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프로야구] 롯데 마운드를 흔드는 또 다른 변수, 실책의 그림자

 

팀 당 10경기 정도를 치른 2022 프로야구 판도는 SSG의 초 강세와 함께 LG의 예상했던 상위권 진입, 키움과 두산의 기대 이상의 선전, 상위권으로 예상됐던 지난 시즌 챔피언 KT와 지난 FA 시장의 돈 광풍을 불러왔던 KIA, NC의 예상치 않았던 부진으로 요약되고 있다. 아직 극 초반이고 흐름은 다시 달라질 수 있지만, 시즌 전 예상했던 구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 키움과 함께 하위권 팀으로 분류됐던 롯데는 5할 승률 언저리에서 비교적 초반을 잘 버티고 있다. 롯데는 애초 타선의 약화와 함께 수년간 지속한 팀 변화를 위한 프로세스의 불확실성 등으로 포스트시즌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롯데는 강해진 마운드를 바탕으로 중위권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는 분명한 투고타저의 올 시즌 흐름과 함께 홈구장을 투수 친화 구장으로 변화시킨 효과를 확실히 보고 있다. 지난 시즌 팀 방어율 최하위권이었던 롯데 마운드는 현재 2점대 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 1점 대 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는 SSG의 비현실적 모습도 있지만, 롯데는 강력한 마운드를 구축한 LG, 키움에도 크게 밀리지 않고 있다. 선발과 불펜진이 모두 2점대 방어율로 균형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선발진은 반즈와 스파크맨 새로운 외국인 투수들이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원투 펀치로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고 최동원, 염종석에 이어 롯데 안경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세웅도 든든하다. 4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한 신예 좌완 투수 김진욱도 지난 시즌보다 크게 발전한 모습이다. 시즌 첫 경기 호투 이후 코로나 문제로 경기 공백이 길어지면서 그 리듬을 이어가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앞으로 시즌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구위와 제구를 보여주고 있다.

 

박세웅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5선발 투수도 이인복과 나균안이 선발 투수와 롱맨 역할을 하는 스윙맨으로 함께 활약하면서 팀의 장점이 되고 있다. 이인복은 안정된 제구와 롯데에서는 땅볼 유도형의 싱커볼 투수로 팀 마운드에 다양성을 더해주고 있고 지난 시즌 후반기 선발 투수로서 보였던 성과가 우연히 아님을 보여주는 중이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환한 이후 첫 풀 타임 시즌에 도전하는 나균안은 파워 피처라 해도 손색이 없는 강력해진 직구 구위와 변화구 구사 능력으로 호평받고 있다. 서로 다른 유형의 5선발 투수들은 1 + 1 전략으로 나서기도 하고 롯데 마운드에 부족했던 5회나 6회에 마운드에 올라 멀티 이닝을 책임지는 롱맨으로도 유용하고 활용되고 있다. 

마무리 김원중의 시즌 초반 부상 공백으로 우려가 있었던 불펜진은 임시 마무리 최준용이 강력한 직구와 한층 날카로워진 변화구를 앞세워 그 공백을 잊게 하고 있다. 한 번의 블론 세이브와 동점 상황에서 한 번의 패전이 있었지만, 4개의 세이브를 쌓았다 세이브 대부분이 타이트한 상황에서였다. 두 번의 실패는 그의 잘못이라 하기는 다소 애매했다. 

최준용과 함께 필승 불펜진을 구성하는 구승민, 김유영도 성공의 이력을 함께 쌓아가고 있다. 구승민은 시즌 초반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롯데의 히트 상품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좌완 김유영은 롯데가 그토록 고대하던 확실한 좌완 불펜 투수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유영은 좌타자 상대 원 포인트 투수에서 이제는 마무리 최준용은 앞에 나오는 셋업맨으로 역할이 커졌다. 올 시즌 김유영은 4월 15일 현재 7경기 등판에 5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4월 15일까지 롯데가 거둔 6승 대부분에 그가 관여되어 있다. 그만큼 김유영은 이기는 경기에서 믿고 쓰는 불펜 투수가 됐다. 

이들과 함께 베테랑 진명호와 김대우, 문경찬, 신예 최건과 이강준이 각각 다른 색깔로 불펜진을 채우고 있다. 최근 8회 마운드에 오를 불펜 투수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구승민이 제 컨디션을 찾으면서 이 부분도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제구의 안정감이 떨어지면서 승부처에서 등판에 어려움이 생긴 최건과 이강준의 투구 내용이 아쉬움이 있었지만,  2군에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는 지난 시즌 롯데 전천후 불펜 투수 김도규,  베테랑 좌완 강윤구, 나균안과 함께 포수에서 투수로 전환한 이후 가능성을 보이는 나원탁, 빠른 직구가 강점인 신인 이민석과 진승현 등 다수의 대안이 있다. 마운드에 있어서는 올 시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롯데다. 

