비 능력과 경험을 가진 허도환이 그 자리를 채워줄 적임자였다. 그렇게 LG 선수가 된 허도환은 2023 시즌 또다시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로 그 이름을 올렸다. 세 번째 우승 경험이다. 29년 만에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소속팀 LG와 같은 우승 횟수다. 이쯤 되면 숨은 우승 청부사라는 말을 들어도 될 정도다. 

이로써 허도환은 세 번의 우승 경험에 더해 SK, KT, LG까지 이동통신 3사와 관련한 프로야구단에서 모두 선수 생활을 한 독특한 이력을 더했다. 또한, 두산과 지금의 히어로즈를 포함해 수도권 구단에서 모두 선수 생활을 한 선수로도 색다른 이력을 남기게 됐다.

누군가는 허도환의 오랜 선수 생활의 이유가 리그의 고질적인 포수 난 때문이라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량이 미달되는 선수는 포수를 포함해 매 시즌 방출이 되는 게 KBO 리그의 상황이다. 포수라는 희소성이 허도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지만, 그가 1군에서 활약할 수준이 아니라면 긴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허도환은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면서 타격에 눈을 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개의 우승 반지 그리고 계속되는 현역 선수 생활


허도환의 현역 선수로서 이력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허도환은 2024 시즌 LG 보류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LG로서는 박동원이라는 공. 수를 겸비한 주전 포수가 있지만, 그의 체력 안배를 위한 백업 포수가 중요하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김범석 등 젊은 포수들의 성장에 시간이 필요하고 백업 포수 1순위였던 김기연은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아 팀을 떠났다. 오히려 허도환의 비중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내년 시즌에도 LG 1군 엔트리에서 허도환의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허도환의 선수 이력은 살아남은 자가 진정한 승자임을 보여주고 있다. 허도환은 백업 포수로 1군과 2군을 오가는 고달픈 상황이 매 시즌 이어짐에도 이를 견디며 언제든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경기력을 유지했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어진 기회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보였다. 

이를 통해 허도환은 그의 현역 선수로 그 이력을 이어갈 수 있었고 그 어려운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3개나 수집할 수 있었다. 이는 지금도 1군 콜업을 기다리며 2군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그가 앞으로 어떤 선수 이력을 더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분명한 건 내년 시즌에서 허도환은 현역 선수로 시즌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사진 : LG 트윈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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