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지 우선 지명이 사라지고 전면 드래프트로 변경된 후 처음 맞이하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가 예상과 다른 1라운드 지명을 했다. 롯데는 1라운드 전체 세 번째 순서로 휘문고 내야수 김민석을 선택했다. 애초 연고지 경남고 선수인 포수 김범석과 투수 신영우 지명에 대한 가능성이 컸지만, 롯데의 선택은 달랐다.
롯데가 지명하지 않은 김범석과 신영우는 각각 LG, NC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그만큼 잠재력을 인정받는 신인들로 롯데의 선택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면에는 깊은 고민이 존재한다. 만약, 이번 신인 드래프트의 강력한 전체 1순위 후보였던 덕수고 심준석이 그대로 드래프트에 참가했다면 롯데의 선택지는 분명했다.
심준석은 150킬로 이상의 속구를 쉽게 던지는 파이어볼러 선발 투수다. 일찍부터 대형 투수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고 국내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터 들의 레이더망 안에 있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제구 불안 문제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내기 어렵다는 의견도 함께 존재했다. KBO 리그에서 경험을 쌓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었다. 심준석은 도전을 택했고 신인 드래프트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최 1순위 후보가 사라진 신인 드래프트 판도가 흔들렸다. 서울고의 파이어볼러 김서현이 전체 1순위 후보로 떠올랐다. 150킬로 이상의 강속구에 심준석 이상의 안정감을 갖춘 그는 전체 1, 2순위를 다투는 선수였다. 그가 확실한 1순위가 되면서 2순위는 충암과 좌완 에이스 윤형철의 몫이 됐다.
윤형철은 야구 예능 프로그램인 최강 야구에서 레전드 선수들로 구성된 몬스터즈 타자들을 꼼짝 못 하게 하는 호투를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고교 리그에서도 안정감 있는 선발 투수로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만약, 심준석이 드래프트에 참여했다면 윤영철의 롯데가 지명할 가능성이 컸다. 그는 롯데에 부족한 좌완 투수고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당장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좌완 투수는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이 한층 큰 롯데에게는 필요한 자원이었다.
심준석 변수는 롯데의 선택지를 바꾸게 했다. 윤영철 이후 다수의 유망주들이 존재했지만, 어느 누구가 절대적으로 앞선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롯데는 팀 사정과 미래 가능성 등을 두루 고려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경남고 포수 김범석의 지명 가능성이 먼저 떠올랐다.
김범석은 롯데가 강민호 이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 확실한 주저 포수로의 가능성이 있는 선수였다. 김범석은 포수로서의 수비 능력에 더해 뛰어난 타격 능력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구지만, 빠른 주력도 있고 다재다능함이 있었다. 포수가 필요한 롯데에게는 가장 먼저 고려될 수 있는 선수였다.
여기에 같은 경남고 에이스 신영우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후보였다. 그는 150킬로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매우 매력적인 투수였다. 아직 제구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의 잠재력을 외면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롯데는 그동안 1라운드 지명 투수들의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만연 유망주로 남아있는 파이어볼러 윤성빈이 그랬고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 속에 선발 투수로 기회를 줬던 좌완 김진욱도 현재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외에 파이어볼러 형 투수들의 1차 지명 결과는 긍정보다 부정이 더 앞섰다.
이미 롯데는 뛰어난 하드웨어에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 투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아직 그 투수들의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즉시 전력감이 아닌 파이어볼러 유망주를 더하는 게 전력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될지는 고민이 필요했다.
이에 포수 유망주 김범석의 지명이 유력해 보였던 롯데였지만, 최근 그 기류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는 다재다능함과 뛰어난 타격 재능이 돋보이는 내야수 김민석에 대한 관심을 커졌다. 그는 유격수로 수빙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타격에서 만큼은 초 고교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롯데에 부족한 좌타자이기도 하고 롯데가 선호하는 는 큰 키에 유연함을 갖춘 운동신경이 뛰어난 선수였다. 현재 상무에 있는 공수를 겸비한 내야 유망주 나승엽을 연상하게 하는 김민석이다. 신체 조건을 그를 능가하고 고교 리그에서 성적도 더 뛰어나다.
