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시즌 반환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는 장마라는 순위 경쟁의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비로 인해 경기 취소가 이어질 수 있고 띄엄띄엄 경기 일정은 마운드 운영과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더할 수 있다. 부상 선수가 많은 팀에게는 전력을 다시 추스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상위권 팀들은 유독 접전의 경기가 많은 올 시즌에 소모가 많았단 불펜진에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다.
6월 18일 현재 프로야구 판도는 양극화가 분명하다. 1위부터 4위까지 5할을 넘는 팀들이 조금 멀리 앞서가고 5위권에 많은 팀들이 얽혀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하위권에 처져있던 2020 시즌 챔피언 NC가 완전체 전력을 만들어가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확실한 최하위 한화를 제외하면 9개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흐름은 1위 SSG가 그 위치를 단단히 유지하고 있고 키움, LG, KIA가 상위권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확실하다. 순위 경쟁은 KT, 두산, 삼성, 롯데, NC의 5위권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5위권 팀들은 아직 팀 전력에 부족한 부분을 완전히 채우지 못했고 순위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연승의 힘이 부족하다. 자칫 축구의 1부 리그와 2부 리그와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프로야구 팬들이 원하는 그림은 아니다. 5위권 팀을 응원하는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프로야구에서 눈에 보이는 흐름이 있다. 대부분 팀들이 유독 홈경기에 높은 승률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6월 18일 기준 SSG만 22승 8패의 호성적이고 2위 키움부터 최하위 한화까지 홈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2위부터 4위 팀들은 홈경기 승률을 만회해 5할 근처로 진입했지만, 그 이하 팀들의 홈경기 부진은 확실히 눈에 띈다. 다만, 시즌 초반부터 크게 부진했던 NC와 한화는 홈경기와 원정 경기 구분이 무의미하다.
5위 KT는 홈경기 승패 마전이 -6이고 삼성, 두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8위 롯데는 승패 마진 - 13의 참담한 수준이다. 9위 NC, 10위 한화와 비교해도 홈경기 약세가 두드러진다. 4월 상승세에 있던 롯데가 5월부터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 하나도 홈경기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롯데는 올 시즌 마운드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는 팀 컬러 변화에 맞게 투수들은 보호할 수 있는 홈구장을 만들었다. 펜스를 높이고 외야를 넓히는 작업을 했고 그에 맞는 외국인 선수 구성과 마운드 구성을 했다. 그 결과 롯데의 큰 약점이었던 피홈런이 크게 줄었고 투수들의 탈삼진이 늘어났다.
리그 최하위 수준이었던 팀 방어율도 개선됐다. 우려됐던 팀 타선도 상당한 생산력을 보였다. 하지만 유리한 환경이라 여겼던 홈구장에서 롯데는 약했다. 대신 롯데는 원정 경기 18승 11패의 강세로 더 큰 추락을 막을 수 있었다. 롯데의 원정 경기 성적은 현재 5위권에 자리한 팀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이한 건 롯데 외에 다른 팀들도 원정 경기에서 강세를 보이는 보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위 키움은 원정 경기 23승 9패의 극강 모드다. 1위 SSG의 20승 3무 14패보다 우월하다. 3위 LG 역시 원정에서 20승 1무 9패로 강세다. 4위 KIA 역시 19승 1무 12패로 원정에서 높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5위권 팀들 역시 마찬가지다.
통상적으로 스포츠에서 홈팀은 경기장 환경이나 분위기에서 원정 팀들보다 유리한 게 보통이다. 많은 관중이 들어오는 프로스포츠에서 홈팀의 승률이 높다. 하위권 팀이라 해도 홈에서는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인다. 하지만 올 시즌은 그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올 수 있다. 1, 2, 3위 팀들은 모두 수도권 팀들이다. 이들 팀들은 시즌 중 이동거리가 상대적으로 길지 않고 잠실, 고척, 문학 경기장에서 많은 경기를 치른다. 사실상 원정과 홈의 구분이 모호하다. 팬들의 응원도 일방적이지 않고 팽팽하고 원정 경기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특히, 키움은 수도권을 연고로 하면서도 홈경기 관중 동원력이 떨어지고 비인기 구단에 머물고 있다. 그들의 홈인 고척돔에서 오히려 원정팬들이 더 많을 정도다. 키움 선수들은 매 경기 원정과 같은 느낌이다. 원정팬들의 응원 열기가 더 뜨겁게 느껴지는 돔구장보다 야외 경기장이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더 안정감을 줄 수도 있다.
