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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투수가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그 강속구를 지속적으로 던질 수 있다면 그 어떤 무기보다 타자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들은 그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갈 수밖에 없고 변화구 대응에 어려움이 커진다. 강속구 투수들은 항상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야구에서는 강속구 투수들을 불에 비유해 파이어볼러라 부른다. 공기의 저항을 뚫고 들어오는 강속구가 그만큼 강한 마찰을 일으키고 뜨거워질 수 있다는 상상력을 산물일 수 있고 그만큼 타자들에게 빠른 속구가 치기 어렵다는 비유적 표현일지도 모른다. 

물론, 강속구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구력의 뒷받침이 필요하긴 하지만, 공의 빠르기는 프로야구에서 신인 투수들을 지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이번 2023 시즌을 위한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다수의 파이어볼러 투수들이 다수 있었다.

최근 고교 야구는 강속구 투수들이 크게 증가했다. 훈련 여건의 개선과 과학적인 훈련 프로그램 도입, 이전과 달리 선수들의 성장에 유리한 환경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강속구 투수들은 대부분 상위 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가장 돋보이는 이름은 1라운드 1차 지명을 받은 서울고 투수 김서현이다. 김서현은 같은 서울권의 강속구 투수 심준석과 함께 신인 1차 지명 후보군에 있던 투수였다. 애초 심준석이 먼저 주목을 받았고 메이저리그에서 심준석을 주목하면서 대중들에게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졌지만, 150킬로 이상의 속구를 던지는 유망주로 1라운드 지명 유망주로 거론되고 있었다. 

 

 

 



신인 드래프트가 임박하면서 김서현은 심준석 이상의 주목을 받았다. 심준석이 올해 고교야구 대회에서 제구 불안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메이저리그 도전의지를 명확히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서현은 줄곳 KBO 리그 도전을 공언해다. 올 해 투구 내용도 심준석을 앞섰다. 신인 1라운드 1차 지명권을 가진 한화의 마음도 점점 김서현에게 기울었다. 결국, 심준석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신인 드래프트에 나서지 않았고 한화의 고민도  사라졌다.

김서현은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프로야구 신인인에게는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다. 김서현은 한화행으로 한화 팬들은 벌써부터 지난 시즌 1차 지명 신인 투수 문동주와 함께 김서현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문동주는 지난 시즌 연고지 우선 지명권이 있었던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의 연고지 KIA를 고민하게 하는 투수였다. 150킬로 이상의 강속구에 경기 운영 능력도 갖춘 문동주가 당연히 우선 지명을 해야 하는 선수였지만, 제2의 이종범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내야수 김도영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KIA는 부족한 야수 자원 확충을 위해 김도영을 지명했다. 문동주는 하위권 팀들에 주어지는 지명권을 통해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한화는 연고지 외 선수 지명을 통해 특급 유망주 투수를 영입할 수 있었다. 한화는 문동주에게 5억원의 계약금을 안기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올 시즌 문동주는 기대와 달라 프로 적응이 순조롭지 않았고 부상이 겹치면서 1군에서 활약은 크지 않다. 하지만,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고 부상 관리를 받으면서 컨디션을 회복했다. 앞으로 1군 경기 일정에서 문동주는 선발 투수로의 가능성을 시험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동주는 여전히 150킬로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고 올 시즌 프로적응을 위한 경험을 쌓았다. 구속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이미 김민우라는 확실한 국내 선발투수가 있는 한화에게 문동주가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는다면 선발 마운드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런 문동주가 있다면 김서현은 불펜 투수, 마무리 투수로의 자질이 더 돋보인다. 고교시절 선발 투수보다 마무리 투수 역할을 더 많이 했던 점도 고려될 수 있다. 국제 대회에서도 김서현은 U-18 야구월드컵 대표팀에서 마무리 투수로 주로 나서면 활약하고 있다. 김서현은 연투에도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이 아니었고 위력적인 직구와 투심, 변화구 구사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김서현은 우완 정통파인 문동주와 달리 팔을 내려 던지는 쓰리쿼터형의 투수다. 과거 프로야구에서 강속구를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였던 임창용이 가끔 팔을 높여 던지는 모습이 연상된다. 큰 키에서 던지는 그의 몸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좌완 강속구 투수 랜디 존슨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투구시 잠깐 몸을 멈추는 듯 힘을 모아 던지는 모습은 우리 프로야구의 레전드 투수 최동원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최동원의 선수시절 애용하던 금테 안경을 쓰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래서 최동원의 모습이 더 보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김서현은 쉽게 접하기 힘든 독특한 폼에 150킬로를 가볍게 넘기는 강속구가 강점이다. 가끔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도 보이지만, 직구 하나만으로도 타자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이다. 투구 폼의 특성상 공이 우타자 몸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탓에 좌타자들에게는 빠른 공이 멀어지는 효과도 있다. 좌타자들도 쉽게 공략하지 어려운 구질이다.

