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리그 2연전 체제를 앞둔 마지막 3연전에서 롯데가 마침내 후반기 첫 위닝 시리즈 달성에 성공했다. 롯데는 8월 11일 키움과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투수 반즈의 7.1이닝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와 경기 후반 집중력에서 앞서며 3 : 0으로 승리했다. 롯데 선발 투수 반즈는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롯데에게는 정말 오랜 기다림 끝에 맛본 위닝 시리즈의 기쁨이었다. 롯데는 올스타전 브레이크 이후 시작된 후반기 레이스에서 한 번도 3연전 시리즈에서 2승 1패 이상의 위닝 시리즈에 성공하지 못했다.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5위 경쟁의 직접 당사자인 KIA와 두산에 3연전을 모두 내주며 후반기를 시작한 롯데는 7연패 늪에 빠지며 순위 경쟁에서 멀어졌다.
해마다 8월이면 큰 반전을 이뤘던 기억에도 불구하고 8월의 롯데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롯데는 LG, NC와의 3연전에서 모두 1승 2패로 밀렸다. 3강 중 하나의 LG전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같은 하위권 팀 NC와의 3연전은 아쉬운 결과였고 패한 경기 내용이 무기력했다.
이유는 있었다. 롯데는 계속된 패배로 뚝 떨어진 팀 분위기에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코로 확진으로 전력 곳곳에 누수가 발생했다. 외국인 타자 렉스와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가 교체 외국인 선수로 새롭게 가세했지만, 그 효과를 누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의 매일 코로나 이슈로 인한 선수 엔트리 변동이 일어났고 팀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팀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감독과 단장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졌다. 계약 기간이 얼마 안 남은 성민규 단장의 거취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안팎에서 팀을 흔드는 바람이 불었다.
이 시점에 롯데는 3위 키움과 대결해야 했다. 성적과 전력 면에서 롯데가 밀리는 대결이었다. 키움은 올 시즌 롯데전에 강세를 보이는 중이었다. 롯데는 다수의 백업 선수들이 주전으로 나서야 하는 정상 전력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키움은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선발 원투 펀치 조합인 안우진, 요키시가 차례로 3연전 1차전과 2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하지만 롯데는 그 2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선발 투수들이 대등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교체 외국인 선수로 롯데로 복귀한 에이스 스트레일리와 올 시즌 롯데 에이스 반즈가 상대 에이스와의 선발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스트레일리는 안우진과 맞대결에서 5이닝 무실점 투수를 했고 반즈는 요키시와의 맞대결에서 7.1이닝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후반기 들어 선발 투수들의 초반 실점하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힘든 경기가 많았던 롯데는 모처럼 안정된 선발 투수들의 투구 속에 경기할 수 있었다. 게다가 상대 선발 투수가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임을 고려하면 초반 밀리는 흐름은 바로 패배로 연결될 수 있었다. 스트레일리와 반즈는 그런 패배의 흐름을 막아냈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에 더해 주전들을 대신한 선수들의 투. 타 활약이 돋보였다. 마운드에서는 3연전 2경기에서 두 차례 큰 위기를 극복하며 세이브 두 개를 기록한 김도규의 역할이 컸다. 롯데는 코로나 확진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마무리 김원중 외에 컨디션 난조로 최준용마저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불펜 운영에 어려움이 커졌다. 필승 불펜 자리는 구승민, 김유영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마무리 투수 자리는 상황에 따라 투구를 기용해야 했다.
김도규는 그중에서도 첫 번째 순위는 아니었다. 하지만 김도규는 대안 부재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고 소중한 세이브를 기록했다. 8월 10일 경기에서는 4 : 1에서 4 : 3으로 추격당한 9회 말 1사 1, 2루 상황에서 2타자를 잡아내며 세이브를 기록했고 8월 11일 경기에서는 3 : 0으로 앞선 9회 말 2사 2, 3루 위기에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주자가 루상에 들어찬 상황, 한 방을 허용하면 경기를 그르칠 수 있는 상황이 부담이 될 수 있었지만, 김도규는 침착했다. 올 시즌 기복이 심한 투구를 하면서 1, 2군을 오가고 있는 김도규로서는 팀에 정말 필요한 순간 진가를 발휘했다. 당분간 팀 마무리 투수 자리는 김도규가 대신할 가능성이 크다.
