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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시장이 사실상 문을 닫고 잠잠해진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NC가 팀의 좌완 에이스 구창모와 7년간 최대 132억원에 장기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구창모는 정상적으로 시즌을 계속 소화해도 2024 시즌 이후에 FA 자격을 얻는다. NC는 이런 구창모에게 과감한 배팅을 했고 구창모 역시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보장받았다. 

NC의 구창모 계약은 여러 리스크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구창모는 아직 FA까지 2시즌이 남았다. 아직 20대 젊은 투수에 기량만큼은 확실히 검증을 받은 좌완 선발 투수지만, 앞으로 시즌 활약이 어떨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구창모는 부상으로 상당 기간 공백기가 있었다.

또한, 내구성에 항상 의문이 있었다. 그의 부상이 투수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어깨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올 시즌 재기에 성공하며 19경기 마운드에 올라 11승 5패 방어율 2.10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아직은 관리가 필요한 투수다. 구창모는 아직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상황이로 계약 기간 중 군 입대를 할 수도 있다. 물론, 그 기간은 계약 기간에서 빠지지만, 연간 수십억원의 연봉을 주는 에이스 투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리스크다. 그가 리그 최고 좌완 투수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포수 양의지도 두산과 FA 계약을 하면서 팀에 없다. 

그럼에도 NC는 구창모의 미래 가능성에 투자했다. 우선, 그의 건강이 더는 우려할 정도라 아니라는 확신을 한 것으로 보이고 그가 내년 시즌에도 활약을 이어간다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포함돼 금메달 멤버로 병역 혜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팀의 근간을 이루는 선수들의 잇따른 유출에 따른 악화된 팬 여론과 팀의 역사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NC는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FA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를 지속했고 내부 FA 선수들의 유출도 막아왔다.

하지만, 2022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은 팀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과 계약에 실패하며 KIA로 떠나보냈고 이번 FA 시장에서 NC의 공. 수 핵심 선수라 할 수 있는 포수 양의지와의 FA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그의 두산행을 지켜봐야 했다. 

이에 더해 팀의 창단 멤버라 할 수 있는 주전 내야수 노진혁의 FA 계약에도 실패하며 그를 롯데로 떠나보냈다. 이번 FA 시장에서 7명의 선수가 FA 자격을 얻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협상을 했다고 하지만, 그 우선 순위 선수들을 모두 잃었다는 점은 큰 아쉬움이었다. 프로야구 제9구단으로 팀 역사가 다른 구단들에 비해 부족한 NC로서는 프랜차이즈 선수의 유출은 역사의 단절이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한편에서는 2021 시즌 심야 술판 파동 등을 겪으면서 구단의 투자 의지가 꺾인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다. 

NC는 이런 기류를 바꾸는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팀의 창단 멤버인 FA 내야수 박민우와 최대 8년간 140억원의 장기 계약을 했다. 박민우는 아직 20대 선수이고 국가대표 경력에 타격과 수비 능력을 겸비한 2루수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21 시즌 심야 술판 파동에 연루되어 이미지가 실추되고 2022 시즌 출전 정지 징계 여파로 부진한 모습이었지만, 수빈 후반기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NC는 박민우를 앞으로 팀 내야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로 그가 NC 선수로 은퇴할 수 있도록 장기 계약으로 묶었다. 박민우 역시 원클럽맨으로 은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NC는 역시 창단 멤버인 FA 투수 이재학과도 최대 3년간 9억원에 계약을 했다. 이재학은 점점 기량이 내림세에 있고 전력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상황에서 자칫 FA 미아가 될 위기에 몰렸지만, 투수라는 점과 팀 프랜차이즈 선수라는 점  등이 고려되어 다년 계약에 성공했다. 이로써 NC는 팀 프랜차이 선수 2명을 지킬 수 있었다. 

이런 NC의 장기 계약은 이미 다른 구단에서도 자리를 잡고 있다. 2022 시즌을 앞두고 SSG는 선발 투수 박종훈, 문승원과 5년간의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SSG는 중심 타자 한유섬과도 5년간의 다년 계약을 했다. 이들은 모두 2022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이었다. SSG는 그전에 이 선수들에게 다년 계약을 제시하며 팀 잔류를 확정했다. 이들은 모두 SSG의 프랜차이즈 선수이고 팀 주축 선수들이다. SSG는 이를 위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후 재활 중인 박종훈과 문승원의 리스크를 떠안았다. 이들은 성공적으로 부상에서 돌아왔다. 2022 시즌 SSG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한유섬 역시 중심 타선에서 큰 활약을 했다. 

SSG가 물꼬를 튼 비 FA 다년 계약은 삼성의 중심타자 구자욱과의 장기 계약으로 이어졌고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롯데가 팀의 국내 에이스 박세웅과의 장기 계약이 더해졌다. 롯데는 아직 병역 의무 이행을 해야 하고 2022 시즌 후 상무 입대를 준비하던 박세웅에게 과감하게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롯데가 제시한 5년간 최대 90억원은 오버 페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아직 박세웅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 또한, 팀 선발 투수진에서 박세웅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에 박세웅은 상무 입대를 미루고 2023 시즌을 롯데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2023 시즌 성적이 무엇보다 중요한 롯데는 박세웅의 다년 계약에 이어 FA 시장에서 포수 유강남과 내야수 노진혁을 차례로 영입했고 즉시 전력감인 타 팀 방출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팀 뎁스를 두껍게 했다. 

이런 롯데의 움직임에 이어 NC가 구창모와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투수들을 중심으로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FA 시장에서 수준급 투수를 영입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이고 그에 따른 반대 급부도 크다. 그 능력이 검증된 투수를 미리 장기 계약으로 묶는 게 팀의 장기 플랜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내년 시즌부터 적용되는 팀 연봉 샐러리캡 제도로 인해 FA 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FA 시장에서 샐러리 캡은 큰 변수가 됐다. 이에 구단들은 팀 총 연봉 등을 고려해 주축 선수를 사전에 다년 계약으로 묶는 게 나을 수 있다. 

비 FA 다년 계약은 메이저리그에서는 보편화된 현상이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FA 자격 취득이 많이 남아있는 젊은 선수들을 장기 계약으로 묶는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그 계약 기간이 10년 넘기도 한다. 이는 매 시즌 천정부지로 치솟는 수준급 FA 계약보다 경제적 부담이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FA 선수들의 실패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부담이다. 이에 기량을 확신할 수 있는 선수에게 투자하는 게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선수 역시 FA 자격을 얻어 대박 계약을 노릴 수도 있지만,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하고 젊은 나이에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그 계약이 끝난 이후 FA 자격을 얻어 또 한 번의 대형 계약을 노릴 수도 있다. 

앞으로 우리 프로야구에서도 비 FA 선수의 다년 계약은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선수에 대한 관리 시스템이 발전했고 서수들의 건강이나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한 예측도 한층 정교해졌다. 선수 가치 평가의 정확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구단들의 장기 계약 추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선택에 있어 선수들의 병역 의무 이행 문제가 상존하지만, 최근에는 병역 의무 이행 이후에도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많고 수준급 기량의 선수들은 상무 입대의 길이 더 넓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선수들도 장기 계약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 부여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직은 FA 자격 취득을 1년 남겨둔 시점에 장기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시점이 구창모처럼 2년 또는 그보다 더 짧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쩌면 시즌 중에도 이런 장기 계약 체결 소식을 더 자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FA 자격을 얻고도 시장의 외면으로 소속팀을 찾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일이다. 역시 야구는 잘하고 볼 일이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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