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중 3연전 위닝 시리즈를 놓고 대결한 롯데와 KIA의 대결 결과는 KIA의 7 : 6, 짜릿한 끝내기 승리였다. KIA는 9회 말 2사 만루 기회에 타석에 들어선 이홍구가 행운의 몸맞는 공으로 타점을 올리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KIA는 9회 말 공격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2 : 6으로 뒤지면 패색이 짙었지만, 9회 말 안타 사사구 5개를 묶어 5득점 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시즌 초반부터 중심 타자로서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는 KIA 외국인 선수 필은 2 : 6에서 6 : 6을 만드는 극적인 만루 홈런을 때려내며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고 최근 경기에서 무안타에 허덕이던 4번 타자 나지완은 모처럼 2안타 경기를 하며 타선에 힘을 보탰다. 신인 김호령과 강한울로 구성된 테이블 세터진 역시 각각 2안타를 때려내며 제 역할을 확실히 했다.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KIA 불펜 투수 박준표는 단 한 타자만을 잡아내고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되는 기쁨을 맛봤다.
KIA 선발 스틴슨은 6.1이닝 동안 116개의 공을 던지며 역투하면서도 8피안타 5사사구 5실점으로 패전 투수의 위기에 몰렸지만, 팀의 9회 말 역전승으로 패전의 기억을 쌓지 않게 됐다. KIA는 위닝 시리즈를 가져감과 동시에 10승 10패로 승률 5할에 복귀하며 상승 분위기를 만들 계기를 마련했다.
(심수창, 불운의 그림자는 언제 지워질까?)
이런 KIA의 기쁨과 달리 롯데는 지난 주말 두산과의 일요일 경기 악몽이 되살아 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전날 경기에서 힘겹게 승리를 지켰던 롯데였지만, 목요일 경기 행운의 여신은 롯데 편이 아니었다. 롯데의 불운은 롯데 선발 심수창의 불운과 연결되며 심수창의 역투를 무색하게 했다.
이전 두 번의 등판에서 좋은 내용을 투구를 하고도 타선의 부진과 수비 실책, 불펜진의 방화로 승리 투수 기회를 날렸던 심수창은 KIA 전에서도 5.2이닝 8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호투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불펜진은 그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 했다. 심수창으로서는 올 시즌 첫 선발승으로 오랜 불운의 선수라는 이미지를 지워내고 싶었지만, 불운의 그림자는 그를 떠나지 않았다.
심수창은 오버핸드와 쓰리쿼터를 오가는 독특한 투구폼과 변화가 심한 구질과 한층 스피드업 된 직구를 바탕으로 5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지만, 그때마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심수창으로서 첫 승에 대한 절심함이 묻어난 투구였다. 이런 심수창의 역투에 타선도 화답했다.
롯데는 3회 초 4번 타자 최준석의 2타점 적시 안타에 이어 4회 초 외국인 타자 아두치의 3점 홈런이 폭발하며 5 : 0의 리드를 잡았다. 심수창의 투구를 고려하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리드였다. 하지만 롯데 타선은 이후 추가 득점 기회에서 결실을 얻지 못하며 다소 답답한 공격 흐름을 보였다. 롯데의 공격의 주춤하는 사이 KIA는 선발 스틴슨에 이어 불펜진이 추가 실점을 막아내며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6회 말 KIA는 투구 수 80개를 넘기며 다수 구위가 떨어진 롯데 선발 심수창을 상대로 득점에 성공하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첫 타자 강한울의 2루타와 필의 안타로 잡은 무사 1, 3루 기회에서 KIA는 오랜 침묵에서 벗어나며 안타를 때려낸 나지완의 적시 안타로 1점을 추격하며 기세를 올렸다. 심수창의 침착한 투구와 호수비는 KIA의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1실점으로 6회 말 수비를 마무리하는 듯 했던 심수창은 실점에 대한 부담 탓인지 투구 시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고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을 하며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심수창으로서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선발 투수로서 더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점은 그의 유일한 잘못이었다. 하지만 승리투수가 되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 투구였다.
전날 극심한 난조에 빠졌던 롯데 불펜진은 이명우, 김성배가 8회까지 무실점 투구로 안정감을 보였고 9회 초 터져 나온 황재균의 솔로 홈런은 롯데가 승리를 확신할 수 있게 하는 한 방이었다. 롯데는 9회 말 마무리 김승회를 마운드에 올려 승리를 확정하려 했다. 전날 경기에서 힘겹게 세이브를 기록하며 투구 수 30개를 기록했던 김승회의 등판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김승회는 첫 타자 이홍구에 2루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이닝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 1루수 오승택은 잡을 수 있는 파울 플라이를 놓치며 이홍구가 타석 더 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것이 롯데의 9회 말 비극의 시작일지는 그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아웃시킬 수 있는 주자가 출루하자 김승회는 급격히 흔들렸다.
이어 나온 김호령에 안타를 허용하며 1, 3루 위기를 몰린 김승회는 강한울에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KIA 타자들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필을 만루에서 상대하는 건 분명 큰 부담이었다. 우려대로 김승회의 공은 높았고 위력이 없었다. 그 공을 필은 좌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으로 연결했다. 순식간에 경기는 롯데의 6 : 2 리드에서 6 : 6 동점으로 반전됐다.
롯데는 홍성민을 급히 마운드에 올렸지만, 3일 연속 등판으로 구위가 떨어진 홍성민이 감당하기에 KIA의 기세는 너무나 강했다. 결국, 홍성민은 2사 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끝내기 득점을 상대에 허용하고 말았다. 9회 말 첫 타석에서 공격의 물꼬를 트는 2루타를 때려냈던 이홍구는 행운이 깃든 끝내기 몸맞는 공으로 결승 타점을 기록하며 최고 수훈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아두치, 빛바랜 3점 홈런)
롯데의 허무한 역전패에 역투했던 롯데 선발 심수창은 시즌 첫 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심수창의 아쉬움과 별로도 롯데는 불펜진의 계속된 난조 속에 다 잡은 경기를 또다시 놓치며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승리했다면 최근 부진했던 외국인 타자 아두치의 타격감 회복과 선발 투수 심수창의 자신감이 한 층 더 높아지는 수확까지 얻을 수 있었다.
불펜진의 불안은 그런 바람을 무산시켰다. 문제는 이런 불펜진의 부진에 당장의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강영식, 정대현 등 부상 복귀 선수들의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새롭게 충원될 불펜 자원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선발진이 분전하고 여전히 타선이 힘을 내고 있지만,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고려하면 매 경기 큰 걱정거리를 안고 임해야 하는 롯데다.
롯데는 불안한 불펜진으로 인해 올 시즌 프로야구의 신조어로 떠오른 롯데 극장, 롯데 시네마의 불명예스러운 조연으로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쯤 되면 귀신이라도 쓰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팀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한 시즌에 한 경기 나올까 말까 한 치명적인 패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로서는 거듭된 실패로 심리적으로도 크게 위축된 불펜진을 어떻게 다독이고 자신감을 되찾게 하면서 재 정비할 할 수 있을지가 당장 꺼야 할 급한 불이 됐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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