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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리그 홈런왕이 완벽히 부활했다. KT 4번 타자 박병호 이야기다. 2022 시즌 박병호는 홈런왕 타이틀 재 탈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홈런 페이스 역시 전성기 못지않고 극적인 홈런이 대부분이다. 지난 7월 27일 키움과의 경기가 압권이었다. 박병호는 3 : 4로 밀리던 9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끝내기 2점 홈런으로 때려내며 KT의 5 : 4 승리를 이끌었다. 박병호는 3볼 볼 상황에서 4구째 공을 그대로 밀어 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그의 30호 홈런이었고 이 홈런이 너무 극적인 순간 터져 나왔다. 이 홈런을 올 시즌 박병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박병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었지만, 시장의 큰 냉대를 받았다. 리그 통산 300개의 홈런을 훌쩍 넘겼고 2012 시즌부터 2021 시즌까지 9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달성한 홈런 타자였던 박병호였지만, 달라진 선수 평가 흐름 속에 그의 가치는 크게 폭락했다. 박병호는 최근 야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평가 자료인 홈런, 즉 장타율과 출루율을 겸비한 타자의 대명사였다. 그는 키움의 4번 타자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화려한 선수 이력을 쌓았다. 잠깐이었지만,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도 이뤘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 속에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는 그에게 에이징 커브라는 새로운 변수와 싸우게 했다. 박병호는 최근 수년간 각종 기록이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그를 특징하는 홈런과 장타 생산력이 크게 감소했다. 파워는 여전했지만, 공을 맞히는 콘택트 능력이 크게 떨어졌고 운동 능력 저하가 뚜렷했다. 박병호의 미래 타격 생산력에 대한 확신이 떨어졌다. 그전 이력은 FA 시장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이는 원 소속팀 키움도 다르지 않았다. 

 

 

 

 

박병호는 타 팀에서 오퍼를 받지 못하더라도 키움에서는 그에게 제안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키움이 상위권 팀으로 자리하는 과정에는 박병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박병호 역시 과거 LG 시절 파워만 좋은 만년 유망주 거포였던 그를 신뢰하고 4번 타자로 중용해 전성기를 열게 해준 키움에 대한 애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키움은 그를 외면했다. 타 팀에서 그를 영입하길 기다리는 듯 보였다. 

박병호는 그에게 다년 계약을 제안한 KT와 손을 잡았다. KT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당장 팀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마침 은퇴하는 베테랑 유한준을 대신하고 타선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선수가 박병호였다. 그가 전성기였다면 상상할 수 없는 조건에 박병호를 영입할 수 있었다. KT는 팀의 리더이기도 하고 중심 타자 강백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긍정 효과도 기대했다. KT는 강백호와 박병호, 외국이 타자로 연결되는 클린업 트리오를 구상했다. 

하지만 전성기를 지난 박병호가 KT가 원하는 모습을 보일지에 대한 이견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기존 키움의 홈구장 고척돔보다 타자 친화 구장인 KT 홈구장 수원구장에서 홈런 생산력이 나아질 수 있겠지만, 크게 떨어진 콘택트 능력이 금세 향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실제 지난 시즌 박병호는 속구에 대한 대응력이 크게 떨어졌고 이는 변화구 유인구에 대한 대응까지 어렵게 했다. 홈런 타자로서 필연적인 삼진이긴 하지만, 박병호의 삼진 개수가 크게 늘었고 볼넷은 줄었다. 

박병호는 스프링캠프 기간 속구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타격 폼을 변경했다. 늦은 나이에 변화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박병호는 스윙을 보다 간결하게 하고 공을 맞히는 비율을 높였다. 이는 효과적이었다. 공을 때려 타구를 경기장 안으로 집어넣은 빈도가 늘어나면서 홈런 생산이 크게 늘었다. 그는 여전히 강한 파워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즌 초반부터 박병호는 빠르게 홈런 수를 쌓아갔다. 

