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투자를 했지만, 또다시 재현된 용두사미 시즌 그리고 단장과 감독이 교체되는 큰 변화까지 2023 시즌 롯데는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기대가 공존하는 한 해를 보냈다. 롯데는 올 시즌 수년간 계속된 팀 체질 개선과 리툴링을 바탕으로 전력에 필요한 부분을 FA 시장에서 채우며 기대를 모았지만,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롯데는 수년간 롯데의 변화를 주도하던 성민규 단장 체제를 끝내고 김태형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며 다시 한번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코치진 구성에서 자신의 친정 체제를 분명히 했고 과거 두산에서 함께 했던 코치들이 대거 롯데에 영입됐다. 여기에 롯데 구단 사정을 잘 아는 인사를 새롭게 단장으로 선임하면서 김태형 감독과의 협력 체제를 구성했다. 내년 시즌 롯데는 단장이 주도하는 프런트 야구에서 감독의 영향력이 한층 커지는 야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롯데는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한 갈증이 크다.
이를 위해 롯데는 전력의 부족함을 메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당장 FA 시장에서 롯데는 주전 2루수 안치홍을 잃었다. 프랜차이즈 선수 전준우를 지켰지만, 샐러리캡의 제한으로 안치홍에게 과감한 배팅을 할 수 없었다. 안치홍은 한화를 선택했다. 대신 롯데는 2차 드래프트에서 1군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베테랑 내야수 오선진과 최항을 영입하며 안치홍의 빈자리를 채울 선수 뎁스를 확보했다.
비교적 조용한 롯데의 스토브리그
하지만 안치홍의 팀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대신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기존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외국인 타자 영입에 기대를 하고 있지만,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롯데는 마운드가 내년 시즌 팀 성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롯데에는 다수의 유망주 투수들이 있고 선발 마운드에 강점이 있다.
선발 마운드는 재계약을 확정한 외국인 투수 월커슨에 올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 박세웅과 나균안이 있다. 윌커슨은 교체 외국인 투수로 시즌 중 영입됐지만, 빠른 적응력과 함께 매우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한마디로 계산이 서는 선발 투수였다.
박세웅은 비 FA 다년 계약을 체결했을 만큼 롯데의 확실한 선발 투수다. 나균안은 포수 출신으로 성공적인 투수 전환을 했고 더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박세웅과 나균안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고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여기에 올 시즌 부진했지만, 선발 투수로 활약이 가능한 한현희와 이인복이라는 선발 자원이 있다. 한현희는 FA 계약으로 롯데에 영입된 이후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구위는 전성기에 근접한 모습이었다. 시즌 중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더 나은 성적도 기대할 수 있었다. 이인복은 부상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시즌이었고 내년 시즌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
이런 선발 투수진에 메이저리그 도전과 재계약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반즈가 함께 한다면 롯데는 다양성과 안정감을 함께 갖춘 선발 마운드 구성이 가능하다. 반즈가 재계약에 이르지 못한다 해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국내 선발 투수 자원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부실한 좌완 불펜진
문제는 불펜진이다. 특히, 좌완 불펜진의 강화가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롯데에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완 불펜진은 리그 상위 클래스 마무리 김원중이 있고 4시즌 연속 20홀드 이상을 달성한 구승민, 미래 마무리 투수로 기대되는 영건 최준용, 현역 선수 은퇴 위기에서 극적 반전에 성공한 베테랑 김상수까지 확실한 투수들이 있다. 이외에 내년 시즌 더 큰 활약이 기대되는 영건 진승현과 시즌 막바지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준 영건인 우강훈도 불펜진에 힘을 더할 수 있다.
하지만 좌완 불펜진은 의문부호를 지울 수 없다. 올 시즌 롯데는 1군 엔트리에 상시 포함될 좌완 불펜 투수가 없었다. 롯데가 기대하는 영건 김진욱은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해결하지 못했다. 롯데는 그가 선발 투수로 성장하길 기대했지만, 김진욱은 기복이 심한 투구가 여전했다. 불펜 투수로 조금 나은 투구를 했지만, 필승조에 들어가기에는 안정감이 떨어졌다.
