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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팀들의 잇따른 패배 속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변을 일으켰다. 예선 C조에 속한 사우디아라비아는 11월 22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후반 2골을 몰아치며 2 : 1로 역전승했다. 이 골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르헨티나, 멕시코, 폴란드가 속한 C조에서 1위로 올라섰다. 

무난한 조 예선 통과가 예상되던 아르헨티나는 가장 약체로 예상됐던 사우디아라비아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힘겨운 조 예선을 예고하게 됐다.

경기 전 전망은 FIFA 랭킹이나 선수들의 면면 등을 고려할 때 아르헨티나의 압도적 우세였다. 아르헨티나는 세게 축구사에 남을 수 있는 선수인 메시를 포함해 유럽 빅 리그에서 활약하는 다수의 선수들이 구성되어 있었다. 이에 아르헨티나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또한,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메시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점에서 대회에 대한 의미가 남달랐다. 이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 요소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아르헨티나에게 조 예선 첫 상대 사우디아라비아 전은 몸풀기 시합일 수도 있었다. 경기 시작 후 얼마 안 돼 페널티킥으로 메시아 선취 골을 때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의 대승이 예상됐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개최국의 개막전 패배 주인공 카타르, 잉글랜드에 2 : 6으로 완패한 이란, 선전했지만, 전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프랑스에 1 : 4로 패배한 호주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도 아시아팀 패배를 이어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들은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 오프사이드 트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격적인 수비 시스템을 유지했고 단단한 수비벽으로 추가 실점을 막았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라면 첫 실점 후 우르르 무너지곤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취 득점 후 기세가 오른 아르헨티나는 적극 공세로 나섰지만, 추가 득점 기회를 놓쳤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적절히 공략하지 못했다.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는 10개의 오프사이드를 기록하며 공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적절한 2선 침투나 날카로운 패스가 해법이 될 수 있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수비진을 그 점을 잘 대비했다. 여기에 VAR를 이용한 철저한 오프사이드 검증 시스템은 아르헨티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아르헨티나는 적극 공세에서 1 : 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그들에게는 불만족스러운 결과였고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할 수 있는 생각을 가지게 한 전반전이었다. 후반전도 경기 양상을 아르헨티나가 주도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점골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 작업을 전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공격 시 빠른 볼 전개로 아르헨티나 문전을 향했고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번의 슛이 모두 득점과 연결되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2 : 1 역전에 성공했다. 

아르헨티나에게는 당황스러운 장면이었다. 열띤 분위기에 있어 아르헨티나 응원단 얼굴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대거 선수 교체를 하며 공격의 비중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동점 골은 나오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비진은 견고함을 잃지 않았다. 그 수비가 뚫리면 골키퍼의 선방이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 그 혹시가 설마로 그 설마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공격을 서둘렀지만, 급한 마음은 공격을 단조롭게 하고 정확성을 떨어뜨렸다. 경기 후반 체력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공격의 날카로움도 떨어졌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수비수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 방어가 이어지며 아르헨티나를 초조하게 했다. 결국, 경기는 더 이상의 변화 없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가 대회 첫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승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응원단과 나라를 들끓게 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부호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지도자 알 살만 왕세자는 승리한 날을 국경일로 지정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축구 대표팀에 대해 16강 진출 시 거액의 포상금 지급도 약속한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는 대회가 열리는 중동 지역의 축구 열기를 뜨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모로코 대표팀을 이끌었던 능력 있는 감독을 영입했고 긴 훈련으로 조직력을 다졌다. 그 결과로 선보인 수비 전술은 강팀과의 대결에서 매우 효과적이었다. 과거 중동 선수들의 약점인 다혈질적이고 분위기에 쉽게 좌우되는 모습도 없었다. 선수들이 잘 조직되고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사실상 그들의 홈이나 다름없는 현지, 경기장 상황도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승리의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무려 6명의 선수가 경고를 받았고 주전 선수 2명의 부상으로 다음 경기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 팀을 잡은 대가가 매우 컸다. 또한, 이미 노출된 전술에 대한 앞으로 상대팀의 공략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객관적 열세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해법을 보여줬다. 실점을 막기 위한 강력한 수비, 상대적으로 적은 득점 기회에서의 결정력, 이변을 일으키기 위한 두 개의 조건을 사우디아라비아는 충족했다. 

