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시즌 롯데의 유격수 자리가 박승욱과 이학주 체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지난 2시즌 롯데 내야진의 핵심 선수였던 외국인 선수 마차도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 있어 보인다. 그만큼 박승욱과 이학주의 시즌 초반 페이스는 긍정적이다. 두 선수가 유격수에서 확실히 자리 잡으면서 내야진 운영도 한결 원활해질 수 있는 롯데 상황이다.
시즌 전 두 선수는 치열했던 유격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고 할 수 없었다. 롯데는 지난 시즌 후 마차도와의 계약을 포기하면서 1군 백업 내야수로 활약했던 김민수, 배성근이 유격수 주전을 경쟁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두 선수는 재능 있는 20대 선수이긴 하지만, 풀 타임 주전 경험이 없고 수비에서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김민수는 장타력 있는 타격이 강점이지만, 유격수로서는 순발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배성근은 뛰어난 운동능력이 장점이지만, 수비에 비해 타격 능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롯데는 두 선수 외 다른 대안도 필요했다. 롯데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내야수 자원을 대거 지명하며 내야의 뎁스를 두껍게 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신인급 선수들을 바로 1군에서 활용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당장 1군에서 활용 가능한 내야 자원을 추가해야 하는 롯데였다. 롯데는 외부로 눈을 돌렸다.
롯데는 KT에서 방출된 내야수 박승욱을 오프시즌 기간 영입했고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시점에 삼성의 내야수 이학주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두 선수는 스프링캠프에서 유격수 경쟁에 합류했다. 롯데는 내부 자원인 김민수, 배성근에 외부에서 영입한 박승욱, 이학주의 경쟁이 내야진 전체의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 이면에는 박승욱과 이학주의 절실함이 있었다.
2012 시즌 SK 와이번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박승욱은 KT에서 2019 시즌 101경기 245타석을 소화하면서 주전급으로 도약했지만, 이후 경쟁에서 밀리며 1군에서 그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2021 시즌에는 1군에서 8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2군에서도 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면서 전력 외로 분류되고 말았다. 박승욱은 2022 시즌을 앞두고 입단 테스트를 거쳐 롯데에서 다시 현역 선수로서의 기회를 잡았다. 프로 경력 10년을 넘은 그에게 3,000만 원의 최저 연봉은 초라할 수 있었지만, 그는 출전 기회가 너무 소중했다.
그 마지막 기회를 박승욱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시범경기 박승욱은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유격수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시범경기 활약을 바탕으로 박승욱은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개막전 승리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이후 박승욱은 롯데의 유격수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1군에서 그의 입지는 단단해 보인다.
박승욱의 활약은 이학주에 긍정적인 자극제가 됐다. 롯데는 유격수 포지션의 경쟁을 공언했지만, 가장 앞서가는 선수는 이학주였다. 이학주는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고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 경험을 쌓고 실력을 인정받았다. 실제 메이저리그 데뷔 직전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국내 복귀를 선택했다. 이학주는 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했고 삼성의 지명을 받아 KBO 리그에 데뷔했다. 이미 기량에 대해서는 인정을 받고 있었던 이학주는 신인 아닌 신인이었다.
삼성에서 첫 시즌이었던 2019 시즌 이학주는 공. 수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고 수비는 화려했고 타격에서는 득점권에서 클러치 능력이 돋보였다. 리그 적응기가 끝난 다음 시즌 더 큰 활약이 기대됐다. 하지만 이학주는 이후 2년간 커리어의 내림세를 지속했다. 타격 부진과 함께 수비 불안이 함께 찾아왔다. 특히, 쉬운 타구에서 잦은 실수를 하면서 아쉬움을 자주 남겼다.
여기에 선수로서 성실성과 자세에 대한 문제를 보이면서 팀 내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었다. 점점 이학주는 1군에서 자주 이름이 빠졌고 2군에 주로 머물렀다. 삼성은 이학주보다 다른 선수들에 먼저 기회를 제공했고 이학주는 전력 외로 분류됐다. 2021 시즌 중에는 그와 관련한 트레이드 설이 계속됐다. 여전히 재능 있는 유격수 이학주에 관심을 가지는 팀이 있었지만, 쉽게 트레이드는 성사되지 않았다. 경기 외적 문제가 일정 영향을 줬다.
이런 이학주 트레이드에 롯데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롯데는 꾸준히 이학주와 연결됐고 2022 시즌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시점에 극적으로 롯데행이 성사됐다. 롯데는 이학주 영입을 위해 유망주 투수 최하늘에 신인 선수 지명권을 삼성에 내줬다. 유망주 육성에 팀 역량을 크게 사용하는 롯데로서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그만큼 롯데는 내야진이 즉시 활용 가능한 검증된 자원이 필요했다. 이학주로서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바꾸고 새로운 팀에서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다.