롯데가 트레이드로 영입한 좌완 심재민이 가능성을 보인 건 작은 위안이었다. 심재민은 KT의 창단 멤버로 1군에서 중용됐지만, 최근 그 입지가 크게 줄었고 롯데로 트레이드 됐다. 롯데는 풍부한 경험의 심재민이 바뀐 환경에서 반등하길 기대했다. 실제 심재민은 부족한 롯데 좌완 불펜진에 큰 힘이 됐다. 심재민은 불펜은 물론이고 선발 투수로도 역량을 보이며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다만,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 있는 투수가 아닌 만큼 필승 불펜조 또는 믿음직한 스윙맨으로 엔트리에 상시 포함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이런 롯데가 선택한 또 다른 불펜 카드는 진해수다. 진해수는 KIA, SK, LG를 거친 좌완 불펜 투수다. 그는 마운드의 뎁스가 리그에서 가장 두꺼운 LG에서도 오랜 기간 핵심 불펜 투수로 활약했고 FA 계약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진해수는 전력 핵심에서 밀렸고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내년 시즌에서도 그의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롯데는 진해수를 트레이드 영입하면서 신인 5라운드 지명권을 LG에 내줬다. 1군 전력의 유출을 막고 좌완 불펜진을 보강한 트레이드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롯데는 좌완 불펜진 강화를 위해 수차례 베테랑 좌완을 영입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다. 진해수 역시 30대 후반의 나이고 커리어가 내림세에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진해수는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고 제구의 안정감이 있다. 여기에 오랜 경험이 있고 강팀 LG 소속으로 그의 경험에는 승리의 기억이 다수를 이룬다. 이는 롯데 마운드에 보이지 않는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특별한 부상 이력도 없고 최근 부진은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일정 부분 영향이 있었다. 롯데는 그에게 고향팀으로 새로운 동기부여 요소가 될 수 있다. 진해수가 1군에서 LG 때만큼의 기량을 보여준다면 좌완 불펜진의 고민을 한층 덜 수 있는 롯데다.
진해수와 심재민은 롯데가 육성하고 있는 젊은 좌완 불펜 투수들의 성장에 있어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롯데는 김진욱 외에 올 시즌 초반 인상적인 투구를 했던 이태연, 군에서 제대한 홍민기까지 가능성 있는 투수들이 있다. 아직은 붙박이 1군 투수가 되기는 부족함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강한 구위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컨디션의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경험이 쌓여야 해결이 가능하다. 진해수와 심재민은 이들에게 보고 배울 수 있는 투수가 될 수 있고 1군 좌완 불펜진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내년 시즌 개막까지 좌완 불펜진 강화할 수 있을까?
최근 야구에서 좌완 불펜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좌타자들이 대부분 팀들의 주력 타선을 구성하고 있고 이들을 막기 위해서는 수준급 좌투수가 필요하다.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발전하면서 좌타자가 좌투수에 약하다는 상식이 상당 부분 희석되긴 했지만, 여전히 좌투수의 희소성은 무시할 수 없다.
단적으로 한국시리즈에서 LG에 패했던 KT는 LG 좌타자를 막아낼 좌완 불펜 투수 부재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KT는 결정적인 순간 LG 좌타선에 마운드가 무너지며 시리즈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 이는 좌완 불펜 투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즉, 수준급 좌완 불펜 투수의 존재는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다.
롯데는 수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내년 시즌 더 나은 성적을 원한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라 할 수 있다. dFA 시장에서 이미 발을 뺀 롯데는 현 자원으로 좌완 불펜진 강화를 해야 한다. 남은 스토브리그 기간, 그리고 이어질 스프링 캠프에서 롯데가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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