김민석은 같은 휘문고 출신으로 현재 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인 키움의 중심 타자 이정후를 연상하게 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정후 보다 뛰어난 신체 조건과 파워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정후 이상의 재능이라는 기대도 한편에 존재했다. 하지만 그 가능성만으로 신인을 지명할 수는 없다. 롯데는 가능성에 즉시 활용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올 시즌 후 은퇴하는 이대호의 공백이 크고 주력 타자들의 나이도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당장 20홈런 이상 80타점 이상이 가능한 중심 타자의 공백이 발생한다. 교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돼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 렉스가 있지만, 그는 FA 계약으로 NC로 떠난 손아섭을 대체하는 성격이 크다. 강력한 중심 타자를 외부에서 영입할 수 없다면 기존 전력에서 이를 보완해야 한다. 롯데가 김민석의 타격 재능에 주목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또한, 야수진의 세대교체도 고려해야 하는 롯데다. 이대호 은퇴 이후 그의 지명타자 자리는 외야수 전준우와 1루수 정훈이 1루수 포지션 수비와 함께 나눠가질 가능성이 크다. 전준우는 외야 수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고 나이에 따라 수비 범위도 크게 줄었다. 올 시즌 후 1루수로 주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 자리를 정훈이 있다. 여기에 2루수 안치홍 역시 수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나이고 수비 효율성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풀타임 2루수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전준우가 맡았던 외야 한자리, 안치홍의 부담을 덜어줄 투. 타를 겸비한 2루수가 필요하다. 김민석은 그 후보가 될 수 있다. 수비에 대한 평가는 낮지만, 야구 재능이 있는 만큼 나아질 수 있다. 유격수가 아니라면 안치홍의 2루도 가능하다. 외야 전향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는 유격수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타격 재능을 더 살리기 위해 외야로 전향 후 크게 성공한 이정후의 사례가 참고될 수 있다.
이는 현재 롯데 야수진에서 유망주들이 확실히 자리 잡지 못하는 현실과 연결된다. 20대 선수 중 3루수 한동희를 제외하면 기존 주전들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선수가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 물론, 외야에는 롯데에 없었던 빠른 발과 재가 넘치는 타격을 하는 황성빈과 후반기 기대했던 타격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고승민 두 군필 선수가 있다. 좌투수에 강점이 있는 신용수, 트레이드로 영입한 좌타 외야수 추재현이 있다.
올 시즌 신인 1라운드 지명 선수인 조세진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기대라는 말이 더 익숙한 선수들이다. 신용수, 추재현, 조세진은 올 시즌 1군에서 경험을 더했지만, 아직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입대 시점을 고민해야 할 선수들이다. 1군 경험치를 쌓은 선수들의 입대 공백을 누군가 메워야 한다.
내야진에서도 올 시즌 팀 중심 타자로 자리 잡아가는 한동희가 그 활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수비에 대한 약점이 상존한다. 타격에서도 시즌 초반의 기세를 온전히 이어가지 못했다. 여기에 그 역시 병역 의무 이행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그 외에 백업 내야수로 활약하는 김민수, 한태양, 이호연 등은 주전으로 나서기에는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했다. 유격수 자리를 양분하는 이학주, 박승욱은 그 현재에서 기량이 더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롯데로서는 야수진 전반에 자극제가 필요하다. 기존 주전들과 1군 멤버들을 위협할 재능이 필요하기도 하다. 김민석은 그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육성 시스템과 본인의 노력이 병행돼야 할 문제고 많은 신인들이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곳이 프로야구이긴 하다.
김민석의 뛰어난 하드웨어에 우선 콘택트 능력이 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힘을 실어 때리는 능력은 점차 경험이 쌓이면서 나아질 수 있다. 김민석은 2루수로 나설 수 있다. 외야 한자리에서 경쟁할 수 있다. 최근 고교 야구에서 투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 속에 김민석은 타격에서 매우 돋보이는 선수였다. 그의 타격 재능은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어느 팀이든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김민석이었다. 롯데는 김민석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라운드 지명은 투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야수를 지명한 팀은 롯데와 LG, 키움이다. 하지만 키움이 1라운드 지명한 김건희는 포수로 지명되긴 했지만, 투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롯데는 공격력 강화에 중점을 둔 선택을 했고 그런 롯데가 지명하지 않은 유망주 포수 김범석은 미래 포수 자원이 절실한 LG가 지명했다. 롯데의 선택이 만든 결과였다.
남은 건 그의 재능을 얼마나 빠르게 나타나게 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정훈와 비견되는 김민석이라면 입단한 해부터 뛰어난 활약을 한 이정후를 기대할 수 있지만, 최근 롯데의 선수 영입은 성공적이지 않았다. 다수의 트레이드는 팀 약점을 메우지 못했다. 신인 지명 선수들도 아직 완전한 1군 전력이 아니다. 이에 프런트의 역량과 선수 육성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아졌다. 롯데는 지금의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 팀 운영 시스템 전반을 변화시키고 선진화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 성과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
내년 시즌은 그 변화에 대한 결과가 필요하다. 이는 지금의 성민규 단장과 서튼 감독 체제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년 시즌의 실패는 팀의 또 다른 변화를 불가피하게 한다. 이는 성민규 단장 체제를 선택한 롯데 구단의 책임이기도 하다.
롯데는 가능하면 가용 자원을 모두 활용해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을 이룰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줄어든 페이롤을 활용해 시즌 후 FA 시장에서도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미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고질적인 포수 약점을 덜어줄 FA 포수 영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망한 포수 유망주를 지명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 의미가 있다. 김민석은 강한 전력을 만들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롯데의 선택이 내년 시즌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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