마침 롯데는 메이저리그 프런트 경력의 단장과 외국인 감독과 코치진, 프런트가 있어 이학주에게 보다 익숙한 환경이었다. 또한, 30살을 훌쩍 넘긴 이학주로서는 야구 선수로의 이력을 더 이어가가 위해 더 물러설 곳도 없었다. 그 역시 매우 절실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앞두고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준비가 다소 부족했다. 이학주는 2군에서 몸을 만들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당장 그에게 기회가 주어진 건 아니었다. 이학주는 대타로 나선 경기에서 상대 투수의 교체 시 타석에 서지 못하고 교체되기도 했고 대수비로 나서기도 했다. 그로서는 다소 답답한 상황일 수 있었지만, 이학주는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강한 투지를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학주는 기습번트로 첫 안타를 만들었고 1루에서 과감한 슬라이딩을 했다. 그의 강한 의지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이학주가 1군에 본격 가세하면서 롯데 유격수 자리는 박승욱과 이학주가 양분하는 구도가 됐다. 최근 박승욱이 타격에서 주춤하는 사이 이학주는 4월 9일 두산전에서 2루타 하나를 포함해 2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하면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당분간은 이학주가 선발 유격수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박승욱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두 선수의 경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박승욱과 이학주는 롯데 선수 구성에서도 필요하다. 두 선수는 롯데에 귀한 좌타자고 빠른 스피드가 주루 능력이 있다. 롯데가 올 시즌 중요하게 여기는 기동력 야구에 부합하는 선수다. 여기에 롯데는 손아섭마저 팀을 떠나면서 좌타 라인이 급격히 약해졌다. 선발 라인업에서 좌타자로 나설 선수는 박승욱과 이학주가 유일하다. 외야수 고승민이 있지만, 그는 확실한 주전은 아니다. 현재는 조세진과 플래툰을 구성하고 있다. 1군 경험이 있는 좌타 외야수 추재현과 김재유는 1군 엔트리 경쟁에서 밀려 2군에 있다.
박승욱과 이학주가 없다면 롯데에 선발 출전한 좌타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두 선수는 중요한 야수 자원이다. 또한, 두 선수는 테이블 세터진의 한 축을 이룰 수 있는 타자이기다 하다. 올 시즌 타석에서 두 선수는 끈질긴 승부를 즐기고 기습번트 등 다양한 공격 시도를 함께 하고 있다. 스피드도 있다. 확실한 1번 타자 부재의 롯데로서는 이들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건 유격수로서 내야진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승욱과 이학주는 수비에서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큰 문제 없이 유격수 자리를 담당하고 있다. 박승욱은 견실한 수비를 하고 있고 이학주는 화려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박승욱과 이학주는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이제 30살을 넘긴 나이에 새롭게 롯데에서 기회를 잡았고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활약이 절실하다. 네임 밸류는 이학주가 앞선다 할 수 있지만, 박승욱은 실력으로 1군 엔트리에 진입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앞으로 두 선수는 2, 3시즌 롯데 내야진의 주축을 이뤄야 한다. 롯데는 다수의 내야수 유망주 육성에 시간이 필요하고 주전 3루수 한동희는 병역 의무 이행이 필요하다. 2루수 안치홍 역시 2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박승욱과 이학주는 롯데의 내야 육성 프로세스를 원활하게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기존 팀에서 입지를 잃었던 이들이지만, 롯데에서 그들의 입지는 크게 달아져 있다 할 수 있다.
물론, 경기력의 유지가 관건이다. 롯데에는 김민수, 배성근이라는 내야 자원이 있고 이들은 박승욱과 이학주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올 시즌 후 역대로 가장 많은 선수들이 FA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서튼 감독의 임기가 내년까지임을 고려하면 올 시즌 후 FA 시장에 롯데가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박승욱과 이학주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 두 선수는 공. 수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고 팀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의 경쟁구도가 시즌 내내 롯데 내야진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스포츠 > 2022 프로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종 이방원 25, 26회] 부자간 최후의 전쟁 그리고 멈추지 않는 숙청의 바람 (7) | 2022.04.12 |
---|---|
[2022 프로야구] 극강 모드, 초반 레이스 양강 체제 구축한 LG와 SSG (8) | 2022.04.11 |
[2022 프로야구] 마운드는 맑음, 팀 타선은 흐림, 롯데 자이언츠 (11) | 2022.04.09 |
[2022 프로야구] 구위와 제구 모두 잡은 강렬했던 시즌 첫 등판, 롯데 김진욱 (8) | 2022.04.06 |
[2022 프로야구] 퍼펙트 경기, 2번의 연장전, 돔구장 변수까지 개막 2연전 스케치 (6) | 2022.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