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모처럼 홈 팬들에게 짜릿한 역전 쇼를 선보였다. 홈팀 롯데는 6월 19일 SSG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8회 말 5득점의 빅 이닝을 연출하며 2 : 4의 경기를 7 : 4로 반전시키며 역전승했다. 롯데는 홈에서 시리즈를 스윕 당할 위기를 벗어났고 5위권과의 격차를 유지했다.
경기는 주말 3연전 이전 2경기와 양상이 비슷했다. 롯데는 이전 경기에서 팽팽했던 흐름이 중반 이후 불펜이 무너지면서 패배했다. 선발 투수의 무게감에서 밀렸고 불펜진은 승부처를 버티지 못했다. 롯데는 폰트와 김광현까지 SSG 1, 2선발 투수를 공략하지 못했다. 대신, 박세웅과 이인복 두 선발투수가 초반 무너지지 않고 버티면서 해볼 만한 경기 흐름을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중반 이후 실점을 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불펜진이 실점을 거듭하며 승부의 추가 크게 기울었다.
19일 경기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롯데는 한 달여 만에 1군 마운드에 오른 선발 투수 김진욱이 5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텼고 초반 1득점을 지켜냈다. 하지만 타자들이 SSG 선발 투수 이태양에 추가 득점을 하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6회 초 수비에서 불펜진에 또 문제가 발생했다. 6회 초 마운드에 오른 강윤구, 서준원, 김유영의 불펜 투수들인 모두 실점했다. 그렇게 롯데는 6회 초 4실점했고 1 : 4로 밀렸다. 이전 경기 양상이라면 이대로 추가 실점을 더하며 패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롯데는 7회 말 대타로 나선 안치홍의 적시 안타로 1점을 만회했고 8회 말 타순이 일순하며 SSG의 필승 불펜 김택형을 상대로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이대호의 적시 안타로 시작된 득점은 상대 야수 선택의 행운이 더해지며 득점수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특히, 올 시즌 1할대 빈타에 허덕이던 포수 정보근이 교체 포수로 나서 2타점 역전 2루타를 때려내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이렇게 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9회 초 마무리 최준용이 삼진 2개를 포함해 3타자를 가볍게 막아내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롯데의 승리에는 단연 경기 후반 집중력을 발휘한 타자들이 역할이 컸지만, 선발 투수 김진욱의 투구도 주목할만했다. 김진욱은 지난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대형 신인이었지만,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상당 기간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쳐야 했다. 이후 불펜으로 전환한 김진욱은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가능성을 일정 부분 현실로 바꿔냈고 올림픽 대표 선수로 선발되기도 했다. 실패와 성공이 공존했던 지난 시즌의 기억을 뒤로하고 김지욱은 올 시즌 선발 투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으려 했다.
김진욱은 시즌 초반부터 치열한 선발 투수 경쟁을 이겨내고 5인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김진욱은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7이닝 10탈삼진 1실점의 호투로 호평을 받았다. 그의 약점이 제구 불안이 사라지고 한층 더 자신감이 있는 투구를 했다. 경기 중 찾아오는 기복도 없었다. 이런 투구 내용이라면 올 시즌 10승 이상의 성적도 기대할만했다.
하지만 이후 김진욱의 등판 일지는 긍정적인 기록보다 부정적인 기록이 더 많이 쌓였다. 다시 투구의 안정감이 사라졌다. 구위는 분명 뛰어났지만, 제구가 흔들리고 이는 이닝 당 투구 수를 늘렸다. 이닝 소화에도 제한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위기에서 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김진욱은 5월 14일 선발 등판 이후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리고 1달여의 시간이 지났다.
김진욱은 퓨처스 리그에서도 인상적인 투구 내용은 아니었다. 1군 복귀를 위한 조정기라는 점을 고려해도 당장 1군에서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확신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다만, 탈삼진 능력만큼은 분명히 보여줬다. 이런 김진욱에게 1군 복귀의 기회가 찾아왔다. 롯데는 주중 한화와의 3연전이 비로 한 경기가 취소되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꼬였다. 애초 에이스 반즈가 화요일 경기 선발 등판 후 일요일 경기 선발 등판을 구상했지만, 화요일 경기가 비로 취소됐다. 반즈는 수요일 경기 마운드에 올라야 했고 일요일 경기 나설 수 없었다.