다음 날 일본도 E조에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일본은 애초 스페인, 독일, 코스타리카와 한 조가 되면서 조 예선 통과가 어려운 불운의 조 편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일본은 조 예선 첫 경기에서 독일에 전반 먼저 실점 후 후반전 2골로 역전승했다. 마치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에게 승리한 장면이 재현되는 듯한 경기였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오프사이드 전술 등 사용하지 않고 강력한 수비 블록을 형성하며 독일을 공세를 막아냈다. 독일에게 골 점유율을 내주고 수많은 슈팅을 허용하며 밀리는 경기를 했지만,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하면서 전반전을 버티고 또 버텼다. 

그리고 후반전 일본은 태세를 전반전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던 좌측면 수비를 보강하고 공격력을 보강하며 서서히 공세를 강화했다. 후반전 20분이 지난 시점에 독일의 페이스가 떨어졌고 일본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 일본은 결정적 득점 기회에서 뛰어난 골 결정력을 보이며 극적인 승리를 가져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선 수비 후 공격 전략이 통했다. 죽음의 조로 불리는 E조에서 선두로 나섰다. 같은 조에서 가장 약한 상대인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도 승리한다면 예선 통과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일본이다. 

이는 11월 24일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같은 조의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는 모두 조 예선 통과를 위한 승점 3점 상대로 대한민국을 지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만만한 팀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최근 대표팀의 경기력을 보면 그런 평가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대표팀은 에이스 손흥민 부상을 안고 경기에 나서야 하고 주요 공격수 황희찬도 부상으로 첫 경기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상황은 승리 가능성을 더 낮추는 일이다. 

 

 

 



승리 확률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대표팀은 수비의 견고함이 우선돼야 하고 확실한 공격이 필요하다. 공격은 세계적 공격수인 손흥민이 있지만, 주전 스트라이커 황의조에 대회 전 부진한 경기력으로 우려를 높였고 황희찬의 부상으로 골을 넣을 선수가 줄었다. 그들을 대신할 카드가 있지만, 그동안 대표팀 경기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다. 득점이 그만큼 어려워진 대표팀이다. 

이를 보완할 수비는 대표팀에서 늘 지적되어 온 약점이다. 세계적 수비수로 성장한 김민재가 든든하지만, 혼자 모든 수비를 감당할 수 없다. 수비진을 보호하기 위해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활용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대표팀 수비는 상대 역습에 쉽게 뚫리고 세트피스 수비에서 취약점을 노출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약한 팀과의 대결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대회를 앞둔 평가전에서도 수비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 모습이었다. 

대표팀은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 이 점을 보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비가 버티지 못한다면 공격력이 약화된 대표팀의 승리 가능성을 낮아지기 때물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 수비에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대표팀 벤투 감독이 축구가 수비가 아닌 공격 지향적인 점유율 축구라는 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창의적인 수비 전술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이유다.

벤투 감독은 최후방에서부터 공 점유율을 높이고 빌드업을 전개하는 축구를 4년 이상 유지했다. 변화 필요성을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벤투 감독은 스타일을 유지했고 그에 맞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유지하고 월드컵 대회에 임하고 있다. 현재 대표팀은 벤투 축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실행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 점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전술에 따른 약점 또한 안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상대 팀들은 이미 우리 대표팀의 전술을 충분히 분석하고 있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적극적인 압박에 약한 대표팀의 약점을 파고들고 절대적인 존재인 손흥민 봉쇄에 주력하는 건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지금까지 벤투 감독의 대표팀은 그 점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철저한 수비로 수비 조직력을 완성하고 우승후보에 승리한 것과는 분명 대조적이다.

벤투 감독은 일단 우리 축구를 잘 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견 소신 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불안한 마음도 가지게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그 나라의 선수 구성이나 역량이 차이가 있고 다른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누가 이렇게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해도 그것이 우리에게도 정답일 수 없다. 다만, 충분히 고려하고 참고할 필요는 있다. 월드컵은 실전이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르헨티나전 승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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