박병호는 시즌 초반부터 쟁쟁한 홈런 타자들과 홈런 부분에서 경쟁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격차를 벌려나갔다. 박병호는 2위와 큰 차이를 두고 홈런 부분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변화한 투고 타저 흐름에도 박병호는 적용받지 않았다. 늘어난 홈런에 비례해 박병호는 타점을 쌓았고 이 부분에서도 선두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전성기에 버금가는 장타율로 거포로서의 이미지도 되찾았다.

여전히 많은 삼진으로 출루율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1986년생으로 30대 후반인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놀라운 반전이라 할 수 있다. 박병호의 성적은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이정후와 함께 정규 시즌 MVP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박병호의 성적은 KBO 리그의 새 역사이기도 하다. 박병호가 이대로 홈런왕에 이른다면 리그 역사상 최고령 홈런왕이 된다. 40개를 넉넉히 넘길 수 있는 시즌 홈런 페이스를 고려하면 역대 누구도 해내지 못한 4시즌 40개 홈런 달성도 가능하다. 앞으로 그가 때려낼 홈런은 리그 새 역사에 다가가는 홈런이다. 

이런 박병호를 영입한 KT는 최고의 FA 계약을 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박병호는 KT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애초 KT는 박병호에게 20홈런 이상이면 만족할 수 있었다. 이미 팀 타선의 중심은 강백호고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타자였다. 박병호가 이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기면 해도 성공적이었다. 준수한 1루 수비 능력을 보이는 박병호가 같은 1루수인 강백호의 수비 부담을 덜 수 있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었다. 

현재 박병호는 팀의 중심 타자다. 강백호가 두 차례 큰 부상으로 전력에 제대로 가세하기 못했고 외국인 타자 역시 부상과 부진으로 그 활약이 크지 않았던 상황에서 박병호는 거의 홀로 4번 타자 자리를 지켰다. 시즌 초반 팀 타선 전반이 부진하고 팀 성적도 하위권에 쳐지는 상황에서도 박병호는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며 고군분투했다. 박병호마저 부진했다면 KT는 시즌 초반 위기를 넘기기 어려웠다. 그 위기를 넘긴 이후 KT는 페이스를 회복했고 박병호는 집중 견제에서 벗어나며 홈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박병호는 2위 그룹과 큰 차이를 보이며 홈런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변이 없다면 2019 시즌 이후 잃었던 홈런왕 복귀도 유력하다. 왕의 귀환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의 올 시즌이다. 박병호의 현재 홈런 페이스는 은퇴 시즌에도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롯데 이대호와 함께 베테랑의 힘과 가치를 입증한다 할 수 있다. 박병호의 올 시즌 분전은 그 자신뿐만 리그 전체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

 

 

 

 

그동안 리드에서는 베테랑 선수의 가치에 대해 인색한 평가가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마친 세대교체가 선이고 이를 통한 저비용 고효율 추구가 대세였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성적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는 SSG는 다수의 베테랑들이 투. 타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키움에도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와 포수 이지영이 팀에 주는 영향력이 크다. 유망주들의 천국인 LG에서도 김현수가 팀 구심점이 되고 있다. 오지환, 채은성 등이 베테랑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KT 역시 박병호가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젊고 강한 팀으로 성적을 잡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베테랑 선수라 해도 과거의 영광과 실적으로 만으로 높은 대우를 받으려 하는 건 문제가 있다. 박병호는 그에 달리 변화를 추구하고 노력을 통해 단점을 보강하고 자신의 능력치를 끌어올렸다. 올 시즌 박병호의 활약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베테랑은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그 베테랑의 가치를 구단이 알아주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할 때 베테랑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 박병호와 그런 박병호의 부활 가능성일 믿고 FA 계약을 한 KT의 선택은 현재까지 윈윈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박병호의 2022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그가 올 시즌 때려내는 홈런은 리그의 새 역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KT 역시 박병호를 중심으로 2년 연속 우승이라는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박병호와 KT가 남은 시즌에도 함께 성공하는 시간들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KT 위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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