롯데는 일요일 경기 선발 등판 예정인 나균안을 토요일 경기 불펜 투수로 활용했다. 대체 선발이 필요했다. 롯데는 김진욱을 2군에서 콜업했다. 롯데는 주말 3연전 내내 SSG의 좌타선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며 고전했다. 구위가 뛰어난 좌완 선발 김진욱이라며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였다. 문제는 김진욱이 선두 SSG의 강타선을 막아낼 수 있는 역량이 될지 여부였다. 2군에서 얼마나 투구를 잘 가다듬었을지가 중요했다.
김진욱은 구위로 SSG 타자들을 상대했다. 김진욱은 중간중간 제구가 흔들리며 3개의 볼넷과 2개의 몸 맞는 공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피안타는 단 2개에 불과했고 탈삼진은 7개를 기록했다. SSG의 타선을 힘으로 제압하는 투구였다. 그 과정에서 투구 수가 늘어나고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없었던 건 아쉬운 점이었다. 그럼에도 상대 강타선을 상대로 무실점 투구를 했다는 점과 위기에서 이를 벗어날 수 있는 관리 능력을 보였다는 건 긍정적이었다.
김진욱이 무실점 투구를 하면서 롯데는 초반 앞서가는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김진욱 역시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고 마운드를 물러날 수 있었다. 이대로 김진욱의 1군 복귀전이 행복한 결말이 되었다면 최상이었겠지만, 불펜진의 방화로 그의 승리 요건이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롯데는 기분 좋은 역전승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 저변에는 김진욱의 5이닝 무실점 호투가 있었다.
물론, 투구 내용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의 1군 복귀전이었다는 점과 상대가 리그 1위 팀의 타선이었다는 점, 연패 중인 팀 분위기에서 부담이 되는 선발 등판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복귀전이었다. 김진욱으로서는 자신의 공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 갈 수도 있었다.
김진욱이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를 잡는다면 롯데 마운드 운영은 한결 수월해진다. 반즈와 함께 수준급 좌완 선발 투수 2명을 활용할 수 있고 이는 선발진의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나균안을 불펜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불펜진의 과부하를 덜어낼 수 있다. 최근 롯데는 경기 중반인 6회를 확실히 막아줄 투수가 부족했다. 선발 투수로 전환하기 전 나균안은 멀티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불펜 투수로 활용도가 컸다.
반즈에서 시작해 박세웅, 스파크맨, 이인복, 김진욱의 선발진, 나균안과 서준원의 중간 투수 김유영, 구승민, 김원중, 최준용의 필승 불펜진의 조합은 어느 팀 마운드에 밀리지 않는다. 전제는 김진욱이 5선발 투수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1군 복귀 첫 등판은 기대를 가질만했다.
김진욱은 이제 프로 2년 차 선수다. 특급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탓에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클 수 있지만, 아직 그는 더 성장해야 하고 발전해야 한다. 김진욱이 5이닝 정도를 확실히 막아내는 5선발 투수 역할만 충실히 해도 팀이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제구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서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는데 이에 대한 부담을 덜 필요도 있다.
김진욱의 장점은 강력한 구위다. 볼넷에 대한 부담을 덜고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대범함도 필요하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면서 그는 더 발전할 수 있다. 지금까지 김진욱은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모습이었다. 이제는 그 책임감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롯데 역시 김진욱이 마음 놓고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한 달 여가 지난 후 1군으로 다시 돌아온 김진욱의 첫 등판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이 내용이 이전처럼 어쩌다 한 번이 될지 지속력을 가지게 될지 후자가 된다면 힘겹게 5위권 경쟁의 끈을 쥐고 있는 롯데에 상당한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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