 

한동희

 

하지만 이런 롯데 마운드에 예상치 못한 암초가 발생했다. 불안한 수비가 투수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15일까지 롯데는 팀 13개의 실책을 기록하고 있다. 김도영, 박찬호의 3루수 유격수 라인의 수비가 불안한 KIA의 19개, 유격수 쪽 수비에서 문제가 발생한 두산의 14개보다 적지만, 최근 경기에서 맹렬히 실책을 쌓으며 상위권을 위협하고 있다. 실책의 증가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실책들이 팀 패배가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는 승부처, 특히, 경기 후반 실책으로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 실책은 마운드의 투수들이 제어하기 어려운 일이다. 실책은 투수들의 투구 수를 늘리고 피로를 쌓이게 한다. 팀 승리를 지켜야 할 필승 불펜진의 잦은 소모는 시즌 후반 레이스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불펜 투수들은 경기 등판을 위해 연습 투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체력 소모가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4월 14일 KIA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외야의 실책으로 주지 않아도 될 실점을 내주며 선발 투수 박세웅의 투구 수를 늘리고 불펜 불필요한 불펜 소모를 불러왔다. 4월 15일 KT전에서는 팀 타선이 모처럼 폭발하며 역전의 경기를 만들었지만, 8회 초 불펜진의 난조와 병살플레이에서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는 실책이 겹치며 여유 있는 리그가 긴장된 리드로 변하고 말았다. 결국, 롯데는 마무리 최준용은 8회 2사에 마운드에 올려 급한 불을 꺼야 했다. 승리하기 했지만, 최준용은 1.1이닝 19개의 투구를 했다. 전날 투구에 이어 연투를 하면서 남은 주말 2경기 등판에 제한이 생겼다. 특히, 최준용은 연투에 대한 부담이 있다.

실책이 없었다면 롯데는 보다 편안한 승리와 함께 불펜진의 힘을 축적할 수 있었다. 승리하기 했지만, 왠지 모를 찜찜함을 남겼다. 롯데는 지난 시즌 팀 수비율 1위였고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실책을 기록했다. 팀 성적과 상관없이 수비에서는 안정감이 있었다. 시즌 초반 롯데는 지난 시즌과 정 반대의 모습이다. 이제 롯데 팬들은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야수들의 수비에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수비의 문제는 올 시즌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롯데는 지난 시즌 후 팀 내야수비의 주축인 외국인 선수 마차도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마차도는 수비에서는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불릴 수 있을 만큼 높은 레벨의 플레이를 했다. 마차도는 수비 폭이 좁은 3루수 한동희와 2루수 안치홍의 수비 범위까지 책임지며 롯데 내야진의 수비 능력을 끌어올렸다. 롯데는 마차도가 있어 더 과감한 내야 수비 시프트를 할 수 있었다. 수비에서 빠지는 타구를 잡아내고 다수의 병살플레이를 만드는 마차도의 능력은 공격에서 홈런과 타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비견될 정도였다.

하지만 롯데는 연장 옵션 계약이 있었음에도 그와 3번째 동행을 하지 않았다. 마차도가 내야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그가 롯데에 애정을 가지고 팀과 잘 융화되는 선수임에 틀림없었지만, 공격적인 면에서는 부족함이 있었다. 외국인 선수에 필요한 장타력에서 마차도는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 또한, 홈구장을 넓힌 상황에서 넓은 외야를 책임질 외야수가 필요했다. 롯데는 외야의 넓은 수비폭을 책임지고 장타력을 갖춘 외국인 선수를 찾았고 피터스와 계약했다. 마차도가 떠난 유격수 자리는 김민수, 배성근 등 젊은 내야수들의 성장을 기대하며 그들로 채우려 했다. 이는 젊은 팀으로의 변화를 지속하는 롯데의 프로세스의 과정이기도 했다. 

롯데는 김민수, 배성근에 더해 방출 선수였던 박승욱에 경험 많은 유격수 이학주를 트레이드 영입해 내야진의 뎁스를 더했다. 롯데는 수비에서 마차도의 공백을 완벽히 채울수는 없지만, 내부 경쟁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기대했다. 

 

이학주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 피터스가 롯데에 부족한 장타력을 채워주고 넓어진 홈구장의 외야 수비를 책임지는 한편, 유격수 자리는 평균 이상의 수비 능력만 보일 수 있다면 성공적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계산은 시즌 초반 어긋나고 있다.

우선 유격수 자리는 시범경기 호평을 받았던 박승욱이 그 상승세를 지속하지 못하면서 공. 수에서 존재감이 줄었다.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기도 했던 박승욱은 타격 부진과 함께 수비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주전에서 밀려났다.

