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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 이후 다시 야구 국가대표팀이 조직됐다. 일본과 대만, 미국에서 열리는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참가할 선수단 명단이 1월 4일 발표됐기 때문이다. 30명의 선수와 이강철 감독을 포함한 38명의 선수단은 3월 8일부터 시작하는 WBC에 출전하다. 

WBC는 2006년 시작되어 이번에 5회 째를 맞이하고 있다. 초기에는 대회 지속 여부마저 불투명했지만, 대회를 거듭할수록 대회 위상이 높아졌고 참가국도 늘었다. 무엇보다 프로 선수들이 제한 없이 참가할 수 있다는 점과 스타 선수들이 함께 하는 국가대항전이라는 점은 큰 매력이다.

또한, WBC는 국적 규정을 완화해 선수들의 참가 폭을 넓혔다. 그 덕분에 야구 저변이 넓지 않은 유럽 등 타 대륙의 참가가 가능해졌다. 지나치게 미국 주도의 대회 방식과 상업성이 문제이긴 하지만 야구의 세계화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가 있는 대회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축구의 월드컵과 같이 명실상부한 야구의 최고 대회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에 이번 WBC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스타 선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은 WBC 1회 대회에서 4강, 2회 대회에서 준우승에 오르며 우리 야구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미국과 일본에 절대 열세라는 전망을 뒤집고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단단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큰 성과를 냈다. WBC의 선전은 우리 프로야구 리그가 다시 한번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까지 더해지며 야구는 최고 인기 스포츠의 위치를 더 공고히 했다. KBO 리그의 8개 구단 체제는 10개 구단 체제가 됐고 관중수가 크게 늘었다. 경기장 등 인프라도 크게 개선됐다. 시장이 커지면서 선수들의 연봉 수준도 1, 2회 WBC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메이저리그 등 해외 야구 진출도 활성화됐고 KBO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철저한 방역을 바탕으로 리그를 정상 운영하면서 리그 운영에 어려움이 생긴 미국과 일본 리그에서 KBO 리그를 다시 주목하게 했다. 미국에서는 메이저리그가 열리는 못하는 상황에서 KBO 리그를 생중계하며 야구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도 했다. 

 

 

 



이렇게 KBO 리그가 성장하고 야구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야구 국제대회였지만, 최근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야구에서 메달 획득 실패는 큰 충격이었다. 6개 나라가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최소 동메달 이상은 당연해 보였던 대표팀이었지만, 미국과 일본에 연달아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3.4위 전에서도 패했다. 대표팀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들에게도 고전하면서 우리 프로야구 수준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는 WB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과 2017년 WBC에서 대표팀은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일찌감치 대회를 마무리해야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KBO 리그 최고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구성된 유럽 팀들에게도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 과정에서 대표팀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절실함이나 집중력이 이전과 같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리그를 앞둔 3월에 열리는 대회인 탓에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고 대회 참가 후 리그에 지장을 문제도 있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는 야구팬들의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23년 3월, WBC 대회에 임하는 대표팀의 자세는 이전과 달라 보인다. 우선, 감독 선임에 있어 전년도 우승 팀 감독이 감독을 맡도록 하면서 감독직을 서로 고사하면서 선임에 어려움을 겪었던 난맥상이 사라졌다. 얼마 전까지 대표팀은 전임 감독제로 운영됐지만, 그 감독들의 실전 감각이 떨어지고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우승 팀 감독의 대표팀 선임은 보다 책임감을 가질 수 있고 경기 감각의 유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2021 시즌 KT를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이강철 감독이 이번 WBC 대표팀을 지휘하게 됐다. 이와 함께 전력 분석 파트를 강화하고 선수 강화위원회를 통해 선수 선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더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 결과 WBC에 나설 대표팀 선수들이 결정됐다. 엔트리 마감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고 대회 엔트리 30명에 더해 예비 선수 명단을 더할 수도 있었지만, 30명을 확정 발표하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보다 빠르게 몸을 만드는 등 대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WBC 출전 선수 30인의 특징은 신. 구의 조화다. 국제 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에 리그에서 기량을 입증한 젊은 선수들이 더해졌다. 총 15명으로 구성되는 투수진은 김광현과 양현종이 좌완 원투 펀치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도교 올림픽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한 이의리가 엔트리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다시 리그 최고 좌완 투수의 자리를 되찾은 구창모와 불펜 투수로 큰 활약을 했던 김윤식이 좌완 투수진이 더해졌다. 

우완 투수진은 선발보다 불펜진에 더 힘이 실렸다. 선발 자원은 도쿄 올림픽에서 사실상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한 고영표가 있고 박세웅, 원태인, 소형준, 곽빈까지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선발 투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투수들의 투구 수가 제한되는 대회 규정상 선발 투수에 이어지는 두 번째 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전문 불펜 투수는 지난 시즌 세이브왕 고우석을 시작으로 150킬로가 넘는 강속구 사이드암 정우영, 베테랑 이용찬과 김원중, 지난 시즌 두각을 나타낸 신예 정철원이 함께 한다. 

