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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불행이 나의 행복, 아름다운 말은 아니지만, 장기 레이스를 거치며 순위를 가려야 하는 스포츠 종목에서 자력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운 팀들이 꿈꾸는 희망 사항이다. 2022 프로야구 막바지 그런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아니 현실이 됐다. 

프로야구 5위 경쟁이 다시 복잡한 양상으로 변화했다. 가장 큰 이유는 5위 KIA의 믿을 수 없는 부진 때문이다. KIA는 9월 21일까지 9연패와 함께 최근 10경 1승 9패의 깊은 부진에 빠져있다. 이 기간 KIA는 투. 타의 균형이 무너졌고 수비마저 흔들리며 이기는 경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9월 20일과 21일 LG와의 2연전에서는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2경기 연속 대패를 당했다. 계속된 패배로 선수들의 플레이가 위축되고 5위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선수단을 지배하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KIA가 좀처럼 승리하지 못하는 사이 6위권 팀들이 KIA를 바짝 추격했다. 당장 6위 NC가 반 경기 차로 KIA를 압박하고 있다. NC는 시즌 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2020 시즌 우승 감독인 이동욱 감독을 경질하고 강인권 대행 체제로 변화를 꾀했다. 당시 NC는 투. 타에서 주력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는 중이었고 FA 영입 선수 박건우, 손아섭도 기대만큼의 활약은 아니었다. 상위권과 그 격차가 큰 탓에 NC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하지만 후반기 NC는 높은 승률을 유지하며 한 걸을 한 걸음 5위를 추격했고 턱밑까지 다가섰다. NC는 루친스키, 구창모 원투 펀치가 선발 마운드를 이끌고 불펜진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타선 역시 주전 포수 겸 4번 타자 양의지가 8월 이후 최고 타자의 면모를 되찾고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강타선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강인권 감독 대형의 리더십도 선수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림세와 상승세가 분명하게 엇갈리는 KIA와 NC는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창원에서 3연전 맞대결을 한다. 말 그대로 운명의 3연전이다. NC는 순위를 뒤바꿀 태세다. 구창모와 루친스키 두 선발 원투 펀치가 연이어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NC는 상승세에 올 시즌 홈경기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었다. KIA보다 3경기를 더 남겨둔 NC는 3연전에서 2승 1패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5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KIA는 국내 에이스 양현종을 시작으로 한 선발 투수들에 기대를 해야 할 상황이지만, 팀 타선의 생산력이 크게 떨어지고 경기 후반 불펜진도 불안하다. 초반 큰 점 수차 리드를 잡지 못하면 어려운 경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KIA는 올 시즌 원정 경기에서 강했다는 점과 상대 전전에서 NC에 앞섰다는 점 등이 위안이지만, 현재의 팀 분위기를 바꿀 계기가 절실하다. 결국, 투. 타에서 팀 중심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NC에는 큰 기회지만, KIA에게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두 팀은 공교롭게도 올 시즌 전 스토브리그에서 FA 시장에서 큰 투자를 했던 팀들이다. 그 결과 NC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이 KIA로 팀을 옮기는 사건도 있었다. 큰 투자에 대한 성과가 절실한 양 팀이고 이는 최소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의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반 경기 차가 된 이상 양보할 수 없는 5위 경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이런 두 팀의 대결과 함께 5위 자리를 노리는 7위와 8위 팀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롯데와 삼성 두 팀이 그들이다. 두 팀은 5위 KIA에 2경기, 2.5경기 차로 다가가 있다. 연승을 할 수 있다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 최근 팀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롯데는 경기력이 기복이 있긴 하지만, 레전드 이대호가 분위기 메이커로 나서며 다시 힘을 내고 있다. 투. 타가 조화를 보이고 있고 선수들의 집중력도 한층 높아졌다. 마운드는 5인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고 필승 불펜진도 안정적이다. 백업 선수들의 성장하면서 경기 중 다양한 옵션을 활용하면서 경기력에 활력이 더해졌다. 

다만, 롯데는 5위 경쟁 팀 중 잔여 경기가 가장 적다. 이는 추격하는 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리한 조건이다. 대신, 경기 일정에 여유가 생긴 만큼 마운드 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 반즈 두 원투 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선발 투수들의 불펜 기용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대호의 은퇴 시즌이라는 상징성은 선수들에게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도록 하는 힘이 원천이 될 수 있다. 

 

 

 



롯데와 함께 희망을 불씨를 되살리고 있는 삼성도 만만치 않은 최근 흐름이다. 삼성은 후반기 허삼영 감독의 퇴진과 함께 박진만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삼성은 한때 올 시즌은 이제 접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최근 승률을 끌어올리며 5위 추격을 지속하고 있다. 선발 마운드가 안정적이고 타선이 뜨겁다. 박진감 감독 대행의 지도력도 팀에 긍정 요소가 되고 있다. 앞으로 대진에서 상위권 팀과의 맞대결이 많지 않다는 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삼성 역시 포기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은 KIA의 부진이다. 9월 초까지도 하위권 팀들에게는 너무 멀어 보였던 5위였던 KIA였지만, 그 유리함은 모두 사라졌다. 그동안 주력 선수들의 부상 등 이유도 있었지만,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경기력 저하가 눈에 띈다. 심리적으로 선수단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김종국 감독 등 벤치의 위기관리 능력도 아쉬움이 있다. 만약, 5위 자리를 내준다면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 

이제 5위 경쟁은 다시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이로 인해 역대 가장 낮은 승률의 5위 팀이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월 21일 현재 5위 KIA의 승률은 0.473에 불과하다. 최소 5할 승률이 포스트시즌 진출의 커트라인이었던 이전 시즌과는 다른 상황이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대신 시즌 마지막까지 4개 팀이 5위 경쟁을 하는 유례없었던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해당 팀들의 팬들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SSG와 LG와 선두 경쟁과 함께 시즌 마지막까지 정규리그를 집중해서 봐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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