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에이스의 호투가 빛난 경기였다. 8월 10일 롯데와 키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롯데는 경기 후반 터진 신용수, 정훈의 2점 홈런 2방을 앞세워 4 : 3으로 승리했다. 롯데는 3연패 위기를 벗어났고 올 시즌 마지막 3연전에서 먼저 승리를 가져왔다.
경기의 관심은 최근 대체 외국인 투수로 롯데에 복귀한 선발 투수 스트레일리의 투구 내용이었다. 스트레일리는 2020 시즌 롯데에 입단했고 그 해 탈삼진왕에 오르며 에이스로 자리했다. 스트레일리는 강력한 구위와 함께 뛰어난 이닝 소화능력으로 호평을 받았고 팀 친화력과 함께 벤치 리더의 면모도 보였다. 롯데는 그와 재계약했다.
2021 시즌 스트레일리는 2020 시즌의 성적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특별한 부상 징후는 없었지만,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가 아니었다. 스트레일리는 2021 시즌 31경 선발 등판에 10승 12패 방어율 4.07로 그전 시즌보다 떨어지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닝이터의 면모를 유지했고 그만한 활약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롯데는 스트레일리와의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연봉 등 조건의 변경은 불가피했다. 여기에 아직 메이저리그 도전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던 스트레일리였다. 결국, 스트레일리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롯데는 스트레일리와 함께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브랑코를 모두 떠나보내며 외국인 투수를 새롭게 영입해야 했다.
롯데는 좌완 반즈와 우완 스파크맨으로 선발 투수 원투 펀치를 구성했다. 반즈는 좌완에 다양한 구질과 제구를 바탕으로 하는 안정감이 돋보였고 스파크맨은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선발투수였다. 이질적인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반즈는 기대 이상의 투구 내용이었지만, 스파크맨은 공만 빠른 투수였다. 스파크맨은 공의 움직임이 밋밋한 직구와 단조로운 투구 패턴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고 부진한 투구를 거듭하다 방출됐다.
롯데는 그 자리를 빠르게 메워야 했다. 시즌 후반기 영입할 수 있는 선수 풀은 한정되어 있었고 영입에 필요한 자금도 규정상 제한되어 있었다. 롯데는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검증된 선발 투수가 절실했다. 그런 롯데와 스트레일리가 연결됐다. 스트레일리는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 콜업을 기대했지만, 전반기가 지난 시점까지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더는 콜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롯데의 오퍼가 들어왔다.
스트레일리는 롯데 컴백을 결정했다. 그로서는 지난 2시즌 동안 활약했던 롯데에서 만족할 만한 생활을 했고 적응의 시간도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올 시즌 투구 내용에 따라 더 나은 조건의 재계약도 기대할 수 있었다. 롯데 역시 검증된 선발 투수를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롯데는 아직 후반기 순위 경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양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스트레일리는 태평양을 건넜다.
스트레일리는 얼마간의 휴식 후 8월 10일 키움전에 선발 등판했다. 아직은 투구 수에 제한이 걸리는 시험 등판 성격이 강했지만, 롯데의 상황은 그의 호투가 필요했다. 롯데는 후반기 부진을 거듭하고 있고 투. 타에 걸쳐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 시즌 전력의 중요한 키포인트였던 마운드마저 흔들리면서 상승 동력을 좀처럼 찾지 못하는 롯데였다.
그나마 롯데에게 믿을 만한 구석이었던 선발 마운드 역시 반즈, 박세웅 두 선발 원투펀치가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이런 마운드의 상황을 반전시킬 선발 투수가 필요했고 스트레일리에게 그 역할이 주어졌다.
하지만 스트레일리에게 주어진 상황은 녹녹치 않았다. 침체한 팀 분위기에 상대는 올 시즌 롯데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3위 키움, 원정의 부담에 상대 선발 투수는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서 자리한 파이어 볼러 안우진이었다. 복귀 후 첫 등판이었던 스트레일리에게는 부담이 큰 경기였다. 더군다나 롯데는 최근 1군 선수들의 잇따른 코로나 확진으로 엔트리 조정이 빈번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경기를 앞두고 중심 타자인 안치홍의 코로나 확신과 엔트리 말소 소식이 더해지기도 했다.
