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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신은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모든 경우의 수가 대한민국이 원하는 대로 적용됐고 그 경우의 수에 들 수 있는 조건을 대표팀이 만들었다. 그 결과는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에 이은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이었다. 대표팀은 극히 낮은 확률을 뚫고 설마, 그리고 혹시나를 현실로 만들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에 속한 대표팀은 조 예선 마지막 3차전에서 포르투갈에 2 : 1으로 역전승하며 1승 1무 1패 승점 4점을 기록하며 16강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예선 최종전에서 가나에 2 : 0으로 승리한 우루과이와 승점과 골 득실이 모두 같았지만, 다득점에서 앞서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말 그대로 극적인 승리였다. 대표팀은 여러 악조건을 이겨냈고 그런 대표팀의 16강 진출에 필요한 조건이 거짓말같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대표팀은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무 1패를 기록 중인 대표팀은 최종전에 승리한다 해도 얻을 수 있는 승점이 4점이었다. 같은 시각 대결하는 우루과이와 가나전 결과가 대표팀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 경기에서 1승 1패 중인 가나가 승리하면 16강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는 의미가 없어질 수 있었다. 우루과이의 승리가 필요했다. 그 승리 역시 큰 골 차 승리가 아닌 2골 차 이내 승리여야 했다.

이런 간절한 바람을 가질 수 있는 필수 조건은 포르투갈전 승리였지만, 대표팀의 상황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상대팀 포르투갈이 강했다. 포르투갈은 이미 H조 최강자로 평가를 받았다. 앞선 2경기에서 가나, 우루과이에 모두 승리하며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선수들의 면면이나 경기력은 대표팀의 온 힘을 다해 경기한 우루과이, 가나 보다 앞서 있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대표팀은 분명 포르투갈에 밀렸다.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이 경고 누적 방지와 체력 안배를 위해 출전 선수 로테이션을 가동할 가능성이 컸고 실제 그런 선발 스쿼드를 구성했지만, 그 조차도 우리보다 앞선 전력이었다. 

여기에 대표팀의 전력도 최상이 아니었다. 안면 골절 부상이 채 낫기도 전에 대회에 참가한 에이스 손흥민은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며 온 힘을 다하고 있지만, 부상 후유증으로 이전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대표팀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할 공격수 황희찬의 출전 여부도 불투명했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황희찬은 앞선 1, 2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또한, 수비의 핵심 선수인 센터 백 김민재도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었다. 김민재는 손흥민과 함께 대표팀에서 대체 불가의 선수로 평가받았다. 가뜩이나 수비에 불안감이 있는 대표팀에게 주전 센터 백의 부재는 큰 고민거리였다. 이 밖에도 대표팀 선수들은 계속된 접전으로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고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더해 조 예선 2차전 가나전에서 퇴장을 당했던 벤투 감독이 벤치에 앉을 수 없었다. 벤투 감독은 지정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16강 진출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어쩌면 그와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경기에서 벤투 감독은 무거운 마음으로 경기를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의 자리를 수석 코치가 대신해야 했다. 벤투 감독과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추고 4년을 함께 했지만, 의사 결정이나 순간순간의 돌발 상황 대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었다. 결국,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역량이 더 중요한 포르투갈 전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에게는 이런 어려움이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승리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표팀은 매우 공격적인 선발 스쿼드로 경기에 나섰다. 이전 2경기에서 후반 조커 역할을 훌륭히 해냈던 이강인을 선발 출전시켜 스트라이커 조규성, 에이스 손흥민과 함께 공격진을 책임지도록 했다. 여기에 공격력에 강점이 있는 이재성을 우측 공격수로 기용했다.

 

 

 

 


그런 공격진을 뒷받침하는 2명의 미드필더진은 이번 대회 내내 함께 출전하고 있는 정우영과 황인범이 나섰다. 이전과 다른 건 미드필더 황인범이 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하도록 했다는 점이었다. 이와 함께 김민재가 부상으로 빠진 센터 백 한자리는 권경원이 대신했다. 수비진 리더 역할을 베테랑 김영권이 맡았다. 골키퍼는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는 김승규였다. 대표팀은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활용하는 4-2-3-1 전술이 아닌 보다 공격적인 4-1-4-1, 4-1-2-3 형태의 전술로 나섰다. 수비에 부담이 더할 수 있었지만, 승리를 위한 전술은 불가피했다. 

