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 약화에 대한 우려가 큰 롯데 자이언츠에서 레전드 이대호와 그를 이어갈 차세대 간판타자 한동희가 쌍포를 이루며 구심점이 되고 있다. 두 선수는 시즌 초반 롯데 타선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한동희는 4할대 타율에 4월 22일 경기까지 5홈런, 13타점으로 팀에서 가장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은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대호도 3할대 후반의 팀 내 2위 타율과 2홈런 8타점으로 그에 못지않은 활약을 하고 있다. 두 타자는 중심 타선에서 안치홍, 전준우와 함께 롯데 공격 생산력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동희가 롯데에 입단한 당시부터 롯데 팬들이 상상해온 그림이다. 한동희는 입단 당시부터 이대호를 이어갈 거포 내야수로 주목을 받았다. 롯데 역시 한동희의 신인 시절부터 1군에서 중용하며 깊은 신뢰를 보냈다. 그가 프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도 롯데는 그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고 꾸준히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
이런 한동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한동희는 입단 3년 차인 2020 시즌 17홈런 67타점으로 잠재력을 발현하기 시작했고 지난 시즌에도 17홈런 69타점을 기록했고 세부 지표에서 성장세를 확실히 보이며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2022 시즌 한동희는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거포가 절대 부족한 롯데에서 한동희는 그 부분을 확실히 채우고 있다. 롯데가 홈런 타자로 기대했던 외국인 타자 피터스가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도 한동희는 7할이 넘는 장타율로 거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그의 홈런 5개 중 3개는 홈구장에서 만들어낸 결과다. 올 시즌 롯데는 홈구장의 외야를 넓히고 펜스를 높여 홈런 발생 가능성을 줄였다. 한동희는 그런 변화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장타력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동희는 올 시즌부터 타격에서 대해 눈을 뜬 모습이다. 지난 시즌까지 그는 타석에서 쫓기거나 서두르는 일이 많았다. 그에 대한 큰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3루수로서 수비가 흔들리면서 타격 페이스가 함께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한동희는 타석에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 나쁜 공을 골라내고 볼넷을 얻어 나가는 타석이 늘었다. 투수 구질에 대한 수읽기 능력과 노림수가 강해지면서 원하는 코스나 구질이 들어오면 강한 스윙으로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발사각을 높이면서 타구를 멀리 보내는 능력도 좋아졌다.
이는 그의 타구 상당수는 펜스 근처로 날려보내게 하고 있다. 파워 있는 타격에 눈 야구도 가능해지면서 한동희는 매우 힘든 타자가 됐다. 중심 타자로서 필요한 득점권 타율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올 시즌 득점권에서 고전하는 모습이 많은 롯데지만, 한동희는 예외다. 이에 롯데는 시즌 초반 그의 타순은 6번이나 7번에서 3번으로 올려 공격력의 연결을 더 원활하게 하려 하고 있다. 이제 한동희는 확실한 롯데 클린업 트리오의 일원이다.
이런 한동희의 성장을 가장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는 이대호다. 이대호는 설명이 필요 없는 롯데의 레전드고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다. 이런 그의 존재감은 그를 이승엽에 이어 두 번째로 KBO가 주관하는 은퇴 투어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대호는 그의 프로야구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을 철저히 준비했다. 체중도 감량하고 슬림한 몸 상태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의 무게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시즌 초반 이대호의 타구는 잘 맞은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는 일이 많았다. 그의 파워가 예전같이 않음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런 변화에 이대호는 적절히 대응했다. 이대호는 4번 타자의 짐을 덜고 5번과 6번 타순에 맞는 타격을 하고 있다. 콘텍트에 주력하면서 많은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홈구장에서 2개의 홈런을 날리며 아직 그의 장타력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대호는 파워는 줄었지만, 홈런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아낸 듯 타구의 발사각을 높이는 타격으로 높아진 홈구장의 담장을 넘겼다.
물론, 이대호의 비중은 과거와 같지 않다. 그는 이제 주연이 아닌 조연이다. 주장 자리는 전준우가 훌륭히 하고 있고 팀 리더로서의 역할도 다른 베테랑들에게 넘어갔다. 이대호는 오롯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그런 이대호가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면서 롯데는 안치홍, 한동희, 전준우, 이대호 등으로 연결되는 중심 타선이 힘을 얻었다. 외국이 타자 피터스가 살아난다면 롯데 중심 타선의 생산력이 한층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한동희와 이대호가 시즌 초반부터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며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그의 후계자의 활약을 묵묵히 뒷받침하고 있고 한동희는 이대호 후계자임을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 이들의 관계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이대호 그리고 한동희였지만, 시즌 초반 분위기는 한동희 그리고 이대호라 해도 될 정도다.
롯데가 그토록 원했던 4번 타자의 세대교체가 비로소 이루어지는 흐름이다. 한동희가 올 시즌 이런 활약을 이어간다면 후반기 4번 타자 자리를 그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홈런포를 가동할 수 있는 3루수의 존재는 그 팀을 한층 강하게 할 수 있다. 최정이 있는 SSG, 황재균이 있는 KT, 장타자는 아지만, 수준급 공격력을 갖춘 3루수 허경민을 보유한 두산은 모두 상위권 팀들이다. 이는 외국인 타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타선 전제를 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롯데는 한동의 성장과 함께 가장 이상적인 3루수를 라인업에 포함할 수 있게 됐다. 보완할 점은 아직 남아있다. 한동희의 수비 능력은 이전보다 발전하긴 했지만, 송구에서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 17경기 4개의 실책은 많은 편이다. 이에 한동희의 1루수 전환에 대한 의견도 있다. 이는 그의 롤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이대호가 걸었던 길이다. 하지만 아직 1루수 자리에는 베테랑 정훈과 함께 1루수를 겸해야 하는 전준우가 있다. 롯데가 기대하는 또 다른 타자 유망주 나승엽도 1루수가 주 포지션이다. 3루 수비는 한동희가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다만, 매 시즌 수비 실책이 줄어들고 안정감을 찾아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올 시즌 롯데는 하위권 전망을 깨고 5할 승률을 유지하며 나름 선전하고 있다. 시즌 초반 득점권에서 타격 부진과 수비 불안이 겹쳤지만, 마운드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며 긴 연패 없이 승과 패를 함께 쌓았다. 하지만 최근 롯데 마운드는 4선발 투수 김진욱이 주춤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시즌 초반 호평을 받았던 불펜진도 기복을 보이고 있다. 마무리 김원중이 빈자리가 점점 느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타선마저 부진하면 롯데는 하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타선이 활발하다. 그 중심에는 한동희, 이대호가 있다. 이들의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모양새다. 한동희가 3번 타순에서 끌고 이대호가 5번이나 6번 타순에서 그를 밀어주고 있다. 외국인 타자 피터스의 부진으로 시름이 커질 수 있었지만, 피터스를 하위 타선에 배치하고도 오히려 팀 타선이 살아나고 있다. 한동희, 이대호 효과라 할 수 있다.
이제 시즌 극 초반이다. 한동희와 이대호가 동반 활약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분명한 건 한동희는 크게 진화를 했고 이대호는 명성에 걸맞은 타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전드와 그의 후계자, 이들의 이런 신. 구의 조화는 어느 팀에서 볼 수 없는 조합이다. 이들의 동반 활약을 보는 것만으로도 롯데 팬들의 마음은 심쿵 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이대호와 한동희에서 한동희와 이대호로 변모하는 이들의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기대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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