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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맞이해 KBO는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많은 부분에서 호평을 받았고 코로나 상황의 호전과 함께 관중수 증가와 팬층 확대의 성과도 있었다. 올 시즌 후에는 메이저리그 선발팀과의 친선경기도 예정되어 있어 프로야구의 흥행 열기를 지속한 동력도 더했다. 

더 나아가 KBO는 내년 시즌 전 열릴 예정인 국가 대항전인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WBC에 최강팀을 구성해 최근 계속된 국제경기 부진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감독은 2021 시즌 우승 팀 KT 감독이었던 이강철 감독을 선임했고 선수 선발에 있어 국내 선수들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파 선수들과 국적에 대해 보다 유연한 대회 규정을 활용해 출전을 원하는 메이저리그로 활약하는 혼혈 선수들도 대표팀에 포함할 예정이다. 국제 경기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팬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기획이다. 

이런 KBO과 올 시즌 야심 차게 한 일 중 하나가 프로야구 40주년 맞이 레전드 40인의 레전드 선정이었다. 프로야구의 역사 속에서 큰 활약을 했던 선수들의 발자취를 뒤돌아 보고 그들과 함께 프로야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선정에 있어 팬들의 참여를 함께 해 그 의미를 더했다.

KBO는 테마를 정하여 4명씩 40인에 포함된 선수들을 발표했다. 최다 득표 1위부터 4위를 차지한 선동열, 최동원, 이종범, 이승엽을 최다 득표자로 발표한 데 이어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큰 활약을 했던 초창기 스타, 박철순과 이만수, 백인천과 김성한이 발표됐다. 불굴의 의지를 테마로 이상훈, 박정태, 니퍼트, 배영수가 이름을 올렸다.

 

 

 



1982년 야구사에 남을 명장면을 남겼던 세계야구 선수권 우승의 주역들이었던 4인인 장효조, 김시진, 한대화, 김재박은 82 세계선수권 주역으로 프로야구의 대표적 선발 투수인 이강철, 정민철, 정민태, 조계현은 최강 선발로 선정됐다. 현역 선수 내내 꾸준한 활약을 했던 김태균, 박재홍, 박경완, 홍성흔은 성실함의 대명사로 근성의 야수로 전준호, 이순철, 정근우, 박진만이 선정됐다.

리그를 대표했던 좌타자였던 양준혁, 박용택, 이병규, 김기태는 최강 좌타자로 이와 대조를 이루는 우타 거포로 장종훈, 김동주, 심정수, 우즈가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활약을 했던 전천후 투수로 송진우, 구대성, 김용수, 임창용이 선정됐다. 모두 프로야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고 야구 명예의 전당이 만들어진다면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결과를 두고 비판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레전드 40인에 포함된 선수들 중 일부가 사생활에서 문제가 있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기 때문이다.

두목곰으로 불리며 두산을 대표하는 타자였던 김동주는 이런저런 사생활 문제 등 경기 외적 문제로 현역 시절 잡음이 있었고 구단과 불편한 관계 속에 쓸쓸히 은퇴한 기억이 있다. 그는 제대로 된 은퇴식 없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 때문에 그의 레전드 40이 선정에 대한 비판이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롯데를 대표했던 근성의 2루수 박정태는 선수로서 코치로서 활약을 지속했지만, 개인적인 구설수로 인해 그동안 안 쌓았던 긍정적 이미지가 퇴색되고 말았다. 하지만 김동주와 박정태는 최근까지 야구인으로 후배들을 양성하는 등 야구인으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실수는 있었지만,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고 과거 잘못은 시간 흐름 속에 잊히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레전드 임창용은 상황이 다르다. 그의 레전드 40 선정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임창용은 현역 시절 선발투수로서 마무리 투수로서 모두 큰 업적을 남겼다. 사이드암 투수로 그가 활약할 당시에는 상상하기 힘든 150킬로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리그를 지배했다. 그의 직구는 뱀 직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마치 꿈틀거리듯 타자 무릎을 파고들었다. 선동열 이후 도저히 때려낼 수 없는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그의 활약은 이후 일본과 메이저리그로 이어졌다. 그는 한국과 일본, 미국 리그를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선수였다. 

해외 리그 도전을 끝낸 임창용은 해외 진출 직전까지 활약했던 삼성에서 2014, 2015 시즌을 그가 프로에 데뷔했던 해태 타이거즈를 이은 KIA에서 2016 시즌부터 2018 시즌까지 활약한 후 은퇴했다. 2017 시즌에는 KIA의 우승 영광을 함께 하기도 했다. 선수로서는 보기 드문 이력을 쌓은 임창용이었지만, 그의 선수 후반기는 여러 구설수로 얼룩졌다. 

2015 시즌에는 해외 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돼 그해 한국시리즈 출전을 하지 못했다. 그 사건에는 임창용 외에 삼성 주력 선수들이 포함됐다. 그해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이 유력했던 삼성은 약화된 전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두산에 패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이후 삼성은 긴 침체기로 들어섰다. 임창용 역시 선수 생활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이 위기에서 KIA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KIA는 임창용에 대한 비난 여론에도 해태 시절부터 이어진 구단의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임창용의 상징성 등을 고려했다.