여기에 공의 변화가 더 심한 투심 패스트볼과 변화구 구사 능력도 있다. 마운드에서의 자신감과 담대함도 보인다. 그는 U-18 야구 월드컵에서 위기 상황에서 삼진을 잡아내고 자신만의 세리머니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성도 갖춘 김서현이다. 

강력한 구위에 담대함까지 김서현은 전형적인 마무리 투수의 모습이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삼진을 잡아낼 수 있고 자기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가끔 흔들리는 제구만 안정감을 유지한다면 독특한 투구폼까지 더해 당장 내년 시즌 1군에서 큰 몫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화의 선발 마운드에 문동주, 불펜진에 김서현이라는 앞으로 팀의 10년을 책임질 두 기둥이 세워짐을 의미한다. 수 년간 최하위에 머물며 긴 리빌딩을 하고 있는 한화로서는 팀의 미래 그리고 현재를 함께 책임질 파이어볼러 투수가 생기는 셈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두 선수가 무난히 1군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문동주는 부상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야 하고 김서현 역시 부상에 대한 우려가 있다. 김서현은 고교시절 부상 이력이 있고 그의 독특한 투구폼은 신인 투수로서 강한 의욕과 맞물려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구단의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전제조건이 달려 있지만, 문동주 선발, 김서현 마무리의 조합은 충분히 한화 팬들을 설레이게 할 수 있다. 이들이 합작한 승리가 늘어난다면 한화의 암흑기 탈출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두 영건들은 가능성 보다는 팀 전력에 플러스 요소로 자리해야 한다. 그만큼 한화의 상항이 이제 넉넉하지 않다.

수년간 리빌딩을 한 한화는 더는 팬들의 인내심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한화는 수년간 최하위에 머물며 그 반대급부로 신인 지명에서 상위 라운드 지명권을 가질 수 있었다. 전체 1라운드 1순위 선수 및 다수 유망주를 영입했지만, 그들로 부터 아직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충분한 기회를 준 유망주들의 기량도 만족스럽다 할 수 없다.

한화는 이제 팀 전력 강화를 위한 외부 영입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마침 내년 시즌은 팀의 리빌딩을 이끌었던 수베로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다. 그 역시 성과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다수의 선수들이 시장에 나오는 올 시즌 후 FA 시장에서 한화는 롯데와 함께 적극적인 구매자로 나설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내년 시즌에도 부진을 지속한다면 한화는 그동안의 리빌딩은 강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지금의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 옳았음을 증명해야 한 시점이다. 이제는 여러 가능성을 전력화해서 강한 팀을 만들어야 하는 한화다. 그 점에서 문동주, 김서현은 아직 젊지만, 마운드의 중심이 되어야 할 투수들이다.  

2023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의 김서현 지명이 내년 시즌 한화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기대하는 파이어불러 영건들의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사진 : 한화이글스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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