그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이학주는 과거 삼성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고 오랜 시간 미국 야구를 경험했던 베테랑이다. 삼성에서 이런저런 문제로 전력 외로 분류되는 상황 속에 롯데로 트레이드됐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그의 능력을 다시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학주는 스프링 캠프부터 성실한 자세를 보였고 진지함을 유지했다. 부상으로 전력 가세가 늦었지만, 경기 출전의 기회를 잡자 매우 의욕적인 플레이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삼성 시절에도 문제가 됐던 수비의 안정감 부족 문제도 다시 드러나고 있다. 그의 수비는 분명 화려함이 있고 경쾌함도 있지만, 순간순간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급한 상황에서 송구에 문제를 보였다. 

이학주, 박승욱 유격수 라인에서 수비에  문제가 생긴다면 롯데의 라인업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 또 다른 유격수 후보 김민수는 3루와 1루 백업이 주 역할이다. 또 다른 유격수 후보 배성근은 경쟁에 밀려 2군에 내려간 상태다. 여기에 이학주, 박승욱은 우투. 좌타의 선수로 롯데 라인업에 귀한 좌타자다. 롯데는 선발 라인업에서 가동할 수 있는 좌타자가 극히 한정적이다. 이학주와 박승욱은 좌타자에 빠른 발로 기동력 야구에서 힘을 보탤 수 있다. 이들을 포기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다. 

이렇게 유격수가 흔들리면서 수비 폭에서 약점이 있는 3루수 한동희, 2루수 안치홍 라인도 수비가 불안해지는 모습이다. 한동희와 안치홍은 공격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지만,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동희는 제2의 이대호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시즌 초반 타격 페이스가 상승세에 있지만, 벌써 4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수비에서 평가를 높지 못하다.

수비는 외야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롯데는 외국인 타자 피터스를 중견수로 하고 베테랑 전준우를 좌익수 고승민과 조세진이 우익수 경쟁을 하는 외야진이다. 피터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어난 운동 능력과 수비 능력을 인정받았다. 실제 중견수 피터스는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외야수로는 많은 3개의 실책으로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 그의 실책은 대부분 실점의 원인을 제공했다. 

피터스는 기대했던 타격에서 1할을 겨우 넘기는 타율로 고전하고 있다. 한 마디로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다. 변화구는 물론이고 직구도 대응이 안된다. 스트라이크존 등 리그 적응의 시간이라 할 수 있지만, 16개의 삼진은 타석에 비해 너무 높은 비율이다. 롯데가 기대했던 장타는 시즌 초반 홈런 1개 이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볼넷을 얻어낼 선구안도 아쉬움이 있다.

 

피터스

 

이대로라면 홈런왕이 아닌 삼진왕의 가능성이 더 큰 피터스다. 이런 타격 부진 탓인지 최근 피터스를 수비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장면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그를 영입하면서 롯데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던 수비 능력에도 의문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인 타자 교체 여론이 일어날 수 있는 이는 롯데 프로세스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피터스의 부진은 수비에서 약점이 있는 좌익수 전준우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한 사실상 첫 1군 시즌인 고승민과 경험이 부족한 신인 조세진도 수비에서 약점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와야 수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롯데 수비 전체의 안정감을 떨어뜨리고 마운드에 큰 짐이 하나 더 생김을 의미한다. 

당장은 수비에 대한 대안이 없다. 이학주, 박승욱 유격수 라인이 안정감을 되찾았고 외국인 타자 피터스가 롯데가 기대했던 공. 수 능력을 보여주는 걸 기대려야 한다. 한편으로는 그 대안 모색도 필요하다. 피터스가 회복하지 못한다면 외국인 타자 교체 카드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올 시즌 팀 홈런에 대한 미련을 버린 롯데라면 빠른 발에 콘택트 능력, 수비 능력이 있는 외야수로 외국인 선수를 선택할 수도 있다. 내야가 계속 불안하다면 마차도의 전격 복귀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팀 전력 구성을 뒤흔드는 일이 될 수 있어 쉽게 결행하기 어렵다. 외야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도 병행되어야 한다. 다만, 롯데가 시즌 초반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포스트시즌에 대한 희망을 이어간다면 트레이드 등 추가적인 외부 영입을 통해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올 시즌 롯데 전력 구상의 중심은 마운드다. 타선의 생산력 저하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다만, 롯데가 득점력 향상을 위해 시도했던 뛰는 야구와 작전 야구 등 스몰볼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아쉬움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롯데는 마운드의 힘으로 하위권 추락을 막고 있다. 이런 마운드에 힘을 유지하는 게 롯데에는 중요하다. 수비 불안과 그에 파생되는 실책은 당장의 문제이기도 하기만 부정적인 연쇄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롯데로서는 시즌 초반 뜻하지 않은 과제가 생긴 느낌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