임창용은 해태 시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큰 활약을 했다. 1997시즌에는 14승에 26세이브를 기록했다. 1998 시즌에는 8승에 34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중심 선수가 됐다. 선동열과 이종범이 해외 리그로 진출한 이후 임창용은 해태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하지만 해태는 모기업의 재정난 속에 구단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급기야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해야 할 상황이 몰렸다. 선동열과 이종범의 해외리그 진출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구단의 어려운 상황이 있어 가능했다. 해태는 프로야구사에 남을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해태는 임창용을 삼성의 중심 타자 양준혁과 현금을 받았다. 해태는 당장 현금이 급했고 삼성은 우승의 꿈을 위해 강력한 투수가 필요했다. 

이는 양 팀 팬들 모두에 큰 비난을 받았다. 지금도 이 트레이드는 많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최악의 트레이드로 남아 기억되고 있다. 원치 않는 삼성행이었지만, 임창용은 삼성에서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최고 투수로 그 활약을 이어갔다. 혹사 논란이 있을 정도로 임창용은 필요할 때 마운드에 올랐다. 이에 그는 애니콜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애니콜 임창용이 있었음에도 삼성의 우승 염원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삼성은 우승을 위해 그들에게 수차례 한국시리즈 패배의 아픔을 안겼던 해태 타이거즈의 김응용 감독과 전설적인 투수였던 선동열 코치를 영입한 데 해태 타이거즈 출신 코치진을 대거 영입했다. 여기에 선수 영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결국, 삼성은 2002 시즌 그토록 고대했던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하며 구단 역사를 새롭게 했다. 임창용 역시 그 우승의 영광을 함께 했다. 

이후 그의 야구 인생은 굴곡을 겪었다. 무리한 등판 후유증으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고 재활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이후 기량 저하로 그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임창용은 일본 리그 진출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그는 일본 리그에서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또 다른 이력을 쌓았고 잠깐이지만, 메이저리그 도전도 할 수 있었다.

KIA로서는 과거 해태 시절 논란의 트레이드의 당사자였던 임창용에게 가지고 있었던 구단의 빚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해외 원정 도박 사건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그를 영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임창용은 과거의 기량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전천후 투수로 팀에 보탬이 되는 투수였다. 40살의 나이에도 위력적인 공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2018 시즌 임창용은 코치진과의 갈등 속에 전력 외 선수가 됐고 조용히 은퇴했다. 그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아쉬운 현역 선수의 마무리였다. 

이런 야구 인생의 굴곡은 현역 선수 은퇴 이후에도 이어졌다. 상습도박 문제로 법적인 처벌이 이루어졌고 크고 작은 구설수가 뒤따랐다. 이제 임창용에게 남은 건 문제 많은 전직 야구 선수다. 그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통산 130승에 258세이브를 기록했고 일본과 미국 리그에서도 활약했던 150킬로의 마구 같은 강속구를 던졌던 사이드암 투수로는 기억은 각종 문제들로 인해 사라졌다.

이는 레전드 40 선정과 관련해 가장 큰 비판을 받는 선수로 그 이름을 올라가게 했다. KBO는 야구 외적인 문제 이전에 야구 선수로서의 업적만을 보고 선정했다는 이유를 들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그것이  상습적인 전직 선수에게 그런 영예를 주는 것이 합당한지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KBO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 대해 강한 징계를 내리는 등 클린 베이스볼 정착에 힘쓰고 있다. 음주운전이나 각종 일탈, 범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한층 강화됐다. 임창용의 예는 이런 노력과는 분명 배치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팬들이 그의 레전드 선정을 원하지 않는다. 임창용의 레전드 40 선정은 떠나간 팬들을 돌아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KBO 지만 그 노력에 빛 바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임창용 역시 부담스러운 일이다. 당장 시상식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다. 그가 활약했던 KIA와 삼성도 부담이 되고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포스트시즌에서의 시상식은 더 큰 부담이다. 결국, 임창용은 선정만 되고 시상을 하지 못하는 레전드 40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레전드 40 선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KBO가 다각도의 검토를 하고 유연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 와서 그의 레전드 선정을 취소하고 차점자에서 시상을 하는 건 이미 시기를 놓쳤다. 그전에 그런 조치를 했어야 했다. 결국, 임창용은 부끄러운 레전드 40으로 남게 됐다. 

이제 야구팬들은 더는 야구만 잘하는 선수에게 응원을 보내지 않는다. 야구 선수로서 얻은 부와 명예에 걸맞은 품격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프로야구는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일탈로 인해 큰 비난과 함께 인기 하락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팬들은 야구만 잘하는 야구 기계가 아닌 공인으로서 야구선수의 모습도 함께 원하고 있다.

KBO는 모든 사안에서 한층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행정을 할 필요가 있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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