스트레일리는 관록의 투구를 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풍성한 수염은 여전했다. 구위는 과거 탈삼진왕을 차지했던 시즌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공의 강약을 조정하고 경기 상황에 맞게 강약을 조절했다. 다소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내 적응했다. 돌아온 에이스의 등판은 야수들의 집중력도 높였다. 수비에서 롯데는 수차례 호수비로 스트레일리를 도왔다. 그때마다 스트레일리는 강한 제스처로 야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과 교감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다른 롯데 투수들과는 점이었다.
스트레일리는 5이닝 동안 81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다. 4개의 안타를 허용했고 2개의 사사구가 있었다. 탈삼진은 4개였다. 압도적인 투구는 아니었지만, 선발 투수로서 무난한 투구였다. KBO 리그 복귀 후 첫 선발 등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복귀 후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기록할 수는 없었다. 키움의 선발 투수 안우진의 투구도 뛰어났다. 안우진은 7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롯데는 안우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2개의 안타만 때려낼 정도로 완벽하게 막혔다. 그 사이 키움은 6회 말 1득점으로 1 : 0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우진이 마운드를 물러난 이후 롯데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키움은 8회 초 마운드를 좌완 불펜 이승호로 이어갔다. 롯데는 거듭된 대타 작전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주전들의 코로나 이슈 등으로 급히 콜업된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대타 김민수가 볼넷을 얻어 공격의 돌파구를 열었고 1사 2루에서 대타로 나선 신용수는 깜짝 2점 홈런으로 롯데는 2 : 1로 역전에 성공했다.
롯데의 기세는 9회 초 공격에도 이어졌다. 코로나 확진 후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후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온 정훈은 키움의 불펜 투수 양현으로 부터 2점 홈런을 떼려냈다. 롯데는 4 : 1 리드로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그 승리를 확정하기까지 힘든 과정이 있었다.
코로나 확진으로 엔트리 말소된 마무리 김원중을 대신해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하고 있는 최준용이 9호 말 마운드에 올라 1사 후 연속 4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 했다. 경기는 순식간에 한 점차로 좁혀졌다. 최준용으로는 경기를 마무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마운드를 지켜야 했다. 롯데는 불펜 투수 김도규를 급히 마운드에 올렸다. 분명 큰 부담이 되는 등판이었지만, 김도규는 침착했다. 그는 최근 타격감이 올라온 키움의 4번 타자 푸이그를 내야 플라이로 잡아냈고 이어 나온 김휘집을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도규의 올 시즌 첫 세이브였다.
이렇게 에이스의 귀환은 팀에 행복한 결과를 안겨줬다. 스트레일리는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안정감 있는 투수로 선발 투수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최근 경기에서 선발 투수들의 초반 실점으로 어려운 경기가 많았던 롯데로서는 모처럼 선발 투수의 호투를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스트레일리는 올 시즌 리그 최고 선발 투수인 안우진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스트레일리가 실점했다면 롯데는 패배 확률이 큰 경기였다.
스트레일리의 시즌 첫 등판은 여러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 잔여 경기에서 선발진이 무게감이 한층 더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스트레일리가 제 역할을 한다면 반즈, 박세웅, 스트레일리, 이인복까지 든든한 선발 로테이션 구성이 가능하다. 선발진의 안정은 남은 경기에서 보다 많은 승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냉정히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코로나 감염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반등의 동력도 상실하고 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리빌딩 체제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하지만 승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이는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후반기 들어 보이는 무기력한 패배의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타자 렉스와 스트레일, 두 외국이 투수의 경기력은 합격점을 줄만하다. 최근 롯데에 없었던 긍정요소다.
특히, 돌아온 에이스 스트레일리의 첫 등판은 여러 가지로 상징성이 있다. 그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가 등판했음에도 극적 승리를 가져왔다는 점도 롯데에는 긍정적이었다. 앞으로 스트레일리가 롯데 승리의 가져오는 선발 투수로 승리 요정으로 남은 시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스포츠 > 2022 프로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 프로야구] 원했던 야구 구현 롯데, 5위 추격 불씨 되살릴 수 있을까? (13) | 2022.08.15 |
---|---|
[2022 프로야구] 롯데, 백업 선수들의 절실함으로 이룬 후반기 첫 위닝시리즈 (16) | 2022.08.12 |
[2022 프로야구] 순위 경쟁, 최고 격전장 될 가능성 커진 2위, 5위 (4) | 2022.08.10 |
[2022 프로야구] 롯데, 멀어진 순위 경쟁에 코로나 19 악재까지 (8) | 2022.08.07 |
[2022 프로야구] 삼진왕 스트레일리의 귀환, 롯데 후반기 큰 힘 될까? (6) | 2022.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