 

 

 



대표팀의 마운드는 여러 유형의 투수들이 함께 하는 다양성이 특징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대표팀 선수로 나서는 마지막 대회로 의미가 있고 젊은 투수들의 그들의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장이 될 수 있다. 다만, 시즌 리그 최고 투수로 올라선 안우진이 고교 시절 학폭 사건과 관련해 대표팀 선발이 좌절된 점은 전력상으로는 아쉬움 있다. 하지만 대표팀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 대한 선발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투수들과 호흡을 맞출 포수진은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 주전에 이지영이 백업으로 나선다. 양의지는 국제대회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론의 여지가 없는 국가대표 포수다. 이지영의 발탁은 다소 의외다. 리그에는 유강남, 박동원, 장성우 등 유망한 포수들이 있지만, 대표팀의 선택은 보다 안정감이 있는 이지영이었다. 이지영은 지난 시즌 키움에서 박동원이 KIA로 트레이드 된 이후 풀 타임 주전으로 나섰고 키움의 마운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공. 수에서 활약하며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이 점이 그의 선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내야진인 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 최정과 오지환, 김혜성에 1루수 자원으로 리그 홈런왕 박병호와 지난 시즌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강백호가 더해졌다. 여기에 해외파 선수들이 가세하며 힘을 더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주전 1루수로 활약했던 최지만이 선발됐고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김하성이 모처럼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특이할 만한 점은 우리 야구 국가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순혈주의가 타파됐다는 점이다. 이번에 내야 엔트리에 포함안 에드먼은 어머니가 한국계인 한국계 미국인 선수다. WBC는 아버지와 어머니, 조부모의 국적에 따라 국가대표 출전을 선택할 수 있다. 이에 KBO는 이번 WBC를 앞두고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한국계 선수들을 포함하기 위해 움직였고 그 결과 세인트루이스에서 활약하는 에드먼을 출전을 이끌어냈다. 

그는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 수비도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에서 좌. 우 타석에서 타격이 모두 가능한 다재다능한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고 수비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 수상의 경력도 있다. 타격에서도 안타 생산력이 뛰어나다. 그는 그의 이름에 '현수'라는 이름을 넣으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에드먼의 다재다능함은 대표팀 엔트리 구성에 유연성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 유격수, 에드먼 2루수의 대표팀 키스톤 콤비의 활약이 기대된다.

외야진은 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와 국가대표로 오랜 경력이 있는 김현수에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큰 활약을 했던 박해민, 장타력을 갖춘 좌타자 나성범, 유일한 우타 외야수 박건우로 엔트리가 구성됐다. 2023 시즌 후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는 이정후는 그의 국제 경쟁력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선수단에 대표팀은 코치진에도 각 프로 구단의 주력 코치들이 대거 포함돼 힘을 더했다. 무엇보다 각 분야마다 전문 코치진이 구성되면서 선수 관리나 지도에 세밀함을 더할 수 있게 됐다.

 

 

 



대표팀은 2월 미국에서 합동 훈련을 하고 일본에서 열리는 예선 1라운드에 나선다. 1라운드를 통과하면 8강전을 일본에서 치르고 8강을 넘어서면 4강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로 향한다. 대표팀은 8강을 넘어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팀은 1라운드에서 일본, 호주, 체코, 중국과 한 조에 속해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 오타니를 포함한 최정예 선수로 나서는 일본전은 어려움 경기가 예상되지만, 예선 첫 경기 호주전을 승리하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전 진출은 무난해 보인다. 8강전은 대만에서 열리는 또 다른 예선 라운드 1, 2위가 예상되는 대만 또는 쿠바와의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대표팀의 발목을 잡는 일이 많았고 쿠바는 전력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항상 까다로운 상대였다.  

대표팀은 우선 1라운드 첫 경기 호주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기 일정이 빡빡하게 이어지는 만큼 마운드 운영과 선수 컨디션 유지도 중요하다. 리그 일정보다 빨리 몸을 만들어 실전에 나서는 만큼 부상 방지도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이다. 나라를 대표해 경기에 나서는 건 큰 영광이다.

하지만 최근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국가대표 경기보다는 리그에서의 경기가 항상 마음속에 함께 하는 듯 보였다. 구단 역시 병역 혜택이 걸려있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는 서로 선수들을 보내려 했지만, WBC 등 다른 여구 국가대항전에서는 미온적인 태도였다. 물론, 엄청난 금전적 이익을 무시할 수 없지만, 국제 대회 성적 부진과 이로 인한 야구팬들의 외면은 리그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일이다.

팬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리그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 이번 WBC에서도 실망스러운 경기를 한다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KBO 리그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리그를 더 활성화시키는 건 선수들 자신을 위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국가대표로서 보다 긍지를 가지고 대회에 나서야 한다.

2023 WBC는 최고 선수들이 나서는 모처럼 만의 국가 대항전이다.  이 대회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야구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 : WBC,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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