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의 극적인 16강 진출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 예선전이 마무리됐다. 이제 월드컵은 패하면 바로 집으로 가는 짐을 싸야 하는 토너먼트가 진행되고 그 첫 관문인 16강전을 앞두고 있다.
16강에 오른 팀들의 면면은 이전과 다른다. 전통의 강호들 중 일부가 조 예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들기도 했다. 아시아 팀들이 무려 3팀이나 16강에 오르는 이변도 있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약 팀이 강팀을 잡는 반전의 경기가 많은 월드컵의 분위기가 16강 진출국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예선 A조는 최강팀으로 평가되는 네덜란드가 2승 1무 조 1위로 무난히 16강에 올랐다. 조 2위는 아프리카 팀 세네갈이었다. 세네갈은 개최국 카타르, 남미 에콰도르와 조 2위를 놓고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였지만, 첫 경기 네덜란드전 패배 이후 순위 경쟁국인 카타르, 에콰도르를 차례로 이기고 2승 1패로 당당히 16강에 올랐다.
개최국으로 시드 배정을 받아 그대로 해볼 만한 상대인 세네갈, 에콰도르와 한 조였던 카타르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3경기를 모두 패하며 승점 자판기 역할만 하고 전패 탈락을 했다. 남미의 에콰도르는 조 예선 최강팀 네덜란드와 무승부 경기를 하는 등 기세를 올렸지만, 16강 진출이 결정되는 세네갈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며 아쉽게 귀국길에 올랐다. 마지막 경기에서 무승부만 해도 진출이 확정되는 에콰도르였지만, 무조건 이겨야 하는 세네갈의 승리에 대한 절실함에 밀리고 말았다
예선 B조는 우승 후보로 꼽히는 잉글랜드가 2승 1무 승점 7점으로 무난히 조 1위를 차지했고 북미의 다크호스 미국이 이란, 웨일스와의 경쟁을 이겨내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아시아의 강 팀 이란은 첫 경이 잉글랜드전에서 그들의 자랑하는 수비가 무너지며 2 : 6의 대패를 당했지만, 이후 웨일스에 2 : 0으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다.
이란은 미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무승부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0 : 1로 패하며 그들의 월드컵 여정을 접어야 했다. 이란으로서는 외교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미국과의 대결을 패했다는 사실과 반정부 시위와 유혈 진압이 반복되는 고국에서 정부에 저항하는 국민들을 위해 16강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했다.
모처럼 월드컵 본선에 오른 웨일스는 16강에 오르기에는 경험과 경기력이 부족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 상대 잉글랜드는 지역 정서상, 축구로서 앙숙의 관계인 팀이었지만, 전력의 약세를 보이며 완패했다. 웨일스는 그렇게 유럽 팀으로 첫 16강 탈락팀이 됐다.
예선 C조는 혼전의 양상이었지만, 우승 후보이자 남미 축구의 한 축인 아르헨티나가 첫 경기 사우디아라비아 전 역전패의 충격을 딛고 멕시코와 폴란드를 연파하며 2승 1패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 메시는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월드컵이 될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온 힘을 다하고 있고 그를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뭉치는 모습이었다. 첫 경기 충격적인 패배 이후 오히려 팀이 더 단단히 결속하고 경기력도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2위 자리는 마지막까지 혼전이었다. 애초 폴란드가 유력했지만 폴란드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에 0 : 2로 패하면서 같은 시각 열린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전 결과가 주목을 받았다. 이전 두 경기에서 1무 1패로 부진했던 멕시코는 세 번째 경기에서 힘을 내며 2 : 1로 승리했지만, 골 득실에서 폴란드에 밀려 탈락했다. 멕시코는 북중미 축구의 맹주로 꾸준히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는 팀이었다.
멕시코는 그 본선에서 대부분 16강 진출에 성공하는 저력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멕시코는 뒤늦게 경기력이 살아는 모습을 보이며 탈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런 멕시코에 패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예선 1차전에서 만나 승리하며 아시아 돌풍을 이끄는 듯 보였지만, 이후 2경기에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적극 활용하는 창의적인 수비 전술에 공격수들의 뛰어난 개인기가 빛나는 공격력도 갖추고 있었지만, 뒷심이 강하지 못했다.