이에 맞선 포르투갈은 예상대로 경고가 있는 선수들이나 주전들 중 일부는 제외한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하지만 팀의 중심인 호날두를 선발 스트라이커로 출전시켜 승리에 대한 의지를 함께 보였다. 호날두는 주장으로 나서며 선수들을 독려했고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골을 노렸다. 

대표팀으로서는 빠른 시간에 선취골이 절실했다. 이를 통해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고 포르투갈의 경기 리듬을 깨뜨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 바람은 반대가 됐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대표팀은 좌측면이 돌파당하며 선제 골을 허용했다. 순간 수비 라인이 흔들렸고 침투한 선수를 잡지 못했다. 예선 2차전 가나전의 결승골을 허용하는 장면과 비슷했다.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대표팀은 냉정을 되찾고 경기를 풀어갔다. 포르투갈은 선취 골을 넣은 이후도 더 강하게 대표팀을 압박했다. 공 점유율에서 대표팀은 포르투갈에 밀렸다. 포르투갈은 높은 공 점유율을 바탕으로 수차례 대표팀의 골문을 위협했고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그 고비에서 대표팀은 수비수들의 헌신적인 방어와 골키퍼 김승규의 선방, 포르투갈 선수들의 정교하지 못한 마무리 등이 더해지며 실점 위기를 수차례 모면했다. 특히, 포르투갈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호날두는 골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그의 명성에 맞지 않게 득점 기회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역설적으로 대표팀에 도움을 줬다.

포르투갈의 공세를 막아낸 대표팀은 서서히 공격 비중을 높이며 상대를 압박했다. 손흥민, 조규성, 이강인의 공격 3각 편대는 함께 호흡을 맞추며 포르투갈 수비를 위협했다. 손흥민은 이전 2경기보다 몸이 가벼워 보였고 이강인은 질 높은 패스로 탈압박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조규성은 스트라이커지만, 엄청난 활동량으로 공격은 물론이고 최일선 수비수의 역할까지 하며 분전했다. 그 외에 대표팀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포르투갈에 맞섰다. 

 

 

 



이런 노력의 결실은 얼마 안가 나왔다. 전반 27분 대표팀은 코너킥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하며 빠르게 동점을 만들었다. 이강인의 날카로운 코너킥이 수비에 가담했던 포르투갈 호날두의 몸을 맞고 떨어졌고 그 공이 마침 공격에 가담했던 수비수 김영권의 발아래 떨어졌다. 김영권은 마치 스트라이커가 골을 넣듯 기민한 동작으로 골을 성공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 예선 3차전에서 독일을 승리할 때 결승골을 넣었던 김영권이 그 장면을 재현하는 듯 보였다. 

기세가 오른 대표팀은 공격의 비중을 높이며 역전골을 노렸지만, 뜻은 이루지 못했다. 그 시각 다른 장소에서 열리고 있는 우루과이와 가나와의 경기에서 우루과이가 2골을 먼저 넣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16강 진출의 필수 조건 하나가 완성된 것과 같았다. 대표팀이 승리한다면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수 있었다. 전반전에서 대표팀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였다. 

하지만 후반전 양상은 포르투갈이 주도했다. 전반전에서 많은 활동량을 보인 대표팀 선수들의 움직임이 다소 둔해졌고 로테이션 멤버가 나선 포르투갈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포르투갈은 높은 공 점유율로 경기를 주도했다. 포르투갈은 수비 라인은 올리고 후반전 중반까지 대표팀을 압박했다. 위협적인 순간도 계속 나왔다. 그 고비를 대표팀은 어렵게 넘기고 또 넘겼다. 승리 외에 다른 길이 없었던 대표팀 선수들은 가지고 있는 힘을 다 짜내며 골 기회를 노렸다. 

여기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카드가 등장했다. 조 예선 1, 2차전에서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공격수 황희찬이 교체 출전했다. 황희찬은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팀 훈련에 참가하는 등 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선발 명단에 없었다. 출전이 어렵다는 전망도 있었다. 그런 황희찬의 출전은 경기 대표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같은 EPL 리그 소속인 손흥민과의 플레이는 포르투갈에 큰 위협이 됐다.

