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서 멀어진 롯데에 또 다른 악재가 더해지고 있다. 롯데는 최근 팀 주장이자 중심 타자 전준우를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부상이 아니었다. 코로나 감염에 따른 방역 지침에 의한 일이었다. 롯데는 전준우 외에 이미 포수 정보근과 주전 내야수 정훈,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투수 서준원이 코로나 감염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여기에 마무리 김원중도 코로나 확진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롯데는 급히 대체 선수를 2군에서 콜업해 엔트리를 채웠지만, 전력 약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롯데의 팀 분위기를 더 침체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롯데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7연패를 당하며 순위 경쟁에서 크게 밀려났다. 롯데는 6위로 후반기를 시작했지만, 7위까지 순위가 밀렸다. 6위 두산이 최근 다시 힘을 내면서 5위 추격의 가능성을 되살려가고 있지만, 롯데에는 먼 나라 이야기다. 오히려 8위 NC, 9위 삼성과 함께 그들만의 하위권 경쟁을 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경기 결과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롯데는 후반기 들어 한 번도 위닝 시리즈를 가져오지 못했다. 후반기 첫 3연전에서는 KIA에 0 : 23이라는 기록적인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하위권 팀 두산과 삼성과의 대결에서도 위닝 시리즈는 없었다. 하위권 팀에 많은 승수를 올려야 그나마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만, 그마저도 힘겨운 롯데다. 팀이 상승 반전할 체력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는 후반기 들어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2장 모두 사용하며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 보였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 렉스는 빠르게 리그에 적응하며 타선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20 시즌 롯데 에이스로 삼진왕에 올랐던 스트레일리가 새로운 외국인 투수로 다시 롯데로 돌아오기도 했다. 2건의 긍정 뉴스가 있었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침체 분위기가 더 깊어지고 있다.
우선, 마운드 상황이 시즌 초반과 너무 다르다. 선발과 불펜진 모두 부진에 빠졌다. 선발 마운드는 원투 펀치를 구성할 반즈와 박세웅이 후반기 들어 승수를 쌓지 못하고 있다. 타선의 부진과 야수들의 실책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두 투수는 모두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이 아니다.
시즌 초반 큰 호평을 받았던 반즈는 경기를 거듭하고 그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면서 강력함을 잃어가고 있다. 여전히 많은 이닝을 책임지며 이닝 이터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점이 늘어나고 있고 탈삼진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한때 1점대를 유지하던 방어율로 3점대로 올라섰다.
박세웅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시즌 초반 박세웅은 위력적인 투구로 선발 15승 이상을 기대하게 했지만, 점점 페이스가 떨어졌다. 잘 던지고도 패전을 기록한 불운도 겹쳤다. 방어율은 3점대 후반으로 높아졌고 여름이 되면서 실점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두 원투 펀치의 힘이 떨어지면서 선발 마운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선발 마운드에 힘이 되어야 할 외국인 투수 스파크맨은 부진을 거듭하다 최근 방출됐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가 본격적으로 마운드에 오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인복이 선발진에서 나름 분전하고 있지만, 그에게 에이스의 역할을 맡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5선발 자리를 채워야 할 김진욱은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고 나균안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상황에 풀 타임 첫 시즌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2군에서 콜업한 최영환도 부진한 투구로 다음 등판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신인 이민석과 진승현도 선발 투수로는 아직 기량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선발진의 균열에 불펜진도 리그 상위권의 필승 불펜 구승민, 최준용, 김원중 조합이 흔들리면서 전체적으로 힘이 떨어졌다. 최근 경기에서 롯데 필승 불펜진은 돌아가며 부진한 투구를 했다. 불펜의 키맨이라 할 수 있는 최준용은 시즌을 치를수록 구위 저하가 분명하고 연투에 대한 부담을 분명히 보이고 있다. 한 경기 호투하면 다음 경기 부진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구승민과 김원중도 기복 있는 투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시즌 후반기 빛나는 호투를 거듭하며 롯데가 한때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가지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닝 수가 크게 늘었다. 올 시즌 부진은 그 후유증일 가능성이 크다. 그게 맞는다면 후반기 반등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필승 불펜조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추격조 불펜진이 불안한 롯데로서는 경기 후반이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마운드 상황에 타선도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 팀 주력 타자 중 한 명인 정훈이 거듭된 부상으로 올 시즌 자신의 타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베테랑 이대호, 전준우, 안치홍에 차세대 4번 타자 한동희가 분전하고 있지만, 그들의 뒷받침할 타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큰 기대 속에 영입했던 외국인 타자 피터스가 전혀 중심 타자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고 정훈의 공백이 커졌다. 여기에 정훈 외에 주전 선수들의 거듭된 부상도 타선 약화를 부채질했다.
이 와중에 기동력 야구를 할 수 있는 황성빈과 전천후 내야수 이호연 등 새 얼굴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타선의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역량을 아니다. 최근에는 나이를 잊은 활약을 하던 이대호도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포수 타선은 여전히 큰 구멍이 되고 있고 하위 타선을 구성하는 이학주, 고승민 등도 드문드문 활약으로 팀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타선의 기복에 수비는 시즌 내내 롯데의 고민이 되고 있다.
투. 타에서 모두 약점을 보이는 상황에서 롯데가 8월 반전을 꿈꾸는 건 말 그대로 꿈이다. 냉정히 지금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여기에 코로나 감염 사태로 주전들이 지속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있다. 반등의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감염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자칫 강제 리빌딩이 불가피하다.
이제 롯데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냉정한 상황 분석과 함께 팀 운영 전반을 변화시킬 필요도 있다. 무의미한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하기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이대호의 은퇴 시즌이라는 상징성이 큰 시즌에서 빠르게 백기를 드는 상황이 결코 유쾌하지 않지만, 3연전 시리즈에서 2승 1패가 버거운 롯데가 갑자기 연승을 한다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현 성민규 단장, 서튼 감독 체제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 체제는 확실한 리빌딩을 중심으로 했지만, 성적에 대한 의지도 버리지 않았다. 팀을 새롭게 만든다는 용어로 리빌딩이라는 말이 사실상 고유명사로 사용되지만, 롯데는 리툴링, 몇몇 요소들만 변화해 팀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잡업이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다.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은 대부분 팀 주축으로 자리 잡지 못했고 젊은 선수들이 성장도 더디다. 반대로 떠나보낸 즉시 전력감 선수들이 타 팀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SSG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제2의 전성기를 연 베테랑 투수 노경은, KT 야수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오윤석과 김준태가 대표적이다. 프런트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서튼 감독의 지도력과 경기 운영에 대한 문제도 점점 더 제기되는 상황이다.
물론, 팀을 새롭게 하는 작업은 단기간에 이루기 어렵다. 롯데는 지속적으로 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는 팀을 만들려 했지만, 아직은 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올 시즌 후 이대호마저 은퇴하면 전력 약화가 더 커질 수 있다. 당장은 올 시즌이 지난 시즌보다 더 퇴보된 모습이다. 최근 롯데의 코로나 감염 사태는 지금 롯데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장면일 수도 있다.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롯데에 자꾸만 넘기 힘든 장벽이 더해지고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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