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대결은 클래식 매치라는 별칭이 붙곤 한다. 두 구단은 모두 프로야구 원년부터 역사가 시작됐고 모기업과 팀 명이 변하지 않은 구단이기도 하다. 프로야구의 역사 속에 변하지 않는 두 구단은 나름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이에 두 팀은 서로의 맞대결에 클래식 매치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양 팀이 함께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과거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거나 치어리더 합동 공연 등이 있다. 같은 영남권을 연고로 한다는 공통점과 함께 롯데와 삼성은 공동의 마케팅을 하며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이런 돈독함이 올 시즌은 성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롯데와 삼성은 올 시즌 하위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월 31일 기준 롯데는 7위, 삼성은 9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 사이에 8위 NC가 있다. 여기에 6위 두산까지 순위 경쟁과 크게 멀어진 최하위 한화를 제외하고 이 4팀은 큰 차이 없는 하위권이다. 이들이 하위권에 쳐진 사이 5위권과의 승차는 크게 늘어났다. 순위 양극화가 뚜렷하다.
특히, 롯데와 삼성, NC는 같은 영남권을 연고로 하는 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영남권 3팀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는 리빌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하지만 KBO 주관 은퇴 투어를 하고 있는 이대호의 현역 마지막 시즌이라는 상징성이 있다는 점에서 올 시즌 성적은 크게 실망스럽다.
수년간 하위권에 머물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결정전을 치를 만큼 큰 반전을 이뤄낸 삼성은 지난 시즌의 영광이 신기루가 되고 있다. 2020 시즌 챔피언 NC 역시 의욕적인 스토브리그를 보냈지만, 결과는 그에 반비례하고 있다. 여전히 이들 팀들은 포스트시즌 진출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남은 경기 수 등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의지에만 머물 가능성이 크다.
7월 마지막 3연전에서 만난 롯데와 삼성의 클래식 매치는 양 팀의 현주소 특히, 마운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3연전 기간 롯데는 21득점, 삼성 역시 21득점을 했다. 치열한 타격전이었다. 양 팀은 그 3연전에서 누구도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롯데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찾아온 7연패를 가까스로 끊었지만, 반등하지 못했고 삼성은 13연패의 긴 수렁에서 벗어난 이후 상승세로의 전환을 하지 못했다.
모두 마운드가 문제였다. 롯데는 스파크맨, 박세웅, 이민석이 선발 등판했지만, 박세웅을 제외하면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스파크맨과 이민석은 모두 초반 많은 실점과 함께 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이민석은 신인으로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이라는 특수성이 있었지만, 스파크맨의 투구는 실망스러웠다. 7월 29일 삼성전 3이닝 투구는 그의 올 시즌 KBO 리그에서의 마지막 등판이 됐다. 롯데는 그 경기후 스파크맨의 방출을 결정했다.
스파크맨은 올 시즌 롯데가 에이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며 영입한 파이어볼러였지만, 공만 빠른 밋밋한 속구와 단조로운 투구 패턴, 체력적인 문제 등으로 선발 투수로서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롯데는 그의 반등을 기대하며 인내심을 보였지만, 계속된 부진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롯데는 조만간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롯데와 함께 삼성 선발 투수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삼성은 로테이션 상 선발 마운드에서 가장 좋은 투구를 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수아레스와 원태인이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여기에 에이스 뷰캐넌마저 경기 중 부상으로 등판이 불가능했다. 시즌 내내 깊은 부진에 빠져있는 좌완 선발 백정현 역시 부상 등이 겹치며 등판이 불가능했다. 삼성은 대체 선발 성격이 강한 황동재, 허윤동, 최하늘까지 신예 투수들이 선발 등판했다. 평균적으로 롯데 선발 투수들보다 나은 투구 내용이었지만, 경기를 확실히 책임질 수준은 아니었다.