예선 D조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 프랑스가 2승 1패로 무난히 조 1위를 차지했고 아시아 축구연맹 소속 호주가 첫 경기 프랑스전 1 : 4 대패의 아픔을 딛고 튀니지와 덴마크를 연파하며 2승 1패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호주는 1차전 패배 이후 더 단단해진 수비와 빠른 역습 전개로 2승을 가져왔다. 아프리카의 강호 튀니지와 유럽의 다크호스 덴마크는 온 힘 다했지만, 축구의 신은 그들을 외면했다.
대신 튀니지는 무패의 프랑스에서 예선 세 번째 경기 대회 첫 패배를 안기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덴마크는 호주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16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골결정력 부족이 겹치며 0 : 1의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호주는 아시아 팀으로 대회 첫 16강 진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우승 후보인 무적함대 스페인과 전통의 강호 전차군단 독일이 속한 E조는 죽음의 조로 불리며 혼전을 예고했지만, 그 조의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일본이었다. 여기에 북중미의 코스타리카도 인상적인 경기를 했다. 일본은 첫 경기 독일전, 세 번째 경기 스페인전에서 모두 선제 골을 내주며 불리한 경기를 했지만, 경기 후반 2골을 몰아치며 각각 2 : 1로 승리했다.
독일은 첫 경기 일본전 패배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고 예선 탈락의 쓴잔을 들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에 패하며 예선 탈락을 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에 덜미를 잡혔다. 독일은 그들의 전술을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한 빌드업 축구로 전환하는 등 팀 스타일을 바꾸며 의욕을 보였지만, 첫 경기 패배가 결국 부담이 됐다.
스페인은 예선 1차전에서 코스타리카에 7 : 0으로 승리하며 젊은 선수들이 대거 기용된 젊은 무적함대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후 독일과 일본전에서는 호평받았던 1차전의 경기력이 아니었다. 일본전에서는 로테이션을 했다고 하지만, 골 결정력에서 부족했고 경기 후반 수비 허점을 노출하며 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일본은 죽음의 조에서 일찌감치 탈락이 예상됐지만, 강한 조직력과 유럽 리그에서 다수 활약하는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며 아시아 팀으로 두 번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상대에 점유율을 내주면서도 필요할 때 빠른 역습과 패스 경기로 득점 기회를 만드는 일본의 예선전 경기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후반전 공격적으로 몰아치며 골을 뽑아내는 그들의 공세에 독일과 스페인이 차례로 무너졌다.
그렇게 일본은 조 1위로 스페인은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독일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스페인이 일본에 승리하길 기대했지만, 스페인은 토너먼트를 위해 선수 로테이션을 가동했고 절대적 점유율 우위에도 독일이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예선 F조는 아프리카의 모로코가 돌풍을 일으켰다. 모로코는 첫 경기 크로아티아전 무승부에 이어 한때 세계 랭킹 1위였던 F조의 최강자 벨기에에 2 : 0, 북중미 예선 1위였던 캐나다에 2 : 1로 승리하며 2승 1무로 당당히 조 1위에 올랐다. 모로코의 돌풍 속에 F조 최강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벨기에는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예선에서 탈락했다.
크로아티아는 모로코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벨기에는 크로아티아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면 16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골 결정력 부재 속에 0 : 0으로 경기를 마쳤다. 벨기에는 황금세대로 불리는 세계 최고 클래스의 선수를 다수 보유했지만, 대부분 30대를 넘긴 그들의 노쇠화와 함께 과거 강팀으로 월드컵을 마치게 됐다. 벨기에의 몰락 속에 크로아티아는 돋보이는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승점 관리를 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예선 G조는 예상대로 브라질이 세계 랭킹 1위 다운 경기력과 함께 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 스위스가 예선 마지막 세르비아전 3 : 2 승리에 힘입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조 예선에서 3 : 3의 난타전을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카메룬과 세르비아는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카메룬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고 하지만, 세계 최강 브라질에 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 : 0으로 승리하며 아프리카 축구의 저력을 보여줬다.
대한민국의 속한 예선 H조는 예선 마지막 경기가 모두 끝나는 순간까지 16강 진출국이 결정되지 않는 혼전이었다. 포르투갈이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대한민국, 가나, 우루과이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수많은 경우의 수가 함께 하는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경우의 수는 모두 대한민국의 뜻대로 이루어졌다.
대한민국은 포르투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0 : 1로 밀리던 경기를 2 : 1로 반전시키며 1승 1무 1패 승점 4점을 먼저 얻었다. 그 시각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는 우루과이의 2 : 0 승리로 마무리됐다. 대한민국인 가나가 패해야 하고 그런 가나를 우루과이가 우리에게 골득실과 다득점에 앞서지 않게 승리해야 하는 조건이 필요했다.