야수진에서는 빠른 외야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제 사실상 주전 한자리를 차지한 황성빈은 특유의 빠른 야구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잘 해냈다. 타격에서 약점을 보이며 주로 2군에 머물고 있는 장두성은 빠른 발을 활용한 내야 수비와 끈질긴 타격으로 승리에 힘을 더했다. 결정적으로 지난 시즌 좌완 투수 전문 타자로 활약하며 1군에서 입지를 다졌지만, 올 시즌 1할대 빈타로 1군에서 밀려난 신용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신용수는 8월 10일 경기에서 0 : 1로 밀리던 8회 초 대타로 등장해 역전 2점 홈런을 때려내며 팀 역전승에 결정적 역할을 한 데 이어 선발 출전한 8월 11일 경기에서는 8회 초 상대 허를 찌르는 과감한 홈스틸로 1 : 0의 리드를 2 : 0으로 바꿔 놓으며 팀 승리를 이끌어냈다. 8월 11일 경기 8회 초는 백업 선수들이 득점을 만들어냈다 해도 되는 장면이었다.
첫 타자 강태율이 안타로 출루했고 이어 나온 장두성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은 롯데는 제구가 흔들리는 키움 불펜 투수 하영민으로부터 2득점 하며 승기를 잡았다. 그 과정에서 황성빈의 희생 플라이와 함께 장두성과 신용수의 빠른 발과 과감한 주루가 득점과 연결됐다. 올 시즌 롯데가 그토록 하고자 했지만, 하지 못한 기동력 야구 스몰볼이 제대로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8회 초 2득점은 9회 초 포수 정보근의 1타점 적시 안타가 더해지며 3 : 0 리드로 이어졌고 그대로 승리하면서 위닝 시리즈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 과정서 롯데는 앞서 언급한 황성빈, 신용수, 장두성 외에 부족한 타격 능력으로 1군과 2군을 오가는 포수 정보근이 모처럼 타격에서 역할을 했고 1군 포수 엔트리 경쟁에서 밀리며 주로 2군에 머물다 코로나 임시 엔트리로 1군 경기에 나선 강태율의 안타도 있었다.
강태율은 8월 4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된 이후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팀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되고 있다. 포수로서 리드도 무난하고 타격에서 날카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강태율은 8월 11일 경기에서 반즈와 조화를 이루며 무실점 투구를 이끌어냈다. 강태율과 올 시즌 처음 배터리를 이룬 반즈는 후반기 들어 최고의 투구를 했다. 정보근은 KBO 리그 복귀전을 치른 스트레일리와 좋은 호흡을 보였다.
이 두 포수는 그동안 지시완, 안중열에 밀려 최근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키움전에서 두 포수는 공. 수에서 활약했다.
이들 외에도 롯데는 주전을 대신한 백업 선수들이 매우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하면서 짜임새 있는 경기를 했다. 주력 타자들이 다수 빠진 탓에 공격력 약화는 불가피했지만, 빠른 발을 이용한 기동력과 작전 야구를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백업 선수들은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했고 그 집중력은 수비에서도 이어졌다. 화려함을 덜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은 야구를 한 롯데였다.
물론, 이런 플레이가 지속력을 보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 공백은 여전히 크고 이는 1승 1승이 절실한 롯데에는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을 대신한 선수들의 절실함은 팀에 새로운 힘이 되고 있다. 실제 키움과의 3연전에서 입증됐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두 경기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롯데에 큰 응원을 보내는 팬들을 위해서도 롯데는 온 힘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 경기라도 더 이기려는 의지와 노력을 팬들은 원하고 있다. 키움과의 3연전은 그런 모습이 보였다. 남은 8월, 롯데가 절실함 가득한 플레이로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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