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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NC의 올 시즌 첫 경기는 지역 라이벌의 대결이라는 점과 함께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에서 NC의 주력 타자로 변신한 손아섭과 롯데가 상대팀으로 만나는 첫 경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컸다. 손아섭은 지난 시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고 NC를 선택했다. 프로 데뷔 후 롯데에서 성장했고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였던 손아섭의 NC행은 롯데팬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당장 팀 타선의 약화의 우려도 상당했다. 손아섭의 전력 이탈은 롯데의 선수 구성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촉매제가 됐다. 

이런 손아섭이 NC 유니폼을 입고 롯데와 대결하는 장면은 롯데 팬들에게는 매우 어색할 수 있었다. 이에 롯데와 NC의 시즌 첫 3연전은 손아섭 더비로 불렸다. 하지만 3연전 첫 경기 주인공은 손아섭이 아닌 롯데 선발 김진욱이었다. 김진욱은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매우 인상적인 투구로 경기를 지배했고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김진욱은 7이닝 동안 10개의 탈삼진을 잡아냈고 피안타와 사사구는 각각 2개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완벽한 투구내용이었다. 김진욱은 솔로 홈런 한방을 허용했지만, NC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했다. NC가 주력 타자인 양의지, 박민우, 노진혁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팀 타선이 크게 약해졌음을 고려해도 NC 타자들은 김진욱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리그 정상급 타자인 NC의 FA 듀오 손아섭과 박건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전 소속팀을 상대로 그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었을 손아섭은 김진욱에 완전히 밀렸다. 

말 그대로 김진욱의 엄청난 투구였다. 매우 빠른 템포로 투구를 이어갔고 유인구를 줄이고 빠른 카운트에서 유인구 없이 승부를 들어가는 등 매우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지난 시즌 수시로 제구 난조에 빠지며 들쑥날쑥한 투구를 하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직구의 구속은 140킬로 중반을 넘나들었고 슬라이더에 낙차 큰 커브로 더해지면 타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그의 직구에 초점을 맞추던 타자들에게 김진욱의 커브는 매우 위력적으로 보였고 헛스윙을 유도했다. 김진욱의 페이스에 NC 타자들이 완벽히 말려든 경기였다. 

 

 

김진욱

 


김진욱의 시원시원한 투구와 달리 롯데 타자들의 공격은 답답했다. 롯데는 1회 초부터 NC 선발 투수 신민혁을 상대로 거의 매 이닝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결정적 한 방이 아쉬웠다. 1회 초 무사 1, 2루 1득점 이후 롯데는 4회 초 무사 만루의 대량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후속 타자가 삼진과 범타로 물러나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오지 못했다.

이어진 4회 말 NC는 박준영의 솔로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박준영의 홈런은 김진욱의 실투가 아니었다. 몸 쪽 직구 승부가 야구 선수들이 말하는 잘 찍혔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던 김진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진욱은 침착했다. 피홈런은 김진욱을 더 신중하게 만들었다. 김진욱은 직구 중심의 투구에서 변화구 구사 비율을 늘리며 투구 패턴을 변화시켰다. 

5회 말 투구가 압권이었다. 롯데는 5회 초 외국인 타자 피터스의 시즌 첫 홈런으로 2 : 1 리드를 잡았다. 이어진 5회 말 NC는 2사 후 2루타와 볼넷으로 2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진  타자는 손아섭이었다. 김진욱이 큰 부담을 가질 수 있었다. 김진욱은 손아섭의 몸 쪽을 집중 공략하며 승부의 주도권을 잡았다. 김진욱은 슬라이더로 손아섭을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손아섭은 김진욱의 직구에 부담이 있었다. 속도로 살짝 줄인 슬라이더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이후 김진욱은 7회 말까지 더 이상의 실점과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자신의 승리 투구 요건을 지켜냈다. 그는 93개의 투구 수로 7이닝을 소화했다. 이후 롯데는 8회 초 무사 만루 기회에서 대타 지시완의 2타점 적시 안타와 안치홍의 희생플라이를 더해 추가 3득점 했고 승리를 굳혔다. 롯데는 주력 불펜 투수들을 아끼며 5 : 1로 승리했다. 팀 12안타에 5개의 사사구를 얻어내고도 대량 득점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투. 타가 조화를 이루는 경기였다. 무엇보다 롯데는 지난 시즌 롯데가 신인 드래프트 2차 1순위로 지명한 김진욱의 호투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김진욱은 지난 시즌 큰 기대 속에 시즌을 시작했지만, 프로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지만, 제구 불안과 함께 경기 운영 능력에서 부족함이 보였다. 특히,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투구가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노출됐다. 더 좋은 공을 던져야 한다는 마음에 스스로 흔들리는 일이 많았다. 이는 선발 투수에 필요한 투구 이닝 소화능력에서도 아쉬움을 주고 말았다. 김진욱으로서는 좀 더 경험이 필요함을 절감해야 했다.

이후 김진욱은 불펜 투수로 전환해 남은 시즌을 보냈다. 롯데에 좌완 불펜 투수가 절대 부족한 상황과 김진욱을 보다 다양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려 성장시키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불펜 투수 김진욱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좌완 투수의 위력은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불펜에서 빛났다. 불펜으로 전환한 김진욱은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돼 소중한 경험도 쌓았다. 

 



2022 시즌 김진욱의 역할을 불펜이 유력해 보였다. 선발 투수로 나서기에는 조금 더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게 보통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김진욱은 선발 투수로 시즌을 준비했다. 시범경기 연이은 호투는 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마침 롯데 불펜진에는 김유영이 확실한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를 잡으면서 김진욱의 불펜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떨어뜨렸다. 롯데 최고 불펜 투수인 최준용의 선발 전환과 함께 선발 투수 경쟁이 치열했지만, 김진욱은 3번째 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김진욱은 한 경기 등판이긴 하지만, 마운드에서 한층 여유가 생겼고 무엇보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제구에 안정감을 유지했다. 특히,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장면은 지난 시즌에는 없었던 모습이었다. 변화구 구사가 편안해지면서 김진욱의 직구는 한층 더 위력을 더했다. NC 타자들은 김진욱의 직구를 적극적으로 노렸지만, 김진욱의 변화구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고전했다.

이런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은 김진욱이 앞으로 경기에서도 지금의 투구를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시즌 큰 약점이었던 이닝 소화에도 한결 여유가 생기도 타자와의 승부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욱이 선발 투수로 자리를 확고히 한다면 롯데는 반즈와 스파크먼의 두 외국인 투수에 박세웅, 김진욱까지 좌우가 조화된 선발 로테이션 구성이 가능하다. 여기에 이인복, 이승헌, 나균안 등의 선발 투수 자원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마운드 운영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이렇게 김진욱의 시즌 첫 등판은 그와 롯데 모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김진욱이 이대로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주형광, 장원준 이후 끊어진 롯데 국내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어간다는 의미도 더해질 수 있다. 김진욱의 시즌 첫 등판 호투가 어쩌다 한 번이 될지 지속 가능한 호투로 이어질지, 앞으로 선발 투수 김진욱의 투구를 지켜보는 것도 롯데 팬들에게는 올 시즌 큰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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