대표팀은 황희찬 외에 공격력 보강과 체력 보강을 위해 많은 움직임으로 지친 이강인을 빼고 공격수 황의조를 출전시켰고 미드필더진의 기동력을 위해 손준호를 더했다. 이와 함께 동점골의 주인공이었던 센터 백 김영권이 부상으로 더는 경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을 센터 백으로 내리고 공격적인 선수를 추가하는 과감한 전술 변화로 공격에 더 힘을 실었다. 과거 2002년 한. 일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 수비수를 공격수로 대거 교체하는 모습과 비슷했다. 

 

 

 



공격 비중을 높인 대표팀은 밀리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고 이에 맞서 포르투갈도 공격적으로 맞서며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추가시간 6분 표시가 경기장에 나오는 순간 경기장을 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포르투갈의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이 공격을 위해 대기 중인 손흥민에게 전해졌고 손흥민의 폭풍 질주가 이어졌다. 그런 손흥민을 막기 위해 포르투갈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어느새 손흥민은 포르투갈 수비수에 둘러싸였다. 손흥민이 이를 돌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손흥민은 문전으로 향하던 황희찬에게 절묘한 패스를 보냈고 황희찬은 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멋진 마무리로 골을 완성했다. 2 : 1, 대표팀이 바라던 역전의 순간이었다. 

이런 대표팀의 역전골 소식은 우루과이가 2 : 0으로 앞서 가던 우루과이 가나전 경기장에서 전해졌다. 양국 응원단의 극명하게 엇갈리는 표정이 큰 대조를 이뤘다. 대표팀은 남은 추가시간을 버텨 승리를 가져왔다. 남은 건 우루과이와 가나전 결과였다. 우루과이가 한 골이라도 더 넣고 승리한다면 16강 진출팀을 달라질 수 있었다. 우루과이는 이를 위해 온 힘을 다해 공격했지만, 가나의 골문은 더 열리지 않았다.

가나는 사실상 16강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도 마지막까지 경기에 집중했다. 우루과이의 16강 진출은 막아야 한다는 듯 보였다. 가나는 2010 남아공 월드컵 8강전에서 우루과이에 승부차기 끝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한 기억이 있었다.

그 경기에서 우루과이 스트라이커 수아레스는 빈 골문으로 향하는 가나의 슛을 손으로 막는 핸드볼 파울을 했다. 그 결과 수아레스는 퇴장을 당했다. 골과 퇴장을 바꾼 그의 결정은 가나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성공했다. 그렇게 승리 기회를 놓친 가나는 결국, 승부차기 가는 접전에서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때의 수아레스가 나서는 우루과이 전은 가나에게는 복수전의 의미가 있었다.

수아레스는 그때 일을 사과하기보다는 가나가 승리 기회를 놓쳤다는 인터뷰를 하며 가나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런 이유만은 아니지만, 가나는 그대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도 우루과이의 공세를 막아내며 대표팀에 큰 선물을 안겨줬다. 

경기 후 우루과이 가나전 결과는 초조하게 기다리던 대표팀 선수단은 우루과이의 2 : 0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제대로 승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그들을 열렬히 응원한 응원단과 기쁨을 함께 했다.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한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 손흥민은 승리를 확정한 이후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16강 진출에 감격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전 두 번의 월드컵에서 조 예선 탈락으로 인한 슬픔의 눈물을 흘렸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자칫 안면 보호 마스크까지 쓰고 출전한 대회가 3경기로 끝날 수 있었지만, 손흥민은 자신의 힘으로 그 상황을 극복했다. 그와 함께 승리의 주역들은 결과에 대한 부담을 덜고 함께 승리를 자축했다. 관중석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벤투 감독도 경기 후 라커룸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맞이하며 기쁨을 함께 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대표팀의 포르투갈 전이 딱 그랬다. 대표팀은 극히 낮은 16강 진출 확률에 의기소침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 그런 대표팀에게 그 낮은 확률이 실현됐다.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와 간절함이 기적과 같은 일을 만들었다. 

이렇게 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여정은 이어지게 됐다. 예선 2위로 16강에 오른 대표팀의 16강 상대가 최강 팀으로 평가받는 브라질이긴 하지만, 대표팀이 조 예선에서 보여준 강한 의지와 높아진 경기력 수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은 또 한 번의 기적을 기대하게 한다. 그런 기적이 없다 해도 대표팀은 충분히 축구팬들과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결과와 상관없이 대표팀이 후회 없는 16강전을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대표팀은 이미 국.내외적으로 답답함 가득한 현실 속에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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