KIA는 최근 성적 상승과 함께 과거 전국구 팀의 위용을 되찾았다. 수도권에서 KIA는 원정팬들의 응원이 홈팀 못지않다. 수도권 원정의 환경이 결코 불리하지 않다.
그 외 팀들은 상황은 다르다. 같은 수도권 팀인 KT와 두산은 원정에서 더 나은 승률이지만, 확실하 비교 우위는 아니다. 두 팀의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KT와 두산은 시즌 시작과 함께 부상 악재에 시달렸다. KT는 간판타자 강백호가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했고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부상으로 교체했다. 완벽한 전력으로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이 합류하고 강백호가 돌아왔다. 그전까지 KT는 지난 시즌 챔피언의 전력이 아니었다. 수도권 연고지 구단의 장점을 살릴 수 없었다.
두산은 지난 시즌 리그 최고 투수였던 외국인 투수 미란다가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 시즌 어깨 피로현상으로 시즌 후반기 포스트시즌 등판에 제한이 있었던 그였다. 당연히 재계약을 앞두고 건강 문제가 거론됐다. 두산은 과감히 큰 금액을 투자하며 미란다와 재계약했다.
하지만 두산의 선택은 실패로 결론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란다는 좀처럼 구속을 회복하지 못하며 평범한 구위의 투수가 됐다. 실전 등판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망이 어둡다. 스탁이라는 최고 가성비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고 국내 선발 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면서도 두산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에이스의 부재가 크다. 여기에 팀 타선의 위력이 그동안의 전력 유출로 확실히 약화됐고 내야 수비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홈경기 원정 경기 승률을 비교하기 무의미한 상황이다.
그 외 팀들도 전력의 구멍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삼성은 박해민의 FA 이적으로 생긴 외야 공백이 커 보이고 외국인 타자 피렐라의 대 활약에도 주력 타자 강민호와 구자욱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타선의 힘이 약해졌다. 타자 친화 구장인 그들의 홈구장을 고려하면 타선의 약화는 아프게 다가온다. 여기에 마운드에서는 FA 투수 백정현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타선과 마운드에서 지난 시즌보다 힘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성적 하락을 불가피했다.
롯데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롯데 선수들은 이상하게 홈경기에서 더 긴장하는 경기를 한다. 어이없는 실수도 많고 불펜진이 무너지는 경기도 많았다.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가 선수들에게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에너지가 안되고 있다. 최근 롯데가 투. 타의 균형이 무너지고 수비 불안이 여전하다는 문제 외에 홈경기 이점을 그들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프로팀들에게 홈경기 높은 승률은 의무다. 관중 수익이 수단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홈 팬들은 경기장으로 이끄는 가장 큰 요소는 홈경기 승리다. 홈 팬들은 지는 경기를 보러 경기장에 오는 건 아니다. 졌지만 잘 싸웠다 만으로 홈 팬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고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보다 확실한 팬 서비스는 홈팀의 승리다.
이점에서 올 시즌 홈경기 부진의 흐름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5위 이하 팀들은 홈경기는 실망스럽다. 반대로 이는 상위권 팀들이 하위권 팀들과 상대로 많은 승리를 가져왔다는 걸 의미한다. 순위의 양극화가 홈경기 승률에 반영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점점 팬들을 프로야구에서 멀어지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는 점점 되살아나고 있는 프로야구 흥행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기도 하다. 각 구단은 홈경기 승리라는 과제를 꼭 해결할 필요가 있다. 특히, 5위권 팀들에게 더 중요하다. 이를 해결한다면 순위 상승의 가능성을 더 크게 할 수 있다. 과연 홈경기 약세라는 프로야구의 큰 흐름이 달라질 수 있을지, 어느 팀부터 이를 해결할지 이를 지켜보는 것도 흥밋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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