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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을 거듭하고 있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다. 조 예선에서 이변이 속출하면서 대회를 보는 흥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기대 밖의 지역이었던 아시아 팀들이 선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독일이 일본에 패했고 대한민국도 남미의 강 팀 우루과이전에서 선전하며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첫 경기 잉글랜드에 대패했던 이란도 전열을 정비해 조 예선 2차전에 웨일스에 승리하며 16강 진출의 희망을 되살렸다. 아시아 축구 협회 소속인 호주도 예선 1차전 패배 후 2차전 승리로 조 예선 통과 가능성을 높였다. 개최국 카타르가 조 예선 2연패로 일찌감치 탈락을 확정한 가운데 나머지 아시아 팀들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힘을 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아시아 팀들의 선전과 함께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이전 월드컵에 없었던 변화가 있었고 이는 각 팀 모두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월드컵에서 K팝 스타가 주제곡을 부르고 개막전 공연을 했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팝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는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중동 지역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카타르를 유치전에 나설 때부터 대회 개최 역량이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많았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 한 한 번도 오르지 못한 나라의 개최에 대해서도 비판이 강하게 일었다. 하지만 카타르는 오일 달러의 힘으로 이를 상쇄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또한,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기장 건설에 저개발 국가의 노동자들이 대거 동원됐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공사 도중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개최국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크게 일어났다. 이는 중동 지역의 고질적인 성차별과 비 인권적 상황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국가에서 인권 문제는 큰 이슈다. 최근에는 이란에서도 이와 관련한 반정부 시위와 정부의 무자비한 대응이 국제적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회가 참가한 국가들 중 일부는 이런 인권 문제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팀 주장이 무지개 완장을 차고 경기에 임하기도 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무릎 꿇기를 하기도 했다. 이란 선수단은 국민들의 시위에 대한 정부 당국의 무자비한 진압과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발언과 행동을 하고 있다. 이는 자국을 응원하는 각 나라 축구 팬들도 동참하고 있다.  FIFA와 대회 조직위는 이는 행동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인권과 관련한 문제는 대회 내내 잠재된 이슈가 될 수 있다. 

이런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반대에는 척박한 기후 조건이 또 다른 이유였다. FIFA와 대회 조직위는 이와 관련해 대회 기간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대응했다. 이에 카타르 월드컵은 겨울에 열리는 대회가 됐다. 이전 월드컵은 빅 리그가 밀집한 유럽의 리그 일정을 고려해 리그가 모두 종료되는 여름에 개최됐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유럽 리그에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회가 열린다. 이 또한 유럽 각 클럽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카타르는 경기장에 대형 에어컨을 설치해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오일머니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기장의 온도는 외부의 높은 온도와 달리 선선함을 느끼게 할 정도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엄청난 에어컨 설비로 인해 외부 실외기로 인한 소음 문제와 최근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중요시되고 있는 환경보호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점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겨울 개최는 선수들이 몸 상태가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수준 높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지만, 부상의 위험은 더 크다. 부상 선수가 발생할 때 이를 대처할 시간도 부족하다. 실제 많은 팀들에서 부상 선수의 대회 출전이 무산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도 소속팀 경기에서 큰 부상을 입어 대회 출전이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손흥민은 강한 의지로 부상 부위인 얼굴을 보호하는 마스크를 쓰고 출전을 강행하고 있지만, 그를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경기 외적 변수들 외에 경기에서도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면서 각국의 대응이 중요해졌다. 

교체 가능 선수가 경기 중 5명의 늘었고 출전 선수 엔트리도 23명에서 26명으로 확대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국의 리그가 재개되는 과정에서 리그 일정이 빡빡하게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선수 보호에 대한 여론이 강하게 일어난 결과다. 유럽 리그가 진행되는 중 대회가 열리는 상황도 고려했다. 

이에 각 나라는 선수 교체로 경기 흐름을 바꿀 여지가 크게 늘었다. 선수층이 두꺼운 나라가 한층 유리해질 수도 있다. 대신 FIFA는 선수 교체 횟수를 경기 중 3회로 제한했다. 선수 교체로 경기 흐름이 자꾸 끊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로 인해 경기 중 2명 심지어 3명의 선수가 한 번에 교체되는 상황도 볼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승부 흐름이 변한 경기도 있었다. 

조 예선 1차전에서 독일을 무너뜨린 일본은 후반전 교체 카드가 적중하며 경기를 역전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도 우루과이와의 조예선전에서 경기 후반 3명의 대거 교체하며 밀리는 경기 흐름을 반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대표팀의 젊은 피 이강인과 조규성이 인상적인 활약을 하면서 앞으로 경기를 기대하게 했다. 이런 선수 교체의 범위 확대는 선수 운영에 있어 코치진의 역량을 더 필요로 하고 있다.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하고 교체하는 건 이제 경기의 승패와 직결되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 중 VAR의 적극 활용도 눈길을 끈다. 이번 월드컵에서 경기 중 VAR 판정 시스템을 강화했고 별도 심판진이 이를 운영하게 하고 있다. 경기의 주심은 수시로 이들과 소통하며 보이지 않았던 반칙을 인지하고 필요시 모니터로 이를 활용해 판정하고 있다. VAR 판독을 통해 페널티킥이 주어지거나 취소되고 경고가 퇴장으로 바뀌는 등의 상황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또한, 첨단 시스템을 이용해 보다 엄격해진 오프사이드 판정은 항상 골과 관련해 큰 시비가 되는 오프사이드 논란을 사라지게 했다. 이를 이용해 적극적인 오프사이드 트랩을 수비 전술에 활용하는 팀들도 있다. 아르헨티나에 극적 승리를 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오프사이드를 수비 전술에 이용해 아르헨티나에게 무려 10개의 오프사이드 함정에 빠지도록 했다. 앞으로 대회에서도 오프사이드 판정은 많은 팀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할 수 있다. 

이번 대회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정규 경기 시간이 끝나고 주어지는 추가시간이 이전 대회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보통 길어도 5분 정도였던 추가시간이 이번 대회에서는 7분, 심지어 10분 이상이 주어지고 있다. 이는 보다 밀도 있는 축구를 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축구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과정에서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가서 다시 들어오는 시간, 골이 나왔을 때 콜 세리머니, 선수 교체 시간, 부상 선수 발생 등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빈번하다. 그 상황에서도 시간이 계속 흐른다. 

그런 시간을 고려해 추가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모든 시간을 반영한다 할 수 없다. 대체로 주심의 재량이 크게 작용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 시간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이는 침대축구로 불리는 노골적인 시간 끌기를 제한할 수 있다. 가능한 경기장 내에서 경기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보다 박진감 넘치고 스피드한 경기도 기대할 수 있다. 길어지는 추가시간은 모든 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시간에 극적인 골을 나올 확률로 커지고 경기에 대한 흥미를 더할 수 있다. 

이렇게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여러 면에서 이전 월드컵과 다른 환경 속에서 대회가 치러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호불호가 생길 수 있지만, 이는 대회가 참가하는 32개국 모두에 적용되는 변수다. 즉, 이를 잘 극복하거나 활용하는 팀이 보다 유리한 경기를 할 수 있다. 이제 조 예선 과정에서 이런 변화를 몸소 느낀 만큼 이에 대한 각 팀의 대응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은 월드컵을 보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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