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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은 32개국이 본선에 진출하는 체제가 된 이후 가장 많은 6개의 아시아 국가가 참가하는 대회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국인 대한민국을 포함해 개최국 카타르와 중동의 축구 강국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아 축구 협회에 가입된 오세아니아의 호주, 동아시아의 일본이 그들이다. 6개국은 모두 16강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전망이 그리 밝은 건 아니다. 조 예선 통과를 위해 최소 조 2위가 필요하지만, 상황이 녹녹하지 않기 때문이다. 

A조에 속한 카타르를 개최국의 이점으로 조 추첨 시 1번 포트를 받고 상대적으로 약한 상대들과 만날 수 있었지만, 유럽의 강 팀 네덜란드가 그 조에 포함됐다. 여기에 아프리카의 강자 세네갈, 남미의 복병 에콰도르와 한 조가 됐다. 만만치 않은 대진이지만, 카타르를 다수의 선수들의 귀화시키며 전력을 보강했고 장기간의 합숙으로 조직력을 강화했다. 마치 2002년 한. 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 선임 후 사실상 FC 한국의 클럽팀처럼 운영됐던 대한민국의 대표팀과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카타르는 개막전에서 같은 조 가장 만만한 상대로 여겼던 에콰도르에 0 : 2로 완패했다. 이 패배로 카타르는 험난한 조 예선이 불가피해졌다. 앞으로 남은 상대들이 에콰도르보다 더 강한 팀들임을 고려하면 예선 탈락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상황이다. 이미 카타르는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국이 개막전에서 패배한 나라로 기록됐고 자칫 개최국의 조예선 탈락이라는 굴욕을 더할 가능성이 커졌다. 

카타르 외에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험난한 예선전을 예고하고 있다. B조의 이란은 FIFA 랭킹 5위 잉글랜드, 그들보다 높은 랭킹의 미국, 웨일즈와 상대한다. 일견 잉글랜드를 제외하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미국은 자극 프로리그가 크게 활성화되면서 경기력 수준이 크게 올라갔고 웨일즈는 모처럼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지만,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인 EPL의 배경이 있다. 당연히 우수한 선수들이 다수 있다. 

 

 

 



이란은 특유의 강력한 수비와 침대 축구 등으로 대변되는 심리전에 능한 팀이지만, 전력 면에서 열세에 있는 건 사실이다. 대회를 앞두고 감독이 교체되는 진통도 있었다. 그들에게 유리한 중동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장점도 있지만, 이란은 상당수 중동 국가들과 원만한 관계가 아니다. 카타르의 분위기는 결코 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란을 아시아의 강 팀 반열에 올려 놓았던 케이로스 감독의 컴백은 이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C조의 사우디아라비아는 홈경기장과 같은 분위기 속에 경기를 할 수 있지만,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강세를 보여온 중남미 최강팀 멕시코, 유럽의 복병 폴란드와 한조에 속해 있어 예선 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 객관적 전력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조 최하위 후보다. 

남미 팀과의 최종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호주도 역시 우승 후보 프랑스와 유럽의 강 팀 덴마크, 아프리카의 튀니지와 한 조에 속해 있다.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호주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극적인 본선 진출이 상승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객관적 평가는 조 예선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E조의 일본은 최근 평가전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고 다수의 유럽파 선수들을 보유하는 등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대회에 임하고 있지만, 조 추첨이 크게 불운했다. 일본은 우승 후보군에 속한 스페인과 독일, 중남미 다크호스 코스타리카와 대결한다. 코스타리카는 상대적으로 해볼만 한 상대지만, 스페인과 독일을 넘기는 벅차 보인다. 일본은 그들의 경기력이 상승세에 있고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다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조 2위를 위해서는 스페인과 독일 중 한 팀의 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H조의 대한민국도 16강 진출이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애초 조 추첨 당시 최악을 피했다는 긍정 전망도 있었지만, 대회를 앞둔 시점에 같은 조 국가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의 부상 악재가 더해졌다. 항상 고전하던 중동에서 경기를 한다는 점과 국민적 응원 열기가 이전 월드컵보다 크게 떨어지는 점, 최근 평가전 등에서 부진한 경기를 거듭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단 한국 대표팀의 벤투 감독은 상대적으로 일찍 카타르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평가전보다는 우리의 전술을 가다듬는데 주력하고 있다. 손흥민의 부상 상태와 출전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고 우리의 전력을 철저히 숨기며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상대에 혼선을 주려는 전략이지만, 첫 상대인 우루과이를 포함해 가나, 포르투갈로 이어지는 조 예선 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강팀들과의 대결에서 승리 가능성을 열기 위해 단단한 수비가 필수적이지만, 한국은 그동안 수비에서 계속 취약함을 보였다. 결국, 이 수비가 얼마나 안정감을 보일 수 있을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외신 등의 예상은 조 예선 탈락이 우세한 게 사실이다.

이처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그들이 16강에 진출하는 등 일종의 이변이 일어나야 가능한 상황이다. 그동안 아시아 축구의 수준이 크게 향상되고 유럽 빅 리그에 다수의 선수들의 진출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국가대표 레벨 경기에서 아시아 팀들은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인 유럽과 남미,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아프리카, 단단한 수비로 무장한 중남미 등 국가들에 밀려온 게 사실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역시 아시아에서 대회가 열리지만, 냉정히 16강 진출이 한 팀이라도 가능할지가 의문이 든다. 세계 축구는 아시아 축구의 발전 이상으로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다. 몇몇 스타 선수들의 역량으로 그 흐름을 따라잡기는 아직 무리가 있다. 

아시아 팀들의 월드컵 무대에서 선전은 1966년 북한이 영국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이기고 충격적인 8강 진출을 한 역사가 있다.  지금도 이탈리아 축구팬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그 패배는 이탈리아 축구사에서 흑역사로 남아있다. 이후 2002년 한. 일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은 이탈리아와 대결했다. 그 경기에서 대표팀 서포터즈 붉은 악마들은 AGAIN 1966이라는 카드 섹션으로 1966년 월드컵의 악몽을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떠올리게 하면서 이탈리아 선수들을 압박했다. 홈 팬들의 강력한 응원을 등에 업은 한국은 연장 접전 끝에 안정환의 골든 골로 이탈리아에 2 : 1로 승리했고 8강에 올랐다. 이탈이라는 또 한 번 한국 징크스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북한의 선전은 월드컵 역사에 충격적인 사건으로 남았을 뿐 아시아 축구의 지속적인 선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시아는 오랜 세월 세계 축구의 변방에 머물렀고 월드컵 본선에서 승점 자판기로 예선 탈락의 역사만 썼다. 그런 분위기를 벗어난 건 2002년 한. 일 월드컵이었다.

한. 일 월드컵에서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은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모두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16강을 넘어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이기며 4강에 올랐다. 아시아 국가로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 역사는 역시 지속되지 않았다. 이후 아시아 팀들은 드문드문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약체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이에 아시아 국가들의 월드컵 본선 진출 쿼터 축소의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유럽과 남미로 대표되는 세계 축구의 벽은 아시아 국가들에 높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그런 분위기를 바꿀 기회가 되기를 기대됐지만, 개최국 카타르가 개막전에서 힘없이 패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아직 조 예선을 끝나지 않았다. 아시아 각국은 상대적으로 익숙한 환경에서 경기를 하고 있고 해외파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이전 평가전과 A 매치의 결과는 참고 사항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객관성의 벽을 넘을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사라진 건 아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은 끝을 말하긴 이르다. 과연 아시아 팀들이 월드컵의 높은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대한민국의 결과 이상으로 주목되는 부분이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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