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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좌완 외국인 투구 레일리와 5시즌을 함께하는 재계약 발표와 함께 새로운 외국인 투수 톰슨과의 계약을 발표하면서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구성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특히, 투수 부분은 대부분 구단이 내년 시즌 구성을 마쳤다.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 팀 두산은 아직 외국인 선수 3인과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지만, 린드블럼, 후랭코프 두 외국인 원투 펀치와의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올 시즌 빼어난 기량을 과시한 두 투수들이 일본이나 미국 리그로 눈을 돌린다면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아야 하겠지만, 연봉 협상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모습이다.

각 구단의 외국인 투수 영입의 흐름은 젊고 내구성이 뛰어난 선발 자원의 확보였다. 과거의 명성보다는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낼 수 있는 선발 투수 경험이 있는 20대 투수들이 새 얼굴로 영입됐다. 100만 달러라는 영입 금액 제한과 불러온 변화일 수도 있지만, 외국인 투수 영입의 트렌드에 변화가 생긴 건 분명하다. 

외국인 선수들로서도 부상만 없다면 시즌 내내 풀 타임 선발 투수 기회가 보장된 KBO 리그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이들은 KBO 리그에서 더 기량을 발전시켜 메이저리그 복귀나 일본 리그로의 진출을 꽤 할 수도 있다. 이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메이저리그 유망주 출신 선수들도 KBO 리그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의 대거 영입되면서 기존 외국인 투수들 중 상당수는 KBO 리그와 작별을 고하고 있다. 투수 중 지난 시즌에 이어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선수는 롯데 레일리, LG 윌슨, 히어로즈의 브리검, SK의 산체스뿐이다. 이들 외에 2017시즌 KIA 우승의 주역이었던 헥터, NC의 에이스였고 특유의 투구 폼으로 선수 투수로서 꾸준한 활약을 했던 해커, 이닝 이터로서 꾸준한 활약을 했던 LG 소사, 너클볼을 능수능란하게 던졌던 KT 피어밴드 올 시즌 삼진왕을 차지했던 한호 샘슨 등은 내년 시즌 시작을 KBO 리그에서 할 수 없게 됐다.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더 작용하는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이지만, 그들을 아는 야구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외국인 선수 니퍼트에 대한 아쉬움은 더 크다. 니퍼트는 2011시즌 두산에서 KBO 리그에 데뷔한 이후 7시즌 동안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큰 족적을 남겼다. 2015시즌 부상이 겹치면서 주춤했지만, 나머지 시즌 동안 니퍼트는 두자릿 수 승수를 기록했고 2016 시즌에는 무려 22승을 달성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가 이런 기록을 쌓아가면서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 그 이상의 존재가 됐다. 

두산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와 같은 존재였다. 해마다 FA 시장에서 주력 선수들의 내주는 두산에서 니퍼트는 한결같이 팀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았다. 니퍼트 역시 두산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고 팀의 베테랑으로 경기 외적으로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대로라면 최초로 KBO 리그에서 명예롭게 은퇴하는 외국인 선수가 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프로의 냉정함이 이런 바람을 이루어지 못하게 했다. 2017시즌 니퍼트는 두산에서 14승 8패 방어율 4.06을 기록했다. 훌륭한 성적이었지만,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후반기 뚜렷한 구위 저하 현상을 보였다. 30대 후반의 나이도 니퍼트에게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었다. 

2017시즌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KIA에 밀려 우승에 실패했다. 두산은 팀에 변화를 모색했고 외국인 선수 구성에 변화를 시도했다. 니퍼트도 두산의 변화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두산은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포기했고 롯데의 에이스 린드블럼과의 계약을 선택했다. 린드블럼은 니퍼트 보다 더 젊고 강한 구위에 이닝 소화능력과 리그 적응력도 갖추고 있었다. 

KBO 리그에서의 이력을 이어가고 싶었던 니퍼트는 두산에서의 은퇴 희망을 접고 새로운 팀을 찾아야 했다. 많은 나이와 부상에 대한 우려는 타 팀들의 선택을 주저하게 했다. KBO 리그 통산 100승의 문턱에서 리그를 떠날 위기에 처한 니퍼트는 KT와 극적으로 계약하면서 KBO 리그에서 8번째 시즌을 맞이할 수 있었다. 

어렵게 잡은 기회였지만, 시즌 시작은 의지와 달리 순탄하지 않았다. 예년보다 일찍 시작한 리그 일정이 그에게는 부담이었다. 니퍼트는 시즌 초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니퍼트의 올 시즌 첫 등판 일정도 늦어졌다. 이는 그에 대한 평가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그럼에도 니퍼트는 올 시즌 29경기 등판에 8승 8패 방어율 4.25를 기록했다. 

늦은 시즌 시작이었지만, 니퍼트는 175.2이닝을 투구했고 20번의 퀄리티스타트로 달성했다. 그 과정에서 KBO 리그 통산 100승의 위업도 달성했다. KT의 팀 전력이 약했던 탓에 승수 쌓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타고 투저의 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한 니퍼트였다. 

하지만 젊은 외국인 투수 영입 흐름 속에 니퍼트는 KT와의 재계약이 무산됐다. 타 구단의 외국인 투수 구성이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니퍼트는 KBO 리그에서의 9번째 시즌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두산 팬들 중 상당수가 그의 두산 복귀를 강력한 원하고 있지만, 두산의 우선순위는 린드블럼, 후랭코프와의 재계약이다. 재계약이 무산된다 해도 니퍼트가 우선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대로라면 니퍼트는 은퇴 또는 KBO 리그를 떠나야 할 처지다. 

최근 오랜 기간 KBO 리그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에 대해 일본 리그와 같이 외국인 선수 쿼터에서 제외하는 예외 규정을 만들고자 하는 여론도 생기고 있지만, 니퍼트가 그 대상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니퍼트로서의 선수로서의 이력을 이어가기 위해 다른 나라 리그의 문을 두드려야 할 상황이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대만리그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KBO 리그 최고 투수였던 그가 대만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은 다른 외국인 선수와는 다른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만약, 두산이 외국인 투수 재계약에 실패하고 니퍼트와 손을 잡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많은 두산 팬들은 그 상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니퍼트는 두산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에게도 두산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와 7시즌을 함께한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자 양의지도 그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골든글러브 시상식 소감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니퍼트는 국내 선수들도 하기 힘든 통산 100승 이상을 달성한 투수다.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당연히 한자리를 차지해야 할 선수이기도 하다. 그만큼 그가 KBO 리그에서의 발자취는 당장 은퇴한다고 해도 상당하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고 외국인 선수라는 신분의 한계, 국내 선수들도 베테랑이 되고 기량이 떨어지면 의지와 달리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힘든 리그 현실은 하나의 흐름이고 당장 바꿀 수 없다. 감성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도 없다. 

하지만, 니퍼트가 소망하는 명예로운 은퇴를 할 기회를 주기 어려운 KBO 리그의 현실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니퍼트 역시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니퍼트가 그의 소망대로 KBO 리그에서의 9번째 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시즌 중반 대체 외국인 선수로서 선택받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니퍼트에 대한 안타까움은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과 맞물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사진, 글 : 지후니 74 (youlsim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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