결국, 양 팀의 경기는 많은 불펜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라야 했고 타자들이 타격이 돋보이는 타격전이었다. 양 팀 타자들의 힘을 투수들이 대응하지 못하면서 리드한 팀을 안심할 수 없었고 1점 차 접전이 계속됐다. 지난 7연패 기간 마운드의 부진과 함께 타선마저 침체했던 롯데, 13연패 기간 투. 타 모두 깊은 부진에 빠졌던 삼성이었지만, 주말 3연전 기간 양 팀 타선은 그동안의 부진함을 털어내기라도 하는 듯 폭발적인 타격을 했다. 바꿔 말하면 마운드의 상황이 그만큼 형편없었다.
겉 보기에는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이었지만, 실상은 졸전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경기 시간은 하염없이 길어지고 팬들은 열대야 가득한 경기장에서 장시간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7월 29일 경기는 삼성은 연장전 끝내기 승리였다. 롯데는 초반 선발 투수 스파크맨의 실점으로 밀리는 경기를 했지만, 중반 이후 타선이 폭발하며 7 : 4 리드를 잡은 채 8회 말 수비를 했다. 하지만, 셋업맨 최준용이 난조를 보였고 삼성은 3득점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결국, 삼성은 연장 10회 말 끝내기 안타로 8 : 7로 승리했다. 삼성은 선발 투수 황동재가 5실점하며 흔들렸지만, 경기 후반을 책임진 최충연, 문용익, 이승현이 무실점으로 버티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대로 롯데는 선발 투수 스파크맨의 부진을 나균안, 구승민 두 불펜 투수들이 메우고 승리 분위기를 가져왔지만, 최준용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후반기 들어 기복이 심한 투구를 하는 최준용은 또다시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최준용의 실패로 경기 흐름은 삼성으로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7월 30일 경기에서는 롯데 마무리 김원중이 크게 흔들렸다. 그 경기에서 롯데는 1회 초 삼성 선발 허윤동을 상대로 7득점 하는 등 5회 초까지 8 : 0 리드를 잡았다. 7연패의 긴 사슬을 끊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통상적이라면 필승 불펜조를 아끼고 여유 있는 경기를 해야 했지만, 선발 투수 박세웅이 5회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박세웅은 6회를 넘기지 못하고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다. 여전히 롯데는 9 : 5 리드를 유지했다. 이후 마운드에 오른 불펜 투수들도 순조롭게 이닝을 넘겼다.
하지만 마지막 9회 말이 문제였다. 마무리 김원중은 5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했다. 롯데는 9 : 8로 추격당했다. 전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모습이었다. 김원중은 가까스로 1점 차를 지키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롯데는 7연패를 끊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을 남기는 승리였다.
7월 31일 경기는 삼성 마무리 오승환이 흔들렸다. 최근 부진으로 중간 불펜으로 나서며 조정기를 거쳤던 오승환은 4 : 3 한 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롯데는 오승환을 상대로 2득점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오승환에게 아직은 한 점차 세이브는 버겁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지만, 롯데는 전날 투구 수가 많았던 마무리 김원중을 마운드에 올릴 수 없었다. 나균안이 세이브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그 역시 한 점 차 지키기는 버거웠다. 삼성은 대타 김태군의 적시 안타로 5 : 5 동점에 성공했다.
이후 경기는 다시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롯데는 나균안과 진승현, 강윤구가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냈고 삼성 역시 최충현, 이상민이 무실점 투구를 했다. 경기는 연장 12회, 5 : 5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위닝 시리즈 기회를 놓친 양 팀 모두에 아쉬움이 가득한 결과였다.
이렇게 양 팀의 주말 3연전은 양 팀 마운드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선발과 불펜진 모두 문제점을 노출했다. 타격전이 과연 타자들의 역량이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왜 두 팀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 와중에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 렉스가 무시무시한 타격감을 과시하며 타선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고 삼성은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던 주력 타자들이 타격감이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양 팀 모두 희망 요소가 타격에서만 보였다는 점은 씁쓸함으로 다가온다.
롯데와 삼성 모두 올 시즌 힘든 시간의 연속이다. 클래식 매치의 주인공이라 하기 부끄러운 경기력이다. 어느새 하위권의 라이벌이 된 롯데와 삼성이 다음 3연전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상대하게 될지 8월이 시작되는 시점까지는 지금의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 삼성 라이온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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