그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고 대한민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월드컵 사상 두 번째로 원정 16강에 성공했다. 주력 선수들의 부상과 벤투 감독이 예선 2차전 퇴장으로 벤치에 함께 할 수 없는 악재로 이겨낸 값진 결과였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이 7명의 포르투갈 수비 숲 사이에서 황희찬에 찔러준 패스와 황희찬의 결승골은 우리 월드컵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호주, 일본에 이어 16강에 진출한 세 번째 아시아 국가가 됐다.
이번 월드컵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점을 고려해도 이전 월드컵에 비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16강에 오르며 선전했다. 16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개최국 카타르를 제외하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도 강팀들을 상대로 선전하며 아시아 축구의 높아진 수준을 보여줬다.
이렇게 약체로 평가받던 팀들의 선전과 함께 이번 월드컵 조 예선전에서는 어느 누구도 3전 전승 승점 9점을 챙기지 못했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팀들이 체력 안배와 경고 관리를 위해 로테이션을 활용한 측면도 있지만, 바꿔 말하면 아무리 강자라 해도 방심하거나 가지고 있는 전력을 모두 가동하지 않는다면 본선에 진출한 국가들에 패배할 수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만큼 세계 축구가 평준화되고 있음을 카타르 월드컵 조 예선전 과정과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제 카타르 월드컵은 네덜란드와 미국, 아르헨티나와 호주의 16강전을 시작으로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새로운 여정을 진행하고 있다. 첫 16강전에서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는 도전자라 할 수 있는 미국과 호주를 각각 물리치고 8강에 선착했다. 올라갈 만한 팀들이 객관성을 그대로 결과로 연결한 두 팀이었다.
대부분 월드컵에서 조 예선 통과가 무난한 강팀들은 예선전보다 토너먼트에 더 비중을 두고 팀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로 인해 조 예선에서 로테이션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월드컵 우승에는 경험과 관록,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예선전 돌풍의 팀이 토너먼트에 오르면 그 돌풍이 사그라드는 모습을 월드컵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언더독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호주는 실패했다.
두 번째 16강전에서는 프랑스를 상대로 폴란드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세네갈이 도전한다. 세 번째 16강전에서는 아시의 돌풍의 주역 일본에 이어 대한민국이 크로아티아와 브라질을 상대로 16강전에 나선다. 네 번째 16강전에서는 모로코가 스페인과 스위스가 포르투갈과 대결한다. 묘하게도 대진은 전통적인 강자들과 이에 맞서는 비주류 국가들의 대진으로 짜였다.
이 중에서 축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대한민국과 일본의 16강전이다. 일본은 조 예선에서 큰 호평을 받은 수비와 조직력, 뛰어난 골 결정력을 바탕으로 스페인과 독일에 승리했다. 이들과 비교하면 16강 상대 크로아티아는 세대교체가 아직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덜 강한 상대다. 이에 일본은 8강 진출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국이고 월드컵 무대에서 성적을 실적이 있었다. 관록이나 경험 면에서 일본에 우위에 있고 이는 단판 승부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이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16강전은 여러 가지로 불리함이 가득하다. 상대는 세계 랭킹 1위 브라질이고 브라질은 조예선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한 세 번째 경기에서 카메룬에 패하긴 했지만, 뛰어난 선수들의 기량과 경기를 치를수록 조직력이 단단해지고 있다. 부상 선수들의 복귀도 예상된다. 월드컵 내한한 평가전에서 대한민국을 5 : 1로 대파하며 한 수 앞선 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 브라질에 맞서는 대한민국은 조 예선에서 3경기 모두 접전을 펼치며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공. 수 핵심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극적인 16강 진출로 대표팀 선수들의 사기는 크게 올라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또한,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대결인 만큼 부담감이 한결 덜하다. 지난 평가전과는 다른 대한민국을 브라질은 상대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16강 대진에서 이전 월드컵의 흐름을 고려하면 8강전에 오를 팀은 이미 올라있는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프랑스, 잉글랜드, 크로아티아와 브라질,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이 예상이 완전히 적중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워낙 이변이 많은 월드컵이기 때문이다.
과연 전통 강호들을 중심으로 8강 대진이 짜일지 또 다른 누군가가 그 틀을 깨고 8강전에 새 바람을 불러올지 그 새 바람의 주인공이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지 하나하나 승자가 결정되는 16강전이 흥미롭다.
사진 : 픽사베이, FIFA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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